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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7/21 15:26:24
Name   리니시아
Subject   부산행 (2016) _ 한국형 좀비닦이 영화

·연상호 감독
처음 이 영화 촬영소식을 접하였을 때 기대하는 바가 굉장했습니다.
왜냐하면 SF와 좀비물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연출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스타일이 아주 강렬하였고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오토모 카츠히로의 '아키라'를 보는 듯한 강렬한 그림체가 돋보였습니다.
또한 날것 그대로의 소리를 들려주는 성우 기용 또한 굉장히 독특하였고 애니메이션의 분위기에 알맞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러한 스타일을 인정하듯 <돼지의 왕> 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든버러, LA, 뉴욕 아시아필름, 시드니, 파리 시네마, 몬트리올 판타지아 영화제 등등에 초청 받았습니다.
2011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돼지의 왕의 오프닝은 아직도 저 머리속에 맴돌며 그 강렬한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 나온 <사이비>는 감독 특유의 스타일 뿐만아니라 서스팬스적인 느낌도 부가되어 더욱 발전한 이야기 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불리우는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Focus Asia Competition부문 최우수상' 을 받게됩니다.
어느 하나 '선한' 사람 없는 이 애니메이션은 익숙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약한 인간이 신에게 비비며 기댈 수 밖에 없는 주제의식이 아주 잘 드러났죠.
그 외의 <사랑은 단백질>, <창> 등의 단편들도 스타일이 잘 살아있고 이야기하는 바가 뚜렷합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연출 하였기에 실사영화로써 검증된 바는 없긴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나, 연출, 특유의 스타일을 인정받은 감독이기에 좀비 불모지인 한국에서 연상호 감독은 그 스타일을 잘 살릴수 있을거라 기대하였습니다.









·포스터와 예고편
보자마자 <해운대>, <국제시장> 이 생각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윤제균 감독이 좀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형적이죠.
전형적인 천만 영화를 노리는 한국영화 흥행공식을 잘 따른 포스터와 예고편의 느낌.
특히나 좀비 무리들과 '맞짱' 뜨려는 마동석과 일당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니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또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주는 느낌 때문에 좀비영화에 방해 될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거.. 거기다 소희? 꽤나 뜬금포 스러럽고 불안했습니다. 그럼에도 '연상호감독'이니까 뭔가 노림수가 있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배우


·공유(석우 역), 김수안(수안 역)
이 영화의 큰 신파는 아버지가 '재난' 사건을 겪으면서 딸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것 입니다.
이러한 서사는 탐 크루즈와 다코타 패닝이 열연한 <우주전쟁> 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우주전쟁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얼마나 무심한지 나타내기 위해 식빵에 땅콩 잼을 발라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러자 딸은 '나 땅콩 알레르기가 있다' 라고 하자 아빠는 '언제부터?' 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태어날때부터' 라는 대답을 통해 가족에게 무심한 아버지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부산행도 비슷한 초반 설정을 보여줍니다.
어린이날에 딸 수안에게 Wii 를 선물 해 주고, 딸 생일에 동일한 선물을 해주죠. 얼마나 무심한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우주전쟁과 비슷하죠.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아빠가 성장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주전쟁>에선 이러한 장면이 나옵니다.
지하에서 잠을 청하려고 딸이 눕습니다. 그리곤 어떠한 자장가를 들려달라고 몇몇 곡의 이름을 아빠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딸에게 무심한 아빠가 그 노래들을 알 턱이 없죠.
실망한 딸이 아빠에게 등돌려 눕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나 슬프고 미안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아빠는 자신이 아는 노래라도 불러줍니다.
눈물을 그렁그렁 하면서 목메어 부르자 그제서야 딸도 다시 돌아누워 아빠에게 마음을 여는 장면이 있습니다.

