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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5/12/22 11:58:57 |
Name | 켈로그김 |
Subject | 냉장고를 부탁해. |
저번 주말, 아내가 심하게 자빠지셔서 목이 뻣뻣해지셨습니다. 저는 잡아놓은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당장 가사에 매진해야 했지요. 빨래나 청소는 당장 못해도 괜찮지만, 집에 밑반찬류가 싹 바닥이 난 상태...;;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 30시간 릴레이 녹화가 시작되었으니 ㅡㅡ;; ------------------ 토요일 pm 6:00 일단 밥을 안치고. 보자.. 반찬이 쥐포랑 김치밖에 없네?;;; 다행히 계란이랑 냉동 김이 있으니 일단 계란말이를 하자. 살살 물렁해지기 시작한 방울토마토도 있으니 이거도 같이 썰어서 넣자. 1번 요리. 반칙 계란말이 (실패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계란 3알을 깐다. 우유를 조금 붓는다. 김을 찢어서 넣는다. 토마토는 커피포트에 물 끓여서 껍질을 까고 2mm정도 두께로 원형으로 썰어넣는다. 계란물을 조금씩 부어넣으면서 얇게 계란 막을 만들어 여러번 김밥말이해준다. : 다 찢어졌네? 그래도 먹어라 내 딸아.. 먹어야 산다. 최종메뉴 밥 + 계란말이 + 한치포 + 씻은김치 싹 비웠다.. success !! --- 토요일 pm 8:00 밥을 먹었으니 후식을 먹어야지. 냉장고를 보니 늙은 사과, 질긴 파프리카, 아까 남은 방울토마토, 무르기 시작한 양상추가 있다. 그래.. 만만한게 샐러드다. 플래인 요구르트도 있다. 비록 유통기한 1주일 지났지만... 괜찮아. 우리집 냉장고는 DIOS 니까. 견과류가 빠질 수는 없는데, 저번에 잣을 줘 봤더니 안 씹고 삼켜서 변기에 잣이 둥둥 떠 있더라... 오늘은 좀 쪼갈라서 줘야겠구나. 2번 요리. 패잔병 샐러드. 사과는 최대한 새거같은 식감을 살리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깎아낸다. 파프리카는.. 내가 냉부에서 봤는데 구우면 맛있다더라.. 근데 연기나니까 그냥 후라이펜에 살짝 굽자. 방울토마토.. 부탁한다. 양상추도 새거같은 식감을 살리기 위해 물이 나오는 부분을 몇 겹이고 버린 후에 안쪽 부분을 쓰자. 잣은.. 생각해보니 아깝다. 찬장 뒤져보니 세일가로 산 마카다미아가 있다. 대충 칼로 잘라서 줘보자. 최종메뉴 샐러드 + 유자차. 더 달라고 떼를 쓴다. fail... ----- 일요일 am 10:00 ..왜 인간은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 여튼, 밥은 어제 해놓은게 있다. 냉동실을 뒤져보니 생협에서 샀다는 두부 스테끼가 있네? ...오올??? 3번 요리 쉬어가는 두부 스테이크 두부 스테이크는 삼겹살집에서 알바했었던 경력을 살려서 잘 굽는다. 왠지 스테이크면 가니쉬(오올~)가 있어야겠지? 양파를 볶아주자. 울 딸내미는 아직 젓가락질이 서투니까 양파는 찹으로 썰어서 숟가락으로 퍼먹을 수 있게 해줘야겠다. 약불에 달달달달달달달달달달.. 최종 메뉴 : 밥 + 두부스떼끼 + 김치 + 양파볶음 반찬만 집어먹더니 결국 밥을 절반정도 남겼다.. 어렵다 애 먹이기는;;; --------- 일요일 pm 1:00 분명 아까 먹은건 아점인데, 마누라는 아침이라고 우겨댄다..;;; 냉장고는 이제 다 디벼봤고.. 남은건 냉동실. 아무 대책없이 떡국떡을 꺼내서 물에 담궈두고.. 떡국을 끓이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떡국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꺼내봤다. 황태포, 김. 옛날에 어디서 봤는데, 황태포로 육수를 내기 전에 한 번 볶으면 맛이 더 좋다더라. 그래서 황태를 볶기 시작했고.. 그 볶은 황태를 마눌님과 딸내미가 주워먹기 시작했다 ㅡㅡ;; 냉동실을 디벼보니 오징어 일미(진미)도 있다. 그래.. 이거도 볶아먹자. 김도 구워먹자. 아예 떡도 구워먹자. 4번 요리. 포가튼 바베큐. (냉동실의 잊혀진 고대의 유물들이여 ㅡㅡ;;) 황태포를 굽는다. 김을 굽는다. 참기름 바르고 두 번 구우면 좋겠지만, 도구도 없고 기술도 없고 설거지도 하기 싫다. 그냥 약불로 타지 않게 소심하게 계속 잽을 날리듯이 굽는다.. 계속..;; 오징어 일미도 그냥 굽는다. 굽는다기 보다는 그냥 따뜻하게 만드는거.. 떡을 굽는다. 그냥 구워봤는데 쫀득하니 괜찮다. 간장을 발라서 구워본다. 맛의 달인에서 보니까 간장을 발라서 구워먹더라고? -> 그을음이 생겼다고 애 주지 말란다. 아싸.. 