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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14 14:30:56수정됨
Name   손금불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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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르브론 제임스의 우승은 그를 역대 2위 그 이상으로 위치시킬 수 있는가?


르브론 제임스가 4번째 우승, 4번째 파이널 MVP를 차지하며 그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NBA 쪽에 관심과 지식이 크지 않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드래프트 되었을 때부터 한 6-7년 전까지는 NBA 리그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지켜봐왔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써봤습니다. 여기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NBA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팀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1. 어떠한 선수가 더 가치있는 선수인가

당연히 이것부터 먼저 정의하고 들어가야합니다. 역대 2위는 2위인데 도대체 뭐가 2위인지 정의를 하지 않으면 논쟁이 결국 돌고 돌 수 밖에 없죠. 월드클래스 논쟁처럼 말입니다. 누가 승부에서 가장 쪼잔한 선수냐, 누가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이냐, 누가 가장 빼어난 기량 수준을 보여준 선수이냐 등등 여러가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일단 이것에 있어서는 '누가 선수생활 전반적으로 더 훌륭한 선수인가'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일 것 같네요. 이것도 사실 꽤나 추상적인 정의이지만 말입니다.



2. 우승 횟수는 선수의 가치를 온당히 평가할 수 있는가

구체적으로 '나는 프로로서 더 많은 성과물, 정확히 말해 우승을 더 많이 해낸 선수를 가장 훌륭한 선수라고 본다.'라는 입장이라면 이 긴 2번 문단과 3번 문단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절대 그 입장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왜냐하면 그 입장대로라면 단순하잖아요. 누가 우승을 많이 했는지 따져보면 됩니다. 조던은 우승을 6번 했으니, 그것보다 많이 하면 르브론이 소위 말하는 GOAT, Greatest of all time이 될 겁니다. 조던은 중간에 쉬기도 했고 은퇴도 했으니 좀 불리한가요? 누가 다리를 집어넣어서 조던에게 부상을 입힌 것도 아니고 본인이 본인 발로 농구계를 떠난건데 그런걸 고려해줄 이유 따위는 없습니다. 애초에 기준 자체가 우승 횟수인걸요. 프로로서 누구나 성취하고 싶어하는 궁극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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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애매합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우승을 5번 했거든요. 르브론 제임스는 아직 4번에 불과하네요. 좀 따져보니까 코비의 첫 쓰리핏은 샤킬 오닐과 함께한 우승입니다. 파이널 MVP도 받지 못했네요. 그건 빼버립시다. 실질적으로 2번이네요. 이러면 문제가 없습니다. 던컨도 우승을 5번이나 했지만 파엠은 3번, 샤킬 오닐은 4번의 우승을 해냈지만 역시나 파엠이 3번입니다. 이렇게보니 르브론 제임스가 이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근데 왜 빼도 될까요? 같은 우승이라도 제대로 된 기여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우승이라고 카운트하기 애매하다는 거겠죠. 그래서 이러한 논리과정을 편하게 축약하면서 나온 단어가 '더맨우승'이고 이것의 척도로 파이널 MVP를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하긴 이렇게 하지 않으면 NBA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우승 7회를 차지했던 로버트 오리가 언급될 수도 있거든요. 우승이라고 다 같은 우승으로 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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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상해집니다. 우승이라고 다 똑같은 우승은 아니다. 그러면 우승끼리의 비교에서도 우열을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파이널 MVP의 유무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당장 르브론 제임스를 예로 들어도 그렇습니다. 르브론은 마이애미 히트에서 4시즌간 2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마이애미의 커리어는 다소 아쉽다는 평들이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입단 당시에 not 1, not 2, not 3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었거든요. 실제로 마이애미 이적 직후에는 그럴 것 같은 포스를 보여주기도 했었고. 반면 클리블랜드로 돌아와 골든 스테이트를 꺾고 우승을 해낸 것에는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고향팀에 돌아와 이루지 못했던 우승을 안겼다는 스포츠 외적인 이유를 떠나서, 누가봐도 전력의 열세였던 팀을 1-3의 엘리미네이션 상황에서 역전시키는데 아주 중심적인 역할을 해냈거든요. 르브론 제임스가 본인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뒤집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었습니다.

