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5/09/03 09:45:02
Name   켈로그김
Subject   음식이야기 공유..
장인어른댁 네 딸이 여행을 떠나고..
이제는 떠난 날들보다 돌아오는 날을 세는게 빨라졌읍니다.
그동안 겪었던 무한에 가까운 고독과 반복되는 상차림을 통해 뭔가 정리되는 부분이가 있어서..
아직은 밥돌이의 정체성이 강해져있는 동안에 끄적;;


1. 밥
태워먹지 않으려면 - 적어도 손가락은 잠길 정도의 물 양 + 온도와 압력이 상한가를 칠 시점에 적절하게 공급되는 열량을 약불로 조절
죽을 만들지 않으려면 - 온도와 압력이 올라오고 + 쌀에 충분한 수분이 흡수된 이후에 남을 액체상태의 물을 최소화.. 손등 이상의 물은 표면을 불어터지게 할 뿐..
그리고.. 계절을 고려하여 남은 밥을 상온에 하루 이상 보관하지 않는 문명인의 자세가 화룡점정이 될 것입니다.


2. 샐러드, 무침류
완전한 설명은 아니지만, "채소와 기름은 간을 하면 맛있다" 는 방향에서 접근.
간의 출발은 짠 맛.
달달함과 감칠맛이 정해진 코스트로 팀빌딩을 하는 너낌. 페이커와 쵸비를 한 팀에 넣지는 말아야 합니다.
매운 맛, 신 맛은 과하면 망하면 감독의 작전같은 것. 미니멈에서 시작하여 최적값을 찾아가는게 옳겠읍니다.
그리고 기름과의 유화는 그 모든 것을 혀에 전달하는 고화질 중계라는 사명감으로 결코 부족함이 없도록 쉐킷이나 머랭치기같은 너낌으로다가 조져버립니다.
-> 그리고 만든건 되도록이면 그자리에서 다 먹는게 맛있읍니다. 보관하면 무조건 맛없어짐.
그렇기에 먹을 건더기의 양을 먼저 정해두고, 혹은 준비만 해 둔 상태에서 먹기 직전에 필요한만큼만 버무려주는 알뜰한 마음가짐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애초에 이 과정을 행하는 이유는 "건더기 자체가 주는 칼로리스러움과 포만감이 적기 때문에" 이 짓을 해야한다는 본질적인 슬픔..


3. 볶음류
재료 준비가 8할.
어떤 요리만화의 말풍선에서 봤던 내용처럼 식감 + 일정한 익는 속도를 고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읍니다.
+
불조절이 2할.
고도로 발달된 볶음은 원두를 로스팅하는 것과 구분할 수 없읍니다.
=
그러니까,  태워먹거나 오버쿡이 되지 않도록
"가능한 한 강불에서의 짧은 조리" 라는 지상목표를 향해
- 안익는 재료는 작게 썰거나 먼저 넣어주고
- 생으로도 먹을만한 놈들은 늦게 넣거나 크게 썰고
- 필요하다면 별도의 팬이나 냄비에서 강불 fever-time 을 가져보는 것도 좋읍니다.

...사실 간장 + 굴소스에 후추 뿌리면 대충 다 먹을만 함(....)


4. 국물류
맛있는 래시피보다 맛있게 만드는게 중요하고
맛있게 만드는거보다 맛있게 먹는게 중요합니다.
지침에 따라 막 만들면 그 맛이 나올거같지만, 만들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름.
그리고 국물의 종류에 따라 되게 섬세하게 맛없어지는 경우도 많고
+
평소에 음식 맛없게 하는 사람이 끓이면 맛보기도 전에 쳐다보기도 싫다는 치명적인 음의 플라시보가 강하게 작용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
무조건 먹을사람 취향에 맞춰서, 먹을만~ 할 때 끓여야 함(...)


5. 튀김
튀김은 재료나 튀김옷 내부의 기분나쁜 수분이를 날려보내면서 식감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고도로 발달된 튀김은 젖은 양말을 벗고 새 양말로 갈아신는 행위와 구분할 수 없읍니다.

