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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8/15 21:25:52
Name   구밀복검
Subject   '미친 여자'처럼 살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의지의 똘녀'
https://premium.sbs.co.kr/article/VGDq0rrKeUl?utm_source=sbsnews

지난 3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노르웨이 대사관저에서 노르웨이 왕실 공로훈장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훈장을 받은 사람은 김미혜 한양대 연극영화과 명예교수. 한국 문화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이 훈장을 받았습니다.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작가 헨리크 입센 작품이 모두 실린 전집을 번역한 공로를 인정받은 건데요,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를 대신해 안네 카리 한센 오빈 주한 노르웨이 대사가 김 교수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올해 75세의 김 교수는 연극학자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론서를 쓰고, 수많은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까지 했던 '연극인'입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연극학 박사 과정을 마쳤고, 한국 작품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김 교수가 입센 전집을 번역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독일어로 된 걸 번역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입센 작품을 번역하기 위해 60세에 노르웨이어를 독학했다는 겁니다. 정년퇴임 이후 쉬기는커녕 본격적으로 번역 작업에 매달렸고, 74세 되던 지난해, 총 23편, 10권 분량으로 입센 전집 한국어 번역본을 발간했습니다. 김 교수는 '시장성이 없어서' 출판 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책을 냈습니다. 책상 앞에서 입센의 희곡과 씨름한 세월이 길어지며 척추 협착증을 얻어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김 교수가 본격적으로 입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 입센의 서거 1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열린 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베를린 대학에서 입센 콘퍼런스가 열렸는데 제가 당시 연극학회 회장 자격으로 초청받아 갔거든요. 27개국에서 와서 자기 나라에서 하는 입센(연구와 작품)에 대해 발표하는데, 저는 얘기할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왜? 우리는 안 하니까. 그때 엄청나게 우울했어요.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고만 있었어요. 독일 주재 노르웨이 대사관 리셉션에 갔는데, 거기서도 할 말이 없어서 대화에 끼기도 어려운 거예요."

왜 그렇게 됐을까 의아했던 김 교수는 그래서 베를린에서 돌아온 후, 바로 노르웨이 오슬로로 갔습니다. 거기서 전 세계에서 발간된 입센 관련 출판물을 모두 수집해 놓았다는 입센 연구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한글로 되어 있는 자료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때 뭐라 그럴까, 자괴감, 절망감을 느꼈어요. 그래도 우리도 문명국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일본 책도 있고 중국 책도 있는데 한국 것만 없어요."

막연하게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김 교수는 그다음 해인 2007년, 뉴욕 방문길에 서점을 찾았다가 우연히 'Complete Norwegian'이라고 적힌 책을 발견하고 운명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 내가 직접 입센을 연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하죠. 김 교수는 홀린 듯이 이 책을 사서 귀국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노르웨이어 독학 교재였어요..

...번역 작업은 지루하고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하루 종일 번역에 매달려도 두 줄 밖에 진도를 못 나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정년 퇴임 후에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본격적으로 입센 전집 번역에 매달렸습니다....

"사실 이 일 하는 동안에 스스로한테 질문을 안 했어요. ‘너 왜 지금 이거하고 있니?’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고, 그럼 보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혹시나 스스로 하게 될 것 같아서였죠. 그랬는데도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내가 노르웨이어 입센 전집을 번역하고 있는데, 매년 연말에 번역한 원고를 출력해서 제출할 테니 약간의 번역료를 달라, 그러면 내가 그 돈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번역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소액이긴 하지만 지원금을 주셨어요. 6년 동안 지원해 주셔서 저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연말마다 그 해 작업한 원고를 출력해서 직접 제출하거나 소포로 발송했어요... 제가 노르웨이 왕실 훈장받던 날 울음이 나오려고 했는데, 그때 노르웨이 대사관 문정관 하시던 분이 오셔서 나도 120% 이해한다, 나도 눈물이 났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직접 봤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시더라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SF35a4FTUVE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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