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9/04 19:03:10
Name   Ben사랑
Subject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나는 유시민을 존경한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그 신념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거나 엉뚱한 해석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말 상대방의 말도 안 되는 어그로에 대해서도 최대한 그 상대방이 올바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가정하고 그를 바라보려 노력한다. 토론 방송에서도 그랬고 썰전 프로그램에서도 일관되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그의 신념 자체가 나는 '옳다'라고 볼 수 있는 범주 안에 속할 수 있다고 상당히 보기 때문에, 그를 존경한다.

나는 나의 편협된 생각을 가지고 상대방을 어떤 식으로 어떤 식으로 판단내리기를 좋아했다. 왜? 왜냐하면 내가 그렇게 꼬인 인간이었으니까. 뭐 머릿속에 지식이 넘쳐나가지고 그 결과로 혀를 놀려댔으면 그나마 acceptable하겠지만, 무식한 것이 어릴적부터 남을 판단하는 자세부터 배웠으니 나는 글러먹은 인간이었다.

나는 '나의 신념', '나의 지식체계'라는 것을 어떤 철학자의 작업마냥 구축해놓고 그 지식세계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나는 겉으로 화려한 performance, 높은 성적, 상prize을 획득한 이력 등등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비중을 두었다. 나는 좀 지식이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고, 멍청한 사람을 싫어했다. 물론 그 똑똑하고 멍청한 것의 기준은 바로 나의 편협된 가치기준이었다. 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불편한 사람에 대해서 하찮게 여기고 하등하게 보았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장애는 그들이 선택한 것이 아닌데.

요즘 들어, 나는 '신념' 따위에 필요 이상으로 무게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람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사람은 나의 바깥에 엄연히 실재하고 있는 세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 바깥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계는, 올바른(적어도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 가기 힘들기 마련이다. 자신의 편협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봤자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나는 이제, '신념' 대신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려는 태도, 또 혹시나 내가 상대방에게 줄 것이 있다면 (내 허용 범위 내에서) 기꺼이 줄 수 있는 그런 공감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그런 자세-태도-공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다른 이에게서 값진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거든. 바깥과 기꺼이 상호작용하려는 태도는, 아직은 여전히 멍청할 수는 있어도, 웬만하면 전혀 엉뚱한 길로 빠지지는 않는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부터 다음에 서술하는 유시민씨의 말이 곡해가 되었다면 지적해 주길 바란다. 유시민은 썰전에서 줄곧 이런 말을 한다. '그런 녀석은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렇게 될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또, '그 녀석은 그게 잘못된 건지도 몰랐으니, 교육하는 자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는 거라고' 이 두 말은 뭔가 상충되는 것 같으면서도 양립할 수 있는 말 같다. 이 말들을 대체 어떤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

몇개월간 질질 끌렸던 인간관계가 풀려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글 씁니다.^^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422 7
    14950 스포츠[MLB] 김하성 시즌아웃 김치찌개 24/09/30 42 0
    14949 게임[LOL] 9월 29일 일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9 121 0
    14948 요리/음식팥양갱 만드는 이야기 10 나루 24/09/28 401 15
    14947 게임[LOL] 9월 28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19 0
    14946 게임[LOL] 9월 27일 금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7 157 0
    14945 일상/생각와이프한테 혼났습니다. 3 큐리스 24/09/26 733 0
    14944 게임[LOL] 9월 26일 목요일 오늘의 일정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61 0
    14943 게임[LOL] 9월 25일 수요일 오늘의 일정 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5 121 0
    14942 일상/생각마무리를 통해 남기는 내 삶의 흔적 kaestro 24/09/25 555 2
    14941 기타2002년에도 홍명보는 지금과 같았다? 4 Groot 24/09/24 670 1
    14940 일상/생각 귤을 익혀 묵는 세가지 방법 11 발그레 아이네꼬 24/09/24 554 6
    14939 일상/생각문득 리더십에 대해 드는 생각 13 JJA 24/09/24 623 1
    14938 일상/생각딸내미가 그려준 가족툰(?) 입니다~~ 22 큐리스 24/09/24 585 14
    14937 오프모임아지트 멤버 모집등의 건 26 김비버 24/09/23 1227 21
    14936 문화/예술눈마새의 '다섯번째 선민종족'은 작중에 이미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6 당근매니아 24/09/22 579 0
    14935 육아/가정패밀리카에 대한 생각의 흐름(1)-국산차 중심 28 방사능홍차 24/09/21 913 0
    14934 도서/문학이영훈 『한국경제사 1,2』 서평 - 식근론과 뉴라이트 핵심 이영훈의 의의와 한계 6 카르스 24/09/19 832 15
    14932 일상/생각와이프한테 충격적인 멘트를 들었네요 ㅎㅎ 9 큐리스 24/09/19 1413 5
    14931 일상/생각추석 연휴를 마치며 쓰는 회고록 4 비사금 24/09/18 593 9
    14930 방송/연예(불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감상 나누기 68 호빵맨 24/09/18 1311 0
    14929 음악[팝송] 혼네 새 앨범 "OUCH" 김치찌개 24/09/18 190 1
    14928 일상/생각급발진 무서워요 1 후니112 24/09/17 563 0
    14927 일상/생각오늘은 다이어트를 1 후니112 24/09/16 358 0
    14926 게임세키로의 메트로배니아적 해석 - 나인 솔즈 kaestro 24/09/15 308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