이건 내꺼 ㅡㅡ;; 결국 간장-마요네즈 소스를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온 가족이 먹을 양을 만든다 ㅡㅡ; 느끼하다고 김치도 꺼내고 밥도 꺼냈다..;; 최종 메뉴 (밥 + 황태포 + 오징어 ) 를 말아서 김밥을 만들어 먹었다. 노력 대비 최고의 맛과 호응. 울트라 썩쎄쓰 ;;; ------------ 애가 낮잠을 자는 동안 장을 보러 갔다. 신선한 채소류를 구입하려다.. 냉장고에서 늙어가고 있는 녀석들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돌리고.. 한우 안심을 보고 침을 질질 흘리다가 100g당 가격이 3천원 넘어가는걸 보고 발걸음을 돌린다. 수입육 이벤트 코너에서는 100g당 천원대 후반의 척아이롤이 날 바라본다. 내게 말을 거는 듯 하다. '질기다고 포기할텐가?' ...그럴 수는 없지. 하고 1.3kg의 거구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원산지가 보이지 않도록 우유로 살짝 가리고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씬 포쓰로 마트 런웨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다. -------------- 일요일 pm 5:00 아까 사 온 소고기는 녹으려면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면 일단 밥을 먹어야지. 애가 자는 동안 냉장고를 부탁해를 봤다. 게스트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샘킴인가 켈로그킴인가가 가지를 굽는걸 본 기억은 난다. 그래. 랩에 싸여 점점 액체가 되어가고 있는 가지를 구원할 마지막 기회라는 느낌이 왔다. 5번 요리. ointment 바베큐. (연고;;) 가지를 조심스래 꺼낸다.. 물이 흥건하다. 껍질을 벗기고, 물렁해진 부분을 썰어서 버리고 나니 가지가 반쪽이 되었네;; 언젠가 갔던 아웃백에서 슬쩍해왔던 버터를 꺼내서 후라이펜에 투척한다. 재료가 신선하지 못하면 소스빨로 버티면 되는거니까. :-3 가지를 굽는다. 어제 쓰고 남은 양파도 볶는다. 버섯도 있길래 버섯도 볶았다. 소고기도 대충 녹았길래 구웠다. 당근은 따로 얇게 포를 떠서 버터 + 레몬즙 + 설탕이랑 같이 구워봤다. 최현석이 냉부에서 만드는걸 함 봤는데, 솔직히 무슨 맛인지 상상도 안 갔지만, 이왕 버터를 쓴 김에 한 번 따라해봤다;; 남은 육즙과 버터국물에 진간장을 살짝 넣고 단맛이 필요하거 같아서 반쯤 녹은(아주 오래된;;) 배를 다져넣어서 소스를 만들었다. 최종메뉴 밥, 가지, 양파, 버섯, 당근, 소고기 with 버터 간장 쏘오-스 애가 가지를 허벌나게 주워먹어서 정말 죄책감이 들었다 ㅡㅡ;; 소고기는 생각보다 질겨서 연한 부분만 발라준다고 엄마가 고생이 많았다. 미안.. ------------------------ 일요일 pm 8:00 오늘은 일찍 자기는 틀렸다.. 낮잠을 늦게-길게 자버려서.. 최소 10시는 되어야 누울 각이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끼 더 먹이자 ㅡㅡ;; 6번 요리. 리사이클 볶음밥. 냉동소고기에서 나온 육즙은 아직 많다. 가지도 조금 남았다. 양파도 조금 남았고, 파프리카도 조금 남았다. 토마토도 조금 남았지.. 암.. 아까 먹었던거 또 먹은 느낌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재료를 잘게 다졌다. 남은 밥을 모두 넣었다. 원래 토요일에 밥을 3컵 해서 저녁-아침까지만 먹으려고 했는데, 냉장고에 밥이 두 그릇 있어서... 주말 내내 밥을 한 번만 했다;;; 최종메뉴 볶음밥 케챱을 쬐-끔 떨어뜨려 섞어주니 역시 허벌나게 먹었다. 석쎄쓰. -------------- 원래 토요일 저녁 + 일요일이면 4끼만 해 먹일거라 생각했는데.. 6끼를 해 먹였네요. ...처방전 100건은 조제를 한 것 같았습니다 ㅡㅡ;; (제 직업은 약사.. 소아과 조제를 주로 하는;;;) 소득이 있었다면... 냉장고에서 늙어가던 분들을 어떻게든 버리지 않고 써먹었다는거;;; 애 키우는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고, 그 중에서도 먹이는게 으뜸인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는 ㅡㅡ;; 남은 소고기는 파인애플에 재워놨는데... 왠지 아직도 질길거 같아요. 오늘은 퇴근하면서 훼스탈을 좀 갈아서 가지고 가서 고기에 뿌려놔야겠습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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