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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2/07/07 15:59:36수정됨
Name   dolmusa
Subject   어느날의 상담 사례 기록 - 01
1. 문제의 소재

- 저의 어머니뻘 되시는 내담자가 오셨습니다.

- 내담자의 남편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쓰러져서, 산재 판정을 받고, 수십년간 완전 편마비로 장해급여를 받으시다가, 올해 코비드19로 인한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셨습니다.

- 내담자께서는 남편의 산재 유족급여 신청을 원하셨는데, 공단 상담결과 불승인 예상된다고 하여 조력을 받고자 저희에게 오신 것입니다.


2. 법리 및 관련 사례

- (국민연금 유족급여와 구분하여) 산재 유족급여는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사망한 자에게 지급됩니다.

- 각종 산재 급여와 마찬가지로, 산재 유족급여 역시 사망원인과 업무상 재해와의 인과관계가 핵심 요건입니다.

- 실무상으로, 요양급여 또는 상병보상연금을 수령 중인 자가 사망한 경우, 아직 치료가 종결된 것이 아니어서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아 유족급여 수급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다만, 치유*된 후에 별도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 특별히 당해 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 부상 등을 악화시켜 사망하였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일반용어로서 완치 등의 "치유"가 아닌 법적용어로서 "치유" 입니다.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산재보험법 제5조 제4호))


3. 내담자와의 상담내용 요약

- 내담자께서는 기존 저희 법인과 인연이 있는 분의 소개로 저희를 찾아오셨다며, 멀리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반) 여기까지 찾아오셨다고 하셨습니다.

- 저는 위의 법리 및 관련 사례를 설명드린 후,

- 코비드19가 사장님의 장해를 악화시켰거나, 또는 장해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해소하고자 드시는 의약품 중에 코비드19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인자를 발견하는 등,

- 코비드19와 업무상 재해의 인과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 그렇게 상당인과관계를 만들어도 주관적으로 비추어질 가능성이 높아 유족급여 승인이 어렵고,

- 저희는 일반 법인으로서 역량이 미치지 못하고, 관련 산재 전문법인에서 상담을 받으시는 게 좋겠다, 아는 분들을 소개시켜 드리겠다, 고 하여 상담을 마쳤습니다.


...... 상담사항 이슈

" (중략) .. 승인이 어렵습니다. "

" 아니 그럼 누가 수십년동안 간병을 해요.. "

" 법리가 그러하다보니.. 송구스럽습니다. "

" 무슨 법이 그래요. 아니 그러면 뭣하러 누가 누워있는 사람 간병을 하냐구요. 죽어서도 먹고 살으라고 간병을 하는거 아니에요.. 아이고.. "

내담자들의 경제적 층위는 다양합니다. 잘나가는 기업 회장님부터, 최저생계비 이하로 가정을 책임지시는 분들까지. 인격의 성질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며, 경제적 층위와의 상관관계는 없습니다. 수십억 버는 사장님도 월 20만원 자문비가 아까워서 CMS계좌를 비워놓으시기도 하고, 월 200으로 장애인 자녀를 키우시는 분도 왜 성공보수 안 빼가냐며 전화로 닥달하시기도 합니다. (여담. 일부러 안 뺐습니다.)

내담자께서 저 말을 했을 때, 저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편을 돈 때문에 돌보았구나. 남편=돈의 등식이 성립하는구나. 내담자께서는 요즘 잘나가는 신도시에 사시고, 옷차림도 제법 깔끔하여 왠만한 연회장 드레스코드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람이야 많으니, 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수임할 거리도 아니니 내담자야 할 말 하고 돌려보내면 그만이거든요.

그런데, 상담을 계속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남편=돈' 으로 보는 저 등식이 과연 비인격적인가? 라는 물음이 들었습니다. 애기들 막 대학 보내고, 생애곡선에서 수입과 지출이 피크를 찍고 완만히 하강할 시점에 사고를 당하신 분과, 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사시던 분. 재정곡선의 극적인 충격과 더불어 본인이 없으면 생존을 할 수 없는 남편을 위해 거의 휴가없는 간병의 인생.

아내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사건에 대한 적응실패가 있지는 않았을지. 굳이 사고가 없더라도, 남편의 수입에 의존하여 가정을 꾸리던 그 시절 그 세대 그 때의 구조로 볼 때, 사건에 대한 적응실패로 다음과 같이 생활구조가 그대로 치환되지 않았을지. 즉, 남편의 장해는 '노동수입' 에 해당하고, 아내의 간병행위는 '가사노동' 이 아니었을지.

그렇다면, 남편의 사망으로 아내는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자신의 여태까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가 무위로 돌아갔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남편이 긴 '노동' 끝에 '퇴직' 했는데, 아내는 '퇴직금' 이 없이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분에게는 '남편=돈' 뒤에 '=생존' 이 붙어있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국민 개개인의 사회적 판단 기준에 따라 유족급여 지급의 당위성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과연 저 분을 마냥 돈에 미친 비인격자라고 매도할 수 있을까.


저는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지만, 적어도 무언가 갈라진 마음 한 켠은 메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4. 결론

- 내담자께는 별도 상담료를 받지 아니하고, 내담자의 성명과 연락처를 받아 서울 모 유명 산재법인의 담당자에게 내담자의 연락처를 전달하여 추가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기타 이슈 없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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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살사람은 살아야지....즘
  • 슬프고 씁쓸하고 안타깝고 복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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