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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4/11/09 21:18:11수정됨 |
Name | 당근매니아 |
Subject | 잡상 : 21세기 자본, 트럼프, 자산 격차 |
1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14년 가을에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이 국내에 출간되었습니다. 이런저런 함의들이 있겠습니다만, 대략 이 정도 메시지로 요약했습니다. ① 별도의 통제가 없는 이상 자본소득이 근로소득에 비해 유리해지는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간다. ② 거기서 파생된 불평등은 과거에 주로 전쟁을 통해 초기화되었다. ③ 2차 대전이 종료된지 반세기가 넘게 흐르면서 불평등 수준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일전에 홍기빈의 강의를 들었을 때 기억에 남는 비유가 하나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에서 부를 물에 비유하며 낙수효과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부는 불과 같아서 위로 고이는 성질이 있다고. 돈은 힘이고, 그 힘은 정책과 정부를 주무를 기반이 됩니다. 부를 축적한 이들이 앞장 서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환경을 굳이 조성하고자 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슈퍼팩, 한국의 재벌구조 같은 것들은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기득권이 이미 손에 넣은 것들을 지키고, 더욱 불려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죠. 피케티의 저서가 발간되기 2년 전에는 "Occupy Wall Street", 그러니까 월가 점령시위가 일어났습니다. 월가 점령시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시위 전후로 월가의 자본가들이나 금융구조 중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고, 금융체계의 모순점이 낱낱히 까발려진 이후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는 건 아담 맥케이가 <빅쇼트>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그 빅쇼트는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에서 개미들이 분노를 뿜어내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당시 올라왔던 "This is for you, dad"라는 글이 그 정서적 근원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리 가정을 박살낸 걸 기억해. 우리 아버지의 굳건한 회사는 하루아침에 전부 날아가 버렸어. 아버지께선 자신 명의의 주택도 잃으셨지. 삼촌도 마찬가지야. 난 아버지께서 식탁에서 잔돈 세시는 걸 형이 도와주던 것도 기억나. 그게 아버지가 가진 마지막 남은 돈이었어. 우리 집안에선 이렇게 일이 꼬여갈 때, 난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월가 점령 시위를 내려다보면서 축배를 들던 걸 보고 말았어. 난 그 일을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아버지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셨어. 점점 술독에 빠지게 되었고, 이젠 산송장 신세가 되어 죽는 날만 기다리고 계시지. 이건 내가 가진 전 재산이고, 저 놈들이 날 먼저 조지기 전에 차라리 내가 먼저 다 날려버리겠어. 내 돈을 뺏어간대도 나한테 상처가 되진 않아. 왜냐면 난 전혀 아깝지 않거든. 놈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전부 불태워 버릴 거야. 아버지, 이건 당신을 위한 것이에요." 모든 것은 전부 이어져 있습니다. 당시 '로빈후드'는 개미들이 게임스탑 주가를 올리는 걸 막기 위해 자신들의 앱에서 아예 '구매' 버튼을 날려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수준의 주가조작을 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누구도 주식시장 조작을 이유로 형사처벌 받지 않았습니다. 이제 공매도 세력이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이 예상될 때, 주식거래 앱을 셧다운해서 주가를 주무르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인정 받은 셈입니다. 2 생물학에서 '소화'라는 개념은 체내에 들어온 음식을 물리적/화학적으로 잘게 쪼개고, 최종적으로는 영양물질 내의 에너지를 ATP 등의 형태로 저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건 그 음식을 한방에 불로 태워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과정을, 느리고 단계적으로 행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먹는 식품의 열량을 계산할 때에는 그 식품을 태워서 얼마만큼의 열량이 뿜어져 나왔는지를 측정하게 됩니다. 사회적 분노 내지 역동성 역시 마찬가지 개념을 적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임계를 넘기 전에는 사회제도의 개선, 개혁, 외교적 수단과 자원을 재배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갈등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시점을 지나버리는 순간부터는 전쟁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만 끝에 다다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현대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군사력이 워낙 막강해서, 이제 개인이 물리적으로 정부에 저항한다는 개념은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총기협회가 아무리 시민의 저항권을 운운한다 하더라도, 고작 소총 가지고 미국 정규군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코로나19가 종식되어가던 시점에, 미국 월마트 등이 수시로 약탈 당하고 경비원과 경찰들도 이를 묵인하는 현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수감시설이 꽉꽉 들어차고 여분 공간이 부족해서 범죄자를 잡아들여봐야 소용 없으니 방치하는, 고담시티가 현실로 옮겨진 셈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의 격차를 방치한 대가를, 월가점거 시위가 무위로 돌아간지 15년만에 치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라면 내전, 폭동, 분리주의로 표출되었을 사회적 역동이 아주 소극적이고 개인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꼴이었죠. 한국에서도 비슷한 역동이 쌓여가고 있으며, 이 역시도 매우 국지적인 방식으로 흘러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른 국가들에서 빈자들이 한곳에 모여 빈민가를 구성하고, 상호간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에 비해, 한국의 빈민들은 서로 분절되어 개인화 됩니다. 빈자들은 고시원과 여인숙 달방에서 시멘트벽으로 구분되고, 서로 소통하지 않습니다. 포탈사이트의 뉴스 댓글이나, 유튜브 쇼츠 댓글로 무의미한 감정을 토해낼 뿐이죠. 그러니 미국이나 한국이나 결국에는 체제가 서서히 형해화되는 식으로, 정부가 몰락하면서 기업이 그 위치를 대신하는 모습을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저는 모든 이에게 한장씩 주어지는 투표권의 존재를 잊고 있었더군요. 3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것처럼, 세상에는 <1984>와 <멋진 신세계>가 동시에 도래하고 있습니다. 과거 제1세계로 분류되었던 국가 중 다수는 개개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과도한 정보에 파묻히거나, 분석된 취향에 따라 알고리즘이 골라 제공하는 컨텐츠 버블 속에 잠겨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제2세계 국가들은 과거 철/죽의 장막 시절보다는 완화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통제된 환경 속에서 정부가 선택적으로 여과하여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의사결정하고 있죠. 