우승도 다 똑같은 우승이 아닐 수도 있다는건 알겠습니다. 좀 더 도전적인 가능성을 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우승한 시즌이 우승하지 못한 시즌보다 무조건적으로 우위에 있는가? 실제로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답변이 한 쪽으로 쏠릴 겁니다. 당연히 이기는게 지는 것보다 좋습니다. KBO 최고의 투수로 꼽히는 선동열은 "스포츠계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라고 언급한 적도 있었습니다. 리오넬 메시가 당대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았을 때의 표정은 어땠습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쏟아부었다면서 아주 후련한 표정이었나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프로 선수들의 승부욕은 어마어마하고 경기를 임하면서 그들이 가지는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우승, 그것으로 이어지는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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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경기를 임하는 선수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논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선수의 위대함과 훌륭함을 논하는 상황에 있고요. 제가 방금 의문을 표한 부분은 우승 여부와 선수의 위대함과의 상관관계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좁혀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르브론 제임스가 우승하지 못한 시즌은 우승한 시즌보다 부족했기 때문일까요? 우승이 온전한 르브론의 공적이라면 우승하지 못한 것도 온전히 르브론의 공적이라고 볼 수 있냐는 것입니다.



3. 절대로 혼자서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없다

2010년대 가장 유행한 말들 중 하나는 '캐리'입니다. 캐리했다. 하다못해 집에서 하는 롤 한판에서도 내가 활약해서 이기면 캐리했다고 표현합니다. 내가 지면 상대편에서 캐리했다고 우쭐대겠죠. 프로게이머들도 단순한 경쟁전 게임을 하면서 캐리했다고 되뇌입니다. 캐리했다는게 정확히 어느정도부터 어느정도까지인지는 뭐 실제로 말하는 사람도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 진지먹고 따져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우승과 선수의 퀄리티의 관련성을 찾아보고 있고, 파이널 MVP라는 수단으로 우승을 캐리하는 '더맨우승'을 따지고 있기에 이 우승에서 '캐리'가 어느정도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겠네요.

사실 NBA에서의 수상 실적을 가지고 타 스포츠와 다르다며 구분짓는 목소리들의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농구는 캐리가 가능하다. 1인 에이스의 비중이 크다. 아주 틀린 소리만은 아니에요. NBA에서는 4쿼터 클러치 타임이 되면 에이스는 몇 분에 걸쳐서 공격 포제션을 온전히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르브론 역시 '팀의 마지막 30점 중 20점을 기록, 어시스트까지 포함하면 거진 다' 이런 실사례들이 꽤 많았었구요.

