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 Date | 25/08/09 07:59:46 |
| Name | azureb |
| Link #1 | https://taeyounglee.net/dtxx/ |
| Subject | 디지털 치료제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
|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증거 기반 중재를 말하며, 최근 정신건강의학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원격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공간 제약 없이 비대면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 혁신으로 불리며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졌다. 실제 2017년 이후 약 100억 달러 이상의 벤처투자가 디지털 정신건강 분야에 쏟아졌고, 원격 정신의료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등 디지털 정신건강 혁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과연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 치료법보다 획기적으로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점차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들의 실패, 개인정보 유출 논란, 그리고 결정적으로 임상시험에서 뚜렷한 치료 성과를 입증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초기의 뜨거운 열기가 식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다음과 같다.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의 정신과 치료 접근법보다 얼마나 더 나은 효과를 낼 수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실은 기존의 근거 기반 정신치료 콘텐츠를 새로운 매체로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치료 효과의 상한선은 이미 수십 년간 인간 치료자들이 달성해온 정신치료 효과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는 전통적 대면 정신치료의 효과가 그 정점이며, 현재까지 보고된 효과크기도 대체로 작~중간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여러 메타분석과 임상연구를 통해 나타난 현실로, 디지털 매체로 전달되었다고 해서 정신치료 기법 자체의 본질적인 한계를 자동으로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 특유의 데이터 수집·분석 능력과 개인화 가능성은 기존 치료의 효과 한계를 극복할 잠재적 돌파구로 기대되고 있다. 본 고찰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신건강 분야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와 한계를 최신 문헌과 사례에 근거해 살펴보고자 한다. 정신과에서의 디지털 치료제: 개념, 등장 배경과 현황 디지털 치료제(DTx)란 심리사회적 치료기법들을 스마트폰 앱, 컴퓨터 프로그램, VR(가상현실) 등의 형태로 제공하는 처방용 소프트웨어라고 아주 단순화해서 말할 수 있다. 핵심 아이디어는 증거 기반 치료 콘텐츠(주로 인지행동치료, 동기강화치료 등)를 디지털 환경에서 구조화하여 환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2017년 미국 FDA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인 reSET을 승인한 이래, 정신건강 분야에서 상용 디지털 치료제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reSET은 알코올·약물 중독 환자를 위한 CBT 프로그램으로, 12주 사용 시 금주 지속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여 효과를 입증받았다. 이후 오피오이드 중독용 reSET-O, 불면증 치료용 Somryst, 소아 ADHD 치료용 EndeavorRx 등이 FDA 승인을 획득하였다. 이들은 모두 특정 정신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은 처방용 디지털 치료제들로서, 의사의 처방 하에 환자가 일정 기간 사용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불면증 DTx Somryst는 6주간의 디지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iCBT) 프로그램으로, 임상시험 결과 수면 잠복기 감소 및 수면 효율 개선 등의 효과가 위약군 대비 유의미했고, 치료 종료 1년 후에도 효과의 일부가 유지되었다고 보고되었다. 소아 ADHD용 게임형 치료제 EndeavorRx 역시 단기 연구에서 주의력 지표 개선을 보여 승인을 받았다. 다만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임상시험들은 대체로 디지털 치료제 사용군과 비활성 대조군을 비교한 것이지, 디지털 치료제와 기존 약물치료 또는 대면치료의 대등 비교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즉, 디지털 치료제가 전통적 치료를 얼마나 대체하거나 능가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초기 연구들은 디지털 치료제를 추가로 제공했을 때 기존 대비 얼마나 개선되나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불면증의 경우 기존 약물치료(수면제) 없이도 디지털 CBT만으로 상당한 개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수면제 대안으로 DTx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약물 미사용군과의 비교일 뿐 약물군과의 직접 비교는 아닌 경우가 많다. 결국 현재까지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근거기반 정신치료를 기술을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치료 옵션을 확대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도 2020년대 들어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한 보고에 따르면 국내에서 개발 중인 정신건강 DTx들은 불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에서 인지행동치료(CBT) 기반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 검증 단계에 있다. 그 결과 2023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최초의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를 불면증 개선용으로 허가하였고, 이어 4월에는 두번째 디지털치료제 “WELT-I”를 승인하였다. 