저는 튀김옷을 입히는 이유를
- 과한 열로부터 재료보호(깻잎튀김이나 아이스크림 튀김;;)
- 원재료로는 도저히 식감이 안나온다..(새우튀김같은거..)
- 기름을 바삭하게 먹으면 그냥 맛있으니까.
정도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냥 있는 재료중에서 가능한 조합으로 대충 만듭니다(...)

열조절과 조리시간은 대체로 손질된 재료가 뿜어낼 수 있는 수분량에 따라 결정하는 너낌입니다.
- 시간차로 물 내뿜는 놈이면 고온에 되도록 짧게, 필요하면 두 번 튀김.
- 조직이 치밀한 육류는 충분히 조리해야하니 타지않도록 온도는 살짝 낮춰서
- 기본적으로 기름에 젖어 튀김옷이 쪼그라들지 않도록 들어가자마자 물이 증발할 수 있어야 하는걸 대 전제로..

결론은 ...사먹는게 좋읍니다.
고려할게 넘 많고, 실제 온도유지도 빡센데다가
무엇보다 뒤처리가 넘 빡셈.


6. 조림
유튜브 보고 잘만 따라하면 절-대 실패 안함.


----

이 모든 설명은 100퍼 주관적이고 근거도 없으니 그냥 각자 해 드시던 방식으로 맛있는 9월 되시길;;;;



6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5756 일상/생각결혼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1) 11 danielbard 25/10/02 1052 12
    15755 일상/생각부부로 살아간다는건 서로 물들어가는것 같아요. 4 큐리스 25/10/02 1163 19
    15753 일상/생각매끈한 이상과 거친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기 2 하마소 25/10/01 1023 8
    15750 일상/생각본질을 보기 우물우물 25/09/29 770 1
    15746 일상/생각나의 희망이와 나의 (두)려움이 대화 시키기 골든햄스 25/09/26 866 2
    15744 일상/생각'영포티'는 왜 영포티들을 긁지 못하는가? 17 호미밭의파스꾼 25/09/26 1488 1
    15740 일상/생각15kg 감량하고 10km 달리기 완주하기까지 24 kaestro 25/09/22 1509 34
    15738 일상/생각‘니덤 퍼즐‘ 이란 무엇일까..? 4 레이미드 25/09/22 1157 5
    15731 일상/생각반짝반짝 빛나는. 골든햄스 25/09/20 873 2
    15728 일상/생각ㅋㅋㅋ 이놈의 모기때문에 3 큐리스 25/09/19 883 6
    15705 일상/생각음식이야기 공유.. 17 켈로그김 25/09/03 1461 6
    15701 일상/생각반달곰이 무서워요. 7 그저그런 25/09/01 1692 3
    15697 일상/생각자작 앰프 박스 14 Beemo 25/08/30 1179 11
    15694 일상/생각퇴근길에 와이프 마중을 갔어요 ㅎ 2 큐리스 25/08/28 1383 6
    15692 일상/생각똥글 14 kaestro 25/08/28 1408 12
    15691 일상/생각언제부터 머리 쓰는 게 두려워졌더라 28 골든햄스 25/08/28 2091 27
    15688 일상/생각큰 관점에서 보면, 자포니카 쌀은 대체로 고온에 취약해요...ㅎㄷㄷ 4 곰곰귀엽 25/08/27 1374 0
    15687 일상/생각학원 생활을 마무리하며 2 골든햄스 25/08/26 1191 17
    15685 일상/생각지하철에서 화장하는 남학생을 보고 느낀 생각 9 큐리스 25/08/26 1711 2
    15678 일상/생각염화미소와 알잘딱깔센의 시대 7 루루얍 25/08/21 1484 15
    15677 일상/생각소원 성취. 차를 바꾸다. 34 쉬군 25/08/20 1500 36
    15674 일상/생각초3 딸내미가 반장 준비하면서 쓴 글입니다. 6 큐리스 25/08/19 1402 10
    15673 일상/생각볼펜 찾아 삼만리... 16 *alchemist* 25/08/19 1264 0
    15667 일상/생각용인 평온의 숲 6 당근매니아 25/08/13 1555 14
    15665 일상/생각ㅎㅎ 와이프 귀엽 9 큐리스 25/08/13 1659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