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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7/09/16 22:30:41 |
Name | Danial Plainview |
Subject | 타이거! 타이거! :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에 대해 |
모바일로 사진첨부 하려니 힘드네요. 사진까지 첨부된 버전은 http://aquavitae.egloos.com/m/3567673 를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1. Judgement Day 복싱을 수련한 지도 십 년이 되어가고 경기를 본 건 더 오래 되었지만 언제나 빅매치는 가슴을 떨리게 한다. 단순히 경기가 재밌을 것 같아서만은 아니다. 복싱 경기를 볼 때의 쾌감을 피와 땀이 오가는 맹렬한 난타전에서 찾거나 혹은 뛰어난 복서 사이에서 벌어지는 하이-스피드 체스에서 찾는다면 그런 경기는 수도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다. 난타전을 보고 싶은가? 마빈 해글러-타미 헌즈를 보라. 최상급 복서 사이에서 이뤄지는 체스매치를 보고 싶다면? 슈거 레이 레너드-윌프레도 베니테즈가 제격이다. 이건 단순히 난타전이나 체스매치의 문제가 아니다. 빅매치가 진정으로 내 심장을 쥐어짜며 마른 침을 삼키게 하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 대해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심판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링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승패는 결정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내가 결정되었다고 믿는 승패는 지금 이 순간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삶과 죽음 양쪽의 상태에서 공존한다. 그 때마다 나는, 과연 내가 이해한 그는 어디까지 실제의 복서와 부합하는 사람이며, 내가 이해한 복싱은 어디까지 실제 승패와 밀접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 빅매치를 마주하게 됐고, 또다시 내가 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시험받게 됐다. 2017년 9월 16일(한국시간으로 17일), 게나디 골로프킨-사울 카넬로 알바레즈 전이 벌어진다. 그 동안 두 복서 모두 내가 애정깊게 지켜보는 복서들이었다. 알바레즈는 2011년 알폰소 고메즈를 잡았을 때부터, 골로프킨은 2013년 매튜 맥클린을 넉아웃시켰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내 시선 안으로 들어왔고 그 순간부터 한 번도 내 시야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파퀴아오, 메이웨더, 버나드 홉킨스만큼이나 꾸준히 내가 복싱을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던 복서 둘이 붙는다. 둘의 매치는 어떻게 성사되었는가, 알바레즈는 더커이고 골로프킨은 체리피커인가는 프로모션과 매니저, 복싱 기구와 프리미엄 케이블 네트워크가 모두 얽혀서 길게 떠들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 선택권과 명분을 가진 알바레즈가 골로프킨에게 기회를 줬고, 이 경기는 만들어지기까지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게 더 이상 중요한 문제인가? 전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이 매치는 올해 벌어진 경기 중 가장 최상급 티어에 있는 두 복서 사이의 대결이며, -160lbs 디비전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치이고, 파퀴아오-코토 이후로 가장 뛰어난 펀처들끼리의 대결이다. 하나는 인종적 기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 스타일을 갖고 당당히 상대방을 병탄해 나가는 젊은 사자요. 나머지 하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하드코어 팬들의 지지를 결집해 마침내 메인 무대로 올라선 늙은 호랑이다. 영 라이언과 올드 타이거. 황금빛 갈기를 기른 당당한 메히칸 펀처와 동토에서 온 호목虎目의 카자흐스탄 인파이터가 만날 때 대중은 무슨 엄청난 일이 벌어질 지 침을 삼키며 기꺼이 이 매치에 돈을 던진다. 누구를 고를 것인가? 2. Tamerlane the Great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이 상대한다고 했을 때 그 둘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승리를 가져가는지, 그리고 최근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아는 것은 진정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그들이 상대를 만났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게나디 골로프킨은 침착한 살인마가 연상되는 뛰어난 펀처이다. 그는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돋보인다. 골로프킨의 경기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잽에서 시작되는 중거리에서의 우월한 교환비를 가져가며, 상대방에게 타격을 준 다음 상대방이 지속적으로 펀치를 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는 곧 상대방이 잽으로 의미 있는 저지선을 만들지 못한다 싶으면 바로 인사이드 파이트로 전환하여 상대방에게 조금 맞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강한 훅과 어퍼로 상대방에게 충분한 타격을 입히는 데 집중한다. 그의 공격은 빠르게 가드의 틈을 뚫는 연타보다는 완성도 높은 단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상대방이 호흡과 리듬을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링을 커팅하는 강한 압박이 특징이다. 이 방식의 단점이라면 알바레즈와 비교해 보면 쉽다. 알바레즈는 잽을 통해 서서히 방어선을 무너트린 다음 연타를 통해서 상대방에 대한 우세권을 어필한다. 골로프킨은 중거리에서 첫타부터 맞추기 위해 던지지만 알바레즈는 마지막 펀치를 맞추기 위해 연타를 쏟아낸다. 골로프킨의 방식은 펀치를 경제적으로 낸다는 점에 있어서 장점을 가지지만, 상대방의 방어 시스템을 충분히 무력화시키지 못한 채 반격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로 상대방의 공간에 들어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골로프킨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의 중거리에서의 펀치 단발 완성도가 대단히 높으며, 둘째, 그의 맷집이 미들급 내에서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골로프킨은 웬만한 펀치로는 비틀거리지 않으며, 상대방이라면 뒤로 물러났을 펀치를 정통으로 얻어맞고서도 살짝 찡그린 후 바로 압박한다. 하지만 동시에 맞아주지 않아도 될 펀치들까지 허용하며, 특히나 상대방이 골로프킨과의 펀치 교환에서도 겁먹지 않고 계속해서 펀치를 낼 경우 라운드를 쉽게 상대방에게 내주는 일이 많다. 이런 단점들이 잘 드러난 경기가 최근의 다니엘 제이콥스 전이라 할 수 있겠는데 골로프킨은 초반 제이콥스와의 잽 싸움 이후 중거리, 인사이드로 점차 거리를 가깝게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제이콥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도리어 상대와의 거리를 가깝게 머무른 나머지 제이콥스의 펀치를 불필요하게 허용하여 경기의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 링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실패하였다. 