두 제품 모두 불면증의 비약물 치료를 목표로 한 인지행동치료 기반 수면개선 프로그램으로서,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 교정과 인지 재구성을 통해 불면 증상을 완화하는 접근이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공인된 사례로, 향후 우울증, 알코올중독, 치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과적 영역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확장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의 전문가 단체들도 2022~2023년 학술대회에서 디지털 치료제 세션을 구성하고, 임상 현장에서 DTx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특히 젊은 세대에 친숙한 매체이므로, 섭식장애같이 젊은 환자가 많은 분야에서 치료 참여도를 높이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시공간 제약 없이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정신건강 격차 해소에 기여할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요컨대,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의 검증된 치료법들을 환자의 손 안에 넣어 언제든 실행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 향상과 치료 옵션 다각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며 등장한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 효과: 연구 근거와 기존치료와의 비교 현재까지 발표된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들은 대체로 유의미한 증상 개선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물질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한 reSET의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12주 후 디지털 CBT 앱 사용군이 대기군보다 연속 금주일 수가 길어 임상적 개선을 확인하였고, 이 결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Somryst 역시 RCT에서 6주 프로그램 완료 시 불면지표 개선과 주간 기능 향상을 보여 승인이 이루어졌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에 대한 인터넷 기반 CBT(iCBT)도 다수의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하였다. 메타분석들에 따르면, 전문가 또는 코치의 지원이 부분적으로 포함된 가이드형 온라인 CBT의 경우 대면 치료에 필적하는 중등도 효과를 낸다고 한다. 하나의 분석에서는 가이드형 iCBT의 효과크기가 Hedges’ g 0.6~0.8에 달해 전통적 대면 CBT의 효과 범위와 유사했다고 보고되었다. 반면, 치료자 개입이 전혀 없는 자가진행형 온라인 치료는 효과크기가 그보다 훨씬 낮고 탈락률이 높아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의 효과가 무엇을 제공하느냐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어 사용자의 지속 참여를 끌어내느냐에 크게 좌우됨을 시사한다. 콘텐츠 자체는 대면 치료와 유사하더라도 이용자 경험(UX) 설계, 동기부여 체계 등에 따라 치료 효과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긍정적 연구 결과들의 비교 대상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제 임상연구들은 디지털 중재군 vs. 무처치 대조군 구성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지털 치료와 기존 대면 정신치료를 직접 견주거나, 디지털 치료와 약물치료를 1:1로 비교한 연구는 드물다. 일부 연구에서 대면 CBT와 온라인 CBT를 비교했을 때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서 치료 결과가 대등하다는 보고가 있으나, 이는 엄격한 연구 통제하에 치료자 보조를 받은 디지털 치료의 경우에 한정된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 환자가 스스로 사용하는 디지털 정신건강 앱의 효과는 이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2020년의 한 메타분석은 우울증 치료용 스마트폰 앱 18건의 RCT를 검토한 결과 평균 탈락률이 26.2%에 달했으며, 출판되지 않은 부정 결과까지 보정하면 탈락률이 47.8%까지 올라갔다고 추정하였다. 이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절반 가까이가 중도에 앱 사용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이러한 이탈자를 제외하고 분석한 결과에서는 효과가 과대추정되었을 우려가 있다. 더욱이 일반 실사용 환경에서의 앱 지속 사용률은 더욱 낮아서, 어떤 보고에 따르면 정신건강 앱을 설치한 사용자가 2주 후까지 꾸준히 사용하는 비율이 4% 미만이고, 한 달 후에도 3%대에 그쳤다고 한다. 결국 사용자 참여 없이는 디지털 치료제도 유효성을 발휘할 수 없으며, 이는 전통적 대면치료보다 사용자의 자발적 동기에 훨씬 크게 의존하는 치료 모델임을 뜻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 효과 수준이 결국 기존의 정신치료 효과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DTx의 콘텐츠는 기존 근거 기반 정신치료와 본질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임상 개선 정도도 이미 인간 치료자들이 성취해온 작은~중간 정도의 효과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디지털 중재의 효과크기는 대면치료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며, 현재까지 디지털 치료제가 어떤 정신질환에서 전통적 대면치료보다 월등한 효과를 보였다는 근거는 없다. 예컨대 위의 연구들에서 가이드형 iCBT의 효과가 대면 CBT와 대등한 수준이라는 결론 역시, 뒤집어 말하면 디지털 치료가 그 이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기존 치료의 보조 역할을 하는 장점은 있지만, 치료 효과 그 자체만 놓고 볼 때 플라세보 대비 효과크기나 환자군 내 반응률 등에서 혁신적 도약을 보여준 바는 없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초기 기대—즉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와 대비되는 현실로서, 임상의들로 하여금 보다 냉정하게 DTx의 위치를 인식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요약하면, 디지털 치료제는 근거 기반 정신치료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제공하여 충분히 효과적일 수는 있지만, 그 효과의 절대치는 기존 정신치료의 한계를 아직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디지털 치료제의 적용 대상은 비교적 경증~중등도 환자군에 국한된다. 