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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24 13:22:43
Name   Beer Inside
Subject   추억속의 부부 싸움
그러니까 세기말이라고 부르기 조금 전의 시절,

새벽에 전화가 한통이 왔다.

응급실에 칼 맞은(stab wound, staff이 아니다.) 환자가 있어서 급하게 수술해야 한다는 전화였다.

40대 남자, Stab Wound, 간 열상(Liver laceration)... 이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수술실에 들어 왔을 때, 혈압은 40/20.....

수술실에 들어오기전 심장이 멈추었다면 새벽에 용을 쓸 일도 없었으리라....

배를 열고 뱃속을 보니 당직외과팀이 할 수 있는 수술은 아니였다.

결국 간담도외과가 오고 그 동안 수십명이 한 봉지씩 모은 혈액이 소모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수혈을 수십단위 이상 받은 환자가 살아날 확률은 낮으니까....

간담도외과가 와서 이렇게 잘라보고, 저렇게 잘라보고 해 보아도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결국 수술을 시작한지 10시간이 지나서, 120단위의 농축적혈구와 기타 등등을 수혈한 환자의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수혈을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후 금방 환자는 사망하였다.

환자가 사망하는 동안 당직 외과의에게 물어보았다.

"누가 찌른거야?"

"아내가 자는 데 갑자기 찔렀데..."

'그렇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수술실 밖을 나서니, 보호자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사람이 죽었는데, 울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실험용 쥐가 한마리 죽어도 기분이 나쁜데....

며칠 후 화장실에서 만난 외과 당직의와 그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면서 보호자는 괜찮았냐고 물어본다.

그랬더니, 환자 보호자가 병원에 고소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보호자가 원인을 제공했는데, 병원에 고소라니....

환자가 살았으면, '살인미수'로 끝날 일인데....

환자가 죽어서 '살인죄'를 뒤집어 쓰게 되었으니,

병원의 의료과실로 사망한 것이 입증이 되면 보호자는 '살인미수'가 된니 소송을 했다나....

병원의 빠른 시스템이 원망스러워지는 이야기였다.    

사족) 이글의 교훈은 뭐 가능하면 누군가와 같이 잘 때는 등돌리고 자지는 말자는 것이다.    
        등돌리고 자는 남편이 미워서 칼을 찔렀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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