하지만 농구는 야구와 같은 턴제 스포츠가 아닙니다. 플로어에서 이루어지는 리얼타임 실시간 스포츠죠.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조그만한 행동들이 빠짐없이 나에게 영향을 줍니다. 르브론 제임스가 수비 4명을 뚫어내고 원핸드 덩크를 해냈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르브론 제임스 혼자의 공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고요? 5명이 전부 르브론만 마크하고 있지 않거든요. 르브론에게 주안점을 두고 있더라도 마크맨을 제외한 각각의 선수들은 모두 르브론의 팀메이트를 마크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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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네가 그냥 서 있는거 말고 할 줄 아는게 뭔데?'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르브론의 팀 경기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실거에요. 거기 그냥 서 있는게 르브론을 가진 팀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입니다. 르브론이 페네트레이션을 하고 수비를 끌어들이면 비어있는 외곽 팀메이트들에게 킥아웃하여 3점슛 시도. 르브론 커리어 내내 따라다니는 패턴입니다. 이거 하겠다고 멀쩡한 빅맨도 터치라인 쪽으로 옮겨서 플레이스타일을 바꿔먹기도 했어요. 이 프로세스에서 르브론은 가장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만, 그렇다고 이것을 그가 다했다라고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베이스라인에 붙어서 스페이싱과 함께 킥아웃 3점슛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킬 줄 아는 선수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는 것은 농구를 조금이라도 보셨다면 아시겠죠. 이러한 선수들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점점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공격 쪽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수비에서는 어떤가요? 스포츠 계의 오랜 격언으로 '공격은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농구도 예외는 못되죠. 게다가 농구는 공격을 많이 하는만큼 수비도 더 해야합니다.  많이 양보해서 앞문단의 프로세스에서의 비중을 '르브론이 다했다' 정도로 표현해봅시다. 수비에서도 과연 르브론이 다 할 수 있습니까? 오히려 팀원들의 도움이 더더욱 절실해집니다. 이건 르브론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센터를 림 주변에 위치시켜도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수비는 혼자 하는 척조차 할 수 없어요. 더더욱 동료의 도움이 절실해집니다. 그래서 유행하는 선수 유형을, 우리는 앞문단에서 스페이싱을 해주는 역할과 묶어서 간편하게 지칭합니다. 바로 '3&D'죠. 농구 전술이 발달할 수록 3&D 선수들의 가치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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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시적인 농구 프로세스를 따지지 않더라도 경기 결과를 선수 한명이 통제하지 못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이 존재합니다. 르브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또 르브론의 예시를 들어봅시다. 2013년 파이널 4쿼터 종료 12초전. 3점차로 뒤져있는 상황에서 르브론 제임스는 3점슛(그것도 보쉬의 스크린을 받아 파커와 던컨의 마크를 피하며)을 던졌습니다. 이 3점슛은 실패했고 보쉬의 리바운드에 이어 그에게 패스를 받은 레이 알렌이 THE SHOT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죠. 생각해봅시다. 르브론의 3점슛이 그의 손을 떠나 림을 맞고 나온 순간, 그가 더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실제로 그가 영향력을 끼친 것은 어디까지 인가요? 레이 알렌이 종료 7초를 남기고 슛을 던지는 순간 르브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알렌이 드라마틱한 샷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그나마 2개 있던 마이애미 히트 시절 챔피언 트로피 중에서 하나는 사라졌겠죠.

르브론이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그의 손을 완벽히 떠난 순간, 다른 선수의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를 르브론이 짊어지는 것이 온당하느냐? 저라면 이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겠습니다. 거기까지 캐리해 준게 르브론덕 아니냐, 미리 점수차를 리드할 수 있었는데 지고 있는 상황을 만든게 르브론의 능력부족탓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 저는 아니라고 답하고 싶네요. 그 상황에서 레이 알렌이 3점슛을 성공시켰는가, 실패했는가에 따라 르브론 제임스의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르브론 제임스는 이러한 동료들의 중요성을 NBA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가장 잘 깨달은 선수에 가깝습니다. 그가 클리블랜드를 뛰쳐나온 이유,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 그리고 커리어 내내 하고 있는 일. 무엇인가요? 바로 슈퍼스타 클래스의 선수와 의기투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할 때에는 웨이드와 보쉬가 있었고, 다시 클리블랜드로 돌아갈 때에는 어빙과 러브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레이커스에서 우승할 때는 또 누가 있었나요? 그리고 그 선수의 퀄리티는 어떠했습니까. 르브론 제임스는 본인 혼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여실히 깨달았고 커리어 내내 자신과 함께 NBA 우승에 도전할 선수를 찾는 것에 힘썼습니다. 혼자서는 다 해낼 수 없다. 그것에 입각해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한 것은 바로 르브론 제임스입니다.

그러한 선수의 능력을 우승을 가지고 표현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 것입니다.



4.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해야 하는가

여기서부터는 이제 개인 취향의 영역입니다. 그래도 나는 '선수 모두가 하고 싶어하는 우승, 위대한 업적을 역사에 더 많이 남긴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생각한다면 그 기준을 따르셔도 됩니다. 기계적으로 파이널 MVP를 집어넣어도 상관없고요. 본인의 기준에 어긋나는 케이스들을 부정하지만 않는다면 어떠한 기준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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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는 '파엠 받으면서 더맨우승 많이 한 선수가 훌륭하다 생각하는데, 르브론이 7우승 7파엠을 했지만 조던보다는 아래인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려면 그 특수 케이스에 대한 근거를 확실하게 대야만 하겠죠. 사실 이 정도까지 생각만 해보셔도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기준을 세우신 겁니다. 대부분 별 근거없이 팬심으로 랭킹을 정해놓고 근거는 끼워맞추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꽤 많더라구요. 이건 NBA뿐 아니라 축구나 야구도 마찬가지 이야기입니다.

