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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1/19 17:00:38 |
Name | Raute |
Subject | 난방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
콜린성 두드러기라는 피부병이 있습니다. 몸에서 갑자기 열이 나거나, 긴장해서 식은땀이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니면 체온변화가 심하면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옵니다. 생긴 건 그때그때 다른데 좁쌀같은 게 빼곡히 날 때도 있고, 모기 물린 것처럼 퉁퉁 붓는 형식으로 날 때도 있고, 그냥 뻘겋게 부어오를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열꽃 올랐다고 표현합니다만 모양은 조금 달라요. 어쨌든 힘든 건 마찬가지. 벌레가 무는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열기로 몸을 지지는 것 같기도 하고, 쓰라리고 따갑고, 전신에 피로감과 탈력이 따라옵니다. 남들은 반 년이면 사라지기도 한다는데 2달 뒤면 딱 9년을 채웁니다. 마지막으로 보일러를 튼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 대중목욕탕도 안 간지 오래됐습니다. 샤워도 웬만하면 미지근한 물로 하고, 따뜻한 물로 할 때는 시간제한 걸어두고 합니다. 뜨거운 국물류는 잘 안 먹고, 먹더라도 천천히 식혀서 마십니다. 가장 괴로운 건 자다가 나는 거고요. 특히 아침에 일어났는데 손바닥과 발바닥에 올라오면 한동안 아무것도 못해서 참 답답합니다. 원래 1년치 투약기록이 있으면 공익을 가는 건데, 처음에는 진단서만 떼가면 되는 걸로 알아서 헤맨 것도 있고,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그냥 현역을 갔었는데 거기서 저 때문에 선후임부터 직속간부, 군의관 등등 아주 여럿 고생했죠. 혹한기 훈련 도중에 핫팩을 못 까서 영하 18도에 그냥 옷만 입고 자다가 저체온으로 수액 맞기도 했었고... 제가 좀 유별나게 심한 편인데 보통 겨울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저는 1년 내내 나타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올라오기도 하고, 두통과 소화불량, 그리고 호흡곤란을 동반할 때도 있습니다. 몸이 팅팅 부어서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거라나 뭐라나요... 서울대 교수조차 치료는 기대하지 못하지만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니 열심히 살라던데 그냥 그렇게 사는 거죠. 원래는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다가 너무 심하니까 무조건 하루에 1알씩 먹었고(예방차원에서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별 효과는 없던 걸로), 때로는 무작정 들이붓기도 했었습니다만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살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끊고 될대로 되라는 마인드로 가라앉을 때까지 견디는 편입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집안에서 보내는 따뜻한 겨울, 그런 거 없습니다. 집에서 뒹굴거릴 때는 대개 티셔츠에 후드재킷 하나 걸치고 반바지입니다. 방바닥이 아무리 차갑고 발이 새하얘도 집에서는 양말을 신지 않습니다. 혼자 있으면 그냥 속옷만 입고 얇은 가을이불 한 장에 의지하기도 하고요. 일본의 고타츠는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데 나중에 놀러가도 써먹지는 못하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는 게 아이러니. 눈내리는 겨울날이 그렇게 좋습니다. 이제는 눈싸움은 커녕 손가락만 빨지만요. 요새는 격렬한 운동 후에 땀을 흘리면서 느끼는 상쾌감이나 따끈한 불판 위에서 몸을 지지는 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생각이 안 나서 이따금 떠올려보곤 합니다. 상상한다는 게 맞을지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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