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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8/09/17 22:05:11수정됨
Name   化神
Subject   [서평] 세대 게임 - 전상진, 2018
2016년 말. 대한민국을 흔들어놓은 정치 스캔들.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6개월이었다. JTBC에서 태블릿 피씨의 존재를 처음 밝힌 이후로 광화문 광장은 대통령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힐것을 요구하는 촛불로 밝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혹의 크기는 커졌고 그만큼 촛불의 크기도 함께 커졌다. 그리고 갈등도 커졌다.

탄핵에 찬성하는 세력을 촛불이라 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맞불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언론과 대중들은 촛불에 반대하는 세력을 태극기 부대라 칭하지만 국가의 상징을 일단의 정치세력의 상징으로 어쩌면 더 나아가 멸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하여 촛불에 대응하는 맞불로 칭한 것은 사회학자로서의 결벽증일수도 있지만 의미를 곰곰히 살펴보면 받아들일 수 있다. 이 두 세력은 광화문과 서울역 사이를 점령하고 충돌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두 세력의 충돌을 세대 갈등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이 지점을 지적한다. 두 세력의 충돌은 절대 세대 갈등이 아니라는 것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의 연령 구성을 살펴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의 숫자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탄핵을 반대하는 세력의 연령 구성을 살펴보면 특정 연령대가 높게 나타난다. 청년층과 고령층의 대립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중은 이를 세대 갈등으로 인식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렇게 인식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있는것은 아닐까.

이를 밝히며 저자는 세대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 현상의 원인을 가리고 시민들이 문제의 핵심을 밝히는 것을 저지하는 '플레이어'가 존재함을 명시한다. 이들은 '세대 게임'을 일으키며 시민들을 게임을 구성하는 장기말처럼 노린다. 시민들은 플레이어들의 의도대로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 즉, 갈등을 재생산한다.

'세대 게임'의 진상을 밝히기 위하여 저자는 서구의 세대 게임 양상을 짚어본다. 실상 세대란 연령으로 나눌 수 없으며 공통의 경험을 기반으로 반복된 학습 및 본인의 자의식과 연결하려는 대내외적 노력을 통해 인식된다고 본다. 어떤 좋은 이미지의 세대 구분이라면 기꺼이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선뜻 받아들이기 싫은 세대 이미지는 도태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68세대를 살펴보면 실제로는 그 당시를 경험하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 68혁명으로 인해 촉발된 반전운동, 히피문화 등의 이미지를 체화한 후발 세대들이 68세대로 자칭, 타칭된 것이다.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우리나라에서는386세대가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절 즈음 '젊은 진보', '개혁' 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386세대는 어디로 갔는가? 노무현 대통령의 몰락과 함께 386세대는 자취를 감췄다. 이는 더이상 386세대가 매력적인 상품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즈음 등장했던 '88만원 세대'는 당시 시급 5천원 x 하루 8시간 x 한 달 22일 근무를 하면 벌 수 있는 월소득 88만원을 겨우 버는 20대들을 지칭했던 말이다. 그런데 잠깐 반짝하고 등장했던 용어는 지금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겨우 이런 곳에서나 등장한다. 왜? 20대들조차 자신들이 88만원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그 용어가 자신을 대표하는 것을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대는 상품이며 매력적이지 않은 상품은 사라진다.