어느 쪽이든 간에 민주주의 작동의 근간이 되는, 각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방해 당하고 있습니다. 앞서 저는 내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였습니다만, 트럼프는 이미 이전 대선을 전후해서 보인 행태는 내전을 부추긴다는 것 말고는 다르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의사당이 무력집단에 의해 점거 당하는 등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었구요. 만약 이번에 트럼프가 낙선하였다면 비슷한 모습이 더욱 격화된 형태로 발생하였을 겁니다. 반면에 지금 당장 트럼프가 당선되어 저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앞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트럼프의 공약은 "미국이 만들어낸 막대한 부를 다른 나라들이 무임승차하고 있으므로, 고립주의 노선을 타고 국내 산업을 육성하면 그 모든 부를 우리가 독점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유아적 발상에서 비롯합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부는 오히려 다른 국가들을 하청업체로 부리면서 긁어모은 것으로 보는 게 합당할 겁니다. 거기엔 달러가 기축통화로 유통되는 걸 이용하여 자신들의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떠넘겨 버리는 방식, 세계 각국에 군사력을 투사하거나 첩보조직을 활용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정세를 틀어버리는 힘 등이 활용되어 왔었죠. 미국인들은 이러한 활동에 사용되는 비용이 낭비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기실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풍요는 팍스 아메리카나 하에서 성립가능한 것이고, 그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대가에 불과합니다. 트럼프가 재선 기간 동안 실제 공약한 것처럼 관세를 높이고, 글로벌 공급 체인을 차단한다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격 받았던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강화될 겁니다. 당장은 미국 주식시장이 다시 상향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버핏지수가 역대 최고수준을 넘어선 이 상황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세계경제가 악화되었을 때, 전세계의 사회적 역동은 취약점을 찾아 보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상당해보입니다. 터져나온 고리에 따라서는 제2의 사라예보 사건이 될 수도 있겠지요.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모순을 금수저 사업가가 해결해주리라고 믿는 모양새 역시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습니다. 4 트럼프의 당선만이 디스토피아적 상상에 불을 붙이는 건 아닙니다. 트럼프가 실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기후변화는 이제 현실이 되어서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조만간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수산물과 농산물의 종류가 바뀌게 생길 지경이죠. 우리야 이미 극한기후에서 살아오느라 에어컨과 온돌을 전부 갖춰두고, 롱패딩과 나시티가 함께 옷장에 걸려있습니다만, 당장 유럽만 해도 임시방편적 대응마저 불가능한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각국이, 각 민족이 자신들의 '레반스라움'을 찾아 옆 나라를 공격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5 일전에 의사 정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과 논의들을 보면서, 결국 고3들이 의과 입시에 목숨거는 이유가 다른 전문직들과도 구분되는 수준의 소득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과거에는 공대 진학이 의대, 약대 진학보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고, 당장 저희 이모부만 해도 서울대 공대에 입학할 점수가 되지 않아 약대로 진로를 튼 케이스였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 레지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고생하는 건 이해하지만, 공대 랩실에서 박박 구르면서 박사학위까지 나아가는 것도 그에 버금가는 인고의 시간일 겁니다. 그럼에도 보상은 엄청난 차이가 나고 있죠. 그러니 전국 모든 의대들을 성적 순으로 싹 훑고난 뒤에야 서울대 이공계 여타 과들의 순서가 돌아오는 걸 테구요. 다르게 생각해보면 의사를 제외한 다른 직업들에 종사해봐야, 근로소득만으로 소위 '신분상승'을 노릴 기회는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세전 연 1억 버는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6.4% 수준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페이닥터 등도 함께 포함되겠죠. 35~39세 구간 근로자의 중위소득이 5천만원을 간신히 넘으니, 일단 연봉이 1억을 넘어서면 그 값의 2배에 달하는 셈인데, 별도의 자산 대물림 없이 확보할 수 있는 부동산이 어느 수준일까요. 어쩌다 보니 그룹사 금수저로 태어나 지금까지 아무런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100억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압니다. 3루도 아니고 타석에 서는 순간 이미 1점 챙기고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해야겠죠. 평생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타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하니, 그간 없던 프롤레타리아 총폭탄 정신이 명치에서 올라오는 게 느껴지더군요. 최근 경제지들에서 상속세가 OECD의 6배니 뭐니 하며 난리를 치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상법 개정안이 모순덩어리라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워섬기는 꼴들을 보았습니다. 다시금 돈은 물이 아니라 불에 가깝다는 말을 생각합니다. 일전에 김대호를 비롯한 일군의 무리가, 대기업 생산직들을 겨냥하며 '고소득자'들을 공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장하성도 원청 근로자들이 하청과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에 군림하는 족벌에 대해서는 필사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때에도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산재로 사망한 현대차 직원의 유가족 중 1명을 특별채용하도록 하는 단체협약 내용이 사회통념에 위배되어 위법하다고 판결 내리기도 했지요. 그러한 논리들은 재벌가의 경영세습을 논할 때는 싸그리 사라지고, 경영의 연속성을 위해서 불가피하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후대의 경영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주로 소환되는 게 777 손톱깎이를 만드는 쓰리쎄븐 이야기일 것입니다. 경영의 연속성은 중요하지만, 직원 로열티의 연속성은 전혀 고려할 대상이 아니라는 말들은 참 우습습니다. 한쪽에서는 선의만을 찾아헤매는 이들이, 다른 한편에서는 악의를 단정 짓습니다. 학창시절에 부의 분배에 관해 배울 때 주로 인용되던 지표는 지니계수였습니다. 소득을 기준으로 삼은 지표였죠. 우린 지금 소득차가 곧 분배의 정의와 동치되던 시절을 지나고, '근로소득만으로는 벼락거지 신세다'라는 코로나19 페이즈를 지나,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자산 격차의 시대로 들어서는 길목을 스쳐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들 속에서 비롯하는 역동을 적시에, 제대로 된 방식으로, 그리고 선제적으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시점에 거대하게 폭발하는 건 아닐까 하고, 저는 걱정합니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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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생각.