부산행에선 이러한 에피소드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무책임하죠. 그 위험한 재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가장 반복 되었던 대사는 "수안아 여기 잠깐 있어봐"
라고 말하며 수안이 혼자 두고, 전화 통화를 하거나 혼자 볼일을 보러 다닙니다.
오히려 수안이는 '마동석, 정유미' 부부가 더 챙겨주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석우가 딸의 소중함을 느끼는 애피소드가 없자 굉장한 무리수를 둡니다.
마지막 기차에서 좀비가 되어버린 용석(김의성) 에게 물려버립니다. 그리고 딸과 성경(정유미) 를 안전한 곳에 대피시키고 자살을 하러갑니다.
그리곤 이 영화 최악의 장면중 하나인 '분유 광고 찍는 느낌의 회상장면' 을 보여줍니다.
여태까지 아버지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만 하다가(재난 상황에서 딸을 살리는) 죽기 직전에 이러한 회상장면 하나로 성장하는 영화라니.
그리고 회상 장면 자체도 굉장히 불성실합니다.
카메라 구도, 배우의 표정, 화면의 색감, 그리고 음악까지...
이 영화 '좀비 블록버스터' 였잖아요..?

거기다 "아빠 일어나!!" 라는 딸의 대사는 클레멘타인 이라는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동석(상화 역), 정유미(성경 역)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 마동석 배우 때문에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상화의 대사가 나름 사이다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어색했던 흐름에 그나마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상화의 역할은 영화 <베테랑> 에서의 '아트박스 사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석우가 아버지로써의 역할을 하게끔 몇마디 던져주고, 상황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위해 나타나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인 액션을 담당하고 있죠. 하지만 정말 말도 안되는 부분입니다.
왜 말이 안되는 가는 영화에서 이미 답이 나옵니다.

영화 중간 헬리콥터에 매달려 있던 좀비들이 추락한 뒤에 아무런 상처나 골절없이 바로 시민들을 쫓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거 자체로 오류가 있습니다. 약 300m 상공에서 떨어졌는데 신체가 망가지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부산행의 좀비들은 '금강불괴' 수준의 단단한 신체라고 설정 하였을 때.
상화가 맨몸으로 보여주는 액션이 말이 되느냐는 말이죠.
300미터 이상의 상공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능력을 지닌 좀비들을 맨손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라고 보입니다.

또한, 상화가 좀비로 변하는 상황 또한 가관입니다.
열차에서 출입구를 억지로 막다 어찌어찌 해서 여자 좀비에게 손을 물립니다.
그리곤 여기는 내가 남을 테니까 석우에게 자신의 아내와 함께 도망치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때 상황을 보면 금방이라도 출입구가 부서질 듯한 상황인데도 좀비는 온데간데 없이 슬픈 희생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 극한의 상황에서 태평하게 서로 대사 읊는 장면은 현실을 너무 무시한다 싶었습니다.


정유미 배우가 맡은 성경 역은 임산부 입니다.
그런데 왜 임신을 했다는 설정을 두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교과서인 영화. 2004년에 만들어진 <새벽의 저주>  에서도 임신한 여자가 나옵니다.
이 여자는 좀비화가 되지만 사랑하는 남편이 그녀를 남들이 모르는 곳에 몰라 가둬둡니다.
그 후 임신한 아내는 아이를 낳게되는데 그 아이가 좀비의 모습을 한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부산행 에서의 임산부의 역할은 단지 '탈출 속도를 늦추는' 역할 이외에 찾기가 힘듭니다.
또한 '딸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아버지 석우' 를 방해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수안을 잘 챙겨줍니다.
그냥 '이런 캐릭터 한명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넣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우식(영국 역), 안소희(진희 역)
일단 최우식 배우의 우는 모습이 그리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거인> 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방어하며 헙박하듯 울어버리는 그 모습에서 굉장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연기라도 판이 다르니 이토록 불쌍해 보일 수가 없더군요.
굳이 영국의 역할을 최우식이 맡아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왜 하필 '야구부' 여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좀비들에게 방망이질 해야 하거든요.
기차에 야구방망이가 있다는게 흔하지 않지만 야구부가 기차에 탄다면 기차에 방망이 있는게 당연 하거든요.
또한 액션할때 방망이질 잘 할거라는 보편적 인식을 깔아주죠.
그게 다 입니다. 굳이 '야구부' 여야만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야구부의 최악의 장면은 하필 기차 칸 하나에 좀비화된 야구부원들만 있는 장면이죠.
옛 동료들이니까 어쩌지도 못하는 영국의 상황은 감독이 좀비영화를 한번이라도 본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신파적인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되었다. 죽여야 하나 살려야 하나?'
좀비영화에서 이러한 갈등을 주요한 구도로 둔게 언제적 갈등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합니다.


