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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16/01/21 19:14:24 |
Name | 7월 |
Subject | 엄마 |
예전에 썼던 글인데, 야근하기 싫어서 비비적 거리다 올려봅니다. 반말 양해부탁드릴게요. 엄마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공주대접을 받던 유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던 외삼촌은 술과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했고 엄마는 가난 때문에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늘 전교 3등 안에 들었지만 몸이 약해 고등학교를 휴학하며 다녔고 대학에 가지를 못했다. 엄마는 몸이 나아질 무렵부터 시장 비서직 등의 몇 군데에서 일하며 월급을 모두 외갓집에 생활비로 드렸다. 결혼을 한 뒤에도 형편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시댁에 삼년 내 모은 돈을 다 드리고 딸랑 10만원 가지고 올라온 서울살이는 힘들었다. 아빠의 월급은 작았다. 공무원 수입은 빤했다. 엄마는 여름마다 지하 셋방에 들이치는 빗물을 퍼내며 갓난쟁이 둘을 키웠다. 살림살이가 조금씩 늘고 집도 차도 생겼지만 가계가 넉넉한 적은 없었다. 나는 아빠가 30대에 받던 월급보다 많은 돈을 받고 있다. (아마도) 어쩐일인지 늘 빠듯하거나 부족해서 매월 사고싶은 걸 참고 있다. 엄마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어떻게 살아온걸까. 가끔 엄마가 엄마도 몸이 좀 튼튼해서 파출부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던 게, 마음에 드는 옷을 두고 굳이 더 싼 옷을 고르던 모습이 생각난다. 엄마가 남은 나날이라도 돈걱정 없이 살게 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김여사, 이 글 못보겠지만 내가 호강시켜줄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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