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2/14 02:09:45
Name   저퀴
Subject   사이버펑크 2077 리뷰

사이버펑크 2077을 해봤습니다. 전 PC판으로 플레이했고, 최적화 문제로 처음에 설치한 PC로는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가 없어서 더 권장 사양의 PC로 다시 설치해서 즐겼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한국어 더빙을 선택한 게임인데요. 직접 해보면 왜 더빙을 넣으려 했는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라는 작품 테마를 연출에도 많이 강조하고 게임도 기본적으로 액션 RPG인데다가 대사량이 많고, 대화 외에도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가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자막이 있다고 해도 눈에 잘 안 들어옵니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저조차도 영어판으로 플레이할 때 보는 것보다 듣는 게 더 편했을 정도에요. 한국어 더빙은 나쁘지 않습니다. 플레이하기에 문제가 있는 수준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듣다 보면 아쉬울 때가 있어요. 전 키아누 리브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영어판과 한국어판을 번갈아가면서 플레이했었는데 간혹 욕설이 아닌 대사도 일괄적으로 욕설로 더빙한 것도 많고, 욕설이 거의 다 직역이라서 눈이 아니라 귀로 듣게 되면 굉장히 어색할 때가 많아요. 

물론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다문화, 다인종이 함께 사는 나이트 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설정상 굉장히 비중이 높은 일본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나 스페인어까지 쉽게 들을 수 있거든요. 그런 설정을 살린 연출도 종종 보여서 기본적으로 영어판이 가장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플레이의 편의성을 고려하면 한국어 더빙의 선택은 좋았다고 봐요. 한국어판은 번역이나 연기 모두 좋은 부분은 상당히 좋으면서도 완성도의 편차가 심한 것이 흠인 정도입니다. 단역은 기대할 게 못 되고, 주조연 캐릭터들 정도는 되야 완성도가 높아지더군요. 


비쥬얼은 최적화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는다면 좋습니다. 나이트 시티는 고저차가 극심한 대도시인데 오픈 월드를 내세우는 게임들 중에서도 고저차가 있는 도시를 잘 구현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비해서 사이버펑크 2077의 나이트 시티는 꽤 멋집니다.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여러 장소는 대부분 인상적이에요. 단 기능적인 측면에선 이걸 너무 강조한 나머지, UI는 끔찍한 완성도입니다. UX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꼭 생각보다 손을 한 두번 더 써야 하는 나쁜 완성도를 가졌어요.

글을 다 써놓고 갑자기 생각나서 적는건데 이게 버그인지 애매한데, 가끔 텍스쳐가 이상할 정도로 떨어지는 부분도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 구간은 너무 저질이라 버그겠지 하고 넘겼는데 확실히 확인하지 않아서 단정 지을 수가 없네요.

또 어떻게 보면 사소한 문제긴 한데, 전 사이버펑크 2077 특유의 연출이 나오면 눈이 너무 피로하더군요. 특히 초반부의 브레인댄스 연출은 좀 심하더군요. 그거 말고도 가끔 현란한 색감의 연출이 시각적으로 좀 피로할 때가 많습니다.


RPG로서의 완성도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개발사의 전작인 위쳐 3와 비교해서도 전 실망한 부분이 있었어요. 제작 요소는 왜 들어갔나 싶을 정도로 빈약하고, 영향력도 없습니다. 열심히 재료를 모아서 무기를 만들어도 다음 교전에 적이 떨어뜨리는 총기의 DPS가 더 높은 우스꽝스러운 완성도에요. 그렇다고 희귀 무기가 일반 무기와 다른 차별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총기의 종류도 상당히 적어서 기껏해야 스마트, 충전, 관통 같은 특징을 가진 무기를 제외하면 그 총이 그 총이에요. 위쳐 3도 이런 부분에서 풍족한 편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위쳐 3는 각 교단의 무기나 복장을 모으는 재미는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에 비하면 사이버펑크 2077은 아이템을 파밍한다는 재미가 결여되어 있어요.

캐릭터의 육성은 기본은 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장점이 있는 편도 아닙니다. 근접 전투를 강조하거나 사격을 강조하거나, 사격 중에서도 무기 별로 특화한거나, 이런 건 기본적인 수준이지 따로 언급할만한 내용이 없을 정도로 단순합니다. 플레이에 크게 흠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단점까진 아닙니다.

대신 본질적으로 롤 플레잉에라도 충실했으면 좋았을텐데 네러티브에 있어서 제일 실망한 부분이 사이버펑크 2077에서 주인공을 구축하는 과정조차 단순해요. 시작하자마자 배경을 셋이나 제공하고, 프롤로그 파트가 다르고, 대화는 계속해서 선택지가 나오지만 그 모든 선택으로 완성된 캐릭터는 단 하나입니다. 심지어 멀티 엔딩까지 충실하게 있는데요. 물론 위쳐 3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위쳐 3는 이미 원작의 주인공을 그대로 가져놨으니 캐릭터의 가치관을 뒤흔들 수는 없었죠. 그러나 이 게임의 주인공은 내가 직접 만든 캐릭터인데도 이렇습니다.