저는 모든 스포츠에 있어서 이러한 기준을 똑같이 두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 선수를 보유했을 때 팀이 가질 수 있는 스포츠 내적인 효용이 어느정도인가'라는 기준을 갖고 선수들을 평가하는 편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제 가치관을 녹여낼 수 있는 기준을 찾다보니 이러한 기준이 나오더군요. 다분히 매니저 쪽의 관점이죠. 쉽게 다른 표현으로 비유하자면 '한 명을 드래프트로 커리어 내내 얻어낼 수 있을 때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로도 표현이 될 수 있겠네요.

이 선수가 얼마나 훌륭한 기량을 가졌는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길게 팀에 기여할 수 있는가, 부상 같은 돌발변수에 강한가 등을 다 같이 고려하게 됩니다. 우승을 했는가 안했는가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승을 할 수 있는 그릇이냐를 증명했다면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위의 문단에서 길게 설명했듯이 우승은 그 선수 하나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런 잣대들을 들이밀면서도 우열을 겨루기 힘들다고 생각이 되면 그 때서야 실제 실적을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단순히 수상 실적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물론 당대의 가장 일반적인 평가가 수상에 큰 영향을 주고, 저야 뭐 프로도 아니고 일개 팬이니까 공식적인 시상 기관보다 내 시선이 옳다라고 주장하기는 어렵긴합니다. 하지만 매해 MVP, 베스트팀 이런걸로 갑론을박이 이루어지지 않는 해가 더 드물잖아요? 레반도프스키는 축구와 하등 관련이 없는 바이러스 때문에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파이널 MVP에서도 르브론 제임스가 만장일치의 득표를 얻어냈지만, 그렇다고 이번 그의 활약이 표가 갈렸던 이전 파이널 시리즈의 MVP들보다 무조건적으로 압도적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케빈 가넷을 파이널 MVP 0회 수상자라고 평가하거나 스티브 내쉬를 NBA 챔피언 0회 선수라고 수식하는 것은 아주 불합리할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누가 선수를 그런걸로만 평가합니까? 모든걸 종합적으로 봐야죠'라는 이야기가 따라옵니다만, 보통 논쟁과 태클이 들어올 때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걸 들이밉니다. 그래서 '스테판 커리 파엠 몇개죠?' '조던 6우승 6파엠인데 누가 또 GOAT요?' '그래서 스콜스 발롱 최고 순위가 몇위입니까?' '제라드 같이 훌륭한 선수는 리그 우승 여러번 했겠죠?' 지겹게도 듣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수록 단순화시켜서 문제를 바라보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옳은 방향성이냐는 별개로 말이죠. 특히나 스포츠에서는 더더욱 그렇더라구요.



5. 그래서 르브론 제임스는 역대 2위 그 이상이 가능한가?

길고 긴 이야기를 돌아서 결국 제목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타이틀이 살짝 달라졌습니다. '우승은'이라는 단어가 빠졌네요. 위에서의 제 긴 글을 읽어주셨다면 제가 왜 뺐는지도 이해를 해주실거라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르브론 제임스와 래리 버드와의 비교가 싫었어요. 르브론이 파이널에 오르고 거기까지, 그리고 거기서도 훌륭한 기량을 선보인 이상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승을 하면 버드를 넘고, 우승을 못하면 버드를 넘지 못한다? 이게 무슨 논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게 믿고싶었던 거겠죠. 팬이라면 우승을 빌미로 버드를 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안티라면 우승 실패를 빌미로 버드를 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싶고. 이제와서 사실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제가 열띤 토론을 했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시간낭비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어쨌든 르브론 제임스는 역대 2위 그 이상이 가능한가. 저는 역대 2위를 카림 압둘-자바 뿐 아니라 윌트 체임벌린과 빌 러셀까지 묶어서 생각하는 편인데, 보통 사람들은 일단 카림으로 생각하니 카림을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편하겠네요. 르브론 제임스가 본인의 소속팀에게 제공한 효용은 카림이 그랬던 것보다 많은가. 저는 예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카림은 데뷔부터 41세까지 커리어를 이어갔지만 33세 즈음을 기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정상에서 물러난 이후 챔피언 반지를 3개나 추가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그것은 또다른 슈퍼스타 매직 존슨의 영향력이 컸죠. 말년에 그가 반지를 추가한 시즌보다도 그 이전 시즌이 명백히 나았습니다. 그의 우승 역시 그의 커리어를 곧이 곧대로 대표할 순 없거든요.