진희 역할을 맡은 소희는 사면초가입니다.
몇 컷 나오지도 않는 데 어색한 표정과 대사는 심히 난감했습니다.
첫 등장부터 극의 흐름을 깨는데다, 영국과 진희가 같은 자리에 앉자 두 사람을 부추기는 야구부원들의 소리는... 정말 오그라듭니다.

진희가 결국 좀비가되서 영국을 물어 뜯는 장면은 참..
아무 저항도 안하는 영국을 보며 저도 이 영화에게 넉다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예수정(인길 역), 박명신(종길 역)
(부산행 스틸컷에 없어서 다른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설명이 부족하고, 개연성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애초에 종길 이라는 인물의 분장부터 상당히 난감합니다. 아무리봐도 어색하거든요.
인길이라는 인물은 그냥 할머니로 보이는데, 종길은 누가봐도 젊은 사람이 할머니 분장한 느낌이 납니다.

이 두 인물은 무슨 의도인지 당최 이해가 안갑니다.
인길은 좀비가 되어서도  전혀 좀비답지도 않고 그냥 슬퍼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다른 무시무시한 좀비들과 차별을 두죠.

종길이 시전하는 "이럇샤이마세!!" 장면은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용석(김의성 역) 에게 불만이 있어서 문을 열어주는 것도 아니고, 수정에 대한 동정심으로 문을 열어주는 듯 한데,
이 영화의 고난을 너무 작위적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딱 그 역할 까지였습니다.
인길이나 종길은 이야기에 있야만 하는 어떠한 의미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김의성(용석 역)
용석은 '나쁜놈' 이라는 것을 첫 등장부터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거지를 보면서 수안에게 "너 나중에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 라고 말하고 수안은 그를 나쁜사람으로 몰죠.
그래서 용석은 나쁜놈이 됩니다(???)

극중에 보면 살기위해 굉장히 이기적이고, 얄미운 모습을 보입니다.
근데 이런 행동이 나쁘다고 그냥 나쁜놈으로 치부하면 되나요? 좀비영화 하루이틀 봤나요?
'좀비영화' 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이미 <새벽의 저주>, <28일후>, <레지던트 이블>, <나는 전설이다> 등등 을 통해서 학습되어 있습니다.

백번 양보하고 그런걸 모두 떠나서 '나쁜사람, 착한사람'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나누고, 모든 악행의 원인을 나쁜 사람에게만 몰아주는 건 너무 편한 설정 아닌가요?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은 불쾌하리 만큼 모두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깨부수는데 일조를 하였습니다.
치킨 하나 먹는데 진짜 닭이 나타나서 자신의 자식을 먹지말아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사랑은 단백질> 이 그랬었고.
돼지들이 개들의 무리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고자, 그 안에서 저항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충격적인 결말을 다루었던 <돼지의 왕> 이 그랬습니다.
<사이비>는 어떤가요? 배우 양익준이 맡은 '민철' 이 정의를 수호하려는 착한 사람이었나요? 마을 주민들을 속이려는 무리를 내쫓고자 하는 그도 결국 나약한 인간이고 가족들에게 상처만 주는 악인이었습니다.

이러한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 막상 실사 영화에서 나쁜 고난의 역할을 '용석' 에게 몰아주는 것은 너무 가벼운데다 성의가 없어보이기 까지 합니다.


극중 진희가 영국의 문자를 받고 사람들을 구해서 자신들이 있는 칸으로 가겠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합니다.
그러자 용석이 정말 뜬금포로 사자후를 날리며 "그 사람들이 감염 안된지 어떻게 알아!!!" 라고 소리칩니다.
굳이 그런식으로 화제를 부각시키지 않아도 뻔히 상황이 보이는데 그런 연출을은 정말 과장되어 보이더군요.

