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원들이 추천해주신 좋은 글들을 따로 모아놓는 공간입니다.
- 추천글은 매주 자문단의 투표로 선정됩니다.
Date 20/06/13 23:34:28수정됨
Name   whenyouinRome...
Subject   참 사람 맘은 쉽게 변한다..
오늘 와이프랑 같이 이야기하다 사람의 간사함에 대해 잠깐 대화나눴어요..
아시는 분도 있겠지안 제가 결혼 초기에 진짜 돈없고 힘들었어요.
진짜 이년정도 한달 수입이 백을 못넘기던 시기였죠.. 육칠십정도 벌었나?? 그때가 구년 전 즈음인데 그때는 그 좋아하던 맥주도 다 끊었었죠. 돈 없어서.. 그 시기에 하루는 제 아내가 아는 아주머니랑 이마트에서 장 보다가 제주갈치 두토막에 만이천원짜리를 덥썩 집는 아주머니를 보고 놀라서 너무 비싸지 않냐구 물었다가 비싸도 맛있는걸 먹어야지 하는 대답을 듣고 집에 와서 울면서 속상하다 한적이 있거든요.. 악의가 일도 없는 말인데도 진짜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살던 우리로선 꿈도 못꾸던 생각이라 넉넉한 사람들은 그냥 생각이 다르구나 하고 충격받고..
십년이 다되가도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해요.
무튼 왜 사람이 간사하냐하면 저도 이제 어느정도 넉넉해지니 똑같아진다는거죠.. 맛없고 싼거보단 돈 좀 더줘도 맛있는거 먹구싶고 그런 쪽으로 눈과 손이 간다는거죠..
얼마전 아내가 아는 동생이랑 또 다른 귀염귀염한 어린 친구들과 놀다가 치킨을 사주겠다고 시키는데 무슨 치킨 시킬지 이야기하다 어린 친구들이 좀 저렴하지만 두마리 오는 브랜드 맛있고 양 많아서 좋다구 그거 먹자구 했데요. 그 아가들이 아버지없이 네식구가 살고 다 학생인지라 어머니만 경제활동을 해서 넉넉하진 않아요. 근데 아내가 그거 자긴 맛없다구 다른거 시키자구해서 좀 더 비싸고 한마리짜리 브랜드를 두마리 시켰데요.
그날 화기애애하게 먹고 놀긴했지만 아내는 십년전 그날이 떠올라 집에와서 마음이 무거워졌데요.. 우리도 살만하니 똑같다고.... 아이들앞에서 실수로 가벼이 한 그말에 어린 친구들이 상처받진 않았길 바란다며..
가끔 집에 초대해서 식사도 하고 놀다보면 예전 제 모습 아니 우리 부부모습이 보여요.. 가성비를 우선시하고 아끼고 절약하고 가정에 부담안되게 노력하고...
이쁘고 사랑스러운 한편으로 안쓰럽죠...
제 아들이 오렌지쥬스를 좋아해서 콜드를 항상 사다놓는데 쥬스가 너무 맛있다고 좋아하길래 조용히 한 잔 더 따라주며 안쓰런 맘을 속으로 달래기도 하구요..
근데 오늘 아내랑 십년전 그날 이야기를 하다가 그 아이들하구 치킨먹은 이야기를 하길래 왜 그런 말실수를 했냐며 같이 반성했어요..
저도 아내에게 항상 주의를 받거든요.. 잘난척하지말고 겸손하고 생각없는 말로 의도치않게 다른 사람 상처주지말라구요.. 제가 말에 필터링이 잘 안되서리... 노력중입니다..ㅜㅜ
무튼 아내에게 아이들이 그런 걸로 상처받을수 있다는거 우리도 경험으로 잘 알지않냐 앞으론 더 노력하자 했어요..
그 아이들은 아닐수도 있지만요.. 진짜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 우리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힘든 사람들 앞에서 말이라도 실수하지말자고...
그런 의미로 오늘 그 귀욤귀욤 이쁜 친구들 먹으라고 뿌링클+핫도그셋트 시켜서 보내줬어요..
어려움속에서도 너무 밝은 친구들이라 앞으로도 그렇게 이뿌고 밝게 지내면 좋겠어요.  혹 아내의 가벼운 말에 상처받지 않았길...
그리구 뿌링클 셋트는 나두 비싸서 아직 못시켜봤어 애들아..ㅜㅜ
큰맘먹구 보내는거니 맛있게 먹어.
너무 좋다고 사진찍어서 보냈네요ㅋ


* Cascade님에 의해서 티타임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0-06-23 16:50)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으로 복사합니다.



49
  • 좋으신분..
  • 이렇게 멋진 배우자를 만나시다니.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분.
  • 두 분 모두 전생에 나라를...
  • 힝... 아침부터 슬퍼요.
  • 뒤돌아보게 해주는 글이군요. 딱 15년전의 경험이 떠오릅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08 일상/생각나는 대체가능한 존재인가 15 에피타 20/09/23 4947 26
1007 일상/생각가난해야만하는 사람들 53 rustysaber 20/09/20 6196 25
1005 일상/생각어른들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사람 되지 마세요. 27 Schweigen 20/09/07 6953 70
1001 일상/생각타임라인에서 공부한 의료파업에 대한 생각정리 43 거소 20/08/25 8042 82
1000 일상/생각뉴스 안보고 1달 살아보기 결과 10 2020禁유튜브 20/08/18 5572 29
995 일상/생각풀 리모트가 내 주변에 끼친 영향 16 ikuk 20/08/12 4427 30
993 일상/생각설거지 하면서 세탁기 돌려놓지 말자 24 아침커피 20/08/06 5594 49
987 일상/생각천하장사 고양이 3 아침커피 20/07/21 3863 9
986 일상/생각Kimchi Warrior의 탄생 7 이그나티우스 20/07/19 3963 8
985 일상/생각자기 객관화라는 덫 9 necessary evil 20/07/17 4700 17
984 일상/생각한 가족의 고집, 그리고 나의 고집에 대한 고백 자몽에이드 20/07/14 3767 9
980 일상/생각40대 부부의 9급 공무원 도전기 36 4월이야기 20/07/08 6878 51
979 일상/생각집밥의 이상과 현실 42 이그나티우스 20/07/06 5321 46
973 일상/생각자격은 없다. 101 절름발이이리 20/06/22 7777 42
969 일상/생각참 사람 맘은 쉽게 변한다.. 25 whenyouinRome... 20/06/13 6013 49
966 일상/생각공부하다 심심해 쓰는 은행원의 넋두리 썰. 14 710. 20/06/06 5360 32
965 일상/생각흑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국가 미국 21 가람 20/06/05 6105 68
962 일상/생각슈바와 신딸기. 24 Schweigen 20/05/26 4948 33
960 일상/생각웃음이 나오는 맛 13 지옥길은친절만땅 20/05/17 4045 11
959 일상/생각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에 대한 반성, 무식함에 대한 고백 18 메존일각 20/05/16 5515 49
958 일상/생각제주도에서의 삶 16 사이시옷 20/05/13 5051 26
956 일상/생각나는 내가 바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9 켈로그김 20/05/06 4508 34
955 일상/생각할아버지 이야기 10 私律 20/05/03 3892 17
954 일상/생각큰고모님 4 Schweigen 20/05/02 4418 27
953 일상/생각한국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와 영미(英美)인이 생각하는 공동체의 차이점 16 ar15Lover 20/05/01 5254 5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