저는 한국의 빈곤 문제가 '주류 계층' 한정으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계층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처럼 홍차넷에서 글을 쓰고 읽고 향유할 수 있는 범위의 청장년층(청년은 없나)을 뜻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 보면 한국의 청장년층 빈곤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 매우 양호합니다.
https://brunch.co.kr/@happyyum98/6
다만 국가 평균적으로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나쁜 편인데요. 이것은 청... 더 보기
저는 한국의 빈곤 문제가 '주류 계층' 한정으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계층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처럼 홍차넷에서 글을 쓰고 읽고 향유할 수 있는 범위의 청장년층(청년은 없나)을 뜻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 보면 한국의 청장년층 빈곤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 매우 양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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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가 평균적으로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나쁜 편인데요. 이것은 청... 더 보기
몇 가지 생각.
저는 한국의 빈곤 문제가 '주류 계층' 한정으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계층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처럼 홍차넷에서 글을 쓰고 읽고 향유할 수 있는 범위의 청장년층(청년은 없나)을 뜻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 보면 한국의 청장년층 빈곤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 매우 양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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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가 평균적으로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나쁜 편인데요. 이것은 청장년층의 빈곤은 무난한 편이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노인 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빈곤 문제는 사실상 노인 문제라고 말해도 크게 무리는 아닙니다. 실상 한국의 노인 계층은 한국 사회에서 연령을 제외하고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계층으로, 낮은 교육 수준과 어려운 성장 환경은 이들이 자산 축적과 노후 대비에 실패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했지요.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사실상 역사적 부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 빈곤을 제외하고 보면, 한국의 빈곤 문제는 '양적으로' 심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물론 사회 차원에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지 개개인 차원에서는 '질적으로' 얼마든지 심각할 수 있지만요.
그야 코로나를 거치며 발생한 자산 격차, 특히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박탈감'이 사회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과격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순전한 감정 문제지 생존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위의 빈곤율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부동산 때문에 빡친 사람들 대부분이 생존이 문제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대다수는 '에이씨 17-20년에 부동산 걍 샀으면 나도 부의 추월차선 탔을 텐데 실수했네'라는 생각을 가진 중산층(아마 upper보다는 lower에 가깝겠지만)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들의 불만이 대의에 근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좍!]의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친 애석함,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춘 분들'의 절망감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배려해야할 이유는 없지요. 폭동 안 일으키게 눈치껏 챙겨줄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근년 간 진행된 최저임금의 인상과 플랫폼 노동의 창출로 인해서 노동 소득의 하방은 꽤 견실하게 다져진 편입니다. 코로나 이후 '~하느니 그냥 알바한다'라는 류의 말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돌고 있는데, 이것은 그만큼 정규적인 루트를 통해 취업을 하는 것보다 임시직을 하는 것이 딱히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반영하고 있죠. 노동소득만으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을 정도니까 벼락거지일 수도 있지만, 알바만으로도 90년대 일본식 프리터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벼락부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노동문제나 평등문제를 무위로 돌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청장년층이 획득할 수 있는 당장의 현금흐름은 꽤 윤택해진 편입니다. 다른 시기보다는 분명히 낫고.
게다가 2030 청장년층의 부모세대라고 할 수 있는 5060들은 노인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윗세대와 달리 자산 축적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에, 이들이 청년 빈곤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를 완충해주는 버퍼로서 기능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찌 보면 조삼모사라고 할 수 있기도 한데, 아버지가 직장에서 번 돈으로(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이야말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자녀들도 대충 알바만 해도 먹고 살만하다는 것으로, 만약 아버지가 실직했으면 자녀들의 고용 환경도 나아졌을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어찌 되었든 생존의 문제는 아닙니다. 자존감과 성취에 대한 불만은 있겠지만.
그러니까, 사실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빈곤 문제란 그래도 먹고 살만한 - 물론 사회 차원의 지속적 진전과 개선은 필요하지만 - 계층들이 하는 이야기고, 이들의 숫자는 증가해왔으며, 그에 따라 진짜 빈곤에 허덕이는 계층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소수로 전락하면서 인터넷에서 자기 발화를 할 수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런 킹산층들과 상류층, 혹은 재벌들과의 빈부격차를 교정할 필요가 있느냐.. 라고 하면 저는 딱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부조리한 수단으로, 사회적 비효율을 낳는 경로를 통해서 부를 증식해온 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참교육하는 게 맞죠.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에버랜드 야바위니 족벌식 경영이니 상식이 있는 사회면 다 때려잡아야죠. 근데 그건 사회가 조리에 닿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전체 효용을 극대화 하고 모두가 해피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네들과 일반 '서민들'의 자산 격차를 보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합니다. 그렇게 되어도 좋지만, 안 된다고 나쁠 건 없지 않다 싶네요. 왜냐하면 현재 자산 격차를 논하는 분들의 대다수는 그렇게까지 개혁과 혁명이 필요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5천만 명 모두가 서울 혹은 수도권 신축 역세권 초품아 자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그보다는 좀 더 세세한 것들입니다. 가령 수도권 과집중이라든지,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든지, 위에서도 언급한 노후 복지라든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들의 역량에 비해 훨씬 후진적인 기업 문화라든지, '플랫폼 노동으로 프리터가 될 수 있는 대다수'로부터 벗어나 있는 소외 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서비스 지원 개편이라든지(공무원들도 한계가 있죠.), 잉여 인력들과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는 섹터 사이의 미스매치 해결이라든지.
