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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02 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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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조각글 6주차] 바다와 거울
제목 : [조각글 6주차] 바다와 거울

산문
1. 혼자 사는 여자/남자의 집에서 물건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상황을 모티프(모티브)로 콩트 쓰기.
2. '바다와 거울'을 제목으로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의 소설쓰기.

운문
1. 편의점을 모티프(모티브)로 '뼈'와 '식물'이 들어가게 글쓰기.
2. '구경꾼'을 시제로 자유롭기 시 쓰기

조건
- 제시된 4가지 조건 중 일택해서 글을 쓴다.
- 가급적 산문은 2~3천자 운문은 1천자 내외로 쓴다.
- 모티프와 모티브는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 제시된 문제(조건)는 동국대, 서울예대 2016학년도 기출문제이며 따라서 저작권도 해당 대학에 있다.

*부연 설명
모티프 :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
모티브 : 어떤 행동에 대한 동기나 원인 내지는 어떠한 글에 대한 출발점
출처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997093&cid=47319&categoryId=47319


합평 받고 싶은 부분

 느낌적인 느낌(이 궁금하단 마뤼야)

하고 싶은 말

 암소쏘리벗알러뷰 다 거짓말

본문

바다와 거울

 "자, 받아!"

 라던, 당신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 평생일거라 생각해요. 무덤까지 간다던데. 그래서 나도, 친애하는 바다님. 받으셨나요. 거울 아니 그 땐 겨울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지금도네요. 뭐가요? 히히. 재밌지 않은가요. 그래요. 불쌍한데 그냥 웃기다고 해주세요. 몰라요. 아, 일단은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 펜을 들었답니다. 날씨 이야기는 빼도록 할게요. 매번 하는 이야기 지겨우실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 사실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니랍니다. 놀랍죠? 깜짝스러웠죠? 하하, 그게 또 재미 아니겠습니까. 재미없다구? 아, 몰라. 난 일단 재미있단 말이야. 레이디스 앤 젠틀맨. 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월요일은 월요일이라서 싫고, 화요일은 화요일이라서 싫었어요. 그래서 수요일의 나는 바다에 가기로 했죠. 그건 마치 운명과도 같은 매번의 일이었어요. 불투명한 시곗바늘을 뚫고서 아침 댓바람부터 엄마 같은 자명종의 온갖 잔소리가 머리를 찔러댔기에 휴대폰은 아예 가지고 가지도 않으려구요. 어차피 휴대폰이란 거 시간확인용도 아니에요? 아, 네비게이션 역할도 있구나. 길잡이, 필요해. 물론 좋지. 혹시 어쩌면 그, 삼성 페이? 아, 그만. 그만. 이너프. 충분해요. 일단 중요한 사실은 가져가지 않는다는 거라고. 진정해. 또 망칠 셈이야? 민폐라구. 진정하자. 긴장해서 자꾸 영어가 나오네요. 이지이지. 근데 이불 속이 너무 좋긴 하다. 아아, 디스 이즈 겨울입니다. 씻으러 가기 싫지만 일어나야죠.
 핏이 살아있는 옷은 거울로 마주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서 더 모처럼만의 바다니까 스킨과 로션에 선크림까지 잊지 않고 치덕치덕 발라주었어요. 백탁 현상이 일어난 것 같았는데, 겨울이라 별로 티도 안날 거라고 생각했죠. 뭐, 어쩌겠어요. 일단 집을 나섰고 거울 속 당신도 이미 좋다고 따라나선 참인 걸요. 일단 나는 짐짓 모르는 척 하면서 휘적휘적 앞서나갔지만 슬금슬금 혹시 못 쫓아올까 걱정도 해가며 걸어나갔다구요. 그러니까 혹시 부담일랑 갖지마요. 아니, 사실 내가 불편해서 그래요. 그냥 혼자 궁상 떠는 것에 같이 웃어주면 애 버릇 나빠진다구. 그렇게 자꾸 웃어주면 내가 오해하게 되버리잖아. 근데 그렇다고 또 안 웃어주면 섭섭하니까, 모든 건 적당히. 그래, 좋아. 적당히가 좋겠어.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 말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잊지 말고 기억해줘. 적당히. 그러니까 그건 서로 입냄새를 감출 수 있을 정도의 거리죠. 아, 물론 그건 다 방금 마신 커피때문이라구. 나머지는 마음에 비치는 그것, 그 거울로 채워요. 다만 깨지지 않게 따뜻하게, 레쓰비를 양손에 쥔 것마냥 조심스럽게. 응? 아, 편의점에 들러서 캔커피 사마셨다고요. 레쓰비 마이쪙.
 힌트를 드리자면 저는 장롱면허에요. 따라서 바다로 가는 길은 누군가로부터 정해져있죠. 그게 싫지는 않아요. 약속이고, 지켜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돼요. 하지만 동시에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는 것은 힘이 들어요. 아니, 결국 지루함과의 싸움이죠. 말씀드렸듯이 오늘은 휴대폰도, 이어폰도 없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결국 버스는 와요. 삐빅. 잔액이 부족합니다. 하하, 오해하지 마세요. 카드를 잘못 찍었을 뿐이랍니다. 후불 카드가 있지요. ……어? 없네? 분명 있었을텐데? 이럴 땐 당황하지 않고, 지폐와 동전들을 주섬주섬 꺼내면 돼요. 사실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은 모양도 빠지고 정제되지 않은 것 같아 창피하단 말이에요. 물론 머릿속에서는 우아한 손동작과 유려한 발놀림으로, 자 여기서 감탄해줘, 두 손모아 들어줘, 눈을 초롱초롱 반짝거려줘라고 분명 또박또박 말했겠지만 당신이 그걸 들었을 리가 없잖아요? 왜냐고? 그건 나도 몰라요. 내 목소리가 작은 건 나도 아니까, 거 어쨌든 당신이 똑바로 귀를 기울이란 말야. 시, 싫으면 말고.
 수요일의 광역버스는 눈처럼 하얀 패딩만큼이나 폭신하네요. 참 다행입니다. 벌써 지치신 건 아니죠? 나 아직 바다에 도착하지도 않았다구요? 고요하네요, 고요해. 버스 안은 그 흔한 작은 뒤척임도 없이 조용합니다. 간혹 성질 부리는 배기음에 움찔하긴 해도 이 얼마나 평화로운 모습입니까. 창밖의 늘어붙은 눈도 거울 건너편에서 마냥 햇볕을 비추고 있네요. 아, 날씨 좋다. 음음, 근데 좀 어색하구만. 앞장서 걸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버스에 앉아 멀뚱멀뚱 있자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걸. 거, 무슨 이야기든 해보쇼. 아, 아니다. 그 왜 진짜 친한 사람들끼리는 입 다물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이 구역의 수다쟁이는 나뿐이라 곤란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친한 척 하면서 조용히 있읍시다. 조용히, 편안하게, 릴렉스. 잠깐 눈만 감고 있어야지. 눈만. 아아, 안자요. 안자.
 짜잔. 밑도 끝도 없는 바다입니다. 그래요, 좀 잤수다. 너무 늘어지는데 어떡해, 그럼. 어쨌든 뭐 정말 그럴싸하네요. 뭐가요, 원래 파편아니었습니까. 날카로운, 그 모난 조각. 영화처럼 철렁이는 파도를 기대했는데 나는 지금 현실에 있죠. 바닷바람에 얼굴이 터질 것 같습니다. 괜히 왔다 싶군요. 아마 그럴 거에요. 다시 마주치고 또 후회하고 말죠. 지금도 그래요. 나는 헤어짐을 알아요. 당신과의 만남이 있었으니까요. 차라리 아예 몰랐다면 몰라도 알고도 이제와 모른 척 할 수는 없죠. 아, 춥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또 바다에 왔네요. 겨울이라 더 몹시 추웠지만 끝내 왔어요.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자, 받아!"

