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7/29 22:22:40
Name   April_fool
File #1   PIA00452.jpg (29.5 KB), Download : 5
Link #1   http://photojournal.jpl.nasa.gov/catalog/PIA00452
Link #2   https://ko.wikipedia.org/wiki/%EC%B0%BD%EB%B0%B1%ED%95%9C_%ED%91%B8%EB%A5%B8_%EC%A0%90
Subject   창백한 푸른 점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희미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희미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 『창백한 푸른 점』, 칼 세이건(1934-1996)



이 유명한 사진은 1990년 2월 14일경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약 61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문득 [플라네타리안]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3
  • 칼 세이건은 칼추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3392 스포츠[7.28]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3타점 2루타,오승환 시즌 6세이브) 2 김치찌개 16/07/29 3164 0
3393 기타터진 내 새우등. 5 세인트 16/07/29 3915 4
3394 게임[하스스톤] 새로운 모험모드 공개 2 모선 16/07/29 3533 0
3395 일상/생각진중권이 '한남충'이 아닌 이유 34 선비 16/07/29 7159 1
3396 과학/기술창백한 푸른 점 6 April_fool 16/07/29 6789 3
3397 일상/생각청소는 한밤중에 해야 제맛. 12 Darwin4078 16/07/30 4889 2
3398 댓글잠금 문화/예술<선우훈 <비평> 비평> 비평 66 기아트윈스 16/07/30 12032 8
3399 스포츠[7.29]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오승환 1이닝 0실점 시즌 7세이브) 1 김치찌개 16/07/30 2968 0
3400 과학/기술도핑테스트와 질량분석기 5 모모스 16/07/30 5632 9
3401 기타제가 경향신문은 괜찮다고 하고 한겨레는 욕하는 이유는... 7 리틀미 16/07/30 5332 0
3402 일상/생각약자에 대한 차별 10 까페레인 16/07/30 4653 4
3403 방송/연예(데이터, 이미지)7월 29일(어제) Ben님 오프 뛴 후기 32 Ben사랑 16/07/30 7588 5
3404 게임[소닉 매니아], 소닉 시리즈의 부활??? 9 커피최고 16/07/30 4600 1
3405 기타친목질에 대한 합의를 위한 논의 90 Toby 16/07/31 7163 0
3406 기타. 16 리틀미 16/07/31 5016 0
3407 음악언젠가 찾아올 그 때를 인내하는 단어, 기다림 10 Terminus Vagus 16/07/31 4287 0
3408 역사만화 킹덤의 육대장군과 삼대천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 16 Raute 16/07/31 19355 0
3409 스포츠[WWE/스포]레알못의 배틀그라운드 후기 1 피아니시모 16/07/31 3804 3
3411 일상/생각이용정지 풀렸네요. 3 nickyo 16/07/31 4681 5
3412 스포츠[7.31]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강정호 1타점 적시타) 1 김치찌개 16/07/31 2900 1
3413 일상/생각인그룹 아웃그룹 4 까페레인 16/08/01 3900 10
3415 기타홍차넷 자게 메타분석 44 기아트윈스 16/08/01 7383 16
3416 음악지난 며칠간 들었던 음악들 몇 개... 9 새의선물 16/08/01 4107 3
3417 일상/생각[이벤트신청마감]제가 신봉하는 옛 성현의 말씀! 52 난커피가더좋아 16/08/01 4548 3
3418 영화<제이슨 본>의 각본상의 의문점들(스포일러) 38 구밀복검 16/08/01 7171 6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