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3/04/05 00:23:22수정됨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이웃집 정신병자



옆집에는 80대 노인이 한마리 삽니다.

종이박스를 비롯한 쓰레기들을 주워다 팔아 사는데, 정리고 뭐고 없이 무작정 쌓아놓습니다.
쌓아놓은 쓰레기가 도로변까지 밀려나오면 구청에 신고를 박습니다.
구청에서는 개인소유물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며, 몇가지 쓰레기는 매번 그대로 남겨둡니다.

그 버려진 쓰레기 사이에는 쥐도 몇 마리 살고, 그 위로 고인 물에는 모기가 알을 낳습니다.
재작년에는 그 집에서 터져나온 독일바퀴가 복도를 메우고, 4층인 우리집까지 기어올라왔습니다.
집안에 알을 깐 바퀴를 퇴치하는 데에는 정말 온갖 짓거리를 다하고도 두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뒤로도 바퀴약은 주기적으로 깔아두고, 그 집 쪽을 향하고 있는 창문은 테이프로 밀봉했습니다.

노인은 개를 다섯마리 정도 기릅니다.

각각 15kg는 넘어갈 정도의 대형견들인데, 뒷마당 넝마속에서 삽니다.
개들은 심심하면 새벽부터 짖어대고 배설물은 그대로 쌓여갑니다.

가끔 술 먹고 정신줄을 놓으면 개를 산책시킨답시고 데려나왔다가 걍 풀어버립니다.
주변 사람들이 질겁을 하든 말든 노인에게는 알바가 아니고,
경찰에 신고하면 가끔은 소방관까지 출동해서 도망간 개를 잡으러 대형 포획망을 씁니다.

사실 쌓이는 건 개똥뿐만이 아닙니다.
노인의 집에는 청소하지 않는 재래식 변기 뿐이고, 여름엔 그윽한 시골냄새가 올라옵니다.
바야흐로 연희동 한복판에 펼쳐진 고향의 향취입니다.

노인은 알콜중독자로 보이는데, 소주도 먹고 막걸리도 먹습니다.
술을 먹고 나면 길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몇시간이고 소리를 질러댑니다.
레퍼토리는 우리가 이 집에 이사온 3년간 마냥 똑같습니다.
다른 동네 할배 중 하나가 자신을 때렸다며 그 집앞에서 목청 좋게 고함을 쳐댑니다.

그 집앞은 우리 집앞이기도 합니다.
며칠에 한번씩, 그리고 발동이 걸리면 하루에 몇번이나 소리를 질러댑니다.
말을 걸어 타일러보든, 겁을 주든 잠시뿐이고 결국은 소용없이 경찰을 부릅니다.
경찰은 10만원짜리 경범죄 딱지를 떼지만 나아지는 건 없습니다.
지금까지 안내고 버티고 있는 딱지만 해도 300만원 어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그 폭행혐의를 뒤집어 쓰고 있는 할배를 만나 이야기했습니다.
작년에만 자신을 3번 고소했고, 그때마다 경찰서에 불려가 죽겠다고 합니다.
이제는 역으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할 작정이라고 합니다.

노인은 그 할배의 차에 똥물을 뿌렸었고, 지난 겨울엔 제 바이크와 차에 흙탕물을 뿌렸습니다.
1월의 한파에 흙탕물은 그대로 얼어 모래 고드름을 만들었습니다.

노인의 전과가 40범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젊어서는 노가다꾼을 일하면서 중동을 다녀왔었고, 그 사이에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 뒤로는 시장바닥에서 술 먹고 난동 부리다가, 얻어맞으면 그 깽값을 타먹으며 살아왔습니다.
아내와 자식들은 노인을 버리고 도망갔다는데 그네들 역시 전과가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지금 사는 집은 아내가 바람을 피운 게 미안하다며 장인이 줬다고 들었습니다.
집은 건물대장도 없는 불법건축물이고, 땅은 서대문구청과 서울교육청 소유입니다.
당연히 소방법이니 뭐니 제대로 지키고 있는 법 따위는 없습니다.