골로프킨은 제이콥스와의 경기에서 만장일치 판정승을 가져갔지만 4라운드에 뺏은 넉다운이 아니었더라면 뒷말이 나오지 않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며 자칫하다간 알바레즈와의 경기를 잡기도 전 리매치로 끌려갔을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들이라면 골로프킨이 쉬운 길을 택할 수 있는데도 어려운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넉아웃 몬스터라는 기믹을 위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그의 타고난 공격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다소간 피해를 입더라도 들어가려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어차피 중거리에서의 압도적 우위가 보장된다면, 상대방이 펀치 다발을 내며 앞으로 전진하면 살짝 뒤로 물러나 받아 주고 다시 중거리에서의 효율적인 교환비를 가져가면 될 터다. 하지만 골로프킨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못한다는 게 옳은 표현이겠다. 이것이 내가 최근 골로프킨의 경기를 바라보며 느낀 두 번째 감상이다. 골로프킨의 무릎은 맛이 갔다. 특히 왼쪽 무릎이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2년 전의 데이빗 르뮤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중거리에서 압도적인 잽 싸움을 통해 르뮤의 머리를 헤드헌팅했고, 좌절감에 휩싸인 르뮤가 마지막 선택으로 황소처럼 돌진했으나 부드러운 스텝 아웃으로 빠져나갔다. 중거리에서의 교환비만으로 르뮤는 좌절을 겪어야 했고 6라운드를 채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다니엘 제이콥스 전에서 노출된 골로프킨의 모습은 상대가 콤비네이션을 칠 때 제자리에 가드를 붙이고 대주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는 펀처의 모습이었다. 왼무릎이 예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미끄러지듯이 흐르듯 움직이던 그의 움직임은 사라졌고, 그는 발이 붙은flat-footed 볼륨펀처가 되어버렸다. 물론 여전히 그는 강력하다. 그의 턱은 아직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는 단단함을 과시하며 그의 레프트는 왼발과 상관없이 파괴력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골로프킨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펀처였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절름발이 티무르 대제다. 3. Mexican Grindhouse 이젠 알바레즈의 경기 운영 방식과 최근의 변화를 짚어 보자. 알바레즈는 기본적으로 공세적 카운터+콤비네이션 펀처이다. 그는 주로 잽을, 간간히 리드 레프트훅을 섞어서 중거리 우세권을 잡아 나가고, 천천히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힌다. 인사이드 파이트에서는 훅과 어퍼, 그리고 바디까지 섞은 어퍼 바디 무브먼트를 통해 타격을 준다. 거리가 벌어지면 힘을 실은 콤비네이션을 스텝 인 하면서 쏟아낸다. 방어는 주로 공세를 통해 극복한다. 카넬로는 좋은 상체 무브먼트와 그에 곁들이는 카운터를 갖고 있다. 상대방이 뻔히 보이는 펀치로 타격을 주려고 들면 곧장 카운터로 응수한다. 당장 상대방을 넉아웃시키는 펀치들은 아니지만 대미지를 입히기엔 충분하다. 상대방이 뒤로 물러나면 다시 처음부터 반복한다. 최근 알바레즈가 눈에 띄게 발전한 부분은 들어가는 스텝이다. 과거 발을 붙이고 콤비네이션을 쏟아냈던 카넬로는 이제 스텝 인 하면서도 밸런스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연타를 쏟아낼 수 있게 되었고, 상대의 우반면으로 돌아 들어가며 리드 레프트훅을 휘두를 줄 아는 복서가 되었다. 중거리에서 콤비네이션을 통해 반격의 틈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공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상대가 뒤로 물러나지 못한다면 그대로 4연타를 적중시킨다. 이런 발전은 카운터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카넬로가 플로이드를 상대로 한 해법으로 카운터링을 들고 나왔을 때 그것은 아직 완성도 낮은 대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알폰소 고메즈 전에서 보여줬던 결정적인 타격에서 언뜻 드러났듯이 원래부터 카넬로 안에 내재되어 있던 카운터에 관한 타고난 감각은 잘 갈고 닦아져 이제 인사이드 파이트에서 슬리핑과 어퍼를 조합해 상대의 고개를 곧잘 뒤로 젖히곤 한다. 그 방식으로 커클랜드를 끝장냈고, 차베스 주니어도 같은 방식으로 보냈다. 동시에 양질의 도전자들을 상대로 점점 좋은 모습들을 보인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2015년부터 카넬로의 상대는 커클랜드, 코토, 칸, 스미스, 차베스 주니어로 이들은 같은 기간 동안 골로프킨의 상대인 머레이, 먼로 주니어, 르뮤, 웨이드, 브룩, 제이콥스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 그런 상대들을 맞이해서, 집중력 부족으로 메이웨더에게 절망감에 가까운 펀치를 쏟아냈던 어린 알바레즈는 12라운드 경험을 수없이 쌓으며 매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콤비네이션 속도와 스텝 인 타이밍, 상체 무브먼트와 카운터는 공격과 방어 양면에서 카넬로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요소이다. 그렇다고 카넬로 알바레즈가 무결점의 펀처는 아니다. 알바레즈는 방어할 때 저지선을 만드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약한 상대에게도 자신의 위험 지대를 쉽사리 허용하는 단점이 있다. 이는 인사이드에서 정면으로 맞상대한다는 자신의 담대함을 보여주기에 좋을지는 몰라도, 골로프킨 같은 탈-체급 펀칭 파워를 가진 펀처에게는 만용에 불과하다. 좋은 스텝 인은 서클링이나 피벗 같은 좋은 스텝 아웃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링줄에 몰려서는 상체를 기울여서 맞받아칠 뿐 발을 활용해 빠져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골로프킨과 알바레즈를 가볍게 대조해 보았다. 둘은 조화로운 밸런스를 바탕으로 아웃복서/인파이터를 대처하는 밸런스 좋은 펀처이지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골로프킨은 당장 자신의 공세를 지속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좀 얻어맞는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당장 실제적인 타격을 주려고 든다. 반면 알바레즈는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더라도 연타와 카운터를 통해 공세를 지속하려 한다. 이런 둘의 차이는 실제 경기에서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인가? 4. Slaughterhouse-Five 이제 경기가 벌어지고 생겨나는 몇 가지 양상들에서 어떤 복서가 유리할지에 대해 말해 보자.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는 것은 어느 순간에 뭘 해야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지 명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원거리에서의 잽 싸움 잽이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스텝 한발짝을 집어넣고 빼는 잽 교환 상황에서 어떤 복서가 우세를 점할 것인가? 