 라니, 오그라든다. 뭐, 퍽이나 오랜만이네. 일단 받으라해 받았다. 이거 나한테 쓰는거 맞냐. 뭔 편지를 이렇게 조잡하게 쓰냐. 깝깝하다, 정말. 그러니까 대충 요약하자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겨울바다에 갔다는 거잖아. 토익 갱신이나 똑바로 해라. 그리고 춥긴 개뿔, 니가 강원도 산기슭 오막살이부터 등정해봤어? 안해봤음 말을 말아. 바다고 나발이고, 산이 짱이여. 바다가 뭐가 춥다고. 산이 겁나 더 춥거든. 아, 그리고 오늘 벌써 목요일이다. 수요일 이야기는 수요일로 끝내. 뭘 목요일까지 가져오고 난리냐. 편지지 구석에 휘갈겨놓은 이건 또 뭐야.

 당신이 말해주세요.

 "자, 받아."

 그럼 나는 당신을 비추며 부탁할게요.
 당신은 면허가 있어요.
 그러니 돌아가는 길엔, 당신이 운전해주세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위해 운전할 수 있겠죠.
 이제 더 버스를 기다리지 말아요.
 당신이 말해주세요.
 따뜻한 캔커피처럼요.
 바다는 받으라고 던지고, 거울은 겨울이라 추워 오들오들 떨면서도 다시 비춰주겠죠.
 우리 마음대로요.

 뭐라냐, 대체. 에휴, 일단 알았다. 편지는 분명 주고 받은거다잉. 에잉, 버스 겁나 안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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