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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5/24 10:44:36수정됨
Name   윤지호
Subject   ASL 시즌 11 4강 1차전 김명운vs변현제
https://redtea.kr/pb/pb.php?id=fun&no=51951


지난시즌이었나, 짭제가 4강에서 장윤철 상대로 2햇레어 보여주고 쫄게한뒤 역으로 째버리는 개념을 갖고와서 장윤철이 대응 못하고 무너진 적이 있는데 그때 '와 스타를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어제는 그때보다 더 한 충격을 느꼈습니다. 진짜 어떻게 스타를 이렇게 할 수 있는지, 저같은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생각하지 못 할 겁니다.


1. 선포지 후 첫 가스 100으로 포지공업을 누르고 이후 곧바로 스타게이트 테크 후 커세어 생산

변현제는 2,3,5경기 모두 선포지를 했는데, 어차피 첫가스 100으로 포지공업을 누를거였기 때문에 애초에 선코어가 의미가 없습니다. 저그도 바보가 아닌이상 선포지에 첫가스로 포지공업을 돌리면 '아 이거 빠른 공발질이구나'라고 알 수가 있습니다. 근데 보통 이렇게 하는 건 선아둔 공발질이고, 커세어를 뽑는다고 한다면 뮤탈로 카운터치는 저그한테 역으로 한타이밍 늦은 2스타게이트를 올려서 뮤탈을 다시 카운터치는 식입니다. 근데 변현제는 여기서 다시 스타게이트를 올려서 커세어를 뽑습니다. 커세어를 본 저그는 '어 뭐지? 선아둔이 아닌가?' 하고 어리둥절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2. 노업질럿 떼거지 출발

보통 선게이트를 하게되면 저그한테 링을 강요하기 위해 질럿이 뛰고, 이 때 어쩔수없이 질럿이 죽게 됩니다. 물론 질럿이 죽으면서 저글링잡고 드론잡고 하면서 이 컨싸움에 따라 초반 출발 양상이 갈리게 되죠. 변현제는 그간 이 선게이트 질럿 컨트롤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보여줬고, 이 능력을 바탕으로 저그전을 풀어갔습니다. 당연히 김명운도 이걸 중점으로 연습해왔을 겁니다. 근데 질럿이 안뛰네요? 모아뛰기인가 싶어서 적당히 드론 째다가 다시 링 눌렀는데 5질인데도 안뜁니다. 이제는 저그가 다 째놔서 질럿이 7~8마리 되어도 노업이면 발업링 한번 펌핑해서 싸먹으면 됩니다. 저그가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죠. 근데 그 7~8마리 노업질럿이 애매한 타이밍에 겁도없이 뛰쳐나와서 설치기 시작하고, 저그는 이제 링 펌핑해서 싸먹을 준비를 하고, 잘 싸먹으려고 이리저리 와꾸를 재다가 덮치려 하는데..



이게 웬걸, 갑자기 공발업이 됩니다.




3. 공발업 이후 양상

게임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간 변현제가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저그전의 양상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10게이트하고 질럿 안뛰고, 선포지를 하고, 첫 가스 100으로 공업을 누르고 그러고나서 커세어가 날아오고. 그간 변현제가 보여준 저그전은 정찰프로브로 앞마당과 삼룡이 해처리 못앉게 괴롭히기, 선게이트 후 과감하다 못해 무모해보이기까지 한 질럿 달리기에 이은 신컨 같은, 다 알지만 막기 힘든 것들이였어요. 김명운 또한 그 알고도 막기 힘든 부분에 대한 준비를 위주로 해왔을 겁니다. 근데 갑자기 이런 이질적인 모습을 보이니 머릿속이 엄청 복잡해졌을 테죠. 그래도 김명운 정도 되는 저그니 임기응변으로 계속해서 대처했고 결국 공발업질럿 까지는 막아냈으나 (사실 저는 2경기에서 공발업질럿에 GG가 나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이미 게임이 기울었고 이어지는 다크 콤보를 막을수가 없었죠.

