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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3/03/30 21:22:02 |
Name | 커피대신낮잠 |
Subject | 통장 |
국민학교 시절, 한 달에 한 번은 저금하는 날이 있었다. 선생님한테 현금을 갖다 드리면 선생님이 은행에 전달해 저축해주는 행사였다. 저금통 털어 몇천원씩 모아 통장에 숫자로 채우는 재미가 있었다. 세뱃돈도 엄마한테 맡기지 않고 잘 모았다. 내 돈이 처음 생기니까 마음 한 구석이 든든했다. 조금 커서 자전거가 사고싶었다. 엄마한테 내 돈으로 사면 안되냐니까 안된단다. 친구 자전거에 셋이 타다가 얼굴에 큰 상처를 내고도 자전거를 얻지 못했다. 중학생이 되고는 별로 통장을 볼 일이 없었다. 그래도 남는 돈은 잘 모아서 대학 가기 전에는 300만원 정도는 있던거 같다.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그 남은 돈도 역시 내 돈은 아니었다.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에 유흥비에 다 나가고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돈이 들어왔지만 곧 바닥났다. 하루살이처럼 체크카드를 쓰며 살았다. 취업을 하고 처음 받은 월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미리 만든 신용카드로 이미 그 이상을 써버려서 바로 빠져나갔다. 월급-카드, 월급-카드 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10년을 지냈더니 드디어 내 통장에도 몇천만원이 쌓여있었다. 내 돈이었다. 가만 두기 아쉬워서 주식을 해봤다. 은행 이자 이상만 바라며 투자를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내 길이 아닌가보다 하고 본전일 때 회수하고 주식을 지웠다. 곧 결혼을 하며 모은 돈 모두를 전환했다. 다시 통장은 비었다. 집값 대출에 또다시 하루살이가 시작됐다. 한없이 큰 통에 물방울로 채우는 느낌이다. 이번달엔 월급이 많이 들어와서 몇 방울 더 넣었다. 언제쯤 숫자 가득한 통장을 갖게 될까. 아, 마이너스 말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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