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9/08 10:29:55
Name   Picard
Subject   회사일기 - 1

제목에 1이라는 넘버링을 하였는데, 과연 내가 이 글을 다 쓰고 '글쓰기' 버튼을 누를 수는 있을까? 싶은데 1이라고 다는게 맞나 싶네요. 1을 단다는 것은 2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회사는 대기업이라고 하긴 작고, 중견기업이라고 하기는 좀 큰 애매한 위치입니다. 수도권 산단과 지방 산단에 각각 1공장, 2공장이 있고, B2B 기업이라 대중적 인지도는 낮습니다.  24시간 돌아가는 제조업이고, 저는 공장에서 근무중입니다.

처음에는 지방 내려와서 친구도 잘 못만나고, 연애도 잘 안되고 문화생활도 못해서 답답했는데요.
어느정도 적응하고, 결혼하고 나니 '삶의질' 면에서는 차라리 여기가 나은것 같습니다.
서울 본사는 대중교통에 시달리면서 편도 1시간 이상 출퇴근에 시달리는데, 공장은 자차로 10분-15분이면 출근이 되니까요. 차도 안 막히고.
대신 차는 꼭 2대 있어야 합니다. 한대 밖에 없으면 제가 출근하면 아내가 못 움직여요. 시내 가는 버스는 하루에 8대 밖에 없고, 택시타고 시내들어가면 편도 2만원이 넘거든요.
영화는 주말에 옆도시(편도 1시간)가서 보면 되고, 공연은 티켓팅 전쟁이 문제지, 이건 봐야 겠다 싶은 공연이 있으면 날잡고 서울에 올라가서 봅니다. 물론 플러스 알파(교통비, 숙박비)가 더 들어가지만요. 어차피 거의 대부분 주말에 문화생활 하는데, 주중 출퇴근이 편한게 압도적으로 가심비가 좋습니다. 야근 좀 하고 집에 와도 9시 전에는 오고, 보통은 7시 전에 집에 와서 아이랑 놀 수 있습니다.
다만, 문화생활중 '맛집탐방' 같은 것은 포기... 이쪽은 공연보러 서울갈때 그나마 같이 해결하고 있지만요.

다아이가 더 커서 교육이 문제가 되면 결국 도시로 가족들 이사보내고 주말부부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은 드네요. 회사 윗분들을 보면 여기에 가족들 내려와 살다가도 빠르면 초등학교 입학쯤, 늦어도 중학교 입학때 가족들을 도시로 이사보내더라고요.
주말부부하시는 분들 보면 대충 두부류인데, 한쪽은 가족들도 없으니 매일 매일이 즐거운 부류... 그리고 주말에만 가족을 보니 집에 가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부류로 나뉘더군요.

제 멘토였던 부장님은 가족들이랑 다 여기서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본사로 발령이 나서 가족들이랑 서울레 올라가셨는데, 1년후에 다시 공장으로 발령이 나서 혼자 내려오셨어요. 원래 아이들이랑 시간을 자주 보내던 분이었는데, 아이들 사춘기에 본인 주말부부 크리로 아이들이랑 거리감이 생겼다고 안타까워하시더군요. 그런데, 본사에 계속 계셨어도 거리감이 안 생겼을 것 같지는 않아요.

24시간 돌아가는 제조업이다보니 코로나19 이슈에 민감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로만 민감하지 모여서 노는 사람들은 여전히 술 먹고 놀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여전히 돌아다닙니다. 저는 회사 지침이 '회사는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왜 너는 안지켰어? 네 잘못!' 이라고 면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침만 게시하고 실질적으로 하는게 없거든요. 사장은 사무직들한테 '너희는 걸려도 재택을 하든, 대체자를 찾든 하지만 라인은 안된다.' 라고 합니다. 24시간 4조3교대로 돌아가는데 누가 확진이 나오면 그 조는 일단 자가격리 들어갈테고, 잘못하면 인수인계 받은 앞조, 뒷조도 자가격리 들어가면 공장을 세워야 합니다. 산술적으로 2주 라인을 세우면 약 4%의 매출이 증발하는데, 영업이익률이 5% 나면 많이 났다고 하는 업종에서 매출 4% 증발이면 큰 타격이죠. 신기한게,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저희는 마스크 관련도 아닌데도 영업이 어디서 주문을 따오는건지, 공장이 풀가동중입니다.
만약, 제가 회사내 확진자 1번이 되고, 제가 라인에 옮겨서 공장이 2주 서게 된다? 그럼 회사 못 다니게 될겁니다.

오늘은 여기 까지..










1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0668 6
    14643 오프모임5월7일에 가락몰에서 한우 같이 드실 파티원 모집합니다. 5 + 비오는압구정 24/05/02 110 3
    14642 음악[팝송] 토리 켈리 새 앨범 "TORI." 김치찌개 24/05/02 26 0
    14640 일상/생각합격보다 소통을 목표로 하는 면접을 위하여(2) - 불명확한 환경에서 자신을 알아내기 위해 안전지대를 벗어나고, 이를 꾸며서 표현하는 방법 kaestro 24/05/02 132 0
    14639 게임[LOL] 5월 2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5/01 92 0
    14638 기타드라마 눈물의 여왕 김치찌개 24/05/01 248 0
    14637 일상/생각합격보다 소통을 목표로 하는 면접을 위하여(1) - 20번의 면접을 통해 느낀 면접 탐구자의 소회 4 kaestro 24/05/01 376 3
    14636 사회"내가 기억하는 중국은 이렇지 않았다" - 중국의 성장과 이민 2 열한시육분 24/04/30 758 0
    14635 게임[LOL] 5월 1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4/30 160 1
    14634 의료/건강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에게 아끼지 않는다는 합당한 보상 8 꼬앵 24/04/30 616 0
    14633 일상/생각그래서 고속도로 1차로는 언제 쓰는게 맞는건데? 30 에디아빠 24/04/30 842 0
    14632 일상/생각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비사금 24/04/29 751 0
    14631 방송/연예범죄도시4로 보는, 4월 1일~28일까지의 극장 관객 수 3 Leeka 24/04/29 269 1
    14630 방송/연예민희진 - 하이브 사건 관련의 시작이 된 계약서 이야기 6 Leeka 24/04/29 797 1
    14629 일상/생각방문을 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9 kaestro 24/04/29 568 9
    14628 꿀팁/강좌지역별 평균 아파트관리비 조회 사이트 무미니 24/04/28 323 2
    14626 음악[팝송] 걸 인 레드 새 앨범 "I'M DOING IT AGAIN BABY!" 김치찌개 24/04/27 243 0
    14625 의료/건강SOOD 양치법 + 큐라덴 리뷰 7 오레오 24/04/26 654 0
    14624 일상/생각5년 전, 그리고 5년 뒤의 나를 상상하며 6 kaestro 24/04/26 541 3
    14623 방송/연예요즘 우리나라 조용한 날이 없네요 7 니코니꺼니 24/04/26 1171 0
    14622 IT/컴퓨터5년후 2029년의 애플과 구글 1 아침커피 24/04/25 528 0
    14621 기타[불판] 민희진 기자회견 63 치킨마요 24/04/25 1951 0
    14620 음악[팝송] 테일러 스위프트 새 앨범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김치찌개 24/04/24 189 2
    14619 일상/생각나는 다마고치를 가지고 욕조로 들어갔다. 8 자몽에이슬 24/04/24 673 17
    14618 일상/생각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했고, 이젠 아닙니다 18 kaestro 24/04/24 1219 1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