반면 르브론 제임스는 카림보다도 살짝 일찍 데뷔해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가 지금 리그 최고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과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은, 우승 팀의 최고 핵심 자원으로서 전혀 손색없는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죠. 이번의 우승이 그것의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준이 단기간 내에 꺼질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르브론이 허용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해 억지로 커리어와 기량을 연장하고 있는게 아닌 이상 이러한 점들은 존중받아야 하는 위대한 업적입니다.

08 LeBron James response to random GOAT question is sure to spark more debate

그러면 카림을 넘어서 쪼잔한 양반, 마이클 조던에게는 비교될 수 있을까요? 저는 글 전체에 걸쳐서 단서를 모두 깔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카림과 비교하면서도 적용을 했고요. 똑같이 적용하면 됩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마이클 조던만큼의 기량과 지배력을 보여주었는가? 그렇다면 그것을 어느정도의 기간동안 보여줬는가? 저는 르브론 제임스의 커리어를 데뷔 때부터 지켜봤고 그의 탁월함을 지금까지 지켜봐왔지만, 그것이 마이클 조던 이상이었나에 대해서는 맞다고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네요.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의 동일 나이 시즌을 비교해보면 편합니다. 마이클 조던은 32, 33, 34세 시즌에 후기 쓰리핏을 달성했는데, 르브론 제임스의 32, 33, 34세 시즌은 어떘는지. 그 이전으로 돌아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르브론이 동나이대 조던보다 나은 시즌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만한 시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조던이 노스캐롤라니아에서 뛰고 있던 시기라던가, 부상과 컴백으로 20여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한 시기라던가, 야구 배트 들고 몸쪽 빠른 공에 삼진 당하던 마이너리그 시즌을 제외하면 말이죠.

하지만 여기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조던은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이었지만 커리어 중간에 공백이 있고 은퇴도 빨랐습니다. 르브론이 조던을 농구 내적으로 앞지르려면 커리어 내내 그에게 밀렸던 만큼을 앞으로의 시즌으로 벌충하면 됩니다. 드래프트에 조던과 르브론이 동시에 나왔을 때 르브론을 뽑는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말이죠. 근데 그럴려면 얼마나 더 뛰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를 것이니까요.

꼭 그것이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낳아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서 언급한 카림 압둘-자바의 예시를 들 수 있겠네요. 르브론 제임스가 여기서 챔피언 반지를 2개 혹은 3개 추가하더라도, 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퍼포먼스의 수준이 탑클래스 수준에서 꽤 떨어진다면 그것이 조던의 커리어패스보다 낫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르브론 본인의 과거 시즌에 비추어봐도 그렇죠. 그렇게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렇게 활약하고도 무릎을 꿇어야했던 클리블랜드, 마이애미 히트 시절에 비해 더 좋은 동료와 환경을 만난 럭키한 시즌인거지 르브론 제임스가 더 잘나서, 지금의 르브론이 그 때의 르브론보다 더 훌륭한 선수라서는 아닐 것입니다.

그건 파이널 MVP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겠죠. 던컨의 세번째 우승 당시 파이널 시리즈를 뒤흔들었던 마누 지노빌리의 활약과, 2008년 보스턴 셀틱스가 우승할 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케빈 가넷의 케이스를 고려해보면 말입니다. 이건 반대로 해석해도 마찬가지에요. 밀레니엄 레이커스에서 백코트 파괴력과 클러치 능력을 담당했던 코비 브라이언트를 파이널 MVP가 없다는 이유로 단순히 2옵션으로 지칭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평가일 걸입니다. 중요한건 우승 여부, 수상 여부가 아니라 선수 스스로가 코트 위에서 보여준 퀄리티죠.