현재까지 개발 및 승인된 DTx들은 심각한 자해 위험이나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비교적 안정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활동성 조현병 환자의 망상·환청을 디지털 프로그램만으로 교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급성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대면 평가와 신속한 약물적 안정화가 최우선이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는 경증 환자의 자가관리나 외래치료 보조 수단으로는 적합하지만, 중증 환자의 1차 치료로 약물 등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정신치료의 한계와도 일맥상통한다. 디지털 형태라고 해서 정신치료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많은 디지털 정신건강 스타트업들이 한 일은, 결국 기존의 검증된 치료를 디지털로 옮겨와 더 널리 쓸 수 있게 만든 것뿐이라고 평가한다. 초창기에 일부에서 기대했던 AI 치료봇이 인간 치료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미래상은 구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대부분의 연구에서 일정 수준의 인간 지원이 있을 때 환자 참여도와 효과가 극대화됨이 드러났다. 결국 현 단계까지 디지털 기술이 정신치료에 기여한 바는 치료 접근성 확대와 데이터 수집의 용이성이지, 치료 자체의 획기적 효과 향상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의 한계와 도전과제 1) 낮은 사용자 지속 참여율 높은 이탈률과 낮은 지속사용률은 현재 디지털 정신건강 중재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다. 아무리 좋은 효과가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앱이라도, 환자가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치료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연구에서 디지털 중재군의 상당수가 중도탈락하며, 현실 세계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다. Somryst 불면증 프로그램의 pivotal 연구 결과를 보면, 등록 환자 중 약 40%가 6개 치료 모듈을 끝까지 완료하지 못했고, 특히 4개 미만의 모듈만 진행한 환자들의 경우 장기 추적 시 대조군과 불면증 지표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의 유효 효과를 보려면 어느 정도 충분히 사용해야 하는데, 실제 환자들 상당수는 동기부여 부족이나 불편함 등으로 충분한 용량의 개입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전통적 약물치료는 환자가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ECT 같은 치료는 몇 회의 시술만으로도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환자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를 내기 위한 장벽이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 등은 동기 저하와 집중력 저하로 인해 스스로 앱을 매일 사용하고 과제를 해나가는 것을 버거워할 수 있다. 이런 순응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책상 위의 훌륭한 프로그램도 현실에선 유의미한 임상 개선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 개발자들이 직면한 과제는 어떻게 하면 환자가 자발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프로그램을 끝까지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 게임화 기법을 도입하거나, 보상 시스템, 소셜 지원 등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초기 몇 주간 사용 이탈을 막기 위해 인간 코치나 치료자가 개입하여 독려하는 혼합형 모델도 고안되고 있다. 디자인적·동기부여 전략 측면에서의 혁신이 없다면, 낮은 참여율 문제는 디지털 치료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것이다. 실제 연초가 되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몸을 만들어보겠다고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피트니스에 PT 등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횟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를 보곤 한다. 이건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으며, 이건 나의 담당 선생님이 정해져서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연락을 해오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것을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게 가능할까? 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있다. 2) 제한된 임상근거와 초기 기대와의 괴리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 근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고, 연구 결과의 품질에도 편차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2022년 발표된 한 메타리뷰는 디지털 정신건강 중재 연구들의 상당수가 표본 규모가 작고 연구설계의 편향 위험이 높아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VR 노출치료, AI 챗봇 상담 등의 신기술 기반 중재들도 초기 소규모 연구들에서 잠재력을 보였으나, 엄밀한 대조시험 데이터는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와 언론에서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과장해온 측면이 있었다. 마치 혁신 기술만 적용하면 정신질환 치료 성과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처럼 홍보되곤 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까지의 데이터로는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 치료의 효과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현실과 기대 사이의 간극 때문에, 임상의사들과 보험자(보험사 등)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실제 가치에 대해 신중하거나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 2023년 미국에서 선구적 디지털 치료제 기업이던 Pear Therapeutics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사례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Pear사는 FDA 승인 DTx 3종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시장 안착과 수익 창출에 실패하여 자금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결국 현장의 의사와 보험사들이 이 제품들의 가치를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높은 가격에 비해 임상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용이 뚜렷하지 않았고, 스타트업이 복잡한 의료보험 급여체계에 편입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사례는 디지털 치료제가 진정한 의료기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탄탄한 임상 근거와 현장의 신뢰 구축이 필수임을 보여준다. 