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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12/30 00:24:58
Name   절름발이이리
Subject   자기 검열
2007년 창업한 첫해의 연말, 나는 최초의 엔젤투자 제의를 받았다.
결국 받지 않았고, 그리고 나중에 후회했지만, 어쨌건 그 날 그에게 들었던 얘기를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그는 미디어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본의는 아니었겠으나 그 서비스는 특정 정치 세력에 제법 편향적인 매체로 인지되어 있었다.
듣보잡도 아니고 나름 존재감도 있는 서비스였다.
그날은 대선이었다. 아직 출구조사 발표가 뜨기 전, 맥주를 마시며 나는 물었다.
그 당이 선거에 지면/이기면 어떡하실건가요?
그는 그 당 누구라도 찾아가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농담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다.
단지 사업의 성패 때문이 아니라, 그 회사에 들어간 모든 이의 노력에 대해 자신이 져야만 할 책임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인터넷에서 모든 정치적 발언에 대해 자기검열을 했다.
정말로 단 한번도 그 원칙을 어겨 본 적이 없다.
말 잘못하면 코렁탕 마실지도 모른다는 유치한 상상을 품은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별로 그런 음모론에 심취하지도 않거니와, 성미로 말하자면 나는 나를 물면 죽어도 넘어가주는 성격이 아니다.
고문도 없는 헤븐조선인데, 작정하면 손에 묻더라도 똥을 집어 던져댈 자신은 언제든지 있다.
그러나 백만에 하나 천만에 하나라도 나를 따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된다는 것이 그 날 내가 배운 것이었다.
그것이 책임지는 자리란 것이고, 내가 그 자리에 있으니까.
무어 그 쪽처럼 오히려 그걸로 사업을 일으키고 터지면 수습하는 방향도 있겠지만 내 사업은 그런 쪽은 아니었다.

따져보면 원래 어디고 거리낄 것 없이 인터넷을 해 왔다.
머리 크고 나서, 나는 모든 내 글이 모든 이에게 노출될 것을 전제로 글을 썼다.
내 인터넷 역사를 되돌아, 아무것도 감출 것이 없고, 아무것도 부끄럽지 않다.
심지어 싸이월드 허세글도 안 부끄럽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나만 안 부끄럽다고 땡이 아니라, 거기에 내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폐끼치지 않는 것 까지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얘기.
혹 내가 당신을 막 대했다면 당신이 내게 안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렇습니다. 쏘리.

하지만 가끔 이런 것이 아무래도 좋을 만큼 피곤한 날들이 있다.
요즘은 좀 잦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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