한편 미국으로 눈을 돌린다면.. 당연히 트럼프가 평등 지향적인 인물은 아니고, 트럼프의 제조업 어쩌구 이런 게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하며, 트럼프식 마가는 현재 미국인들이 말하는 불만들을 해소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귀환이 현재의 미국 민주당 정권에 비해서 더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친자본적인 방향을 주도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건 트럼프가 반자본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미국 정치 체제가 충분히 친자본적이어서이지요. 흔히 말하는 M7 중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기업이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원을 퍼부었으며 트럼프 당선을 매우 꺼려했다는 것에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미 기존의 미국 체제가 자산격차를 조장하는 - 하지만 위의 논지와 마찬가지로 사실 미국 국적 있는 자체로 지구 전체에서는 이미 킹산층 -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트럼프가 거기에 걍 해괴한 오답을 던졌을 뿐이지, 반대편이라고 정답은 아니었다는 정도의 생각이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 민주당이 2021-2024 동안 엄청난 실정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고 오히려 평균 이상 아웃퍼폼했다 봅니다. 미국의 빈곤층과 복지 문제, 인프라 미비를 해결하는 데에 꽤 공헌했다 보고요. 근데 그래봐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민들은 어지간하면 먹고 살게 해주면서 빅테크와 상류층은 어마어마한 자산을 증식하는' 체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식의 균형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보는데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다들 '먹고 살 만하신 분들'이 이런 걸 별로 안 원하더라고요. 교외 지역에서 '꽤 먹고 살 만한' 백인들이 이런 걸 참아 넘기지 못하면서 본인들을 화이트푸어라고 지칭하죠.
저는 한국의 빈곤 문제가 '주류 계층' 한정으로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계층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처럼 홍차넷에서 글을 쓰고 읽고 향유할 수 있는 범위의 청장년층(청년은 없나)을 뜻합니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 보면 한국의 청장년층 빈곤율은 OECD 평균에 비해서 매우 양호합니다.
https://brunch.co.kr/@happyyum98/6
다만 국가 평균적으로 보면 OECD 평균에 비해 나쁜 편인데요. 이것은 청장년층의 빈곤은 무난한 편이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노인 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빈곤 문제는 사실상 노인 문제라고 말해도 크게 무리는 아닙니다. 실상 한국의 노인 계층은 한국 사회에서 연령을 제외하고도 압도적으로 불리한 계층으로, 낮은 교육 수준과 어려운 성장 환경은 이들이 자산 축적과 노후 대비에 실패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했지요.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 보면, 사실상 역사적 부채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인 빈곤을 제외하고 보면, 한국의 빈곤 문제는 '양적으로' 심각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물론 사회 차원에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지 개개인 차원에서는 '질적으로' 얼마든지 심각할 수 있지만요.
그야 코로나를 거치며 발생한 자산 격차, 특히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박탈감'이 사회 문제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비록 과격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순전한 감정 문제지 생존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위의 빈곤율 이야기와 동일합니다. 부동산 때문에 빡친 사람들 대부분이 생존이 문제 있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죠. 오히려 대다수는 '에이씨 17-20년에 부동산 걍 샀으면 나도 부의 추월차선 탔을 텐데 실수했네'라는 생각을 가진 중산층(아마 upper보다는 lower에 가깝겠지만)일 것이라고 봅니다. 이들의 불만이 폭발하지 않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이들의 불만이 대의에 근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좍!]의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친 애석함,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춘 분들'의 절망감을 사회가 적극적으로 배려해야할 이유는 없지요. 폭동 안 일으키게 눈치껏 챙겨줄 수는 있겠지만.
그리고.. 근년 간 진행된 최저임금의 인상과 플랫폼 노동의 창출로 인해서 노동 소득의 하방은 꽤 견실하게 다져진 편입니다. 코로나 이후 '~하느니 그냥 알바한다'라는 류의 말이 인터넷 여기저기에 돌고 있는데, 이것은 그만큼 정규적인 루트를 통해 취업을 하는 것보다 임시직을 하는 것이 딱히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반영하고 있죠. 노동소득만으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을 정도니까 벼락거지일 수도 있지만, 알바만으로도 90년대 일본식 프리터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벼락부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노동문제나 평등문제를 무위로 돌린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청장년층이 획득할 수 있는 당장의 현금흐름은 꽤 윤택해진 편입니다. 다른 시기보다는 분명히 낫고.
게다가 2030 청장년층의 부모세대라고 할 수 있는 5060들은 노인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윗세대와 달리 자산 축적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에, 이들이 청년 빈곤 문제나 청년 실업 문제를 완충해주는 버퍼로서 기능합니다. 물론 이것은 어찌 보면 조삼모사라고 할 수 있기도 한데, 아버지가 직장에서 번 돈으로(어머니가 아니라는 점이야말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자녀들도 대충 알바만 해도 먹고 살만하다는 것으로, 만약 아버지가 실직했으면 자녀들의 고용 환경도 나아졌을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어찌 되었든 생존의 문제는 아닙니다. 자존감과 성취에 대한 불만은 있겠지만.
그러니까, 사실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빈곤 문제란 그래도 먹고 살만한 - 물론 사회 차원의 지속적 진전과 개선은 필요하지만 - 계층들이 하는 이야기고, 이들의 숫자는 증가해왔으며, 그에 따라 진짜 빈곤에 허덕이는 계층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나 소수로 전락하면서 인터넷에서 자기 발화를 할 수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런 킹산층들과 상류층, 혹은 재벌들과의 빈부격차를 교정할 필요가 있느냐.. 라고 하면 저는 딱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부당한 방법으로, 부조리한 수단으로, 사회적 비효율을 낳는 경로를 통해서 부를 증식해온 이들이 있다면 이들은 참교육하는 게 맞죠.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에버랜드 야바위니 족벌식 경영이니 상식이 있는 사회면 다 때려잡아야죠. 근데 그건 사회가 조리에 닿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전체 효용을 극대화 하고 모두가 해피해지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그네들과 일반 '서민들'의 자산 격차를 보정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합니다. 그렇게 되어도 좋지만, 안 된다고 나쁠 건 없지 않다 싶네요. 왜냐하면 현재 자산 격차를 논하는 분들의 대다수는 그렇게까지 개혁과 혁명이 필요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5천만 명 모두가 서울 혹은 수도권 신축 역세권 초품아 자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그보다는 좀 더 세세한 것들입니다. 가령 수도권 과집중이라든지, 여성의 경력 단절이라든지, 위에서도 언급한 노후 복지라든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들의 역량에 비해 훨씬 후진적인 기업 문화라든지, '플랫폼 노동으로 프리터가 될 수 있는 대다수'로부터 벗어나 있는 소외 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서비스 지원 개편이라든지(공무원들도 한계가 있죠.), 잉여 인력들과 서비스 부족에 시달리는 섹터 사이의 미스매치 해결이라든지.