단순히 오래 뛴다고 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더크 노비츠키와 빈스 카터는 40살까지 커리어를 이어가며 리스펙트를 받았지만 사실 그들의 선수 말년 기량은 그들의 커리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못해요. 경기를 뒤엎고 팀을 주도할만한 위력을 잃은지 오래되었거든요.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조커카드지 경기를 이끌어나갈 메인카드가 아니었습니다. 제이슨 키드의 선수 인생을 대표하는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가 중심이 되어 파이널에 2번이나 올라갔던 뉴저지 시절을 꼽아야지, 우승 반지를 차지했던 댈러스 시절을 꼽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물론 선수 스스로는 우승하는 순간이 더 행복했고 의미있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요.

경이롭게도 르브론은 만 35세 시즌에 이르러서도 아직까지 메인 에이스카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 지위를 몇살까지 유지하느냐. 정말로 40살이 되어서도 팀의 기둥으로써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선수로 남을 수 있느냐. 이런 것들이 앞으로 르브론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렇게하고도 비록 그가 마이클 조던에 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또 등장할 키드들에게 역대 2위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에는 꽤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NBA 역사상 가장 꾸준하고 균일하게 MVP급 기량을 유지한 선수로 남게 될 것이니까요. 현대 축구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그랬듯이.



번외편. 개인스포츠에서는?

사실 저는 개인스포츠에서도 이 우승횟수로 카운트하는 기준을 온전히 적용시키는 것이 썩 옳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팀원의 존재가 없으니 대부분의 요소가 본인에게 달려있기에 상관계수는 훨씬 높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그대로 아니겠습니까? 나를 상대하는 선수의 기량. 그것은 내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 테니스계의 썩은 물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에게 적용을 시켜보면 됩니다. 이 셋이 서로가 서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갉아먹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페더러가 없었다면 나달은 좀 더 많은 윔블던 타이틀을 따내며 그랜드슬램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을 겁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나달이 없었더라면. 페더러나 조코비치의 롤랑가로스 타이틀이 고작 한두개 정도에서 멈췄을까요? 이 둘의 롤랑가로스 타이틀을 가지고 페더러나 조코비치의 흙코트 기량이 약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밈으로도 소비되는 가장 훌륭한 예시가 있지 않습니까. 준우승 그 자체로 밈이 된 남자. 홍진호.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밈으로도 소비되는 가장 훌륭한 예시가 있지 않습니까. 준우승 그 자체로 밈이 된 남자. 홍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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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2 스포츠[MLB] 다르빗슈 유 샌디에이고 트레이드 김치찌개 21/01/01 5675 1
11296 스포츠[MLB] 블레이크 스넬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4 김치찌개 20/12/30 3959 1
11294 스포츠[MLB] 에릭테임즈 요리우리행 5 김치찌개 20/12/30 3716 1
11293 스포츠천덕꾸러기에서 전설의 주인공으로 11 횡빈 20/12/30 6581 13
11288 스포츠[MLB] 김하성 샌디에이고 계약 합의 7 김치찌개 20/12/29 4549 2
11263 스포츠류현진 MLB 최고 좌완에게 주는 워렌 스판상 수상. 아시아 투수 최초 1 김치찌개 20/12/23 3184 1
11257 스포츠카넬로, 슈퍼미들급 링 매거진 챔피언 등극 2 Carl Barker 20/12/21 4161 5
11233 스포츠프랑스풋볼 선정 역대 발롱도르 드림팀 라인업 2 손금불산입 20/12/15 5589 0
11135 스포츠[MLB] 2020 AL,NL MVP 수상자.jpg 김치찌개 20/11/15 432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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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2 스포츠[K리그] 1부, 2부 모두 여러모로 중요한 이번주 일정입니다 8 Broccoli 20/10/18 34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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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49 스포츠르브론 제임스의 우승은 그를 역대 2위 그 이상으로 위치시킬 수 있는가? 16 손금불산입 20/10/14 5744 23
11025 스포츠2021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의 변경점 JUFAFA 20/10/05 409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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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52 스포츠'e스포츠 팬'이 아니라 '아이돌 팬'이라는 말의 헛점 6 The xian 20/09/13 504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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