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1/08/13 21:47:54수정됨 |
Name | 거위너구리 |
Subject | 강아지 |
나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두 명 있다. 나와 동생들은 조부모님과 함께했던 기억이 없다. 할머니는 내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 엄마 앞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밥대신 술만 드시다가 얼마 안되어 할머니를 따라가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초혼이셨고 할아버지는 재혼이셨다. 6.25때 월남하시면서 전부인이랑 헤어지셨다고 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이차가 많았던 부부였다. 할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하시다가 경영난으로 공장이 문을 닫은 후 집에서 술만 드셨다고 한다. 그 이후 할머니는 살아생전 안 해본 일이 없으셨고 아빠는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스께끼를 팔아야 했었다. 아빠는 할머니가 땅에 묻힐 때 같이 묻어달라는 말과 함께 울부짖으셨다고 한다. 나와 동생들은 부모님에게 그 말을 듣고 울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일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공장에서 일하시다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질병에 걸려 앓다가 돌아가셨다. 나와 동생들은 학교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엄마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외할머니 산소를 한번도 가신 적이 없다. 나와 동생들은 그때도 울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그 강아지는 애교가 많아서 예쁨을 많이 받았었다. 강아지는 오래오래 살았지만 오래오래 아프기도 했었다. 가족들은 지극정성으로 강아지를 보살폈지만 강아지는 끝내 동물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강아지가 죽은 후 얼마간 아빠는 짜증내는 일이 잦아졌다. 엄마는 낮이고 밤이고 우셨다. 나는 아무도 없을 때 집에서 대성통곡을 하곤했고 둘째는 강아지를 화장시키고 집에 오는 내내 울다가 집에서 공황발작을 일으켰다. 막내는 그런 둘째를 돌보면서, 같이 울부짖었다. 강아지가 죽은지 수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그 때 다들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4
이 게시판에 등록된 거위너구리님의 최근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