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1/03/21 10:31:21
Name   이그나티우스
Subject   유책주의 VS 파탄주의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기본적인 전제를 설명하자면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이혼에 관하여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유책배우자가 결혼관계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부부 중 한 쪽이 불륜을 저질렀을 경우, 그 불륜을 저지른 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문제였고, 굳이 입장을 묻는다면 저로서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편이 옳지 않은가? 이미 파탄이 난 결혼관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정도의 입장에서 파탄주의로의 판례변경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었습니다.... 만

최근에 판례집을 공부하다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를 읽고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1. 협의이혼을 인정하지 않는 파탄주의 채택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협의이혼이 가능하다. (그러니까 둘이 잘 합의를 봐라.)

2. 우리나라 법제에는 파탄주의의 한계나 기준, 그리고 이혼 후 상대방에 대한 부양적 책임에 관한 법률 조항이 없어서, 만약 파탄주의를 취할 경우 유책배우자를 위해 상대방 배우자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3. 간통죄를 폐지하는 대신 중혼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중혼에 대한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지 않은 우리나라의 법제상 유책주의를 도입할 경우 법률이 금지하는 중혼을 인정하게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말해 불륜관계로 다른 살림을 차린 배우자가 걸리적거리는(?) 배우자를 이혼으로 처리(?)해버리는 부조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는 이야기.

4.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즉, 예외사항을 두어 특수한 케이스는 배려하고 있다는 뜻)

음 저는 이 얘길 들어보니 이번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불허하는 법원의 태도가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3번에 나온 가정을 파괴한 자(대개 이쪽이 경제적으로도 부유하죠)에게 이혼이라는 칼까지 쥐어주어서 두발 뻗고 잠까지 자게 해주겠다... 여기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항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이혼을 해본 적도 없고 아니 애시당초 결혼을 해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는 뭐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자 글을 올려봅니다.



3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7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222 4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48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 제그리드 24/12/23 1481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33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65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87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05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58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57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29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3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3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3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3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2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39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5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4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5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6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88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77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