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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09/09 19:20:41
Name   제주감귤
Subject   불타는 금요일
불타는 금요일이 왔다
내 맘에도 불이 붙었다
달력에도 불이 붙었다
이제 추석이다
내 지갑에도 불이 붙었다
열 받았는지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얼굴에 열이 많은 사람은
입안에 뭐가 많이 난다고 한다
일년 내내 달고 산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것 땜에 못 먹어서
홀쭉해졌는데 이런 내가 맛있다고
구멍들은 나를 계속 파먹는구나
사각사각
아주 천천히
조금씩
약 1~ 2주에 걸쳐서
입에 불을 머금고
티비도 보고 식사도 한다
거참
지식인에 물어봐도 뾰족한 수가 없구나
‘면역’과 ‘수면’이라고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나봐
얼굴에 바람 구멍이 난 것 같다
바람의 통로 사이로
잎을 내미는 가지들이 보인다
아니다 가지가 아니라 잎이 아니라
여자의 손이구나
투명한 달무리를 둘러놓은 것 같은
하얀 손목
홀쭉한 나뭇가지가 정바른 손목이 되고
잎맥으로는 혈액이 돌아
서로의 이마에 묵직한 열이 오르게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난 사랑을 사귈 수 있는 것으로 알았구나
서로의 손목에 반듯한 괄호를 달고
알고있어 알고있어
끄덕거리면서
상처에 서툴러지는 법도
알지 못해서
잃고 싶지 않으면서
알고 싶지 않은 것처럼 숨어
시간 속에 한 철을 밑지고 살았지
그 차이.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과
상처를 만져주는 것의 차이.
쓰디쓴 것과 쓰라린 것의 차이
그래서 난 한다
네 머리에 한 발
네 가슴에 한 발
네 귓구멍에 한 발
‘머신건’ 들으면서
‘알보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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