서구에서 존재하는 세대 갈등을 보면 '사악한 기득권' 과 '불쌍한 청년' 간의 대립이다. "전후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기록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꿀빨던' 세대이다. 취업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경제는 매년 좋아졌으니 경제적인 고민도 없었다. 이들은 은퇴하는 과정에서 복지 정책을 정립했고 은퇴하고 나서는 자신들이 만들었던 복지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의 청년층은? 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들의 소득을 빼앗기고 있고 더 나아가서 이들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한다. 사악한 기득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쌍한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착취하는 것이다." 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 둘을 세대 갈등 양상으로만 본다면 청년들은 절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노령층 인구가 청년층보다 많고 그렇기 때문에 노령층은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힘을 가장 잘 누릴수 있다. 하지만 노령층은 꼭 기득권이지는 않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령층에 대한 복지는 현재의 청년층이 미래에 누릴 권리이기도 하다. 이 제도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는 논의해야만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대간의 갈등 문제로 치환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 문제를 보더라도 노령층의 일자리와 청년층의 일자리는 차지하는 영역이 서로 다르며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임금 피크제를 설명하는 기사는 노령층이 은퇴해야 그 일자리를 청년층이 차지할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어쩌면 서구는 '사악한 기득권'과 '불쌍한 청년'의 대립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최소한 이들은 자가를 소유하고 비교적 잘 정비된 복지를 누리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까(자세히 들어가지 않고 겉으로 보기에)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악한 기득권'과 노령층이 같지 않다. 길거리를 나가보면 쉽게 폐지줍는 노인들을 목격할 수 있고 명절이나 혹서기, 혹한기에는 방 한칸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가난한 노인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악한 기득권'으로 부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기성세대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모든것은 기성세대가 저지른 잘못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성세대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기성세대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기업의 고연차, 고비용 저효율의 차장, 부장들일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들에게 본인이 기성세대에 속하냐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아니라 자신보다 연령적으로 더 윗 세대 혹은 강남에 집이 있는 사람들 등 자기보다 경제적으로 더 부유한 사람들을 막연히 떠올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성세대라는 용어를 쉽게 사용하며 세대 갈등양상에서 갑의 지위를 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힘든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그리고 그 기성세대는 나보다 정치, 경제적으로 더 우월한 사람으로.

여기까지 살펴본 후 저자는 맞불 세력이 서울역 광장을 점거할 수 있던 원동력에 대해서 살펴본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과거의 영광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것에 그 기반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위대한 지도자의 지휘 아래 모두가 경제 발전의 참일꾼이었는데 그 결과를 누리고 있는 젊은이들은 배은망덕하게도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잘못되었다고 공격하는 상황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영애'를 공격하는 무리가 있다고?

문제는 이들과 이성적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유럽에서 점점 거세지는 극우 정치 세력의 활동과 미국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팩트가 중요하지 않고 '감정' 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바보야 문제는 감정이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이 힘을 잃어버린 초진실의 사회. 저자는 어떤 섭정의 이름을 언어유희했다고 하는데, 그냥 피식하고 넘어가자. 중요한 것은 이들을 말 안통하는 수구꼴통으로 치부하는 것은 미봉책이며 더 큰 반작용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문제가 미미할 때 해결해야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진보적 플레이어들이 사용했던 '별종으로 치부해 버리기.' 꽤 오래 전에 '60대 이상은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어떤 정치인을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이 아닌것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하다.

두 번째 방법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성찰하게 만들기. 하지만 이것은 팩트에 기반한 방법이기 때문에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복지 정책들이다. 그와 기반하여 과거에 대해 다시 재조명 하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요원한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을 마무리지으며 가로등 아래 행인의 비유를 든다. 밤 거리에 가로등 아래서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찾는 행인을 보고 그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것을 돕던 경찰이 한참을 찾아도 물건이 나오지 않자 물어본다. "여기서 잃어버린 것 맞아요?"
"아니요, 여기가 아닌데 여기가 밝으니 여기서 찾아봐야죠."

우리가 사회 현상을 파악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달아놓은 가로등 밑이 밝다고 그곳만 보는것은 아닌가. 사건의 진상은 가로등 아래가 아닌 가로등이 비추지 않는 그 곳에 있다.
enlightment. 결국 현대 시민에게 필요한 자질은 스스로 문제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아닐까?

현직 사회학과 교수이기 때문인지, 책의 흐름은 마치 한 편의 논문처럼 문제를 제기하고 과거의 비슷한 연구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논리를 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딱딱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감각의 교수인지라 때론 젊은 층의 언어를 재구성하며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것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결말이 다소 힘이 빠진다. 어쩌면 뻔한 문제제기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세대 갈등'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는 플레이어들에 의해 '세대 게임' 안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079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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