나는 골로프킨의 약우세라고 생각한다. 알바레즈의 잽은 뛰어난 편이지만 본질적으로 밑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쳐올린다는 약점이 있다. 메이웨더 같은 선수를 잽으로 때리기 위해서는 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리찍는(Drop Jab)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결국 그날 알바레즈의 잽은 메이웨더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골로프킨이 메이웨더는 아니지만 알바레즈의 잽은 그보다 덩치 큰 상대에게 걸리거나, 충분히 앞손을 내민 상대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골로프킨 역시 알바레즈를 때리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알바레즈는 좋은 눈을 가졌고, 부드러운 스웨이/슬립을 통해 상대의 잽을 무력화시킨다. 여기서 골로프킨에게 약우세를 준 것은 서로 맞을 각오를 하고 잽을 교환했을 때 알바레즈의 타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이다. -원거리에서의 연타 싸움 잽이 닿을 거리에서 잽이 아니라 잽으로 시작하는 콤비네이션을 서로 쏟아붇는 원거리 상황에서 어떤 복서가 우세를 점할까? 알바레즈가 골로프킨을 압도할 것이다. 골로프킨의 공격에 대해 알바레즈는 잘 빠져나가려 들 것이고 골로프킨은 반면 빠지기보다는 제자리에서 펀치를 받아내려 들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저지들이 알바레즈 쪽으로 기우는 요인이 된다. 알바레즈가 들어가다가 커다란 카운터를 맞지 않는 이상, 이런 대치는 알바레즈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중거리에서 훅 싸움 레프트훅과 라이트훅이 서로 닿을 만한 거리에서 어떤 복서가 우위를 점할까? 골로프킨이 알바레즈에 비해 강한 우세를 점한다. 모든 복싱 선수들의 쉐도우를 가상의 선으로 그려 보면 허공의 z축을 향해 모여든다. 레프트훅, 라이트훅, 레프트 바디, 스트레이트 모두 내 몸에서 나와 그 축으로 회귀한다. 이 z축을 나의 중심으로부터 멀게 할수록 중심은 흐트러지고 휘청거리게 된다. 골로프킨의 쉐도우를 볼 때마다 중거리 훅의 안정적인 밸런스에 늘 놀란다. 카넬로의 쉐도우도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지만 골로프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카넬로가 훅을 던지기 위해선 대단히 가까이 가야 할 필요가 있지만 골로프킨은 스트레이트보다 약간 짧은 거리에서도 사정없이 훅을 전달한다. 겉으로 보기에 같은 훅이지만 골로프킨의 롱훅은 훨씬 난이도가 높고 정교하다. 데이빗 르뮤 전에서의 4라운드 종료 1분 17전을 보라. 골로프킨은 롱 훅을 실패하고서도 어떤 밸런스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카넬로는 골로프킨만 때릴 수 있고 자신은 때릴 수 없는 거리에서 빨리 빠져나와 골로프킨을 밀쳐내든지 아니면 아예 안쪽으로 들어서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인사이드에서 훅과 어퍼컷 싸움 거의 동등하지만 카넬로에게 크레딧을 주겠다. 맷집이라는 측면에서 골로프킨이 우위에 있지만 결정적으로 골로프킨은 클린치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카넬로는 훅이 아니라 어퍼를 통해 계속해서 골로프킨의 머리를 사냥하려 들 것이고, 실패 후 타격을 입으면 바로 클린치로 전환할 것이다. 골로프킨 역시 카운터를 치려 들겠지만 인사이드에서 카넬로의 연타스피드가 더 빠르기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사이드에서 양쪽 모두 상대방을 타격할 수 있는 충분한 파워와 스피드가 있다. -후반 라운드 상황 카넬로에게 전적인 크레딧을 준다. 카넬로는 젊고 12라운드까지 많은 펀치다발로 공세를 지속하는 능력을 계속해서 입증해 보였다. 반면 골로프킨은 대부분을 넉아웃으로 끝내 긴 라운드에 돌입한 적이 적고, 나이가 들었으며 후반 라운드로 돌입할수록 집중력을 잃고 많은 펀치를 허용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다니엘 제이콥스 전에서도 후반 라운드에 괜히 들어가다가 더 큰 손해를 본 적이 있었다. 챔피언십 라운드에서 카넬로가 골로프킨을 몰아붙인다면 모든 저지들은 홀린 듯이 알바레즈 10-9 골로프킨을 써낼 것이다. 5. Exogenous Variable 각자 승리의 시나리오를 적기 전에 두 개의 외생변수를 짚고 가야 한다. 지금까지 내 예상은 모두 이 두 가지 외생변수가 각자 특정한 값이라는 가정에 기초해 있다. 만약 이 변수가 내 예상과 빗나간다면 앞으로의 예상은 통째로 휴지조각이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첫 번째 가정은 골로프킨의 무릎이 어느 정도는 회복했을 지 모르지만 절대 과거의 컨디션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가 과거와 같이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의 펀치를 숄더 무브먼트와 합쳐서 부드럽게 흡수한다면, 알바레즈의 모든 공세는 무력화되고 골로프킨이 압도적으로 모든 공방에서 알바레즈를 제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공이 울렸을 때, 우리는 퉁퉁 부은 알바레즈의 눈커풀에 대해 엔스웰과 아이스백으로 붓기를 빼내려 애쓰는 컷맨을 매 라운드마다 구경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가정은 알바레즈의 증량이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거라는 점이다. 성공적 증량과 증량실패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알바레즈가 만약 증량에 실패한 채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탄수화물 없이 움직이는 산송장을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둘은 어느 정도 예측되는 부분이다.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고, 알바레즈는 이미 2014년의 오스틴 트라웃 전부터 rehydration 후 170lbs의 무게로 링에 들어섰다. 이번 골로프킨과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174lbs정도의 무게를 갖고 들어가리라 예측되며, 골로프킨의 다리와 알바레즈의 증량은, 물론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이지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6. Key to Victory 내가 쇼타임 복싱의 커멘테이터 알 번스타인이나 스티브 파루드는 아니지만, 위의 상황을 조합해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의 승리를 위한 시나리오를 내심 그려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알바레즈의 승리를 위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1. 인사이드에서 클린치 힘싸움을 통해 골로프킨의 체력을 저하시키고, 2. 중거리에서 넉다운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적인 펀치를 허용하지 않는다. 3. 기회를 잡을 때마다 좋은 상체 움직임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펀치 세례와 연타를 퍼부어 라운드의 주도권을 자신이 쥔다. 반면 골로프킨은 1. 발을 적당히 살려 알바레즈의 연타를 일방적으로 대주지 않으면서, 2. 중거리에서 넉다운이나 그에 준하는 결정적인 타격으로 경기 후반부 그로기 상태를 만든다. 3. 그러면서 인사이드에서 카운터 어퍼 같은 눈에 박히는 펀치를 맞지 않는다. 가 되겠다. 이 두 시나리오는 각각 전범이 되는 선례가 있다. 