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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5/10/30 21:37:15수정됨
Name   김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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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요즘 단상과 경주 APEC


1.

스팩트럼이지만, '순수한' 비즈니스는 없고, 많은 비즈니스들이 사실상 정책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날고 기는 사업가여도 장기적으로 메크로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는 특히 cross-border 거래, 무역에서 그런 듯 합니다. Cross-border 환경은 그 자체로 해자이므로 (상대적이지만) 내수 환경과 달리 오히려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이 극한까지 추구되지 않아도 되는 룸이 좀 더 확보되고, 그보다는 피진출국의 경제적 매크로, 법제도적 환경 등이 더 강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메크로 중 하나는 해당 자본 출신국의 피진출국 시장에서의 지위, 특히 '법'을 관철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피진출국의 법적용으로부터 자국의 사업가를 보호하는 능력, 나아가 자국의 법을 적용하는 능력, 심지어 제3국 사업가끼리의 거래에서 자국의 법이 준거가 되는 능력을 갖춘다면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상급 이상으로 유지하는 정도의 '기본 소양'을 갖췄다는 전제로 자국 사업가가 해외에 진출하기는 너무나 쾌적해집니다. 피진출국의 경제적 메크로만 신경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2.

왜 제국을 추구하고, 국가가 왜 팽창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영향력이라고 하는데 그걸 왜 굳이 갖고 싶은건지 이해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일면이 이해가 가는 것이, 결국 '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본은 착취된 노동을 전제하고, 자국의 사업가가 해외에서 자본을 형성하는 것은 단순화 하자면 타국 mass의 에너지를 뽑아 자국에 부를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먼 옛날 정복민이 피정복민을 노예로 부리던 것과 본질과 구조는 유사합니다. 물론 디테일의 차이가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프랑스가 아프리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잃어버리면서 복지국가 위기, 경제위기가 찾아온 것,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싶어하는 것 모두 군사력이 자국 사업가들에게 유리한 법적 환경의 형성, 그리고 부와 자본의 축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전쟁을 하지 않더라도 군사력의 존재는 'at the end of the day' 결국 누가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지는지를 가르고, 그것이 곧 '힘'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힘이 있는 곳에 법이 있고, 게임의 규칙을 지배하는 자가 부의 핵심을 향유하기 때문입니다.

3.

중국은 지리적으로 내륙에 갇혀 있고, 해양 식민지를 거느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원이 한정적입니다. 이에 서구와 비슷한 수준의 부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생존과 자립을 위해서는 해양 진출, 특히 남중국해 진출이 필수적입니다. 즉, 남중국해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 입장에서는 '상수'가 아니라 중국의 이익과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협상의 대상인 '변수'인 것입니다.

한편, 남중국해와 그 이남에 위치한 여러 국가들, 특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이러한 중국의 팽창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자국 자본의 이익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문제는, 특히 필리핀의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제대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없기 때문에, 자체적인 무장을 갖추거나 아니면 그러한 능력을 갖춘 외부 세력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4.

이번 경주 APEC에서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운용 능력의 확보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의미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한국이 남중국해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남중국해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면, 중국과도 협상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무엇보다도 필리핀과 협상을 할 수 있고, 필리핀 북부에 한국과 필리핀의 공동 이익을 위한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한국 군사력 투사의 교두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나아가, 인도네시아와도 해군기지, 나아가 우주공항 등 건설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혼자서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제국의 경험이 있고 최근 한국과 이해관계 내지 처지가 비슷한 일본과 함께 합작하여 할 수도 있습니다.

동남아시아라는 거대 시장에 이와 같은 기반을 갖춘다면, 이를 기초로 한국에게 유리한 제도적 환경, 비즈니스 네트워킹풀을 구축할 수 있고, 이는 나아가 최근 무력감에 지쳐 있는 한국의 청년 세대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어떤 의미의 '청년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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