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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2/18 14:00:44 |
Name | 흑두견 |
Subject | 나의 연극이야기2 |
https://redtea.kr/pb/pb.php?id=free&no=402&page=54 -1편입니다. "인생의 함정은 누구에게나 있지. 없으면 스스로 만들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곤궁을 끊임없이 만들고, 혹은 어디선가 주어지기도 하고.. 내가 이제와서 보니 그것이 바로 인생인데, 그러나 그것을 속았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이니까." 무겁다. 이것이 스스로 만든 인생의 함정인가. 타는 듯한 8월의 여름. 덧마루를 내려놓자마자 허리가 아파왔다. 벌써 3개째. 4층에 있는 극장인데 계단으로 올라오니 거의 8층 수준이다. 무대 셋업을 위해 극장으로 덧마루를 날라야 했는데, 극장 관계자가 엘리베이터가 새 거라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교수님은 빌어먹을 이런 법이 어딨어 등등의 욕지거리를 하시구선 관계자에게는 웃는 얼굴로 걱정하지 말라며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다. 2인 1조가 되어 덧마루부터 나르기로 했는데, 남자 짝수가 모자라서 어쩌나하는 논의가 나올 때쯤 혼자하겠다고 덜컥 손을 들어버렸다. 내가 미쳤지. “괜찮겠어? 우리 덧마루 무거운 편인데.” “괜찮습니다.학교에선 혼자 날랐어요.” 학교에서 혼자 나른적이 있다. 10걸음 정도. 그땐 8층짜리 계단이 아니었긴 하지. “어우..두견이 힘 좋네.” 장발의 남자가 옆에다 덧마루를 내려놓는다. 극단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 이름은 김세환. 나이는 80년생. 우락부락한 얼굴인데 험한 인상은 아니다. 웃을 땐 하회탈처럼 얼굴에 온갖 주름이 잡혔다. 키는 나만할까. 연극 경력10년에 산전 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 이 사람은 나와 같은 막내다. 그것도 호텔관광학과 출신의 경력 짧은 배우. 처음 연습실에 들어갔을 때 이 사람이 걸레질을 하는 것을 보고 ‘여기는 저런 높은 선배도 같이 걸레질을 하는 구나. 인상적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흠.. 세환이형이 처음 연기를 접하게 된 것은 알바로 했던 아동극이었다고 한다. 모든 아동극을 만드는 이가 그렇지는 않지만 아동극은 대충 만들어서 대충 올리는 곳이 많다. 음식점으로 따지면 대충 만든 값싸고 회전율 높은 식당이랄까. 음식은 먹어보면 값싸고 대충 만든 것을 알 수 있지만 연극을 보는 대중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무대에 서 있는 저 사람이 준비된 사람인지, 저 공연이 제대로 된 공연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대중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많은 공연을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음만나서 1시간 정도 대충 맞추고 바로 공연을 하는 그들이 한 두달씩 연습하고 머리를 싸매고 연극을 만드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세환이형도 그런 곳에 있었다고 했다. 아동극을 했던 시절의 얘기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재밌는 얘기가 많았다. 공연하기로 한 여배우가 안와서 혼자 여배우 역할까지 했다는 얘기, 신데렐라 역을 맡은 여배우가 공연 중에 분위기에 취해서 자기도 모르게 열여덟이라는 욕을 해서 모두 빵 터졌다는 얘기.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좋아했다고- 그리고 아동극 연출가들이 널 좋아할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배우는 나쁜 놈 역할로 아주 좋다나. 아무튼 세환이형은 알바로 이 일을 시작했다가 연기에 깊게 빠져서 아동극 팀을 전전했다. 하지만 상업적인 아동극 팀들은 세환이형의 향상심을 채워주지 못했고, 그래서 그는 제대로 배워보겠다고 마음먹고 이곳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가 처음 극단에 찾아 왔을 때, 모두들 오래전 극단을 떠나간 선배가 찾아온 줄 알고 긴장했다고 한다. “형, 죽겠어. 괜히 혼자 하겠다고 했나봐.” 껄껄껄 웃으며 세환이형은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가버렸다. 세환이형과 함께 덧마루를 날랐던 우현이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비실비실 내려간다. 매정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하긴 이렇게 엄살부릴 시간도 없다. 선배들이 다음 덧마루를 들고 올라오고 있기에. 선배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나도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왔다. 극단에 들어온지 어느새 3개월. 