즉, 기술 업계의 속도전 문화로 섣불리 시장에 나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는 철저한 검증과 보수적 수용 과정을 거쳐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국내의 여러 회사의 경우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마치 어떤 행정적 규제가 풀리거나 수가 인정을 받기만 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될 것이라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이미 효과가 좋은 많은 약물들이 있고 이 약물들도 판촉을 위하여 수 많은 영업사원들이 전국적으로 활동하면서도 원하는 경영성과를 내기위해 고분분투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디지털 치료제 회사들이 행정적 장벽만 해결하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으리란 장미빛 전망은 다소 나이브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3) 규제 및 보험/산업적 장벽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기기(또는 의약품)로서의 규제 및 시장 진입에 독특한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치료제로 본다는 개념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규제당국은 소프트웨어의 임상시험 관리, 승인 심사 기준, 사후 관리 등을 새로 정립해야 했다. 미국 FDA는 디지털 치료제 가이드라인(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 프레임워크)을 마련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고, 국내 식약처도 디지털치료기기 허가·심사 기준을 2020년대 초반부터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특성상 빈번한 업데이트에 따른 규제 대응, 사이버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임상시험에서의 적절한 대조군 선정 등 기존 의료기기에서 없던 이슈들이 등장한다. 예컨대 앱이 버전 업데이트로 알고리즘이 바뀐다면 효과가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어디까지 재검증해야 하는지 명확치 않다. 또한 정신건강 데이터는 민감정보 중에서도 민감한 영역이어서, 디지털 치료제 사용 중 수집되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활용 동의를 받을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2022년 미국에서는 일부 인기 정신건강 앱들이 이용자 동의 없이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상원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 이는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전반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사건이었다. 비용효과성과 보험수가 측면에서도 난제가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도 이를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약처럼 환자가 구매하게 할지, 의료 행위로 보고 건강보험이 일정 부분 지불하게 할지, 아니면 제3의 웰니스 서비스로 둘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일부 고용주 보험이나 사보험에서 DTx를 시범 적용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보험급여 채택은 더딘 상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편입하려면, 임상적 유용성뿐 아니라 비용효과성에 대한 증거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의사들이 이를 처방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대한 적절한 수가 책정도 필요하다. 가령 환자가 DTx를 다운로드 받아 쓰도록 처방했다면, 그 후 관리에 대한 의료진의 노력을 별도 수가로 보상할 것인지 등 세부 정책이 정립되어야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 개발사들이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의료기기로서 신뢰를 주려면 시간과 돈을 들여 엄격한 연구를 해야 하는데, 정작 그 사이 수익 창출은 어렵고 투자 열기도 식어가는 딜레마가 있다. 4) 적용 대상의 제한성과 윤리 문제 디지털 치료제는 모든 정신과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고령층은 접근 자체가 힘들 수 있고, 정신증 환자처럼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는 경우 앱 기반 개입에 대한 왜곡된 믿음이나 거부감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AI 챗봇 등이 제공하는 심리상담에 대해 인간적 공감이 부족하다는 회의도 존재한다. 정신치료에서 치료자와 환자 간의 인간적 라포와 공감이 치료 효과의 중요한 매개인데, 비인격적인 기계 인터페이스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2년 말 미국에서 시범 도입된 AI 우울증 상담봇이 공감 부족으로 혹평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디지털 치료제는 현재로서는 치료자를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치료자와 환자 사이 혹은 환자의 자가관리 과정에 보조적인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다. 더불어, 디지털 치료제가 확산됨에 따라 윤리적·법적 고려 사항들도 부각되고 있다. 방대한 환자 개인 데이터의 처리와 익명화, 알고리즘 결정에 대한 투명성 및 설명 책임, 디지털 기기로 치료 중 응급상황(자해 등) 발생 시 대처 등이 그 예이다. 이는 기존 의료윤리의 원칙을 디지털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야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AI 챗봇이 심각한 위기 상황의 징후를 포착하면 자동으로 인간 전문인력에게 연계하는 프로토콜을 두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 적용은 지역사회의 여러 핫라인과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위기중재 서비스와 잘 적용하면 매우 좋은 성공적 모델로 안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전히 기초센터와 광역센터간의 개인정보 이관 문제가 실제 서비스 적용의 허들임을 고려하면 챗봇에서 획득한 정보를 실제 물리적 기관으로 이관하는 문제는 여전히 넘어야할 법적 장벽이 많다. 