또한 화장실에 승무원과 둘이 갖혀있다가 좀비에게 승무원을 희생시키고 혼자만 탈출하는 장면도 뻔히 예상 가능한 전개였습니다.
그리고 '하필' 용석 때문에 좀비들이 기차 밖으로 우수수 빠져나오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용석 때문에 승무원, 인길, 종길, 영국, 진희 가 죽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굉장히 편리하죠. 악역 하나 만들고 사고쳐서 인물들 다 죽이기.
그리고 이놈은 나쁜놈이니까 그런 행동을 한거지 라는 편리한 방식.
참...





·최귀화(거지 역)
딱 세 가지 역할이 기억납니다. 대전역이 군인 좀비들로 가득차자 기차로 다시 돌아갈때, 석우 구해주는 역할 + 좀비 시야를 가리면 바보가 된다는 사실.

기차칸에서 환타 빈깡통 밟아서 좀비 무리들에게 쫓기는 역할.
(이런건 너무 기가 차죠. 마치 <7광구> 에서 '박스치워!'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한심한 연출입니다.)

마지막 수안과 성경을 구해주는 역할.
그 외에 무엇 때문에 이 영화에 나와야 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단지 '이런 캐릭터 있어야 될거같아(2)' 정도의 분량 챙겨주기 정도로 밖에 안보입니다.




2. 좀비
한국에서의 15세 관람가의 좀비 영화기에 별 대단한걸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300m 상공을 떠다니는 헬리콥터에서 떨어졌는데, 바로 멀쩡히 돌아다니면서 사람 물고 뜯는..
금강불괴를 익힌 좀비는 처음보긴 했습니다.
좀비영화에서 항상 나오는 '신체절단' 하나 없는 것도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당황스러운건 왜 이렇게 고개를 좌 우로 까딱 까딱하는 거죠?
그냥 우리들이 머리속에 생각하고 있는 좀비의 이미지를 '흉내낸다' 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기차들이 모두 멈춰있는 장면에서 좀비들은 밖에 한 마리도 없습니다. 이해가 안가죠.
다들 기차 안에 갇혀있습니다.
이러한 무리수를 둔 것은 용석이 저 혼자 살려고 좀비들 기차에서 밖으로 나오게하는 상황을 위한 설정 때문입니다.
좀비가 기차 안에만 모두 갇혀있는 것도 억지스러운데 '하필' 용석 때문에 좀비들이 떼거지로 나오는 전개는 정말 인위적이죠.

또한 앞이 안보이면 바보가 되는 설정은 굉장히 '편리해' 보였습니다.
석우가 맨 처음에 우연찮게 발견하고 신문으로 문을 가려버리자 좀비들이 당황하는 모습은 보는 단서가 딱히 없습니다.
그리고 왜 이런 좀비의 특성은 터널에서 보여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액션 장면을 위함 이었습니다.

또한 막판 기차에서 수많은 좀비들이 매달리는 장면도 장관이긴 했지만 당황스러웠습니다.
분명 땅에 신체가 쓸려나가서 바닥이 피 범벅이 되었을텐데 말짱합니다???
아참, 헬기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좀비들이니 그럴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화(마동석)가 문을 막고 석우(공유)가 방망이로 냅따 좀비들 후려치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지 않나요?
방망이가 부러져야 맞죠. 더 나아가서 좀비들을 주먹으로 치거나 목을 부러 뜨릴 수가 없습니다. 주먹이 으깨지겠죠.




3. 촬영
이 영화를 보면서 어느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여주려는 것인지 의도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당황스러운게 좀비들이 액션을 펼칠 때 '슬로우' 로 보여주는 장면들 입니다.
좀비들이 기차에서 뛰어내릴 때의 장면을 보면 난감합니다.
카매라가 땅에서 위를 쳐다보고 그 위를 좀비들이 점프를 하며 뛰어다닙니다. 파쿠르 액션처럼 말이죠.
좀비들이 멋있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분명 '재난' 과 '끔찍함' 을 보여주어야 할 대상을 왜 이렇게 멋있게 보여준는 건가요?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줄 때도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기차에서 한차례 사건이 일어난 뒤에 화면은 터널앞에 망가진 차들이 즐비해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유투브 동영상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그냥 전지적 시점으로 사고 장면을 쭉 보여주던지, 아니면 동영상으로 보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던지 해야 하는데 일관성이 없습니다.