한편 미국으로 눈을 돌린다면.. 당연히 트럼프가 평등 지향적인 인물은 아니고, 트럼프의 제조업 어쩌구 이런 게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하며, 트럼프식 마가는 현재 미국인들이 말하는 불만들을 해소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의 귀환이 현재의 미국 민주당 정권에 비해서 더 빈부격차를 확대하고 친자본적인 방향을 주도하리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건 트럼프가 반자본적이어서가 아니라 기존의 미국 정치 체제가 충분히 친자본적이어서이지요. 흔히 말하는 M7 중에서 테슬라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기업이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원을 퍼부었으며 트럼프 당선을 매우 꺼려했다는 것에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미 기존의 미국 체제가 자산격차를 조장하는 - 하지만 위의 논지와 마찬가지로 사실 미국 국적 있는 자체로 지구 전체에서는 이미 킹산층 -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트럼프가 거기에 걍 해괴한 오답을 던졌을 뿐이지, 반대편이라고 정답은 아니었다는 정도의 생각이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 민주당이 2021-2024 동안 엄청난 실정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고 오히려 평균 이상 아웃퍼폼했다 봅니다. 미국의 빈곤층과 복지 문제, 인프라 미비를 해결하는 데에 꽤 공헌했다 보고요. 근데 그래봐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민들은 어지간하면 먹고 살게 해주면서 빅테크와 상류층은 어마어마한 자산을 증식하는' 체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식의 균형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보는데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 다들 '먹고 살 만하신 분들'이 이런 걸 별로 안 원하더라고요. 교외 지역에서 '꽤 먹고 살 만한' 백인들이 이런 걸 참아 넘기지 못하면서 본인들을 화이트푸어라고 지칭하죠.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명확하게 장문으로 짚어주셔서 감탄했습니다. 저도 경제 경제 힘들다 힘들다 하는 이야기 들을 때마다 암만 봐도 생존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자존감 문제 아닌가? 라고 생각해왔거든요. 조국 아저씨의 가붕개론은 사실 말만 놓고보면 복지국가 지향하는 사민주의의 정석 같은 건데, 이게 듣는 가붕개 입장에서 전혀 달갑지 않다는 게 진보 진영에겐 앞으로 골칫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다수의 입장과는 동떨어져 있을 것 같은데 저는 개인의 자존심/자존감을 사회가 채워줘야 할 의무가 없다 생각합니다. 사회가 붕괴될 수 있고 위험해질 수 있다면야 당연히 '관리'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겠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처세술이나 행정적 지혜의 차원이지 당위의 차원은 아니라 봐요. 사회가 모든 사람의 자존감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고 솔직히 저는 그런 걸 타인이나 기관에게 요구하는 자체로 제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저는 사회가 대중을 이루는 일반 개인들의 자존감을 채워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자존감 강화제(지위=상대적 부, 상대적 권력, 상대적 명예)는 정의상 보편적으로 분배할 수 없고, 근대적인 개인이 자립적으로 가질 수 있는 자기만의 자존감(이라는 개념은 인문학적 환상일수도 있겠지만)은 말씀대로 남이 줄 수 없으니까요.
사회가 줄 수 있는 건 내셔널리즘, 대중집회, 종교, 가족, 알콜, 도박, 마약 같은 자존감 대체제 정도... 인데 어떡하면 이런 데 의존하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사회로 넘어갈 수 있나? 가 챌린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광의의) 종교가 답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세상이 불타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죠.
사회가 줄 수 있는 건 내셔널리즘, 대중집회, 종교, 가족, 알콜, 도박, 마약 같은 자존감 대체제 정도... 인데 어떡하면 이런 데 의존하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사회로 넘어갈 수 있나? 가 챌린지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광의의) 종교가 답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세상이 불타는 걸 보게 될지도 모르죠.
위에도 한 이야기지만 사회가 붕괴될 수 있으면 '관리'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죠. 즉, 개인의 내면 문제 - 결혼/출산을 하는 순간 내 사회적 계층 주소가 확정지어져 버리게 되니 그것을 좀 더 자산이 갖추어진 미래로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고 싶다 - 라는 비가시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사회 존속에 영향을 주는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날 때 대응이 필요할 것이고요. 한국의 빈곤 문제나 빈부격차 문제가 그 정도인가에 대해서 저는 '(연령으로 분류하면) 노인에 한해서'만 그렇다고 평가... 더 보기
위에도 한 이야기지만 사회가 붕괴될 수 있으면 '관리'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죠. 즉, 개인의 내면 문제 - 결혼/출산을 하는 순간 내 사회적 계층 주소가 확정지어져 버리게 되니 그것을 좀 더 자산이 갖추어진 미래로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고 싶다 - 라는 비가시적인 것은 사회적으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그것이 사회 존속에 영향을 주는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날 때 대응이 필요할 것이고요. 한국의 빈곤 문제나 빈부격차 문제가 그 정도인가에 대해서 저는 '(연령으로 분류하면) 노인에 한해서'만 그렇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외의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와 조력은 강화되어야 하지만, '전사회적 부의 재분배'가 필요할 정도로 한국의 메인스트림 차원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죠.
