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4/10 23:58:51수정됨
Name   이그나티우스
Subject   군복무와 국방의 의무의 관계 (feat. 박주민)
https://youtu.be/W3NN3O6Prb8

내용은 간단합니다.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군대에 갈 의무)는 국방의 의무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이외에 방역, 물자생산 등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의무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말은 틀렸다는 겁니다.

네, 판례입장을 보면 박씨 말이 맞습니다. 헌재 결정 91헌바80에 따르면 국방의 의무는 1. 병역법에 의하여 군복무에 임하는 등의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 2. 비상대비자원관리법 등에 의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3. 병력형성이후 군작전명력에 복종하고 협력하여야 할 의무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판례입장을 보면 박씨의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박씨의 말은 2가지 맹점을 갖고 있습니다.

첫번째로, 모든 국민들이 헌법학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 이상 많은 일반 국민들은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와 국방의 의무를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꿔서 말하면 남성들이 불만을 갖는 부분을 헌법학적으로 정확히 기술한다면

"여성들은 왜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를 다하지 않는가?"

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습니다. 따라서 박씨가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을 하고 싶다면 남성들이 제기하는 질문의 내심의 의사("왜 여자는 군대에 가지 않는가?")를 살펴 명확하게 대답을 해야지, 법률 전문가가 아닌 민간인이 헌법학적 개념을 혼동을 지적하는 데 그치는 것이 타당한 접근방법인지 의문입니다.

(만약 제가 박씨 입장이라면 여성징병을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판시한 2006헌마328 결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겁니다.)

두번째로,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가 아닌 국방의 의무(방역, 물자생산)는 사실상 없거나 있더라도 대단히 경미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씨가 말하는 군복무 외의 국방의 의무라는 것은 전시체제나 비상상황 하에서 민간인이 군의 작전수행을 돕는 것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2차대전의 전시체제와 같이 민간인이 징집되어 군의 물자생산 및 운반을 돕거나, 간첩신고나 방역협조, 등화관제 등 군작전에 협력하는 등의 일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의무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 민간인들이 현재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혹여 특수한 상황에서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권익의 제한 면에서 실제 군복무에 비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닙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이 국방의 의무 중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를 제외한 간접적인 병력형성의무 및 작전협력의무가 직접적인 병력형성의무에 비해 너무나도 경미하거나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인데, 만약 국민들과 진지하게 소통하고자 했다면 이 불균형이 왜 발생했으며, 왜 현재의 법체제가 정당화되는지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지(혹은 자신은 이러저러한 입법상 대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거나) 헌법학 지식을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법대 교수도 아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박씨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착잡합니다. 물론 여자는 왜 군대 안가냐? 그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착잡한 부분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이 병역문제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학적 지식을 전달하며 이러이러한 점을 당신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막 당선된 초선의원도 아닌 언론지상에 자주 이름을 올리는 여당의 중진 의원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더욱 절망스럽습니다.



19
  • 말도 안되는 소리에 대한 정성스러운 반박 감사합니다.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목록
게시글 필터링하여 배너를 삭제함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678 7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660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22 + 매뉴물있뉴 24/11/15 1219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855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10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03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48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13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1 dolmusa 24/11/13 663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36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37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22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08 4
15036 일상/생각과자를 주세요 10 하마소 24/11/11 545 18
15035 일상/생각화 덜 내게 된 방법 똘빼 24/11/11 398 14
15034 일상/생각긴장을 어떻게 푸나 3 골든햄스 24/11/09 600 10
15033 일상/생각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37 당근매니아 24/11/09 1709 42
15032 IT/컴퓨터추천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나 13 토비 24/11/08 694 35
15030 정치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두려워하며 13 코리몬테아스 24/11/07 1460 28
15029 오프모임[9인 목표 / 현재 4인] 23일 토요일 14시 보드게임 모임 하실 분? 14 트린 24/11/07 511 1
15028 도서/문학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 오직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위로 8 + 다람쥐 24/11/07 734 31
15027 일상/생각그냥 법 공부가 힘든 이야기 2 골든햄스 24/11/06 679 16
15025 생활체육기계인간 2024년 회고 - 몸부림과 그 결과 5 Omnic 24/11/05 562 31
15024 정치2024 미국 대선 불판 57 코리몬테아스 24/11/05 2228 6
15023 일상/생각마흔 직전에 발견한 인생의 평온 10 아재 24/11/05 796 2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