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새벽, 죽음을 바라본 한 학생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사람은 언제 죽게 되나요?”
매우 흔하고,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아 좋지 않은 질문이라 저는 여느 때처럼 학생을 꾸짖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습니다. ‘근데 정말로 사람은 언제 죽게 되지?’
그래서 저는 그 학생을 조용한 의국으로 데려가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많은 죽음을 선고했지만, 포괄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바에 대해서 정리해본 적은 없었던 거지요. 저는 죽음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고, 또 개인적으로 죽음을 선고하며 느꼈던 순간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펼쳐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쇼크가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이다. 모든 쇼크는 순환성, 신경성, 저혈량성,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전신 반응, 그리고 셉틱패혈성의 다섯 가지 형태 중 하나로 정의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이 다섯 가지 쇼크가 오면 인간은 무조건 죽는다. 심정지에 맞닥뜨린 의사는 이 환자의 쇼크의 종류가 무엇이고, 과연 돌이킬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머리가 부서진 사람은 신경성 쇼크이고 대체로 되돌릴 수 없다. 팔다리가 전부 끊어진 사람은 저혈량성이며 되돌릴 수 있다. 심장마비는 순환성이고 되돌릴 수 있다. 말기암은 복합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이들을 포함해 되돌릴 수 있는 심정지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6H, 5T의 열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저산소, 저체온, 저혈당, 저혈량, 전해질, 산증인체의 혈액이 산성인 상태, 기흉, 심장압전심장이 외부의 요인으로 눌리는 상태, 혈전, 외상, 독성이다. 이 말은 거꾸로 이 열한 가지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심정지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다면, 의사는 이 열한 가지 사항을 전부 염두에 두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 열한 가지 중 하나를 찾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두세 가지가 겹치기도 하고, 이 사항을 일으키는 상황의 근원까지 찾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손상을 입으면 즉각 심정지를 일으키는 뇌나 심장 말고도 인체에는 간, 신장, 비장, 이자, 긴 소화관과 그외 여러 부속 장기들이 있다. 이 구조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손상을 입었을 때 어떤 문제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지는 의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져 있다. 심지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각 장기가 동시에 망가졌을 때, 연관적으로 일어나는 손상과 이를 예측할 방법이 있고,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수치의 한계 및 종합적인 상황을 판단할 수도 있으며, 이를 다섯 가지 쇼크와 열한 가지 죽음의 이유와 결부시킬 수도 있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공부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면 곧 죽음을 볼 수 있는 눈을 지니게 된다.”
출처 : 남궁인, 「죽음은 평등한가요?」, 『지독한 하루』(파주: 문학동네, 2017).
우연히 남궁인 씨의 블로그를 다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의사들이 잡혀간 것과 관련된 글 때문(남궁인 씨는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입니다)이었는데… 하여튼, 이 분 블로그를 보다가 문득 예전에 읽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인용하여 소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