출생아수의 저하는 불평등 문제의 방증이 아닌 것이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작금의 출생아수 저하의 주 원인은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동질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국가 내부에 이질적인 인종이나 민족, 종교, 문화가 없어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문화를 향유하는 검은머리 검은눈의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에 포괄되는 사람들이 대략 95%죠. 게다가 이들의 태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고요. 그러니까, 서열 문제나 피어 프레셔나 경쟁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완화해줄 데모그래픽의 자연 경계나 지리적 분절점이 없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 말하면, 불평등 수준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인지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실제로 결혼/출산을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아니고, 그저 '부부 합산 수억 이상의 창업 자본을 가지고 수도권 아파트에서 출발해서 10년 안에 서울 아파트에 입성함으로써 내 자식에게 안정적인 어퍼 미들 클래스 진입을 선사할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 그런 여력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란 건 있을 수 없거든요. 즉 현재 한국인들이 결혼/출산을 위한 기준선이라고 설정한 것들은, 실상 5천만 한국인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그런 레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등에 대한 과민함 내지 극단적 경쟁심을 사회가 충족시켜주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방금 말한 것처럼 모두에게 충족시켜주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해서 해결이 불필요한 문제라든지 각자 알아서 안분지족하면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저 '빈부격차의 완화'라는 방향으로는 해소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격차가 커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격차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도하게 높은 기준선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므로.
그래서 차라리 저숙련 노동의 고용 창출 비중을 늘리고 임금을 올린다든지(바로 이게 근년 간 진행되었던 변화), 각 광역권의 메가시티들을 잘 육성한다든지, 혹은 10년 이상의 디플레이션의 진행에 따른 사회 전반의 무기력함의 일상화라든지(모두가 평등하게 야심과 상승욕을 잃어버리는 일본식 흐름), 노후 보장 수준의 증진이라든지(그런데 고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한국의 추가적인 산업적 성장 없이 이게 가능할지는 의문) 여튼 거시적으로 보면 이 정도의 해법이 있을 거라 봅니다.
출생아수의 저하는 불평등 문제의 방증이 아닌 것이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작금의 출생아수 저하의 주 원인은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동질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국가 내부에 이질적인 인종이나 민족, 종교, 문화가 없어서 '한국어를 쓰고 한국문화를 향유하는 검은머리 검은눈의 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에 포괄되는 사람들이 대략 95%죠. 게다가 이들의 태반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고요. 그러니까, 서열 문제나 피어 프레셔나 경쟁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완화해줄 데모그래픽의 자연 경계나 지리적 분절점이 없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꿔 말하면, 불평등 수준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에 대한 '인지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실제로 결혼/출산을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의 처지가 어려운 것은 아니고, 그저 '부부 합산 수억 이상의 창업 자본을 가지고 수도권 아파트에서 출발해서 10년 안에 서울 아파트에 입성함으로써 내 자식에게 안정적인 어퍼 미들 클래스 진입을 선사할 수 있을 만큼'의 여력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실상 그런 여력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란 건 있을 수 없거든요. 즉 현재 한국인들이 결혼/출산을 위한 기준선이라고 설정한 것들은, 실상 5천만 한국인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그런 레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등에 대한 과민함 내지 극단적 경쟁심을 사회가 충족시켜주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방금 말한 것처럼 모두에게 충족시켜주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해서 해결이 불필요한 문제라든지 각자 알아서 안분지족하면 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저 '빈부격차의 완화'라는 방향으로는 해소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격차가 커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격차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과도하게 높은 기준선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므로.
그래서 차라리 저숙련 노동의 고용 창출 비중을 늘리고 임금을 올린다든지(바로 이게 근년 간 진행되었던 변화), 각 광역권의 메가시티들을 잘 육성한다든지, 혹은 10년 이상의 디플레이션의 진행에 따른 사회 전반의 무기력함의 일상화라든지(모두가 평등하게 야심과 상승욕을 잃어버리는 일본식 흐름), 노후 보장 수준의 증진이라든지(그런데 고령화가 진행되는 와중에 한국의 추가적인 산업적 성장 없이 이게 가능할지는 의문) 여튼 거시적으로 보면 이 정도의 해법이 있을 거라 봅니다.
원 타래에는 동의합니다만 개인의 자존심/자존감을 사회가 채워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은 이미 악셀 호네트가 충분히 역설했어요. 쓰면서도 생각하셨겠지만, "모든" 자존감을 사회가 채워주어야 한다면 그건 잘못입니다. 하지만 어떤 자존감은(적어도 호네트가 말했던 사랑, 권리까지는, 그리고 연대까지도 충분히) 채울 수 있도록 사회가 움직여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회는 그의 표현을 빌어 "병들었다"고 말해야 할 거예요. 물론, 모든 자존감을, 예컨대 상위 10%에 대한 50%의 열등감을 채워줄 필요는 없지요. 그리고 댓글이 지적하는 내용도 이 부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앞 문장이 너무 거대합니다.
