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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3/09 10:07:12
Name   손금불산입
Subject   최근에 읽어본 2000년 이전 만화들
최근 휴일에 종종 만화방을 가서 만화책을 읽곤 합니다. 요즘 만화 카페들이 굉장히 깔끔하면서도 데이트 코스로 잘 꾸며져 있지만 저는 대신 좀 더 저렴하면서도 만화에 집중할 수 있는 정말 예전 느낌의 말 그대로 만화방을 방문하는 편입니다. 가보니 슬램덩크가 인기를 끌어서 그런가 자녀들을 데려와 만화책을 소개해주고 같이 읽는 아버님들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슬램덩크 신장판 자리는 계속 텅텅 비어있던...

어렸을 때 만화를 좋아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서 많은 만화책들을 이것저것 접해보지는 못했고 또 완결이 나지 않으면 답답해서 건드리지 않는 성격까지 합해져 굉장히 유명하거나 재미있는 작품들도 안 읽어본 것들이 많았거든요. 나루토나 블리치, 강철의 연금술사, 진격의 거인 이런 유명한 작품들도 아직 읽지 않았네요. (명작 안 읽은 싱싱한 뇌 팝니다?)

그래서 몇몇 만화책들을 읽어보다가 먼저 아예 과거 만화책들 중에서 명작이라 불리던 만화책들을 찾아 읽어보는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 읽어봤습니다. 만알못이라 나무위키의 도움을 좀 받았네요. 뭘 읽었는지 이것저것 정리해보다가 연령대가 높은 홍차넷에도 해당 만화책들을 재밌게 읽으셨던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공유도 해볼겸 한번 글을 올려봅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최근 신장판이나 애장판 등을 새로 발간했더라구요. 그 표지들도 있으면 같이 덧붙여봤습니다.

저한테는 잘 안맞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 있는 대다수의 만화들이 많은 팬층과 호평을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1. 미유키 (1980~1984)



당시 수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아다치 미츠루의 첫 장편 작품이라는데... 저는 2권인가 3권보고 하차를 했습니다. 80년대 초반이니 이제 40년이나 된 만화라서 그런걸까요. 작품은 그 시대상에 맞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만 어린애들한테 끊임없이 껄떡대는 유부남 등 몇몇 인물상들이 너무 거슬리더라구요. 저는 스스로 이런거에 그렇게 민감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완전히 사이드 스토리도 아니고 계속 연출되는 장면들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그렇다고 대신 집중해서 붙들만한 메인 스토리가 중심있게 나아가는 만화도 아니라는 느낌을 받어서 결국 그 불쾌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



2. 터치 (1981~1986)



미유키에서 몇몇 안좋은 인상들을 가지고 넘어왔지만 터치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봤습니다. 일단 확실한 메인 목표(코시엔)가 있었고 야구라는 스포츠를 제가 잘 알면서 좋아하기도 했고요. 스테레오타입에 얽매이지 않는 주인공상도 좋았습니다. 같은 80년대 만화지만 미유키랑은 만족도가 완전히 달랐네요.



3. 러프 (1987~1989)



종목이 바뀐 아다치 미츠루의 3번째 장편. 수영으로 바뀌었지만 터치에서 느껴졌던 작가의 매력들이 그대로 잘 묻어난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캐들의 수영복신이 너무 자주 강조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세련된 묘사가 느껴지기도 했네요.



4. 요괴소년 호야 (1990~1996)



그림체가 워낙 독특해서 인상이 깊었습니다. 좀 올드한 것 같기도 했지만 아주 거슬리는 것까진 아니었고 괜찮게 읽으며 책장을 넘기긴 헀는데 그렇다고 몰입이 될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더라구요. 한 4권째 읽으면서 '나쁘진 않지만 다른 만화책이 이것보다 더 재밌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들어서 일단 내려놨습니다. 요즘처럼 읽을 만화책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세상에서는 이런 포인트도 중요한 점이긴 하겠죠.

여담이지만 이걸 내려놓은 다음에 같은 작가의 다음 작품인 꼭두각시 서커스를 보게 되었는데 그건 꽤 재밌게 완결까지 다 봤네요. 그래서 호야도 다음에 다시 한 번 잡아볼까 생각 중입니다.



5. 아이 러브 서티 (1994~1997)



이전에 러브히나를 괜찮게 봤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아카마츠 켄 작가의 첫 작품인 아이 러브 서티를 잡아봤는데 이건 2권을 못 견디고 하차했네요. 당시에 상상하던 컴퓨터와 AI의 발전 묘사가 2020년대와 너무 안맞아서 그런지 배경 설정이 쉽게 안 받아들여지고 몰입이 안되더라구요. 플로피 디스크로 AI를 굴리던 모습을 계속해서 참고 봐야되나 싶었습니다.



6. 드래곤 퀘스트 다이의 대모험 (1989~1997)



드래곤 퀘스트에 대한 배경 지식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래 전에 국내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도 해주던 만화였던 걸로 기억을 하네요. 89년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던데 지금봐도 위화감이 크지 않더군요. 이런걸 명작이라고 하는건지...