이 극단은 30년 정도 된 오래된 극단이었고 대표인 교수님은 연세가 여든가까이 되셨다. 그래서인지 모든 방식이 옛스럽다. 배우를 한다고 하면 무대 위의 화려한 모습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연기를 하는 시간보다 빨간색 목장갑을 끼고 나무 각재를 만지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극단의 첫 인상은 굉장히 어두웠는데, 그것은 연습실 벽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습실에 들어서면 사람들 사이에선 침묵이 흘렀다.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내 동기들은 나까지 포함해서 모두 8명이었는데, 나를 빼고 일곱명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고 난 그보다 3주정도 늦게 들어왔다. 그들의 첫 공연이 될 작품의 연습 중에 나도 들어왔기에 동기가 된 것이다. 동기의 숫자가 많은 편이었지만 함께 앉아있거나 말을 주고 받으면 크게 혼이났기에 하루 10시간 이상을 연습실에서 함께 보냄에도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밖에서 만나보니 다들 재밌는 사람들이었는데 말이지. 극단의 배우들은 30명 안팎이다. 우리 위로는 2~3년차 배우 2명, 7~8년차 배우 다수, 10년 이상 된 배우들이 5~6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실력이 출중한 사람을 뽑아서가 아니라, 들어올 방법이 없다고 해야할까. 학교에서 교수님과 안면이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소개, 아니면 그냥 무작정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는 방법. 여러 방법을 통해 극단에 찾아올 수는 있지만 바로 들어올 수는 없었다. 그 사람이 교수님 맘에 들어야 했기 때문에. 찾아온 사람이 맘에 안들면 교수님은 얼굴을 한 번 쓱 보시고는 들어가 버리셨다. 그리고 선배 중 한명이 “연락 드릴게요.” 라며 돌려보냈다. 교수님의 맘에 든다는 기준이 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극단에서 살아남은 배우들의 얼굴을 기준으로 본다면 꽃미남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확실하다. 내가 꽃미남이 아니어서가 결코 아니라 분명히 얼굴이 우락부락하거나 광대가 발달한 강한 인상을 좋아했고 그래서인지 극단의 남자배우들은 한 인상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학로에서 우락부락하고 인상 더럽고, 매우 지저분한 추리닝 차림에 빨간 목장갑낀 사람들이 나무 각재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면 그들은 목수가 아니라 내 후배들일 가능성이 높다. 선생님의 맘에 들면 일단 언제까지 연습실로 나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오디션은 없다. 일단 들어와서 바닥 걸레질부터 화장실 청소, 신발정리 등등의 허드렛일을 하면서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으로 무대에 섰다. 저쪽으로 가, 이쪽으로 가, 뛰어나와, 엎드려- 등등 이유도 모르고 움직이다가 이유도 모르고 혼구녕이 났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사 한마디가 주어지면 그게 바로 오디션이었다. 대사도 별 의미 없는 대사. 예를 들면 “저쪽으로 가셨어요-”라든가. 하지만 그 쉬운 대사를 아무도 쉽게 하지 못했다.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와 살벌하게 쳐다보고 있는 선배들 가운데에서 그 한마디로 실력을 판단했고, 그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오디션’ 이 돌아올지는 아무도 몰랐다. 처음 주어졌을 때 잘 소화해내지 못하면 바로 교수님의 옆에 있는 크리넥스 상자가 날아오거나 옆에 있는 의자가 우당탕 쓰러지곤 했다. “너랑 이거 가지고 실랑이 할 시간 없어!” 라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그렇게 기회를 잃는 일이 반복되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교수님의 시야에서 잊혀졌다. 아무도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몇 년동안 배역을 얻지 못하면 극단에서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극단의 선배들은 나름 자부심이 대단했기에 처음 온 사람에겐 배타적이었다. 힘든 극단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한 두달만에 나가는 사람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마음을 주고 친해져 봐야 금방 나가버리기가 부지기수였기에. 실제로 한 선배는 “너희들 지금 8명이지만 좀 있으면 얼마 안남아.”라고 항상 빈정거렸다. 