이러한 한계들을 종합해보면, 디지털 치료제가 직면한 도전은 (a) 낮은 사용자 참여율, (b) 불충분한 고품질 임상근거와 지나친 초기 기대, (c) 새로운 규제·보험 체계 확립의 어려움, (d) 특정 환자층에 국한된 적용성과 윤리 이슈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주변적 보조 도구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반대로 한계들을 극복한다면, 비로소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과 치료 패러다임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화와 정밀치료: 효과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미래 전략 앞서 논의한 바처럼, 디지털 치료제의 현재 효과는 기존 정신치료의 효과 범위를 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효과의 “천장”을 뚫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론 개인맞춤형 정밀치료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생각한다. 기존의 인간 치료자가 제공하는 정신치료는 표준화된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설령 치료자가 숙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환자의 미묘한 변화에 맞춰 치료 강도를 정교하게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 치료제는 다수 환자의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학습하고, 각 환자의 상태와 반응 패턴에 따라 콘텐츠의 종류, 순서, 난이도, 피드백 방식을 맞춤 조절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접목하면, 환자의 증상 일일 보고, 과제 수행 결과,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수면/활동 데이터 등 디지털 표현형을 실시간 분석하여 치료 중재를 환자별로 최적화하는 적응형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나 GPS 기반 활동량 정보가 사회적 위축을 보여줄 경우 이에 맞춰 대인접촉 늘리기 과제를 제안한다든지, 불면증 환자의 수면 리듬 데이터를 분석해 취침 습관 교정을 위한 알림 시점을 조절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환자의 유전적 정보, 뇌영상, 생체표지자 등을 통합하여 어떤 치료 접근이 해당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일지를 예측하는 정밀의료적 AI 모델도 구상되고 있다. 이러한 개인화 기술이 성공한다면, 지금까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던 치료법을 각 개인에게 가장 잘 들을 방법으로 변형하여 제공함으로써, 평균 이상의 향상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디지털 치료제가 단순히 모두에게 CBT를 전달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최적화된 CBT+α를 제공하는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건 학원에서 단체로 하는 수업보다 개인과외를 통해 나만을 위한 수업진도를 나가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과 유사하다. 이미 일부 연구에서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별 치료 계획을 도출함으로써 치료 성과를 향상시켰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한 우울증 치료 연구에서 머신러닝 모델이 환자의 초기 프로필을 바탕으로 어느 환자에게 치료 초기 집중 관리가 필요한지를 예측하여 자원을 배분했더니,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체적인 치료 효과가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있다. 또 다른 시도에서는 치료 도중 축적되는 설문 답변 패턴을 AI가 분석하여, 환자별로 다음 세션에 다룰 최적의 주제를 추천함으로써 환자의 참여율과 만족도가 높아진 사례도 보고되었다. 이러한 초기 성과들은 비록 소규모이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적응형 치료가 전통적 치료자가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치료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개인화 디지털 치료제(iDTx)의 이상을 실현하려면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로 대규모의 고품질 환자 데이터가 필요하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 데이터에 좌우되는데, 정신건강 분야에서 수만 명 규모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스타트업이나 연구자 차원을 넘어, 다기관 혹은 국가 코호트 형태로 데이터 공유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 차원의 우울증 코호트를 구축하여 참여자들에게 디지털 중재를 제공하고, 그들의 다차원 데이터를 표준화된 형태로 수집·축적하는 국가 프로젝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자산이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AI 정밀치료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임상 현장과 기술 개발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과거 일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들은 기술자 중심으로 개발되어 현장 수용에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이를 방지하려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전문가 등이 참여하여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목표와 지표를 설정하고,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 피드백을 지속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AI가 제안하는 개인화 조치들이 현장에서 받아들여지고 실행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개인 연구자가 수집한 데이터 안에서만 최적화가 이루어진 실제 교차검증을 하거나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개인이 사용할 때는 효과가 미미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셋째, 표준화된 검증 체계 확립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종류와 기법이 다양하여, 어떤 요소가 효과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아직 없다. 