7.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2~1995)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이 작품 좋다는 이야기가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한번 잡아봤는데 뭐랄까 그 90년대 이전 만화들 중에서 이 작품처럼 컷을 꽉꽉 채우면서 진행하는 그런 화풍을 제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눈에 계속 안들어옫어라구요. 그 시절 만화에 제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1권을 채 못 읽고 내려놓았고 이후로도 비슷한 화풍의 만화책들은 잘 안잡게 되던...



8. 시티헌터 (1985~1992)



이 만화도 인기가 참 많은 만화라고 해서 굉장히 기대를 했는데 그렇게까지 제 취향에 맞는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대작을 기대했는데 평범한 평작을 접한 느낌? 급하게 한두권 좀 읽다가 나와서 그런건가 싶어서 다음에 가면 몇권 더 읽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9. 메종일각 (1980~1987)



도레미 하우스, 메종일각 모두 들어본 제목이었는데 이 둘이 같은 만화였는지는 몰랐네요. 명성을 익히 들었기 떄문에 나름 기대를 하면서 봤는데 막 끌리진 않더라구요. 이런 배경의 이야기나 타카하시 루미코의 작품들이 저에게 안맞는다는 느낌도 없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10. 시끌별 녀석들 (1978~1987)



저에게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가 안 맞지만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했던 이유. 메종일각은 별로였는데 시끌별 녀석들은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제가 읽었던게 완전판이 아니라 라무의 말투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음에도 캐릭터들의 개성이 강하고 단편적인 이야기의 웃음 코드들이 메종일각과는 다르게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수권을 읽다가 나중에 완전판으로 제대로 봐야겠다 싶어서 멈췄습니다.



11. 유유백서 (1990~1994)



헌터X헌터가 언급되는 글들에서 일해라 토가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걸 많이 들어왔었습니다. 그래서 유유백서도 꽤 기대를 하고 읽은 작품인데, 물론 어느정도 끌림이 있었고 쭉쭉 읽어나가긴 했지만 나중에 또다시 찾아볼만큼 재밌었나?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러더라구요. 이야기가 다 끝나는 줄 알았는데 너무 어색하게 갑자기 2부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길래 멈추고 나무위키를 읽어보니 이 때쯤부터 편집부가 억지로 연장시킨 부분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굳이 더 안 읽고 내려놨습니다. 거기서부터 더 읽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었고...



12. 엔젤전설 (1992~2000)



개인적으로 오해와 착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그림체가 다 있나 싶었지만 취향에도 맞고 주인공이 참 재밌어서 쭉쭉 끝까지 읽었습니다. 클레이모어를 읽어볼까 하다가 같은 작가의 앞선 작품인 이 엔젤전설을 먼저 읽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코드가 순한 병맛 느낌이긴 하지만...



13. 지옥선생 누베 (1993~1999)



30권이 넘게 줄줄이 꽂혀있어서 도전해봤던 만화. 하지만 아쉽게도 당첨은 아니고 제 취향에는 꽝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이 만화를 접했다면 그래도 나름 괜찮게 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것도 너무 빨리 놓은건가 싶어서 다음에 인내심을 가지고 한두권 더 읽어볼까 싶군요.



14. 전영소녀 (1989~1993)



예전에는 비디오걸이라는 이름으로 발간이 되기도 했다더군요. 가벼운 러브스토리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지한 묘사가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처럼 남자의 찌질했던 미숙한 과거 심리 묘사가 참 잘되어있는 것 같아요.



15. 미스터 초밥왕 (1991~2000)



워낙 유명한 작품인데다가 저도 개인적으로 초밥을 좋아하기에 한번 붙들어본 작품이지만, 요리에만 집중하는 만화는 개인적으로 취향에 안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이거 계속 읽는거보다 차라리 진짜 초밥을 사서 먹는게 더 감명깊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빠르게 내려놓고 다른 만화로 갈아탔습니다.



16. 봉신연의 (1996~2000)



처음에는 봉선연의로 잘못 보고 여포 봉선에 삼국지연의니까 삼국지 이야기인가 하면서 집었던 만화인데... 그런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대 중국 배경 이야기이긴 하더군요. 유머 코드가 나름 맞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림체는 나름 괜찮았지만 생동감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17. 아이즈 (1997~2000)



표지가 워낙 인상적이라 예전에도 이런 만화책이 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도 찼고 더 이상 이런 만화를 누구 눈치 보면서 피할 이유도 없기 떄문에 잡고 한두권 읽어봤는데 괜찮더군요. 예상 외로 야릇한 장면들이 많은 만화여서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작정하고 옛날(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는 한창 시절일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거진 25년 전 작품들이 되었으니...) 만화책들을 골라 읽어봤는데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도 많아서 좋았습니다. 아직 더 시도해보지 못한 이 시대 만화들도 있어서 더 읽어보려고 하네요. 더 이전 세대 만화책들도 볼 의향이 없지는 않은데 주로 80년대 혹은 그 이전에 연재된 만화책들은 찾기도 힘들고 지금 소화하기에는 좀 힘들 것 같기도 해서 고민이 되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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