그것은 각각 아이크 쿼테이-오스카 델 라 호야, 버나드 홉킨스-오스카 델 라 호야 경기이다. https://youtube.com/watch?v=IHGnJB3u-2U Oscar De La Hoya vs Ike Quartey - Highlights (Classic Welterweight FIGHT) 쿼테이 전에서 델 라 호야는 발이 죽은 쿼테이의 날카로운 펀치를 스텝으로 피해가며 마지막 30초 경 빠른 콤비네이션을 통해 주도권을 쥐었다. 다운을 당했지만 또 두 번의 다운을 뺏어내며 경기를 그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https://youtube.com/watch?v=G8Gg9rnJZC4 Bernard Hopkins vs. Oscar De La Hoya - Highlights! *HD* 반면, 버나드 홉킨스-오스카 델 라 호야에서는 능구렁이 버나드 홉킨스가 미들급에 올라온 델 라 호야를 상대로 9라운드 동안 큰 펀치 없이 주도권을 잡다가 간장 펀치liver shot를 통해 델 라 호야를 넉아웃 시켜버렸다. 이 두 경기 중 내일 벌어질 경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것인가. 내일 초반 라운드는 알바레즈와 골로프킨이 서로 간을 보는 가운데 알바레즈가 콤비네이션으로 우세권을 가져가며, 중반은 골로프킨이 들어가서 서로 공격하는 가운데 골로프킨이 인사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진 골로프킨을 알바레즈가 다시 몰아세우는 구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게임의 핵심은 카넬로가 공격에 쓸 에너지와 방어에 쓸 에너지를 잘 분배하면서, 큰 대미지를 입지 않는 선에서 후반에 들어설 수 있는가이며 바꿔 말하면 게임 중반부에 골로프킨이 얼마나 궤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즉, 중거리에서의 펀치교환 이후 중반에서의 인사이드 파이트에서, 누가 얼마나 강한 펀치를 얻어맞는지에 따라 쿼테이-dlh전이 될 것인가, 홉킨스-dlh전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인사이드에서 몇 개의 중요한 펀치가 집중과 판단미스 속에서 터져나오며 전체 흐름을 쥐락펴락 하는 걸 정확히 시뮬레이션 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필요한 것이야말로 직관일 것이다. 그러므로 내 예상은 다음과 같다. 115-113 골로프킨 MD. 골로프킨이 초반 라운드에서는 3-1 정도로 밀리지만 중반 라운드에서 다운을 포함해 많은 펀치를 적중시킬 것이며, 알바레즈의 스타일이 부심 친화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후반부의 많은 라운드를 가져갈 것이라 생각한다. 골로프킨의 다리가 적당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거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7. Superemacy 때때로 어떤 복서에 대한 애정은 나를 사무치게 만들어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것까지 내게 말해준다. 예전 메이웨더-알바레즈 전을 앞두고 알바레즈가 기존의 170lbs가 아닌 165lbs로 리게인 할 것이라는 것이나 카운터링에 기대를 걸고 메이웨더 전을 임하리라는 건 그만큼 카넬로의 입장에서 메이웨더를 깊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둘 다 옳았지만 역시 내가 생각했던 대로 카넬로는 메이웨더를 상대로 효과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했다. 보다 더 드물게 복서들은 내 애정을 넘어선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버나드 홉킨스를 정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코발레프에게서 12라운드를 버티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홉킨스는 뛰어난 복서지만 코발레프는 도저히 반백의 나이로 싸울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공 소리가 울리고 홉킨스가 두 발로 서 있을 때 나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감정을 느꼈다. 그건 거장의 스완송이었고, 링에서 한 인간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외치는 거대한 목소리였다. 분명 나는 알바레즈와 골로프킨 모두를 좋아하고 이 둘을 지금까지 쭉 지켜봐 왔지만 이번엔 메이웨더-알바레즈 전에서의 알바레즈일지, 아니면 홉킨스-코발레프에서의 홉킨스일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분명 골로프킨의 승리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직관은 알바레즈가 뒤엎을 거라고 말한다. 하체의 밸런스와 브레이크를 거는 능력, 가드 사이의 빈틈을 뚫고 계속해서 충격을 주는 능력, 상대방에게 계속된 카바를 강요하는 능력,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능력 모두가 뒤섞여 하나의 결과만이 나타난다. 그걸 보고 이게 내 이해의 범주인지 아닌지,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그래서 누가 더 강한가라는 질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골로프킨을 택한다. 누군가는 리니얼 타이틀이야말로 진정한 최강자라 말하겠지만 이미 예전부터 미들급 최강자는 골로프킨이었다. 나는 2013년 매튜 맥클린 전을 다룬 글에서, 골로프킨은 향후 3년 안 어떻게든 미들급 리니얼 타이틀을 얻을 것이라고 썼고 결국 생각보다 약간 늦었지만 돌고 돌아 마침내 타이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마 그가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도전자와 함께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4년 전 썼던 글의 대답이다. * 수박이두통에게보린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7-09-25 08:10) * 관리사유 : 추천 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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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상태를 언급하셔서 다시 좀 찾아봤는데 확실히 좀 끄네요. 근데 이게 장기 부상인지 노화인지 단기 부상인지는 저는 가늠이 안서서...
예전에 탐라에서 제 예측 물어보셔서 아마 카넬로가 50방 때리고 골로프킨이 100방 때려서 이길 것이다라고 답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저는 카넬로의 컴비네이션이 한 5라운드 이전까지는 제대로 못 들어가고 중-단거리 펀치교환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로프킨이 연타보다는 충실한 한 타 한 타를 쌓아가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글에도 그렇게 쓰시기도 했고) 그 한 방 한 방이 ... 더 보기
예전에 탐라에서 제 예측 물어보셔서 아마 카넬로가 50방 때리고 골로프킨이 100방 때려서 이길 것이다라고 답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저는 카넬로의 컴비네이션이 한 5라운드 이전까지는 제대로 못 들어가고 중-단거리 펀치교환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로프킨이 연타보다는 충실한 한 타 한 타를 쌓아가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글에도 그렇게 쓰시기도 했고) 그 한 방 한 방이 ... 더 보기
무릎 상태를 언급하셔서 다시 좀 찾아봤는데 확실히 좀 끄네요. 근데 이게 장기 부상인지 노화인지 단기 부상인지는 저는 가늠이 안서서...
