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2/02/21 15:28:25
Name   Picard
Subject   강등&부서이동 7주차
안녕하세요.
평범한 중견기업 다니는 회사원 아재입니다.
작년까지는 중간관리자였으나, 이제는 강등당해 회사원입니다.


1.
작년 말에 고참 부장이 우리 팀으로 온다고 해서 팀원으로 강등이구나 생각하고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팀장급중에는 젊은 축이라고 여기저기 치이고 힘들었는데, 고참부장이 오면 치이진 않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연말에 인사이동이 떴는데, 아에 다른 사업부로 발령났더라고요.

대충 짐작되는 바로는, 부사장이 제가 탐탁치 않아 트레이드 시장에 올려놨는데, 예전에 제가 일하던 부서에서는 제가 하던 업무를 할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인사팀에 경력직을 뽑아달라고 요청했고, 그 자리에 제가 다시 복귀하게 된 것 같은데, 이쪽 윗분들은 또 팀원으로 마구 굴려먹기에는 고참이 와서 조금 곤란해 하는 것 같습니다.


2.
올해 연봉은 작년 성과평가에 기반 하고, 저는 부사장이 직접 평가하기 때문에 큰 기대 안했습니다. 동결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생각했죠. (기본 상승율이 있기 때문에 동결이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그런데, 연봉 동의 버튼 누르라고 게시뜬날 부사장이 전화해서 '거기로 보냈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회사에서 너를 가장 원하는 곳이 거기라 보낸거다. 여기보단 거기가 너한테 여러모로 잘 맞을 거다' 라면서 평가도 섭섭치 않게 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봉 계약서 조회하려고 시스템 들어가봤더니, 작년보다 올려줬네요. 대충 수소문해보니 기본상승율이 2-3% 정도 인것 같은데, 저는 그것보다 더 올랐습니다.
아니, 마음에 안들어서 팀원으로 강등하고 방출까지 시켰으면서 평가는 잘 주는건 또 뭐람...

하지만, 내년 연봉은 깎일거에요. 제가 지금 하는 업무가 잘 하면 티 안나고, 못해야 티나는 업무인데다가 윗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저도 그래서 다른 부서로 옮겨간거고), 열심히 해봐야 더 고생한 애들 챙겨준다고 평가상 불이익을 받거든요.


3.
이번 인사이동때 저만 그런게 아니라 좌천당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 따위는 사람들이 좌천당했다고 생각 안하는 걸지도...

그렇게 서울에 남아 있으려 하던 부사장도 공장으로 방을 옮겼어요. 사실 '저분 이번에 옷 벗을줄 알았다' 라는 평이 대부분이에요. 몇번의 조직개편을 하면서 팔, 다리 다 뺏기고 이번 인사이동하면서 자기 편 임원들이 많이 옷 벗었거든요.

저희 팀도 없던 이상한 롤을 추가해서 사람 두명 더 붙여주고는 팀장으로 좌천당한 상무가 왔어요.
세상이 팀장이 임원이라니... 작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옷 벗겠구나 했는데, 나가실 생각이 없는지 더 열정적으로 일하시려고 합니다. 문제는 공장장보다 고참 임원이라 공장장이 껄끄럽게 생각한다는거...


4.
팀장일때는 바빠도 내가 주도적으로 스케줄 관리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내가 주도적으로 한다기 보다, 여기서 펑.. 저기서 펑.. 하면 땜빵하느라 스케줄 관리고 뭐고 없어요.
거기다가 팀장은 또 자꾸 저한테 보고자료 좀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이거 회장님 보고용이라... 너 밖에 만들만한 사람이 없다"
아니, 상무님.. 저 짤렸다고요..


그래도... 이제 사내 정치에 눈치 보고 스트레스는 안 받습니다.
전 팀에 새로 오신 고참 부장님이... 제가 부럽답니다. 이제 안 시달려서...
선후배들의 전반적인 평이.. '잘된거' 라고 합니다. 제가 너무 FM 이라 부사장이랑 안 맞았을거래요.

아이랑 아내는 요즘 제가 자꾸 늦게 오고 밤이나 주말에도 공장에서 전화 온다고 불만입니다.

아마도.. 이 보직으로 몇년 더 하다가, 슬슬 나가라는 압박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근속 20주년 기념품은 받아 먹고 나가야지.



26
  • 수고하시네요
  • 힘내십시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635 일상/생각대한민국 OECD 우울증 1위. 8 moqq 22/03/16 3729 0
12630 일상/생각분위기 바뀌는거 걱정되네요. 24 Picard 22/03/15 4775 4
12629 일상/생각나는 네 편 9 머랭 22/03/15 3893 39
12617 일상/생각내 차례는 언제일까? 9 방사능홍차 22/03/13 3777 1
12613 일상/생각일상의 사소한 즐거움 : 어느 향료 연구원의 이야기 (1편) 5 化神 22/03/11 4015 27
12610 일상/생각윤통이 대출 풀어주면 영끌해서 집 사야겠죠? 27 Picard 22/03/11 4723 0
12604 일상/생각인사명령서 없이 병원입원하는 병사 목격한 썰 25 매뉴물있뉴 22/03/10 4307 0
12597 일상/생각동생의 세계 21 하얀 22/03/09 5178 70
12596 일상/생각대선 전날 쓰는 회사 정치 이야기 2 Picard 22/03/09 3102 11
12592 일상/생각모 중소병원 직장인의 일기 16 자몽에이드 22/03/07 3693 23
12590 일상/생각농촌생활)봄에는 굼벵이도 석 자씩 뛴다 16 천하대장군 22/03/07 3618 22
12563 일상/생각2년간의 비대면 강의 후기 16 물냉과비냉사이 22/03/02 4184 15
12549 일상/생각코로나 안걸리는게 이젠 신기하네요 5 동현 22/02/25 3508 1
12546 일상/생각역대 대통령이 내 삶에 끼친 영향이 있나.. 11 Picard 22/02/25 3783 3
12534 일상/생각노래가 끝나고 2 심해냉장고 22/02/21 3721 17
12533 일상/생각강등&부서이동 7주차 13 Picard 22/02/21 4042 26
12524 일상/생각길 잃은 노인 분을 만났습니다. 3 nothing 22/02/18 3390 35
12520 일상/생각네거티브 효과 8 Hi 22/02/17 3675 4
12515 일상/생각내 고향 서울엔 11 사이시옷 22/02/14 3901 21
12514 일상/생각워들에 빗대어 끄적여본 나의 어리석음에 대하여 5 덜커덩 22/02/13 3696 14
12484 일상/생각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dolmusa 22/02/01 2854 3
12483 일상/생각인간관계, 그리고 연애(1) 1 늑대를불러야지 22/02/01 3802 6
12467 일상/생각시사in을 구독하기로 했습니다 21 매뉴물있뉴 22/01/26 4045 4
12459 일상/생각그 식탁은 널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2 Erzenico 22/01/22 3682 25
12454 일상/생각닷스페이스 이재명 인터뷰를 보고 9 Alynna 22/01/20 4064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