이후 3경기에서는 초반에 동일하게 흘러갔고, 김명운이 정찰을 커트하기 위해 모든 링을 전진배치한 사이 빼돌린 프로브 하나가 김명운의 본진을 다 봤습니다. 3햇 레어가 올라가고 앞마당 본진 드론숫자까지 다 봤으니, 이때 이미 변현제는 김명운이 2경기처럼 당하지 않기 위해 공발질의 카운터인 스커지+소수뮤탈을 쓰면서 째는 빌드를 쓸거라는걸 바로 캐치했을 겁니다. 그리고 두번째 스타게이트를 올려서 소수뮤탈 운영을 완벽히 카운터쳤고, 김명운은 아무것도 못하고 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변현제는 아마 김명운이 다음 수로 뮤커지를 쓸거라는 걸 어느정도 예상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진 4경기. 변현제는 유리한 세트스코어에서 2인용 맵 전진게이트를 시전합니다. 솔직히 이건 김명운이 염두에 뒀어야 했지만, 처음 보는 패턴에 당하고 그에 맞춤 운영을 준비했더니 그에 다시 역맞춤을 당해서 또 지고.. 김명운 입장에선 충분히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변현제는 8강에서 보여줬듯이 이런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기회를 놓치는 선수가 아니죠.



마지막 5경기는.. 기존 선게이트 체제에서 9발은 정찰당하면 짤막히고 올인밖에 할 게 없는 빌드였고, 그래서 저그들은 어느순간부터 토스전에서 9발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토스들 상대로도 그런데, 하물며 초반 질럿 프로브 컨트롤이 압도적으로 강력한 변현제 상대로 9발을 하는 건 매우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변현제는 2,3,4 3번 연속 9발을 배제하는 패턴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변현제가 대놓고 계속 9발을 배제하니 열이 오른 김명운이 드디어 9발을 시전합니다. 그리고 변현제는 이번에도 또 9발을 배제했죠. 그렇게 김명운이 한세트 따내나 싶었는데.. 사실 선게이트 하다보면 무리하게 질럿 뛰다가 앞마당에 질럿 하나 있을때 저글링 6~7기 들어와서 프로브 비벼야 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는데, 이렇게 막을 수 없을것 같이 보이는 상황에서도 저글링 컨을 실수하면 어영부영 막히는 경우가 꽤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사실 발업링은 그런 경우가 잘 안나오긴 하는데 김명운의 컨트롤 및 판단도 막 좋은 편은 아니었고 변현제의 컨도 엄청 대단하기도 했고, 또 언파워드 되기 직전 질럿이 겨우 나오는 운도 따랐고.. 이것저것 많이 겹쳐서 결국 막힙니다. 사실 저도 프로간의 경기에서 이게 막혔다는 게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2,3,5경기 모두 김명운은 변현제의 본진을 못봤습니다. 물론 이것도 자리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선게이트 선코어상대로 토스 본진 보겠다고 오버러드 밀어넣다간 테크차이로 오버 2기 따이고 시작하기 십상이고 어차피 토스가 할 게 거기서 거기니 저그에게는 첫 커세어에 안 따이도록 오버러드를 잘 숨기는 것이 중요한 덕목 중 하나죠. 특히 변현제 상대로는 초반에 점수 따이는거에서 스노우볼이 굴러가니 김명운 또한 굳이 오버러드를 찔러넣지 않고 숨겼습니다. 그러나, 변현제에게는 기존의 강력한 패턴 말고도 또다른 패턴이 있었습니다. 앞에 적었듯이 하던대로 해서도 저그전 승률이 매우 좋았던 변현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또 다른 패턴이었습니다.


이번 다전제는 변현제가 충분히 이길 만한 자격이 있었습니다.
본인의 강점에 안주하지 않고 그걸 이용해서 더 새로운 걸 보여준 것이 매우 인상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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