예전에 탐라에서 제 예측 물어보셔서 아마 카넬로가 50방 때리고 골로프킨이 100방 때려서 이길 것이다라고 답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저는 카넬로의 컴비네이션이 한 5라운드 이전까지는 제대로 못 들어가고 중-단거리 펀치교환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로프킨이 연타보다는 충실한 한 타 한 타를 쌓아가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글에도 그렇게 쓰시기도 했고) 그 한 방 한 방이 죄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힐만큼 강력한데, 막상 골로프킨 본인은 원이고 투고 셋업처럼 치는데 맞은 놈은 넘어가더라... 이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 경기들이긴 했지만 골로프킨의 좌우 스트레이트는 도달 시간도 꽤 짧은 편인데 도달 거리를 줄여서 부족한 리치를 커버하고 동시에 전진력을 펀치 파워로 올린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게 글로 써놓고 보면 70년대나 그 이전의 개념없는 돌주먹들이 80년대 이후의 고도화된 아마추어 복서들에게 잡아먹히는 스타일인데 막상 골로프킨은 '최단거리로 최적 파워를 최장시간동안 친다'라는 만화스러운 짓을 구현해낸 인간이라, 카넬로의 훌륭한 단거리 펀치 교환 능력과 천부적인 반사신경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는 카운터가 제대로 빛을 못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정까지 가면 장난질이 없다는 전제 하에 골로프킨 UD, 의외로 후반 라운드 tko 가능성도 낮지 않음... 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글 잘 봤습니다. 블로그 비번 다시 찾으셨나보네요(..)
예전에 탐라에서 제 예측 물어보셔서 아마 카넬로가 50방 때리고 골로프킨이 100방 때려서 이길 것이다라고 답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저는 카넬로의 컴비네이션이 한 5라운드 이전까지는 제대로 못 들어가고 중-단거리 펀치교환에서 손해를 보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골로프킨이 연타보다는 충실한 한 타 한 타를 쌓아가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글에도 그렇게 쓰시기도 했고) 그 한 방 한 방이 죄다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힐만큼 강력한데, 막상 골로프킨 본인은 원이고 투고 셋업처럼 치는데 맞은 놈은 넘어가더라... 이렇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옛날 경기들이긴 했지만 골로프킨의 좌우 스트레이트는 도달 시간도 꽤 짧은 편인데 도달 거리를 줄여서 부족한 리치를 커버하고 동시에 전진력을 펀치 파워로 올린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게 글로 써놓고 보면 70년대나 그 이전의 개념없는 돌주먹들이 80년대 이후의 고도화된 아마추어 복서들에게 잡아먹히는 스타일인데 막상 골로프킨은 '최단거리로 최적 파워를 최장시간동안 친다'라는 만화스러운 짓을 구현해낸 인간이라, 카넬로의 훌륭한 단거리 펀치 교환 능력과 천부적인 반사신경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는 카운터가 제대로 빛을 못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판정까지 가면 장난질이 없다는 전제 하에 골로프킨 UD, 의외로 후반 라운드 tko 가능성도 낮지 않음... 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글 잘 봤습니다. 블로그 비번 다시 찾으셨나보네요(..)
사실 언급하고 싶은 것 중에 골로프킨의 오른다리 얘기도 좀 하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스트레이트처럼 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끌면서 치는게 foot shifting처럼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파퀴아오-dlh처럼 칠 때도 있거든요. 알바레즈가 스트레이트 정석에 충실하게 오른발을 돌릴 때 골로프킨은 뛰어들어가죠. 뭐 집어넣을 곳이 마땅찮아 쓰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약간의 판정 장난질이 있을 거라고 보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원래 글대로라면 골로프킨의 late rd ko나 알바레즈의 판정승을 얘기해야 하는데 왜 애매한 md를 줬는지 모르겠네요. 쓰다보니 됐다는 게 맞는데 넉아웃 당할 지 아닐지만 내기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판정 갈 것 같거든요.
저는 약간의 판정 장난질이 있을 거라고 보고 위에도 언급했지만 원래 글대로라면 골로프킨의 late rd ko나 알바레즈의 판정승을 얘기해야 하는데 왜 애매한 md를 줬는지 모르겠네요. 쓰다보니 됐다는 게 맞는데 넉아웃 당할 지 아닐지만 내기해 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판정 갈 것 같거든요.
다리 정상일 때 골로프킨의 펀치와 스탭의 매커니즘은 사실 현대의 그것보다는 80년대 하드 펀쳐와 매커니즘이 더 유사하지 않나 싶습니다. 전진 돌파를 기본으로 여기에 사용되는 근력조차 펀치력에 넣는다니 이게 무슨(..)
내기를 건다면 저도 판정까지 가고 골로프킨 판정승... 에 걸긴 할 겁니다. 근데 이게 다른 빅매치에 비해서 골로프킨 tko승도 허황된 시나리오는 아니지 않나 뭐 그 정도로 생각합니다. 재경기 관련된 계약과 그 동안 복싱에서 이뤄진 수많은 판정의혹을 생각하면, 카넬로가 1차전에서 부당한 판정승을 거두고 재경기 떡밥으로 장난치다가 골로프킨 늙을 때쯤 공정한 2차전을 해서 미들급 최강자는 본인이라는 마케팅을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만...
내기를 건다면 저도 판정까지 가고 골로프킨 판정승... 에 걸긴 할 겁니다. 근데 이게 다른 빅매치에 비해서 골로프킨 tko승도 허황된 시나리오는 아니지 않나 뭐 그 정도로 생각합니다. 재경기 관련된 계약과 그 동안 복싱에서 이뤄진 수많은 판정의혹을 생각하면, 카넬로가 1차전에서 부당한 판정승을 거두고 재경기 떡밥으로 장난치다가 골로프킨 늙을 때쯤 공정한 2차전을 해서 미들급 최강자는 본인이라는 마케팅을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예상을 해보라면 팽팽한 승부 끝에 미세하게 알바레즈가 판정의 힘을 얻지 않을까 싶고요(무..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ㅜㅜ). 근거를 열심히 서술할 자신은 없고 그냥 최근 매치업들 보고 느낀 직관입니다.