슈터 중심의 RPG로 액션도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AI의 행동이나 맵의 디자인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앞서 언급했듯이 RPG의 완성도가 빈약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전투에도 영향을 줍니다. 쏘고 숨고의 반복일 뿐이고, 사이버펑크 2077만의 개성 있는 전투는 둘째치더라도 매스 이펙트나 보더랜드 같은 SF 테마의 슈터 게임들과 비교해도 딱히 좋은 게 없어요.


그리고 오픈 월드 게임으로는 낙제점입니다. 나이트 시티는 보기에는 참 좋은데, 조금만 둘러보면 이렇게 생동감 없는 게임 내 도시가 또 있나 싶어요. 무성의하게도 인카운터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고, 주변에서 순간이동하듯이 스폰되는 NPC들이나 상당수의 실내는 미구현된 상태인데다가 그나마 구현된 것들도 구현할 필요가 있었나 싶더군요. 그나마 볼만한 배경이 주인공 V의 집이 있는 장소 뿐이었어요. 매년 출시되고 매년 까이는 유비소프트의 공장제 오픈 월드하고도 비교해서 양에서 밀리는 건 당연하고, 질적인 면에서도 별 차이가 있나 싶더군요.

차량을 타고 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이전에 불편합니다. 전 여러 오픈 월드 게임에서 운전하는 파트가 생략하는 기능이 있어도 이용하지 않고 일단 직접 운전해서 가는 성격인데 사이버펑크 2077에선 운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듭니다. 조작감이 썩 좋은 편도 아니고, 도시 구성도 운전이 재미있을만한 구성이 아니에요. 

하지만 사이버펑크 2077이 갖는 장점은 게임 내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많은 퀘스트의 완성도에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서브 퀘스트의 완성도도 상당히 괜찮습니다. 등장하는 대부분읰 캐릭터들은 매력적이고 대부분 엔딩을 보고 나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어요. 발매 전에 이슈가 되었던 로맨스 부분도 기대치가 너무 높지 않았다면 충분히 잘 만든 부분입니다. 

그만큼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어의 행동이 제대로 반영될만한 게 크게 없다는 것만 빼면 준수합니다. 서브 퀘스트의 내용은 알차고, 메인 퀘스트 라인은 특히 프롤로그에 해당되는 부분이 정말 몰입감이 좋았어요. 오히려 프롤로그에 힘을 많이 줘서 그런지, 프롤로그가 끝나고 살짝 몰입이 떨어지는 느낌마저 주었고요.


제 생각에 사이버펑크 2077의 가장 큰 문제는 버그와 최적화 문제일거라 생각합니다. 최적화에 대해서 설명하면 사이버펑크 2077은 공식적으로 밝힌 권장 사양표에서 용량 하나 빼고는 나머진 맞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나쁜 최적화입니다. 혹시라도 이 게임의 사양을 찾아보고 권장 사양 미만의 PC로 플레이할 생각이었다면 그냥 돈을 날린거에요. 아예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니까요. 권장 사양으로도 부족하고요. 평균적으로 훨씬 더 높은 사양을 갖추셔야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건 해상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포기하더라도 마찬가지에요.

거기다가 버그에 있어서도 심각합니다. 전 이 게임을 3회차나 했어요. 1번은 PC를 교체해서, 다른 1번은 버그로 진행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다시 했습니다. 게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자잘한 버그를 빼더라도 게임 진행에 심각한 문제를 주는 버그가 산적했습니다. 3번이나 발매일을 연기한 게임인데 체감상으로는 3년은 연기했어야 할 게임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사후 관리를 한다 해도 그건 나중의 일이고 정말 실망스러운 수준의 안정성입니다. 제가 이 정도로 출시 직후에 최적화가 심각했던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떠올랐고, 버그에 한해서는 베데스다의 폴아웃이나 엘더 스크롤이 완벽한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준수한 네러티브를 가진 액션 게임입니다. 오픈 월드로 보기에는 출시 전의 광고는 허위처럼 보이고, RPG로서는 단어 그대로 역할 놀이에 심취하기에도 생각보다 얄팍합니다. 전 사이버펑크 2077이 사후 관리를 통해서 적절한 수준의 버그 픽스와 최적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걸 확인해보는 목적 외에 다른 플레이 경험을 바라고 또 해볼 생각은 안 들 것 같습니다. 



14
  • 오이오이 기다리고 있었다구욧
  • 역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08 7
15062 오프모임29일 서울 점심 먹읍시다 나단 24/11/22 44 1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1 김치찌개 24/11/22 79 1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83 1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72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1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431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593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30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5 알료사 24/11/20 3217 32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52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91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59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498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61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35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19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899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797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10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06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61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63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92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55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13 7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