석우가 죽기전 수안이 태어났을 때를 회상하는 장면에서의 구도는 당황스럽기 까지 합니다.
꽤 긴 시간 회상하는데도 그냥 아래에서 공유를 잡아주는 구도를 획일적으로 유지합니다.
좀비영화에서 나올만한 색감과 너무 이질감이 들어 뜬금없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름답게 머리를 찰랑이며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석우의 모습은 참...

이 영화는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스산한 구도나 긴장이 카메라에 전혀 담기지 않았습니다.
좀비들로 인해 파괴되어 참혹한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비춰주다 줌 아웃으로 망가진 풍경을 담는 다던지,
석우가 좀비화된 용석에게 물릴때의 박진감 넘치는 구도라던지. 화면에서 압도하는 긴장감은 단지 좀비가 떼로 달려 드는 것 뿐입니다.
딱 한장면 뜬금없지만 좋았던 장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초반에 좀비화된 남자를 화면 중심에 두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장면 하나.




4. 음악
음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부산행에서 음악은 철저하게 거세되어 '효과음' 으로 밖에 쓰이지 않습니다.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딱 두 가지 상황일 때 나옵니다. '슬프거나', '긴장감 넘치거나'

영화 <괴물> 에서 쓰여진 '한양찬가' 라는 음악이 얼마나 대단한 음악이었는지 세삼 깨달았습니다.




5. 주제의식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까지 담아낸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을 기획한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 탑승한 인간들의 심리를 그리기 위해 고심했다.
우연과 운에 의해 악인 또는 선인이 되기도 하는 세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했기 때문. 짧은 시간, 갑자기 닥친 상황에 맞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영화가 현실성을 가진다고 생각한 그는 “루머와 확실치 않은 정보들이 난립하는 세상에서 느껴지는 고립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혼란스러움을 최대한 살려서 열차가 가지고 있는 속도감까지 더해지면 이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스릴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재난 상황에서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인간들의 모습. 의도치않게 악인이, 선인이 되는 상황.
열차가 가지고 있는 속도감을 통한 특이한 스릴.
감독이 직접 인터뷰한 내용이지만 저는 공감하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감독의 전작들은 주제의식이 뚜렷하였습니다.
오히려 그 주제의식을 위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하게 만들정도로 뚝심있게 밀어붙였죠.




6. 마무리
저는 좀비영화 매니아도 아니고, 좀비물을 그리 즐겨보는 편도 아닙니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영화들은 챙겨보는 수준입니다.
그런 저에게도 이 영화의 헛점은 셀수없이 많습니다.

12년 전에 나온 <새벽의저주> 이후 <28일후>, , <나는 전설이다>, <월드워 Z> 에 이르기까지.
좀비 아포칼립스는 꾸준히 진화되고 그때마다 특유의 연출과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좀비가 사랑을 하는 <웜바디스>. 코믹물 <새벽의 황당한 저주>, <좀비랜드>, 감성적인 느낌으로 밀어낸 <더 베터리> 등등.
드라마는 현재 시즌7 를 달리고 있는 <워킹데드>에 이르기 까지.
좀비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다양하고 흥미롭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산행> 약 15년쯤 역행한 모습을 보여주며 격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감독이 윤제균인지, 연상호 인지 구분이 안갑니다.





영화가 끝나고 '공유' 라는 자막이 뜨자마자 관객석에서 탄식이 난발했습니다.
"아 씨X 뭐야이게" 라는 욕설도 서슴찮게 들리고, 엔딩크레딧은 커녕 그냥 나가려는 관객들이 상당하더군요.

평론가들의 호평과, 주변 반응에 반해 저는 굉장한 실망 하였습니다.
또한 홍차넷회원 여러분들의 돈과 시간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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