경기의 진행양상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자면, 복싱, 나아가 스포츠 업계, 좀 더 특별하게는 이 매치업이 위너 테이크 올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뚜껑이 열려 경합의 결론이 나왔을 때, 그를 두고 승자에게는 이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 절대성이 있었고 패자에게는 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가 있었으며 이... 더 보기
경기의 진행양상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자면, 복싱, 나아가 스포츠 업계, 좀 더 특별하게는 이 매치업이 위너 테이크 올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뚜껑이 열려 경합의 결론이 나왔을 때, 그를 두고 승자에게는 이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 절대성이 있었고 패자에게는 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가 있었으며 이... 더 보기
잘 읽었습니다. 예상을 해보라면 팽팽한 승부 끝에 미세하게 알바레즈가 판정의 힘을 얻지 않을까 싶고요(무..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ㅜㅜ). 근거를 열심히 서술할 자신은 없고 그냥 최근 매치업들 보고 느낀 직관입니다.
경기의 진행양상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자면, 복싱, 나아가 스포츠 업계, 좀 더 특별하게는 이 매치업이 위너 테이크 올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뚜껑이 열려 경합의 결론이 나왔을 때, 그를 두고 승자에게는 이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 절대성이 있었고 패자에게는 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가 있었으며 이후로 양자의 세계는 피안과 차안로 명확하게 나뉘어져 더 이상 교접할 일이 없는 것처럼 서술되며 공론이 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긴 합니다만, 그것은 사후적 선언이고 평가일 뿐, 실제로는 승패와 우열은 순수하게 확률적인 것이니까요.
많은 이들이 사마의나 주유가 절대 제갈량과 가감없는 지략대결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구천인이나 공손지 같은 '준오절'급이 오절 상대로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삼국지와 무협지와 같은 정태적인 세계관 속에서 행위자들의 우열을 춘추필법으로 가늠하며 안정된 고정 서열로 배치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마치 펄프픽션과도 같아서 여포 같이 서술자와 독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여 신성을 부여받는 인물이라고 해봐야 동네 양아치들에게 린치 당해 항문을 개통당할 수도 있고, 나우시카 같은 먼치킨도 하류인생들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약 중독자로 여생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중국사 팬들이 초한지의 인물들을 두고 코에이 삼국지 식으로 능력치를 매긴다면 한신의 지력은 100으로 설정할 테고 여후에겐 잘해야 60 쯤 주겠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여후가 한신의 모가지를 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죠. 스1 시절 이영호의 믿을 수 없는 압도성에 경도된 많은 이들이 이영호의 게임플레이가 그의 지성이나 판단 같은 요소와 필연적으로 연역되는 것이라고 상정하면서 이영호의 개성에 비범함과 절대성을 발견하려 애썼고, 실제로 발견했다고 믿었으며, '갓'과 '이영호라면'이라는 어휘들이 그러한 믿음을 표상했습니다만, 그런 초월성은 이영호가 스2로 넘어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휘발되었죠. 그런 맥락에서 '공은 둥글다'는 말은 진실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 문장이 진정으로 가리키는 바가 피상적으로조차 고려되지 못한 채 그저 흥행과 매매를 위한 클리셰로서 동원됩니다만.
특히나 메이저 종목의 최상위 레벨, 그리고 그 중에서도 1위와 2위를 판가름하는 차이는 지수적이라기보다는 로그적이고, 결코 일방적일 수가 없지요. 물론 맞붙어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때도 심심치 않게 있지만, 그것은 양자 사이의 기량에 일방적인 격차가 있기 때문은 아니며, 도리어 미세한 차이도 절대와 영원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바늘구멍으로부터 홍해를 창출할 수 있는 최강자들의 정교함을 입증하는 것이죠. 아마추어 기사들 사이에선 모양 가리지 않는 난전 중의 완착 정도로 여겨질 착수가 프로들 사이에선 수순 자체를 착오한 패착이 되고, 조기 축구에서는 수비진이나 골키퍼의 허슬에 의해 무마될 패스미스가 프로 씬에서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그네들의 싱거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언하기 어려운 탁월함을 드러냅니다. 우리 눈에 한심해보이는 패자의 본헤드 플레이도, 3연벙 앞에 무기력했던 홍진호의 드론 컨트롤도, 유로 2012 결승에서 스페인에게 처참할 정도로 두들겨 맞은 이탈리아의 진용도, 따지고 보면 로그함수 X축의 우측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신들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들의 싸움인 것이죠. 강약과 우열은 우연에 불과합니다. 우연이라는 어휘가 의미하는 바가 무작위와 혼동되기 쉽다고 한다면, '승패는 잠정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정도로 온건하게 쓸 수 있겠죠. 물론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고, 누구나 그것이 알고 있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그 자명한 진실을 우리 모두 쉽게 망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패자의 플레이는 오로지 그것이 패자의 행위라는 이유로 쉽게 일축되고요. 사람들은 상업적인 서커스 매치와 전문적인 스탠다드 매치를 구분지으려 하지만, 드문 예를 제외하면 복수시행이 불가능하며(그나마도 한 자릿수), 평가의 대상은 구체적인 행위의 연쇄와 쌍방의 성취 수준이 아니라 오로지 승패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찌보면 박스 그 자체가 서커스인 셈이죠. 은하 반대편의 평행 세계에서는 7라운드 KO를 당한 패자가 12라운드까지 끈질기게 버텨내 판정승을 따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외에도 무한한 가능성이 가능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오로지 단일 시나리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유일한 확증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약이 되고 경전이 되어버리죠. 결과값이 고양이가 박스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처럼 결정될 때 정량적인 가능성들은 모조리 지워져버리고, '문학적 해석'만이 남아 맹위를 떨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심사가 꼬입니다.
경기의 진행양상과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자면, 복싱, 나아가 스포츠 업계, 좀 더 특별하게는 이 매치업이 위너 테이크 올의 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안타깝습니다. 뚜껑이 열려 경합의 결론이 나왔을 때, 그를 두고 승자에게는 이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 절대성이 있었고 패자에게는 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가 있었으며 이후로 양자의 세계는 피안과 차안로 명확하게 나뉘어져 더 이상 교접할 일이 없는 것처럼 서술되며 공론이 되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긴 합니다만, 그것은 사후적 선언이고 평가일 뿐, 실제로는 승패와 우열은 순수하게 확률적인 것이니까요.
