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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27 22:28:38
Name   rustysaber
Subject   강사들은 왜 잡소리를 할까?
*이 글은 최소한의 가르치는 양식을 가진 사람들을 기준으로 해서 쓴 글입니다.

가짜파이터를 많이들 보셨나요?
홍차넷에서도 꽤 보신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거기서 보여주는 운동량은 살벌합니다. 중간중간 쉴 때는 우스개소리를 하지만,
집중해서 연습하는 '프로'들의 모습은 정말 살벌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많은 운동 선수들은 살벌한 기초를 다지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몸상태를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자 합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는 잡설이 없고, 오로지 목표만이 존재하며
그것을 위한 최적의 루트를 향해 운동을 할 때는 집중해서 합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신 분들,
무언가 완벽하게 집중해서 최상위권에 다다르신 분들의 경우에도 역시,
특별한 잡설은 필요가 없습니다.
공부를 하는 순간에는 모든 에너지를 낭비 없이 쏟아버리는 행위에
익숙하신 분들은 그것을 잘 수행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집중력 향상 훈련이 익숙하지 않고,
또 처음에는 꿈을 꾸었지만, 계속 노력하다가 자신이 마모되어버려,
어느 순간 집중력과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유투브나 수험커뮤니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곤 합니다.

OOO 강사는 수업 시간에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 스킵을 하게 된다.
PT 하는 사람들 잡담이나 하면서 운동도 잘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잡담만으로도 스페셜 영상을 찍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인강을 듣는 수험생들의 강사의 잡소리에 굉장히 민감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 강사들은 왜 잡소리를 하게 되는 걸까요?

답은 실강에 있습니다.
실강이란 인강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우리가 평소에 하는 교육의 개념에 가장 익숙한 것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수강생을 가르치고, 수강생의 피드백을 통해서 그들의 강의가 완성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짜파이터에 나오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일 수 없습니다.
홍차넷이나 옆동네에 흔히 보이는 공부 늘 잘해서 거침없이 나가는 사람들은 그 수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강사는 보다보면 느낍니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하는 타이밍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따라가거나,
의욕이 있는 척을 했지만 뒤에 가면 갈수록 무너지는 사람들을 보고 있습니다.
강사는 그 사람들을 이끌고 수업을 이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집중력을 다시 올려줘야하고, 때로는 경각심을 이끌어야 합니다.
잠시 긴장을 풀어주고, 또 경각심을 이끌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단은,
쓴소리, 또는 개그와 같은 잡소리가 됩니다. 저게 없으면 도저히 실강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서 수강생을 가르치기 힘들거든요.

인강듣는 사람들??? 그들은 강사 잡소리를 싫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기 텐션 떨어지면 스스로 조절해서 강의를 끊고 나갔다오면 그만입니다만,
실강의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과 강의 효율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수험생이 흐트러지는 꼬라지보기 싫어하는 강사도 있을 겁니다.)

자기야 뭐, 그냥 되는대로 가르치기만 하면 되고,
어차피 강사는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야 돈번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강사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자신의 결과물을 확인할 때 입니다.
"당신의 수업을 듣고 내가 이렇게 변했습니다."
"당신의 수업을 듣고 제가 합격을 했습니다."
"당신의 PT를 받고 제 몸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수업을 통해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즐기며,
그 수업으로 합격했다고 소문이 나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겠지요.

운동 PT의 경우에 완전 쌩양아치가 아니라고 가정을 한다면,
단순하게 농담따먹기를 하는 이유가 이 사람이 돈을 냈는데, 하고자하는 의욕은 없고,
그러니 대충대충 10~20분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일단 노가리나 까면서
최소한의 운동을 시키고, 그 사람이 스스로 변화하길 기다리는 경우도 있긴 할 겁니다.
(물론 자기 운동한다고 회원 안가르치는 양아치는 제외입니다.)
왜냐하면, PT배우겠다고 돈은 냈는데, 모두가 그렇게 의욕적이지는 않거든요.
그럼 잡담을 하면서, 어떻게든 이끌어나가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겁니다.

결국 강사의 잡소리라는 것은,
본인 성질에 못이겨서 수업 똑바로 들으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단 자신에게 돈을 낸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함이라는 겁니다.

생각보다,
인간은 나약하고
인간은 처음에 세운 계획을 시행하지 못하고,
여러 이유로 마모가 생각보다 쉽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쉽게 마모되는 것을 이해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잡소리라는 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이 아니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에 그런 그들을 이끌고 나가고자 하는 수단으로 잡소리가 생기게 되었고요.

3줄 요약

1. 인간은 생각보다 최초의 의지를 계속 이어나가기 힘들다.
2. 가르치는 사람들은 최초의 의지를 살리고, 더 나아진다는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3. 그렇기에 그들은 때때로 잡소리를 한다. 잡소리 필요없는 수준의 수강생이면 걍 스트레이트다.

글 후기

저는 최초의 의지를 이어가기가 힘듭니다.
분명 독후감을 먼저 기획하고 있었는데,
요즘 살빼기한다고 딴짓하다가.........
이렇게 또 뻘글만 남기게 되네요 ㅠㅠ

마지막으로 mlbpark의 22MVP*********님의 댓글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첨단교육기법이나 플랫폼이 있어도 사실 그건 우수한 학생들, 즉 학업동기가 강하고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학생들이 하는 겁니다. 플립드 러닝, 액티브 러닝, PBL 같은 것 여러 대학, 고등학교에서 숱하게 시도했지만 항상 결과는 같았습니다. 우수한 교원 이상으로 우수한 학생이 없으면 성립이 안된다는 것.

그런데 공교육은 덜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고 그 문턱까지는 억지로라도 끌고가야 하는 의무인데 완전히 망가질 밖에요.

어차피 코로나 아니어도 공교육은 박살이 나있었으니 걍 교육의 근본부터 다시 설계했음 싶은데 어찌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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