그 두 관청에 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라고 요청했지만, 대집행 같은 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제 운동 다녀오는 길에 술에 취한 노인이 스뎅 그릇과 소주병, 짱돌을 집어던졌습니다.
일전에도 소주병을 조준해서 던졌는데, 제가 아슬아슬하게 피한 탓에 경찰은 입건하지 않았습니다.
맞지 않아서 피해가 없으니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고, 낮에 혼자 행한 것이어서 특처법도 적용되지 않는다 했습니다.

이번엔 영상도 찍었고, 고소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목요일에 조서를 꾸미려 경찰서에 가야 합니다.

인근 주민들 서명도 대강 받아두었습니다.
구청장, 국회의원, 구의원이라도 만나서 따져물어야 무언가 해결이 될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옆집에는 80대 노인이 한마리 삽니다.



9
  • 영상 보고 나니 심각하네요. 진짜 강제입원 필요할 정도... 저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든 편안하게 사실 수 있도록 처리되길 바라겠습니다...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85 일상/생각힐러와의 만남 5 골든햄스 23/04/24 2556 18
13780 일상/생각하프마라톤 완주했습니다 5 큐리스 23/04/23 2089 11
13779 일상/생각그래도 노오오력이 필요해. 14 moqq 23/04/23 2379 1
13775 일상/생각조명이 우연히 빚어낸 재미난 효과 4 메존일각 23/04/22 1879 3
13771 일상/생각우리가 쓰는 앱에도 라이프사이클이 있습니다^^ 2 큐리스 23/04/19 2183 1
13768 일상/생각추억의 장비들 1 큐리스 23/04/18 1960 1
13765 일상/생각어릴적 나를 만나다. 4 큐리스 23/04/18 1911 1
13762 일상/생각밭이란 무엇일까요? 13 바이엘 23/04/18 2613 4
13761 일상/생각부상중에 겪어본 이모저모 6 우연한봄 23/04/17 1705 10
13751 일상/생각신입직원으로서의 폭탄을 대하는 마지막 투덜거림 6 왼쪽의지배자 23/04/13 2649 3
13750 일상/생각아들.. 그리고 짜장면. 3 큐리스 23/04/12 2900 7
13745 일상/생각정독도서관 사진 촬영 사전 답사의 기억 공유 15 메존일각 23/04/12 2722 12
13744 일상/생각인간 대 사법 3 아이솔 23/04/11 2397 15
13741 일상/생각공부는 노력일까요? 재능일까요? 39 비물리학진 23/04/11 3323 0
13737 일상/생각비교시간선학을 통해 바라본 AI시대의 유형들. 2 Pozitif 23/04/10 1972 2
13734 일상/생각필사 3일차 ㅎ 큐리스 23/04/10 2556 3
13730 일상/생각갑자기 필사가 땡겨서 시작했습니다. 1 큐리스 23/04/08 2302 5
13727 일상/생각역시 잘(?)하고 난 다음날은 표정이 다르군요.^^ 23 큐리스 23/04/07 3653 5
13722 일상/생각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보고 드는생각 10 바이엘 23/04/05 2347 7
13721 일상/생각학원가는 아이 저녁 만들기^^ 6 큐리스 23/04/05 2653 6
13716 일상/생각이웃집 정신병자 12 당근매니아 23/04/05 3547 9
13715 일상/생각일단 구글의 Bard가 더 재미있어요. 3 은머리 23/04/04 2333 1
13710 일상/생각토요일 아이들과 자전거 타기 1 큐리스 23/04/03 2189 5
13702 일상/생각한국은 AI를 적극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16 실베고정닉 23/04/02 2952 0
13698 일상/생각[설문]식사비용, 어떻게 내는 게 좋을까요? 7 치리아 23/04/01 2138 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