따라서 다양한 DTx들 간 비교 연구를 통해 공통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품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상시험 디자인 측면에서도, 디지털 치료제의 특성에 맞는 혁신적인 연구 설계가 요구된다. 예컨대, 전통적 RCT에서는 환자, 연구자의 눈가림이 중요하지만 DTx 연구에서는 어렵기 때문에, 대조군으로 디지털 일반 건강관리 정보 앱을 활용한다든지, 순차적 다중과제 최적화(SMART) 설계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나아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수집되는 현실세계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임상시험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방법론 정립 없이는, 개인화 DTx의 진정한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의 경우, 다행히 정부와 학계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은 디지털 치료기기 및 AI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대형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산·학·병·연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향후 정부 주도의 표준 플랫폼 제공, 디지털 헬스 신뢰성 검증 센터 설립, 병원 중심의 임상현장 실증사업 등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풍부한 의료데이터와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디지털 정신건강 분야를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과 연계한 대규모 시범사업을 통해 임상 근거와 경제성을 함께 평가한다면, 근거 창출과 실용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 냉철한 인식과 균형 잡힌 전망 디지털 치료제는 분명 정신건강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그것이 “마법의 묘약”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증거를 종합하면, 디지털 치료제의 치료 원리는 기존 정신치료의 연장선에 있으며 효과의 크기도 본질적으로 그 한계 안에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정신치료의 효과가 작~중간 수준에 머물렀던 현실을 디지털화한다고 즉각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다만, 디지털 치료제는 시공간적 제약을 없앰으로써 기존에 제대로 제공되지 못했던 정신치료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개인별 데이터에 기반한 미세 조정을 통해 기존 치료 효과를 증폭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경증~중등도 환자의 초기 개입이나 만성 환자의 유지 치료에 있어서 디지털 치료제가 기여함으로써, 약물치료에 의존하던 체계에 약 10~20%의 추가 호전 효과를 보탤 수 있다면 공중보건 측면에서 결코 적지 않은 이득이 될 것이다. 또한 약물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심리사회적 문제들(예: 생활습관, 대인관계 기술 등)에 디지털 치료제가 접근함으로써 전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하는 면도 있다. 요컨대, 디지털 치료제의 가치는 기존 치료법을 완전히 대체하는 데 있기보다는, 기존에 공백으로 남아 있던 치료 수요를 채우고, 데이터를 통해 치료를 정밀화하는 데 있다. 향후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과열된 기대와 섣부른 냉소 사이의 균형 잡힌 시각이다. 디지털 치료제가 당장 정신과 치료의 판도를 뒤엎을 것처럼 여기는 것은 위험하며, 반대로 현재의 한계만 보고 폄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DTx의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수준이며, 이를 향상시킬 여지도 충분히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중요하다. 첫째, 다양한 정신질환과 인구집단에서 디지털 치료제의 장기 효과를 평가하는 고품질 연구를 축적해야 한다. 특히 기존 표준치료와의 직접 비교, 실사용 데이터에 근거한 효과 검증이 필요하다. 둘째, 앞서 논의한 사용자 참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전략 개발이 필수적이다. UX 디자인, 동기부여 기법, 그리고 필요시 인간 지원을 결합한 혼합 모델 등 치료 순응도 제고 방안에 대한 투자가 요구된다. 셋째,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맞춤형 치료 알고리즘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다기관 협력을 추진하여, 국내 현실에 맞는 정밀 디지털 치료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넷째, 제도적 뒷받침으로서 디지털 치료제의 인허가 가이드라인 정교화, 보험수가 체계 마련, 임상 현장 교육과 지침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윤리적 고려와 사회적 수용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투명한 데이터 관리, 환자 프라이버시 보호, 알고리즘 결과의 설명가능성 확보 등이 환자와 의료진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하다. 맺으며,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건강 분야에 분명 새로운 도구이지만, 그 효과의 한계와 가능성을 냉정히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법을 보완·확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개인화 등의 혁신을 통해 장차 기존 효과의 벽을 뛰어넘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치료제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에 이어 제3의 치료축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려면, 위에서 논의한 여러 과제들을 성실히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임상의와 연구자, 정책입안자, 산업계가 힘을 합쳐 근거 창출과 현실 적용의 간극을 좁혀간다면, 디지털 치료제는 향후 정신과 진료의 지형을 변화시킬 한 축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로 근거 없이 과장된 기대나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실망을 불러와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본 고찰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함께, 미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