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1/25 17:30:29
Name   Cascade
Subject   <소울> 아쉬움 반끗 (스포일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제 소울을 봤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영화였고,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주는 영화였습니다만.... 저는 별로였습니다.

별로였다는 게 영화 내부적으로 뭔가 심각한 단점이 있다기보단 저랑 그냥 잘 안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아쉬운 점은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법칙]을 어겼다는 겁니다.

제가 빅 히어로6를 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이유가 마지막에 베이맥스가 살아 돌아오는 그 장면 때문이고,

제가 인사이드 아웃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유년기를 상징하는 빙봉이 주인공을 위해 희생하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처음에 설정해둔 구조는 끝까지 유지되어야만 해요.
주인공과 22번 중에서 한 명만 살 수 있다면 한 명만 살아남는 게 맞죠.

<소울>은 과감하게 끝을 망쳐버립니다.

절대자? 신? 여튼 제리는 주인공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줍니다. 죽음에서 돌아오는 거죠.

이 장면이 너무 싫었습니다. 정말.

현실에서 죽음을 겪으면 두 번째 기회는 없는 거잖아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온워드를 보면서 그렇게 울었던 것도 죽은 아버지가 죽음을 극복한 게 아니라, 잠깐 돌아온 거였거든요. 아주 잠깐.
정말 많은 사람이 잃어버린 사람을 다시 만나기를 원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영화는 아주 짧은 만남을 선사하고 사라져 버리죠.
처음부터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그 시간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요.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최소한 결말은 빛났죠.

근데 소울은 그렇지 않았어요. 소울은 서사의 끝에서 자기가 말한 법칙을 어기면서 스스로 초라해졌어요.

그러면서 주제 의식까지 흐려집니다.



<소울>의 주제의식은 아주 모호해요. 아이들이 본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별로 공감하지 못할 거에요.


주로 대사보다는 장면을 통해 주제의식을 전달했던 감독답게 <소울>에도 아주 좋은 장면들이 있어요.

피자 장면이나, 트럼펫을 포기하러 온 아이의 장면, 엄마와의 대화, 트럼펫 연주자와의 대화, 제리와의 대화, 마지막에 지구로 날아가는 장면까지... 문제는 주제 전달에서 이미지보다는 대사가 중심이 되고 장면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다는 점이에요.

인사이드 아웃의 주제가 뭐였죠? "성장에는 슬픔이 따른다"

업의 주제는 뭘까요? "오지 않은 미래와 지나간 과거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그걸 구슬이 합쳐지는 장면으로 표현했고, 업에서는 칼이 집을 떠나보내는 장면으로 표현했죠.


소울에도 그런 장면은 있어요. 엄마와 대화하는 씬, 트럼펫 연주자와 대화하는 씬, 지구로 떠나는 씬, 마지막 엔딩까지.

문제는 그걸 너무 대사로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시각 매체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별로 없었어요.

업에서 집이 날아가는 모습, 인사이드 아웃에서 가족이 껴앉는 모습에 대사가 별로 없어도 마음이 이해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물론 지구로 날아가는 씬은 멋졌습니다. 정말 감동 그 자체... 근데 그 감동을 결말이 망쳐버려요. 정말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장면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비욘드 세계의 미술은 가히 천재적이였다고 표현했도 될 정도)

다만 이 장면을 모두 합쳐놓고 마지막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결말을 붙이니 아주 아쉬운 결말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제리&테리는 진짜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픽사 제작진들이 이 캐릭터 만들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지...!!
++ 22라뇨, 42이여야죠 ㅋㅋㅋ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5026 1
    15878 창작또 다른 2025년 (3) 3 트린 25/12/04 301 2
    15877 스포츠[MLB] 코디 폰세 토론토와 3년 30M 계약 김치찌개 25/12/04 223 0
    15876 창작또 다른 2025년 (1), (2) 8 트린 25/12/03 461 7
    15875 기타유럽 영화/시리즈를 시청하는 한국 관객에 관한 연구(CRESCINE 프로젝트) 19 기아트윈스 25/12/03 569 2
    15874 일상/생각큰일이네요 와이프랑 자꾸 정들어서 ㅋㅋㅋ 14 큐리스 25/12/02 962 5
    15873 오프모임12월 3일 수요일, 빛고을 광주에서 대충 <점봐드립니다> 15 T.Robin 25/12/01 554 4
    15872 경제뚜벅이투자 이야기 19 기아트윈스 25/11/30 1516 14
    15871 스포츠런린이 첫 하프 대회 후기 8 kaestro 25/11/30 446 12
    15870 도서/문학듣지 못 하는 아이들의 야구, 만화 '머나먼 갑자원'. 15 joel 25/11/27 1046 27
    15869 일상/생각상남자의 러닝 3 반대칭고양이 25/11/27 700 5
    15868 정치 트럼프를 조종하기 위한 계획은 믿을 수 없이 멍청하지만 성공했다 - 트럼프 행정부 위트코프 스캔들 6 코리몬테아스 25/11/26 905 8
    15867 일상/생각사장이 보직해임(과 삐뚫어진 마음) 2 Picard 25/11/26 693 5
    15866 일상/생각기계가 모르는 순간 - 하루키 느낌으로 써봤어요 ㅋㅋㅋ(와이프 전전전전전 여친을 기억하며) 5 큐리스 25/11/25 629 0
    15865 경제주거 입지 선택의 함수 4 오르카 25/11/25 654 3
    15864 철학/종교진화와 창조, 근데 이게 왜 떡밥임? 97 매뉴물있뉴 25/11/25 1874 4
    15863 일상/생각창조론 교과서는 허용될 수 있을까 12 구밀복검 25/11/25 1060 17
    15862 기타★결과★ 메가커피 카페라떼 당첨자 ★발표★ 11 Groot 25/11/23 619 4
    15861 기타[나눔] 메가커피 아이스 카페라떼 깊콘 1 EA (모집마감) 31 Groot 25/11/21 678 3
    15860 일상/생각식생활의 스트레스 3 이이일공이구 25/11/20 716 1
    15859 일상/생각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 moqq 25/11/20 649 7
    15858 오프모임[취소] 11월 29일 토요일 수도권 거주 회원 등산 모임 13 트린 25/11/19 776 3
    15857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2 2 육회한분석가 25/11/19 480 3
    15855 의료/건강성분명 처방에 대해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넋두리 46 Merrlen 25/11/17 2016 2
    15854 경제투자 포트폴리오와 축구 포메이션 육회한분석가 25/11/17 567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