많은 이들이 사마의나 주유가 절대 제갈량과 가감없는 지략대결에서 절대 이길 수 없고, 구천인이나 공손지 같은 '준오절'급이 오절 상대로 결국 질 수밖에 없는 삼국지와 무협지와 같은 정태적인 세계관 속에서 행위자들의 우열을 춘추필법으로 가늠하며 안정된 고정 서열로 배치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마치 펄프픽션과도 같아서 여포 같이 서술자와 독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여 신성을 부여받는 인물이라고 해봐야 동네 양아치들에게 린치 당해 항문을 개통당할 수도 있고, 나우시카 같은 먼치킨도 하류인생들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마약 중독자로 여생을 마칠 수도 있습니다. 중국사 팬들이 초한지의 인물들을 두고 코에이 삼국지 식으로 능력치를 매긴다면 한신의 지력은 100으로 설정할 테고 여후에겐 잘해야 60 쯤 주겠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여후가 한신의 모가지를 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죠. 스1 시절 이영호의 믿을 수 없는 압도성에 경도된 많은 이들이 이영호의 게임플레이가 그의 지성이나 판단 같은 요소와 필연적으로 연역되는 것이라고 상정하면서 이영호의 개성에 비범함과 절대성을 발견하려 애썼고, 실제로 발견했다고 믿었으며, '갓'과 '이영호라면'이라는 어휘들이 그러한 믿음을 표상했습니다만, 그런 초월성은 이영호가 스2로 넘어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휘발되었죠. 그런 맥락에서 '공은 둥글다'는 말은 진실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 문장이 진정으로 가리키는 바가 피상적으로조차 고려되지 못한 채 그저 흥행과 매매를 위한 클리셰로서 동원됩니다만.
특히나 메이저 종목의 최상위 레벨, 그리고 그 중에서도 1위와 2위를 판가름하는 차이는 지수적이라기보다는 로그적이고, 결코 일방적일 수가 없지요. 물론 맞붙어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올 때도 심심치 않게 있지만, 그것은 양자 사이의 기량에 일방적인 격차가 있기 때문은 아니며, 도리어 미세한 차이도 절대와 영원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바늘구멍으로부터 홍해를 창출할 수 있는 최강자들의 정교함을 입증하는 것이죠. 아마추어 기사들 사이에선 모양 가리지 않는 난전 중의 완착 정도로 여겨질 착수가 프로들 사이에선 수순 자체를 착오한 패착이 되고, 조기 축구에서는 수비진이나 골키퍼의 허슬에 의해 무마될 패스미스가 프로 씬에서는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그네들의 싱거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형언하기 어려운 탁월함을 드러냅니다. 우리 눈에 한심해보이는 패자의 본헤드 플레이도, 3연벙 앞에 무기력했던 홍진호의 드론 컨트롤도, 유로 2012 결승에서 스페인에게 처참할 정도로 두들겨 맞은 이탈리아의 진용도, 따지고 보면 로그함수 X축의 우측 끄트머리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신들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들의 싸움인 것이죠. 강약과 우열은 우연에 불과합니다. 우연이라는 어휘가 의미하는 바가 무작위와 혼동되기 쉽다고 한다면, '승패는 잠정적인 결과에 불과하다' 정도로 온건하게 쓸 수 있겠죠. 물론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고, 누구나 그것이 알고 있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그 자명한 진실을 우리 모두 쉽게 망각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패자의 플레이는 오로지 그것이 패자의 행위라는 이유로 쉽게 일축되고요. 사람들은 상업적인 서커스 매치와 전문적인 스탠다드 매치를 구분지으려 하지만, 드문 예를 제외하면 복수시행이 불가능하며(그나마도 한 자릿수), 평가의 대상은 구체적인 행위의 연쇄와 쌍방의 성취 수준이 아니라 오로지 승패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찌보면 박스 그 자체가 서커스인 셈이죠. 은하 반대편의 평행 세계에서는 7라운드 KO를 당한 패자가 12라운드까지 끈질기게 버텨내 판정승을 따내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외에도 무한한 가능성이 가능하며,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오로지 단일 시나리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유일한 확증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약이 되고 경전이 되어버리죠. 결과값이 고양이가 박스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순간처럼 결정될 때 정량적인 가능성들은 모조리 지워져버리고, '문학적 해석'만이 남아 맹위를 떨치는 것을 느낄 때마다 심사가 꼬입니다.
이 코멘트에는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곳도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지만 저는 개인 스포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완전히 예측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복싱이라는 건 결국 주먹이고, 신경계를 통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어서, 때때로 경기 전부터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끝날지를 모두 알 수 있던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그런 몇 번의 경험은 개인스포츠/특히 복싱에서만큼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belief를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게 개인의 personality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싱처럼 링 밖에서의 캐릭터적 요소가 매... 더 보기
이 코멘트에는 어느 정도 동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곳도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지만 저는 개인 스포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완전히 예측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복싱이라는 건 결국 주먹이고, 신경계를 통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어서, 때때로 경기 전부터 어떻게 시작하여 어떻게 끝날지를 모두 알 수 있던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그런 몇 번의 경험은 개인스포츠/특히 복싱에서만큼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belief를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이게 개인의 personality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싱처럼 링 밖에서의 캐릭터적 요소가 매치매이킹에 영향주는 걸 알지만 그닥 크게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이런 몇 번의 에피파니는 저에게 이런 믿음을 갖게 했습니다. "어떤 것들은 충분한 관찰이 있다면 대부분 예측 가능하다. 만일 그것에 실패했다면 충분하고 올바른 관찰을 못한 것이다." 라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믿음을 갖고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스토리텔링 중심의 예측-서사는 거부감이 듭니다. 골로프킨은 파워펀처이다, 라는 서술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저 이해하기 편하게 하기 위한 '말'에 불과하죠. 제가 위에 길게 글타래를 썼지만 아마 쭉 경기를 돌려보고 눈에 박힐 정도로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저 서술들이 각자 어떤 동작들을 말하는지 모를 겁니다. 저는 그 동작들에 기반해 예측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 동작들을 표현한 말에 얽매여 예측의 방향을 정할 때가 많거든요.