그렇게 몇 년을 버텨야 자신들의 식구로 인정해 주는 것이 그들의 관례가 되어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처음 온 신입들을 숨 막히게 만들었고 그들을 버티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한가지가 되었다. “자, 다 모여봐!” 교수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어느새 덧마루와 각종 자재들이 전부 올라왔기 때문에. 남자들은 전부 모이고 여자들은 분장실에서 살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되도록이면 오늘 다 끝냈으면 좋겠어. 시간이 없다고. 끝내고 얼른 연습 들어가야지.” 여기서 교수님의 한마디는 곧 법이다. 그가 그렇게 한다면 하는 것이다. 일이 분담되고 선배들은 막내를 한명씩 달고 장도리와 톱을 들고 각자의 자리로 갔다. 목이 타는듯이 말랐지만 차마 물을 먹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다들 미친듯이 일을 한다. 장도리로 못을 때리는 소리와 톱질하는 소리가 극장을 가득메웠다. 먼지가 피어나고, 금방 옷은 땀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목이 말라서 미칠 것 같다. 그 때, 객석에서 매섭게 바라보고 있던 교수님이 소리를 질렀다. “야!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떡해!” 극장을 가득 메웠던 망치질 소리와 톱질 소리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누구에게 한 소릴까. 저마다 눈치를 보다가 자신에게 해당되는 소리가 아니란 걸 알게되면 안도하며 잠시 숨을 돌린다. 근데 교수님의 시선은 나와 주현 선배에게 향해있다. 걸린 건 우리다. 제길. “그걸 좀 더 왼쪽으로! 야임마 그건 오른쪽이지! 야! 왼쪽이라고! 아니 미안하다 오른쪽이다. 좀 더 내려. 내려! 내리라고! 에이 빌어먹을!” 멀리서 지시하는 걸 모르모토처럼 따르다가 이런식으로 욕을 먹기 시작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대체 어디로 가란 소린지. 교수님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내가 말하는 걸 연극적으로 들어야지! 그냥 들으면 안돼! 이걸 이렇게 해서, 밑으로 내리라는 거 아냐! 내려! 아 내리라고! 그렇지! 이제 알아 듣겠어? 이래가지고서 나랑 어찌 일을 하나!” 연극적. 연극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교수님은 본인의 언어를 배우들이 이해해야 연습을 할 때에도 자신이 하는 주문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셨고, 실제로도 그랬다. 즉, 연출가가 하는 사고의 흐름을 배우들이 이미 읽고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것은 꼭 연극작품 뿐 아니라 이런 무대 세트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했다. 무대 세트를 교수님이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면 저런 지시를 했을 때 금방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24시간 연극만을 생각하고,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며 스트레스 속에 있었던 연극의 장인은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을 선호했다. 물론 배우로서 기본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결론은, 극단 생활의 모든 것을 교수님은 지켜보고 평가해서 캐스팅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제 갓 들어온 3개월차의 신입은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리고 목이 말랐다. 욕지거리를 하며 뒤돌아 객석으로 가시는 교수님을 뒤로한채, 이미 익숙해서 멘탈에 타격조차 입지 않은 7년차 주현선배는 무심하게 말했다. “이거 톱날이 하나 없는 거 같은데? 야, 내려가서 혹시 놓고 온 거 없나 체크해봐.” “알겠습니다.” 계단으로 뛰어내려가는데 화장실이 보였다. 화장실에 뛰어들어가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원효대사 해골물이라더니 참말이네. 좀 살 것 같다. 1층에 내려갔더니 로비 구석에 톱날 뭉치들이 놓여있다. 들고 올라오니 무심했던 주현선배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거 어디 있었어.” “1층 로비에 있었습니다.” “영수랑 승영이 오라고 해.” 3년차 영수 선배는 나와 동갑이었다. 어딘가 수술을 받아서 군대를 면제받아 이렇게 일찍 들어와 극단생활을 하고 있다. 2년차 승영 선배는 78년생으로 주현선배와 동갑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동안에 꽃미남 스타일인지라 어려보였고, 꽃미남 스타일을 싫어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수님께 항상 욕을 들어먹었다. 이 둘을 왜 부르라고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둘은 공구담당이었다. “야 니네 공구 안챙겨?” 