네. 사회적으로 해소해야 하는 수준이 있고(많은 저소득층 지원 사업이 그렇듯), 개인이 알아서 해야할 수준이 있는데(극단적으로는 연애 못해서 억울하다, 국가가 국결로 해결해달라는 남초 인셀 커뮤니티의 외침이라든지), 현재 정치담론으로서의 빈부격차 문제는 그 중간에 걸쳐 있기는 하나 후자에 조금 더 가까우므로 전자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잘 선별해서 대응하면 된다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 매우 존나 그렇읍니다ㅋㅋ
걍 대충 최저임금 월급 받아서 하루 세끼 안굶고 epl보면서 펨코 똥글 싸재낄 정도 - 그 비슷한 수준의 생활만 영위하고 있으면 이미 거거서 지구계층 3루인데 무슨 자기들이 대단히 억압받는 하류층인것처럼 세상의 불평등을 얘기하는거 도통 이해가 안됩니다.. ㅋ
걍 대충 최저임금 월급 받아서 하루 세끼 안굶고 epl보면서 펨코 똥글 싸재낄 정도 - 그 비슷한 수준의 생활만 영위하고 있으면 이미 거거서 지구계층 3루인데 무슨 자기들이 대단히 억압받는 하류층인것처럼 세상의 불평등을 얘기하는거 도통 이해가 안됩니다.. ㅋ
[현재 자산 격차를 논하는 분들의 대다수는 그렇게까지 개혁과 혁명이 필요한 상태에 놓여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5천만 명 모두가 서울 혹은 수도권 신축 역세권 초품아 자가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 이거 특히 격하게 공감.. ㅋㅋㅋ 지금은 좀 없어졌는데 예전에 툭하면 죽창이니 뭐니 할때 어찌나 어이없던지.. ㅋㅋㅋ 응 니넨 절대 죽창 못들어~ 너넨 가진게 너~~~~~~~무너무너무 많거든.. ㅋㅋㅋ 존나게 풍족한 닝겐들이 무슨ㅋㅋㅋ
'집에 굴러다니는 잔돈이 있으면 아프리카 전체보다 부유한거니 아무튼 ㄱㅊ' '쌀밥 먹고 온돌 있으니 ㄱㅊ' 하다는 등의 90년대 훈계 조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본문에서 암시하는 것이, 미국에서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든 '죽창'이 바로 투표권이었고 트럼프의 당선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알료샤님의 댓글에 제가 통쾌함을 느낀 것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그런 불만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물질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현상, 생물학적인 생존 투쟁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 투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꼰대들의 훈계 듣기 싫다는 게 인정 투쟁의 영역이죠.)
이게 정말로 보금자리가 없어서 가족을 못꾸리는 경제적 문제라면 서울 여기저기에 용적률 3000%로 아파트 5백만호쯤 때려넣어서 청년세대 하나씩 나눠주면 적어도 출산율 문제는 해결돼야 할텐데, 제 생각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물질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현상, 생물학적인 생존 투쟁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 투쟁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꼰대들의 훈계 듣기 싫다는 게 인정 투쟁의 영역이죠.)
이게 정말로 보금자리가 없어서 가족을 못꾸리는 경제적 문제라면 서울 여기저기에 용적률 3000%로 아파트 5백만호쯤 때려넣어서 청년세대 하나씩 나눠주면 적어도 출산율 문제는 해결돼야 할텐데, 제 생각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다같이 부자돼서 잘살자'는 불가능한 비전이라는 거죠. 이제 그걸 누구나 알고요. 부자되기 게임이 공정하냐 아니냐도 제가 보기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공정'이라는 게 애초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정치나 사회가 제대로 된 다른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중국이 나쁘다 불법이민자가 나쁘다 나쁜놈들 때려잡으면 나아질거다 이게 제일 잘 먹히고 있죠. 그런데 그 다른 제대로 된 비전이 뭐냐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다가 각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치나 사회가 제대로 된 다른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중국이 나쁘다 불법이민자가 나쁘다 나쁜놈들 때려잡으면 나아질거다 이게 제일 잘 먹히고 있죠. 그런데 그 다른 제대로 된 비전이 뭐냐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다가 각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연결고리를 제가 본문에 담으려다가 잊었는데, 잘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럼프의 당선은, 트럼프가 실제 자신들의 염원을 이뤄줄 거라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고찰 없이도, 많은 사람들이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 낚여 자신의 한표를 던져줬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사회 전체를 조망하기에, 인류 사회는 이미 너무 분절되고 복잡해졌어요.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 있고, 그래서 '모든 사람의 욕망을 사회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명제가 허망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욕망들이, 역동이 사회 전체 구조를 박살낼 수도 있으니까요.
동의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만, 결국은 그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혼인과 출산이라는 사회적 재생산이 박살나고 있다는 현상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록펠러 시절에는 에어컨이 없었으니 지금의 평범한 직장인이 여름에 훨씬 쾌적한 환경에 놓인 거 아니냐고 해봐야, '우린 배곯는 거 걱정했었는데 삼시세끼 다 챙겨주면서 수능 공부만 하라는데 뭐가 문제냐'하는 윗세대의 빤한 잔소리로밖에 안들리기 마련이니까요.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의 변곡점은 헌재의 행정수도 심판과 공기업들의 지방분산 이전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프랑스에 버금가는 수도권 초집중화를 야기하고, 수도권에 몰려사는 기득권들이 다시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상황에서, '지방서도 배 곯을 일 없으니 대충 살어'라는 말이 무의미해져버렸습니다.
위에도 댓글 남기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평등 수준이 높지는 않고 불평등에 대한 스트레스 수위가 높은 거라고 보는데, 그걸 완화해줄 수 있는 게 지역적 분리라고 보기는 합니다. 근데 이게 되려면 필연적으로 각 지방별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케펙스를 고도화 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건 그거대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지 않나 싶고..
맥락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사회가 모든 사람의 자존감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고]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빈부격차 인해 느끼는 메인스트림 한국인들의 자존감 문제를 겨냥한 것입니다. 즉, '자산 격차가 커져서 자존감 떨어진다'라는 것에 대해서 '현재의 빈부격차는 큰 편이지만 중위 수준의 라이프 퀄러티가 상당히 개선된 것을 감안할 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더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서울 아파트 자가 마련 못한 건 팔자소관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물론 정부는 정부대로 불만... 더 보기
맥락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제가 [사회가 모든 사람의 자존감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고]라고 한 것은, 어디까지나 빈부격차 인해 느끼는 메인스트림 한국인들의 자존감 문제를 겨냥한 것입니다. 즉, '자산 격차가 커져서 자존감 떨어진다'라는 것에 대해서 '현재의 빈부격차는 큰 편이지만 중위 수준의 라이프 퀄러티가 상당히 개선된 것을 감안할 때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더 심각해질 필요는 없지만 서울 아파트 자가 마련 못한 건 팔자소관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물론 정부는 정부대로 불만에 대응하는 것은 필요하고)' 정도로 평한 것이죠. 즉 이건 '현재 자산 격차 문제는 전사회적 의제로 올릴 정도는 아니다, 국회와 행정부 업무에서 우선 순위가 높지 않다'는 것이며, 이건 세상살이에서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자존감을 깎아내려도 된다는 판단이 내포된 게 아닙니다. '자존감을 사회가 채워줘야 될 의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묶으면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문제 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죠. 제가 지칭한 것은 정치적 의제인 거고, 열한시육분 님이 말씀하신 것은 기업 문화 내지 사회 풍토에 대한 것이니까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들의 역량에 비해 훨씬 후진적인 기업 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장 밝혀두었고 특별히 저도 이견이 없는 사안입니다.