이제 다시 돌아가서, 어느 정도 피지컬한 것이 통제력을 갖고 작용하는 복싱과 다르게 제가 구밀복검님의 의견에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 축구나 농구 같은 것들이죠. 사람들은 서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너킥을 차고 헤더를 했을 때 그게 코너킥을 차기 전부터 골이 될지 안 될지는 거의 주사위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아주 미묘한 경추의 움직임, 점프하기 전 흔들렸던 팔다리에 대한 골키퍼의 순간적인 주의의 쏠림, 심판의 눈을 슬쩍 피해 몸싸움 후 뛴 점프들 같은 통제불가능한 변인을 통해 하나의 골이라는 결과값이 나오는데 이게 결정론적일 리가요. 그리고 그런 우연을 바탕으로 선수의 실력을 논하고 다시 커리어를 논하는데 이게 과연 얼마나 정합성이 있을 것인가. 예전에도 말씀하셨지만 네이마르가 현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메날두에 밀린다는 서사 같은 것. 특히 월드컵 같은 4년에 한번 토너먼트로 치루는 대회의 성적만으로 선수의 서열을 나누는 춘추필법식의 서술은 과연 얼마나 올바른 것인가. 저는 그 점에서 구밀복검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모바일로 댓글을 달려다 보니 일관성 있게 쓰질 못하는데 과거 파퀴아오-메이웨더를 앞두고 누군가 물어본 글에서 이렇게 답한 적이 있어요.
http://aquavitae.egloos.com/3518032#4457404.01
하지만 그런 믿음을 갖고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스토리텔링 중심의 예측-서사는 거부감이 듭니다. 골로프킨은 파워펀처이다, 라는 서술은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저 이해하기 편하게 하기 위한 '말'에 불과하죠. 제가 위에 길게 글타래를 썼지만 아마 쭉 경기를 돌려보고 눈에 박힐 정도로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저 서술들이 각자 어떤 동작들을 말하는지 모를 겁니다. 저는 그 동작들에 기반해 예측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그 동작들을 표현한 말에 얽매여 예측의 방향을 정할 때가 많거든요.
이제 다시 돌아가서, 어느 정도 피지컬한 것이 통제력을 갖고 작용하는 복싱과 다르게 제가 구밀복검님의 의견에 크게 동의하는 부분이 축구나 농구 같은 것들이죠. 사람들은 서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너킥을 차고 헤더를 했을 때 그게 코너킥을 차기 전부터 골이 될지 안 될지는 거의 주사위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요. 아주 미묘한 경추의 움직임, 점프하기 전 흔들렸던 팔다리에 대한 골키퍼의 순간적인 주의의 쏠림, 심판의 눈을 슬쩍 피해 몸싸움 후 뛴 점프들 같은 통제불가능한 변인을 통해 하나의 골이라는 결과값이 나오는데 이게 결정론적일 리가요. 그리고 그런 우연을 바탕으로 선수의 실력을 논하고 다시 커리어를 논하는데 이게 과연 얼마나 정합성이 있을 것인가. 예전에도 말씀하셨지만 네이마르가 현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메날두에 밀린다는 서사 같은 것. 특히 월드컵 같은 4년에 한번 토너먼트로 치루는 대회의 성적만으로 선수의 서열을 나누는 춘추필법식의 서술은 과연 얼마나 올바른 것인가. 저는 그 점에서 구밀복검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모바일로 댓글을 달려다 보니 일관성 있게 쓰질 못하는데 과거 파퀴아오-메이웨더를 앞두고 누군가 물어본 글에서 이렇게 답한 적이 있어요.
http://aquavitae.egloos.com/3518032#4457404.01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복싱도 그렇고, 사실 농구나 축구 같은 단체 종목도 부분적으로는 예상이 가능하기도 하죠. 농구는 특성상 게임 자체가 160분이라는 충분한 숙고가 가능한 긴 시간 동안 100 포제션 수준의 반복 시행이 시간의 중단과 더불어 시행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축구는 변수 통제가 여타 스포츠보다 어렵기에 양자 모두 혁신적인 개선보다는 인습적인 패턴을 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변칙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상대로 흘러가서 예상대로 끝나는' 경우가 충분히 많이 나오기는 하니까요. 물론 '예상대로... 더 보기
예측 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 복싱도 그렇고, 사실 농구나 축구 같은 단체 종목도 부분적으로는 예상이 가능하기도 하죠. 농구는 특성상 게임 자체가 160분이라는 충분한 숙고가 가능한 긴 시간 동안 100 포제션 수준의 반복 시행이 시간의 중단과 더불어 시행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축구는 변수 통제가 여타 스포츠보다 어렵기에 양자 모두 혁신적인 개선보다는 인습적인 패턴을 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변칙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상대로 흘러가서 예상대로 끝나는' 경우가 충분히 많이 나오기는 하니까요. 물론 '예상대로'만큼이나 많은 '예상 외로'를 맞닥뜨리기 마련이긴 합니다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해석'에 반감이 드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정점에서 일어나는 경합들의 결과는 심지어 예측에 성공했을 때조차도 현격함보다는 미세함으로부터 연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결과가 절대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해당 종목의 작동원리를 승자가 극단적으로 섬세하게 캐치하여 보다 발전된 방식으로 그 세계의 룰을 재정의했기 때문이지, 패자가 루저이기 때문이 아니라고 보거든요. 특히 '정직한' 분야인, 너무나도 정교해서 상대우위가 절대우위로 전환되는 복싱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지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할 수 없는, 변수 없는 100M 달리기 트랙에서 우사인 볼트 옆에 서면 모두가 굼벵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승부는 초속과 소숫점 단위에서 결정되는 것처럼..하지만 오로지 All or Nothing만이 남죠.
복알못에 스알못이라 뭐라 멘트 달기도 부끄러워지지만
그냥 우와 우와 우와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정성스럽고 멋진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주말엔 일 때문에 못봤고) 점심 때 짬내서 영상 봤는데,
복알못인 제가 봤을때는 골로프킨이 근소하게 앞선 것 같은데, 결과는 무승부고 그래서 그럴수도있겠다 했는데
뒤늦게 스코어 보고 읭? 했고 그렇다고 네이버 댓글러들처럼 골로프킨이 카넬로를 일방적으로 압도한거같지도 않은데 내 식견이 짧아서 그런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복알못 입장에서도 둘은 진짜 뭔가 다르긴 하더군요.
그냥 우와 우와 우와 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정성스럽고 멋진 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주말엔 일 때문에 못봤고) 점심 때 짬내서 영상 봤는데,
복알못인 제가 봤을때는 골로프킨이 근소하게 앞선 것 같은데, 결과는 무승부고 그래서 그럴수도있겠다 했는데
뒤늦게 스코어 보고 읭? 했고 그렇다고 네이버 댓글러들처럼 골로프킨이 카넬로를 일방적으로 압도한거같지도 않은데 내 식견이 짧아서 그런가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복알못 입장에서도 둘은 진짜 뭔가 다르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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