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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5/27 12:34:04
Name   리니시아
Subject   펑꾸이에서 온 소년 (1983) _ 젊은이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
팟케스트 '영화계' 를 진행하면서 밀레니엄 맘보를 다루어 달라는 요청이 작년에 있었다.
그리고 약 6개월이 지나 밀레니엄 맘보를 보게 되었고, 지금에서야 '허우 샤오시엔' 이라는 감독을 알게되었다.
나름 영화를 좋아하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이런 거장을 지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자숙하는 의미로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를 찾아보았고, 그중 펑꾸이에서 온 소년 이라는 작품에 매료되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펑꾸이 라는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아칭' 이라는 소년이 있다. 이 소년은 쿠오, 아정 이라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동내에서 건달 행세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활에 권태를 느껴 '카오슝' 이라는 대도시로 가게된다. 시골에서 살던 세 명의 친구는 자신의 고향과 다른 대도시에서 질서와 삭막함을 몸소 체감하게 되고, 노점상에서 팔던 물건을 정리하고 군입대를 하게 된다.

줄이자면 시골 청년들이 돈을 벌기위해 대도시에 오지만 그곳에서의 느끼는 상실감과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1.
극중 지나가는 이야기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주인공 '아칭'의 아버지는 유년시절 야구공에 맞아 백치가 되고, 그런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기도 하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남아있게 된다.
하지만 또 다른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길을 가다 뱀을 발견하곤 아버지가 그것을 잡는 기억도 있다. 대도시에서의 외로움을 백치가 된 아버지가 자신을 지키는 기억을 떠올리며 달래는 장면. 작은 에피소드 이지만 다가오는 무게가 굉장히 묵직하다.
아청은 분명 아버지가 사고가 나기 전 가족의 모습을 그리워 하고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고 이후엔 아버지가 굉장히 부끄러워 하는 장면을 보면 더더욱 두드러진다.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로도 받지만,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움이 느껴지는 장면을 보며 '성장' 이라는 것을 조금씩 일깨워준다.





2.
친구들은 대도시에서 길거리를 다니다 사기를 당한다. 멋진 유럽영화를 풀컬러에 대형화면으로 상영해 주는 곳이 있다며 오토바이를 탄 낯선 사람이 그들을 꼬신다. 순수한 그들은 돈을 지불하고 빈 건물로 올라가지만 그곳은 완공되어지지 않은 건물이었고, 대도시의 전경만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는 이야기한다 "컬러는 컬러네"


바닷가의 석양을 바라보던 순수했던 소년들이, 사기를 당해 고층빌딩에서 대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는 상실감은 어떠하였을까.
그것을 별다른 인물들의 액션이나 설명이 필요없이 '장면' 을 통해 대비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이 전해주고자 하는 느낌과 그들의 감정이 무게있게 다가오는 장면.





3.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실연을 당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겠다.
태국으로 여자를 떠나 보내며 노점상에서 헐값으로 물건을 다 팔아버리고 입대를 하게되는 장면. 이때 아칭은 설움에 받혀 오기로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헐값으로 팔려 하지만, 무심한 시장의 사람들은 자기 할 일들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그들의 아픔을 알아주기라도 원하는 듯한 아청의 몸짓과 울분에 찬 목소리가 격렬한 감정을 자아내지만. 그런 소년들의 모습을 외면하고 여느때와 같은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야속하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엔딩장면에서의 바닷가를 비춰주는 모습은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머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듯 하다.





이것 말고도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취권' 인 이유랄지, 공장에서 일을하다 고향으로 와 자기 밥그릇을 내던지는 장면이랄지. 시골에서의 미성숙했던 에피소드들도 굉장히 재미있고 정겨운 장면들이다.

'위로' 라는게 무엇인지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허우 샤오시엔의 롱테이크가 유독 배우를 위한 '배려' 로 보였고,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하며 이야기 하기보단 긴긴 롱테이크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의 현실과 암담한 미래의 모습을 무엇 하나로 규정짓거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모든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아 준다. 또한 그들에게 전혀 무관심한 타인들의 모습을 한번 더 잡아주며 그들이 느낄만한 상실감에 공감을 전해주는 영화.



젊은이들에게 건내는 따뜻한 위로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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