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8/31 17:10:12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태조왕건 제국의 아침 환빠


어쩌다보니 프로불편러의 글이 되었습니다. 사실 프로불편러 싫어하는 데 이번엔 제가 프로불편러가 되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예전 KBS에서 인기리에 방송되던 태조 왕건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왕건 다 보고 제국의 아침도 보고 있는데 이건 확실히 재미가 없습니다 너무 심하게 질질 끌어요..-_-; 참고로 이 두 작품 모두 작가가 같습니다.)
역시 명작은 괜히 명작이 아닙니다. 재밌기는 확실히 재밌어요 물론 지나치게 삼국지를 따라한 (..) 부분이라던가 질질 끄는 면이 없지 않아있습니다만 몰아서보니깐 그럭저럭 넘기면서 볼만 합니다. (아 제국의 아침은 보기 너무 괴로워서 결국 어느순간부터 적당히 스킵하면서 봤습니다. 사실 왕건도 그랬는데 제국의 아침은 그게 좀 심했습니다.)

그러나 확실하게 불편한게 있긴 있더군요 그건 바로 드라마가 너무 지나치게 환빠(..)적인 말을 많이 한다는 겁니다.

일단 환빠라는 거 이전에 통일신라도 그렇고 이후에 견훤이 세우는 후백제 궁예가 세우는 후고구려(후의 마진, 태봉) 그리고 다시 왕건의 고려까지 이 나라들 모두 자기들을 황제라고 지칭합니다. 네 황제 멋있죠 하지만 실제 기록상에서 우리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는건 나중에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했을떄뿐이죠

미묘하긴 하지만 외왕내제라고 해서 원간섭기이전까지는 폐하라는 칭호를 썻고 황제국이 쓰는 용어들을 직접적으로 쓴 것으로 알고는 있습니다만 그것이 황제라는 칭호를 썻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 데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황제라는 칭호를 쓰는게 이제와보니 이게 맞는건가?싶더군요 오히려 이 드라마를 시작으로 황제컴플렉스가 심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당연하다는 듯이 원간섭기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은 모두 황제로 지칭하더군요)

뭐 여기까진 사실 그래 그래 하면서 넘긴다치지만 그 이후의 환빠성 발언들은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그때는 아무렇지 않게 들었는데 이제와 다시 들으니깐 민망하더군요 ㅋㅋ)

대충 적어보자면

극중에 궁예가 고려를 세우고 아직 세력권 안에서만 고려라는 말을 쓰고 외부로 고려의 건국을 선포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간이 궁예에게 간언합니다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 안에서만 고려라 내세울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고려라는 이름으로 나아가야합니다."
그 뒤를 이어

"신라가 당이라는 외세의 힘을 빌려 통일했기에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물론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그 이후 신라는 당과 전쟁을 하면서 한반도에서 당의 세력을 축출하는 데 어쨋든 성공하였고 이후에 발해가 들어서면서 당은 신라를 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그 당시 신라의 상황이 고구려와 동맹을 맺은 백제의 압박에 의해 나라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흔들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김유신이라는 명장의 존재가 없었다면 신라 입장에선 끔찍했을 겁니다.)
물론 현재의 우리 시점에서 보자면 신라가 그 당시 당을 끌어들이고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것이 원통한 일일 수는 있겠습니다만 최소한 그 시대 신라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서는 외교적 방법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그 부분은 지적해주질 않더군요

아 물론 이건 종간의 대사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고려라는 나라를 세운 입장에서 신라를 두둔할 수는 없습니다. 떄문에 종간의 저 대사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종간이 왜 저런 말을 하게되었는가에 대한 부연설명이 너무 없었다는 게 아쉽습니다. 사실 종간의 저 대사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신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계속해서 견지됩니다. 물론 저때는 그게 대세였으니 별 수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정말 기가막힌 환빠 이야기를 합니다.

"(작중 시점으로부터)천년전 고구려가 세워졌고 400년전 저 광개토대제가 즉위하여 저 중원대륙의 연나라(후연)를 꺾고 대륙의 거의 모두를 차지하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대륙을 지배하던 시기였사옵니다. 그리고 300여년 도합 700여년의 역사를 (궁예)폐하께서 이어받았사옵니다."

  
 !? 고구려가 후연 그리고 이후의 북연과 싸우고 요동을 확실히 점령한 건 맞지만 대륙의 모두를 차지했다니? 북위가 섭섭해서 울 소리를(..)

 이후에 고구려의 힘이 강성했던건 사실 중국이 분열해있었던 이유가 정말로 컸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고 고구려가 대륙을 지배했다는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사실 이건 태조왕건뿐만 아니라 이후에 나오는 제국의 아침은 물론이고 그로부터 몇년뒤의 연개소문이라던가 천추태후(..)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3작품이 연달아 환빠 특집으로 편성되면서 절정기를 맞이합니다.

 제국의 아침에서는 아예 백두산에서도 촬영이 되는데 (초반 한정입니다.) 거기서도 마찬가지로 왕소(훗날의 광종)과 왕요(정종)의 대화를 보면 얼마나 환빠가 무서운(?) 존재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김상중과 최재성이 그 엄청난 카리스마와 중후한 목소리로 환빠스러운 대사를 하는데 듣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대륙의 기상을 느끼고 버닝하게 만들정도니 환빠가 괜히 마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으 환빠 그거슨 넘나 무섭고 위험한것(..)
 

 글의 끝이 상당히 구리지만 그건 제가 글을 못 쓰는거니 당연하다는 듯 퉁칩시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387 7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5 카르스 24/09/19 468 12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942 4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474 8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49 호빵맨 24/09/18 849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23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437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296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260 2
    14925 일상/생각힘이 되어 주는 에세이 후니112 24/09/15 292 0
    14924 일상/생각케바케이긴한데 2 후니112 24/09/14 441 0
    14923 기타줌번개해요. 오늘 밤 10:45 부터 19 풀잎 24/09/13 687 2
    14922 일상/생각수습 기간 3개월을 마무리하며 4 kaestro 24/09/13 648 10
    14921 일상/생각뉴스는 이제 못믿겠고 3 후니112 24/09/12 781 0
    14920 일상/생각예전에 제가 좋아하던 횟집이 있었습니다. 큐리스 24/09/12 455 0
    14919 의료/건강바이탈 과의 미래 25 꼬앵 24/09/12 1047 0
    14917 일상/생각"반박시 님 말이 맞습니다"는 남용되면 안될꺼 같아요. 24 큐리스 24/09/11 1218 4
    14916 일상/생각와이프와 철원dmz마라톤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09/11 474 6
    14915 일상/생각얼마전 영상에서 1 후니112 24/09/10 311 0
    14914 오프모임9월 15일 저녁 6시즈음 잠실새내에서 같이 식사 하실분!! 40 비오는압구정 24/09/10 1081 3
    14913 음악[팝송] 칼리드 새 앨범 "Sincere" 김치찌개 24/09/10 148 1
    14912 일상/생각가격이 중요한게 아님 8 후니112 24/09/09 839 0
    14911 생활체육스크린골프 롱퍼터 끄적 13 켈로그김 24/09/09 473 0
    14910 사회장애학 시리즈 (5) - 신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의 사회 기술 발달과 가정의 역할 7 소요 24/09/09 1591 5
    14909 일상/생각아이 여권찾으러 강서구청에 갔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2 nm막장 24/09/08 818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