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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25 20:29:24수정됨 |
Name | 저녁의바람내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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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1984 원서를 간신히 완독했습니다. |
솔직히 마음 먹으면 훨씬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는데, 책이 너무 어려워서 흥미를 잃기를 여러차례, 결국 한달 반만에 겨우겨우 낑낑대며 완독했네요. 평소부터 보고 싶던 책이라, 뭣도 모르고 객기 부려서 원서로 읽기를 도전했는데 알고보니까 이거 네이티브 중학생들한테도 쉽지 않을만한 책이라더군요. 다음 책은 좀 쉬운걸로 봐야겠습니다. 아무튼.. 윈스턴의 정신이 점점 무너지는 후반부 묘사가 일품이네요. 초중반에는 솔직히 되게 터무니없는 세계관이라 생각했거든요. 당이 절대로 틀린적이 없도록 하기 위해, 당의 예측이 잘못되었다는게 밝혀지는 순간, 전국의 모든 가판대의 신문 기존 발행분을 몰래 가져다가 위조해서 다시 가져다둔다던지.. 근데 고문씬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오히려 상당히 리얼하다는 느낌을 주네요. "자네는 형이상학과는 거리가 멀어. 과거라는 것이 지금 어딘가에 실존하는 물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과거를 증명해줄 수 있는 것이 기록물들과 인간의 기억 뿐이라면, 기록물과 인간의 기억을 통제하는 우리 당이야말로 과거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저도 흠칫 설득당할뻔 했으니까요. 여담으로 고문 씬이 상당히 잔인하네요. 작가가 고문에 대해 너무 잘 묘사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윈스턴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계를 이용해서 윈스턴의 허리를 반대로 꺾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에서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재생되면서 제발 오브라이언이 레버를 돌리지 말라고, 제발 윈스턴의 허리가 부러지고 척수액이 흘러나와 장애인이 되게 하지는 말아달라고 진심으로 빌고 있었고, 식인 쥐들을 얼굴에 가져다대서 얼굴과 눈과 혀를 파먹어버리게 하겠다는 협박을 볼때는 진짜 제 눈이 파먹히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섬뜩하덥디다. 아무튼 더럽게 어렵긴 했지만 재미 하나는 확실히 있는 책이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책들도 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을만한 날이 와야 할텐데요.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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