딱히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죠. 서울에 노태우식 아파트 재건축 200만 호쯤 더 하면 될까요. 전국의 가구수는 2200만 가구고 그 중에서 서울 아파트 자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60만 가구 정도밖에 안 되는 한줌단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자가로 한정해도 250만 가구 정도고요. 그러니까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자가로 살 수 있다는 건 대충 3%나 10% 정도만이 바라볼 수 있는 선별적인 지위라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만인이 누릴 수 있게 해주겠냐는 것이죠. 물론 대출을 통해 주택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 결과로 되... 더 보기
딱히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죠. 서울에 노태우식 아파트 재건축 200만 호쯤 더 하면 될까요. 전국의 가구수는 2200만 가구고 그 중에서 서울 아파트 자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60만 가구 정도밖에 안 되는 한줌단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자가로 한정해도 250만 가구 정도고요. 그러니까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자가로 살 수 있다는 건 대충 3%나 10% 정도만이 바라볼 수 있는 선별적인 지위라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만인이 누릴 수 있게 해주겠냐는 것이죠. 물론 대출을 통해 주택 유동성을 지원해주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 결과로 되레 훨씬 더 극심한 자산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2017-2021년 사이에 너무나도 명확하게 입증되었죠. 서민 주거 복지를 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전세대출이야말로 자산 격차 확대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 현실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줍니다.
게다가 지금조차도 실은 그런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충분한 지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출산 가구 상대로 5억 한도 2% 이자로 8억짜리 사줄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과한 혜택으로 보입니다. 육아 서비스나 교육 복지 차원에서는 좀 더 체계화가 필요하겠지만, '금전적'으로, '자산격차 해소'에 있어 이 이상을 국가가 해줄 수가 있는 걸까요.
그러니까 요는, '5천만 명이 균등하게 누릴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지위'를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려고 하면 끝이 없다는 것이죠. 아마 그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려면 해외에서 외채 끌어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 접근 방향이 잘못된 솔루션이라는 거고요.
게다가 지금조차도 실은 그런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충분한 지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에서 출산 가구 상대로 5억 한도 2% 이자로 8억짜리 사줄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오히려 과한 혜택으로 보입니다. 육아 서비스나 교육 복지 차원에서는 좀 더 체계화가 필요하겠지만, '금전적'으로, '자산격차 해소'에 있어 이 이상을 국가가 해줄 수가 있는 걸까요.
그러니까 요는, '5천만 명이 균등하게 누릴 수 없는 수준의 높은 지위'를 바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려고 하면 끝이 없다는 것이죠. 아마 그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려면 해외에서 외채 끌어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 접근 방향이 잘못된 솔루션이라는 거고요.
대화가 오랜만에 생각을 자극해서 더 생각하다보니, 그전에 '서울 아파트'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던 것이 아마 출신대학 이름이었을걸요? 그것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엄격하게 학부만요. 그런 관습에 불만을 가진 다수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사람이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반영해야지 왜 사람을 인격까지 폄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나'라는 것이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서울에 모든 대학을 지을 수는 없다'라면 좀 허무하겠지요. 실제로 이런 관습이 많이 약화되고 학부나 학과 선택이 중요해지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렸기도 합니다.
막말로 지금 서울에 집 사기 제일 편한 집단은 '부모가 충분히 잘 살고 나는 백수인 케이스'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백수가 아니더라도 서류상 백수면 충분하겠죠. 이 이야기는 사실 성게군이 마린블루스에서 개미와 베짱이 만화 그릴 때부터 반복된 레토릭이긴 한데, 그 자산 격차가 점차 불어나면서 상대적 박탈감 또한 커지고 있다고 봅니다. 부의 세습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알렉스 갈랜드의 시빌워를 보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왠지 저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왠지 영화가 영화로만 끝나지 않을 거 같아 등골이 오싹하더군요. 브레이크 없는 트럼프 2기가 가져올 신세계가 1984가 될지 멋진신세계가 될지... 답은 정해져 있는 거 같아 답답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창동이 버닝을 찍으면서 그랬죠. 자기 아버지의 죄를 등에 업은 젊은이들의 분노가 보였다고. 적당히 매 세대 쾌적한 선택을 해온 1세계의 사람들은 적당히 잘 살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꽤 많은 인구수가 자기 부모의 다른 선택의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홍차넷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미래에 낙관적이라 느끼고, 낙관적인 건 문제가 아닙니다만, 이미 세계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도중이라 보아야겠죠. 기후위기부터 해서요. 비버랑 어디 작은 나라 이민 가서 오두막집 짓고 낚시하고 살다 갈 수는 없으려나요? 그리고 자산격차는 많은 경우 사는 세상 자체를 다르게 해서, 소통의 단절과 굴절을 낳더군요. 저만의 직감인데 저는 점차 세상이 기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되려 더 잔혹한 간고기가 되지않을까 합니다.
다들 핵한방 을 외치지만 그건 그냥 잠깐의 도파민같은거고 아예 재구축되어야할 사회가 없어지는 선택입니다.
잃을게 많은분들일수록 더 그렇죠.
다들 핵한방 을 외치지만 그건 그냥 잠깐의 도파민같은거고 아예 재구축되어야할 사회가 없어지는 선택입니다.
잃을게 많은분들일수록 더 그렇죠.
서울 아파트를 못 가져서 좌절한 청년층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가 지켜지는 기업에 취업 못해서 불행한 청년들은 많았고요. 청년들이 눈이 너무 높아서 지나치게 많은 걸 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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