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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9/22 14:26:46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운전할 일 있을 때 생각나면 한번씩 눈마새 오디오북을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번 듣다 보니 조금 핍진성이 부족한 부분들도 가끔 눈에 들고, 나름의 가설도 세우게 되더군요.
예컨대 사모가 나가라는 걸 숨기고 대호왕 노릇을 하고 있는데, 륜이 병사들 앞에서 누님이라고 지칭하는 장면 등이 아쉽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각설하고, 어제 륜이 나무화되면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을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6800년 전 살았던 것으로 묘사되는 라호친 부족이 다섯번째 선민종족이 아닌가]

몇가지 논거가 있습니다.

1. '하늘치'를 비롯한 라호친 부족민들은 초록 피부에 남색 수염을 가져 인간과 외형이 확연히 다르다.
2. 하늘치를 사랑한 용, 퀴도부리타의 전설이 작품 초반부에 한번 나오고, 후반에 진실이 밝혀지는데 작품의 주요 줄기와 연관이 크지 않은 이들을 굳이 맥거핀으로 등장시킬 이유가 딱히 없다.
3. 6800년 전이면 케이건이 태어난 시점보다도 훨씬 이전이니 해당 종족에 대한 전승이 남아있지 않더라도 이해가 된다.

다만 라호친 부족민들이 첫번째이자 다섯번째 선민종족이라고 가정한다면, 전원이 용인으로 구성된 해당 부족은 이영도가 작품 전반을 통해 주입하는 사상과는 배치되는 집단이므로, 이들이 가장 먼저 승천했다는 점에서 눈마새 전체 테마와 맞물리지 않게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영도는 눈마새에서 ① 상호간 완전한 이해를 꾀할 수 있는 용인은 세인들의 생각보다 불편하고, ②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의 욕망에 그대로 휩쓸리게 되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일반인보다 열등할 때도 있으며, ③ 타인이 아닌 본인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쫓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이다, 라는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명제는 타인에게 휘둘리며 산 륜의 짧은 생애와 최후, 키시다 암각문이 용인에 관한 글이라는 유력한 해석, 남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체화해버린 제왕병자들의 말로, 태워죽일 수 있기 때문에 태운다는 시우쇠의 말, 개좆같은 적이 있으니까 싸운다는 괄하이드 규리하의 발언, 용서를 빌지 않겠다는 세리스마의 유언, 보너스로 주어진 시간 동안 기존 인생에 덧칠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퀘도 사르마크의 후회 등에서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그러니 앞뒤를 맞춰 보자면 이런 가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1. 라호친 부족은 전원 용인화를 통해 완전한 상호이해로서 살아남았지만, 그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구분해내지 못해 승천할 수 있는 잠재력을 낭비하고 있었다.
2. '하늘치'가 용근 먹기를 거부하고 퀴도부리타를 키워낸 균열로서 종족 전체의 변화가 촉발되었고, 승천의 길이 열렸다.

이러한 가설 하에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 작중에서 '하늘치' 부족이 빛의 신과 연관되었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 ▲ 라호친 부족은 극지방에 살고 있었으므로 그 찌꺼기인 두억시니들이 키보렌 정글에서 발견되는 점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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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종족이 남겨놓은 게 하늘치이니, 하늘치가 이미 존재했던 퀴도부리타 시절은 첫 번째 종족이 빛으로 돌아간 이후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당근매니아
    전 하늘치 유적과 하늘치를 구분해서 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늘치 자체는 이미 과거부터 있던 존재이고, 첫번째 종족이 승천하면서 하늘치 등을 이용하기로 했다면 모순이 생기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하늘치 문제야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만, 애시당초 그 퀴도부리타 장면은 '하늘치'의 색깔뿐 아니라 주변 풍경의 색깔도 죄다 이상하게 바뀌어 있지 않았나요

    원문을 찾아보니 눈은 붉은색이고 설원은 보랏빛이었다고 나오며, 색채 외에 냄새 같은 다른 감각들도 "혼돈"되어 있다고 서술되어 있네요. 그런데도 '하늘치'는 "분명히 인간으로 보였지만"이라고 되어 있으니, 색채가 혼돈되지 않았다면 그냥 멀쩡한 인간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6,800년 전의 과거를 읽어내다 보니 아무리 용인이라도 화질에 좀 노... 더 보기
    그런데 하늘치 문제야 그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만, 애시당초 그 퀴도부리타 장면은 '하늘치'의 색깔뿐 아니라 주변 풍경의 색깔도 죄다 이상하게 바뀌어 있지 않았나요

    원문을 찾아보니 눈은 붉은색이고 설원은 보랏빛이었다고 나오며, 색채 외에 냄새 같은 다른 감각들도 "혼돈"되어 있다고 서술되어 있네요. 그런데도 '하늘치'는 "분명히 인간으로 보였지만"이라고 되어 있으니, 색채가 혼돈되지 않았다면 그냥 멀쩡한 인간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 장면은, 6,800년 전의 과거를 읽어내다 보니 아무리 용인이라도 화질에 좀 노이즈가 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 즈믄누리 장면에서 풍경이 라호친보다 "훨씬 정상적"이라고 나오고, 그러면서도 "사물들의 윤곽이 조금 기묘하게 번득"인다는 것에서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나죠.

    여기저기 확인해 보니 과연 이 첫 번째 종족='하늘치' 론이 예전에도 수시로 나오던 떡밥이기는 합니다만, 팬덤의 전통적인 이해 역시 그냥 '오래전이라 화질이 이상했던 것'으로 귀결된 듯하네요.
    당근매니아
    역시 다른 분들도 이야기를 꺼냈던 적이 있는 주제였군요. 후속작인 피마새에서도 살인기사가 먼 미래를 볼 때는 노이즈가 낀 적이 있었으니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하필이면 왜 색깔과 윤곽에 노이즈가 발생했는지도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물론 냄새 이야기도 곁들여지긴 했습니다만, 첫번째 선민종족이 하필이면 빛의 신을 섬기는 자들이었으니까요. 6,800년 전과 '현재' 사이에 승천이 있었다면 세계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늘치'를 묘사할 때 '인간'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한번 더 우겨보았을 텐데, 원문에서 '인간'이라고 표현한 게 맹점이군요.
    1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저도 아직 미지수이고, 타인이 아닌 본인의 능력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쫓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이다, 라는 이야기가 맞는거 같아요. 눈마새에 대한 해석글을 많이 안보고 혼자만 읽어서 그런지 이런 글 보면 너무 좋네요.
    1
    닭장군
    https://youtu.be/FcYfwBHnjm0?si=2yXGzV1oZwZ2YDv8
    [웬만해선그의입을막을수없다] 일한 뒤에 먹는 짜장면을 누가 참으리오?


    이선민종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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