영문을 모르겠다는 둘의 얼굴에 주현선배가 옆에 있던 톱날 뭉치를 툭 찼다. “이거 놓고 오면 어쩌라는 거야. 니네 공구짱 아냐?” “죄송합니다.” “다음 번에도 놓고 오면 아구창 맞는다." "죄송합니다." "가서 일해." 아구창 맞는다- 는 소리에 무심코 주현선배의 팔에 시선이 갔다. 인상은 날카로운 족제비 상인데 팔뚝은 무슨 통나무 같네. 어쩐지 맨날 턱걸이 하고 있더라니. 잔뜩 굳은 표정으로 톱날뭉치를 챙겨들고 둘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빌어먹을. 내가 무서운 사람이랑 작업을 하고 있잖아- “자기 할 일만 잘해. 그럼 욕 안해.” 내 마음이라도 읽은 걸까. 그렇게 무심하게 뚝딱거리는 주현선배 옆에 붙어서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갔다. 밖은 깜깜해져 가는데 여전히 극장안은 훤했다. 시계를 슬쩍 보니 밤 10시가 지나려고 한다. 보통 연습은 밤 10시 쯤 끝나던데. 무대 셋업은 안 끝나는 걸까. “다 모여봐- 여자들도 오라고 해.” 교수님의 소리에 내가 분장실로 뛰었다. 분장실로 뛰어들어가니 여기도 난리법석이다. 자잘한 소품들과 의상들을 만드느라 여기저기에 재료들이 널려있다. “여자분들도 다 모이시랍니다!” “그래? 우리 두견이 얼굴이 반쪽이 됐네- 자, 다들 가자.” 여자 선배들이 재잘거리며 극장으로 향한다. 다 모여서 객석에 앉아있다. 극장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하고 다들 무대에서 이것저것 체크하며 생각에 빠져있는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 연출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노트에 뭔가 끄적거리던 교수님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어, 다 모였나. 오늘 말이야. 아무래도 야간작업을 해야할 것 같은데.” 욕을 할 뻔했다. 집에 가서 씻고 쉬고 싶다고- “여학생들은 집으로 가지. 유희언니는 남학생들 먹게 컵라면이랑 김밥 좀 사다 놓고 가고.” 교수님은 항상 단원들을 여학생과 남학생이라고 불렀다. 교수님 연배에는 모두 어려보이기도 했겠거니와 항상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려나. 유희선배는 극단의 돈관리를 맡은 총무로 마흔이 넘은 14년차의 배테랑으로 상도 많이 받고 여하튼 실력있는 배우였다. 여자 단원들은 부시럭거리며 집에 갈 준비를 하고, 남자들은 컵라면과 김밥을 먹을 준비를 했다. 쓱 보니 다들 표정들이 썪어있다. 과연 몇시까지 일을 해야 할까. “내일은 다들 9시까지 모이지. 내일 연습을 할 수 있게 어떻게든 해놓을테니까.” 집에가는 여자 단원들에게 교수님이 말했다. 저 얘기는 우리도 내일 아침 9시 콜이라는 건데. 죽었네 죽었어. 어찌됐든 작업은 계속 됐고, 내가 망치질을 하는건지 망치가 날 붙들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을 무렵에 교수님은 우리를 집에 보내줬다. 힘들겠지만 내일 9시까지 나오라는 위로와 함께. 시계를 보니 새벽2시다. 유희선배는 여자지만 끝까지 남아서 작업을 도왔고, 대학로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택시비라며 만원씩 건냈다. 집에 도착하여 씻고 잘 준비를 하니 어느덧 새벽3시가 넘어간다. 이곳은 콜시간에 굉장히 엄격했기에 아침 9시 콜이라면 8시 30분에는 가 있어야 한다. 8시30분에 도착하려면 7시 30분에는 나가야 하고, 그러면 최소 7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집에 온 해방감에 게임이라도 한판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 자자. 자리에 누우니 별 생각이 다 든다. 과연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버티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버틴다고 해서 주연을 할 수 있을까. 저렇게 쟁쟁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리고 드는 생각. ‘그만 두고 싶다.’ 학교에서 하던 즐거운 연극과는 너무 달랐다. 학교에서도 연극을 한다고 별 짓을 다 해봤지만 참 즐거웠었는데. 이것이 프로라는 걸까. 프로의 세계라는 것은 왜 이렇게 냉혹하기만 한걸까. 혼자 잡생각을 늘어놓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고, 알람소리에 눈이 떠졌다. ‘뭐야 왜 벌써 울려. 잘못 맞췄나?’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날이 훤했다. 아침 7시. 대충 씻고 대충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여름이지만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선선하다. 그렇게 난 다시 내 일터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한참 됐는데 예전에 썼던 글을 이어서 올려봅니다. 게을러서 이제서야 올리네요. 부족한 글이지만 너그럽게 봐주시고 또 이어서 올려보겠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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