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10/08 23:23:30
Name   제주감귤
Subject   남한산성을 보고(우리 역사 스포)


안녕하세요. 얼마 전 남한산성을 보고 왔습니다.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삼전도의 굴욕이 있기까지 조선의 내부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다큐같다는 평도 있고 담백하니 좋다는 얘기도 있는데 둘 다 맞는 말 같아요.
담백하게 지루한 느낌입니다. 담백하게 고퀄리티 역사강의 보는 느낌?

이게 야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인조가 삼배구고두하는 결말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보니
딱히 픽션을 끼워넣을 구석이 없어보였어요. 그냥 알고 있는 사건의 시간 순 배열인거죠.

서브 플롯으로는 대장장이 날쇠(고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도원수에게 격문을 전하려 청의 포위를 뚫고 산성 밖에서 고생하는 내용인데 
우리 역사가 바뀌지 않는 한 그 결말은 뻔하죠.

연기는 그냥 무난무난했습니다. 다 잘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기에 무감각한건지, 다 잘해보이기도 하고 다 못해보이기도 하고.
소름끼치게 연기를 했다느니,
압도적 존재감을 선보였다느니 하는 상찬은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아요.

이병헌 그럭저럭 잘하는데 예상 안쪽이라 연기 보는 재미는 별로 없었습니다. 
김윤석은 사극 처음이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영화 끝날 즈음에는 다른 사극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느낌. 고수도 잘하고. 
감정을 방치하지 않고 짧게 끊어버리는 연출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상대감 김류 나오는 장면이 참 한심하게 웃기죠.
막판에 화살을 대신 맞아준다던가 하는 소박한 반전을 기대했으나 그냥 저의 기대로 끝났습니다. 

중반까지가 지루하고, 결말 부분부터는 속도가 붙으며 조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인조의 숨통은 조여들었겠지만요. 영화는 단지 사실에 입각해서 처절하게 직진합니다.

막판에 이르러서 인조가 청의 황제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 역시 놓치지 않고 길게 관찰합니다.
머리를 땅에 찧을 때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인조의 이마에 모래가 묻어나오는 모습까지도요.


한줄평 :  그냥 병자호란 영화.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949 7
    15155 일상/생각청춘을 주제로 한 중고생들의 창작 안무 뮤비를 촬영했습니다. 2 메존일각 24/12/24 322 5
    15154 문화/예술한국-민족-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소고 meson 24/12/24 275 2
    15152 정치이재명이 할 수 있을까요? 72 제그리드 24/12/23 1555 0
    15151 도서/문학24년도 새로 본 만화책 모음 6 kaestro 24/12/23 349 5
    15150 게임최근 해본 스팀 게임들 플레이 후기 1 손금불산입 24/12/23 277 5
    15149 사회그래서 통상임금 판결이 대체 뭔데? 7 당근매니아 24/12/23 599 11
    15148 정치윤석열이 극우 유튜버에 빠졌다? 8 토비 24/12/23 824 9
    15147 정치전농에 트랙터 빌려줘본 썰푼다.txt 11 매뉴물있뉴 24/12/22 1066 3
    15146 의료/건강일종의? 의료사기당해서 올려요 21 블리츠 24/12/21 965 0
    15145 정치떡상중인 이재명 56 매뉴물있뉴 24/12/21 1844 15
    15144 일상/생각떠나기전에 생각했던 것들-2 셀레네 24/12/19 575 9
    15142 일상/생각플라이트 시뮬레이터로 열심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7 큐리스 24/12/19 507 2
    15140 정치이재명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고 차악인듯한데 43 매뉴물있뉴 24/12/19 1848 7
    15139 정치야생의 코모도 랩틸리언이 나타났다! 호미밭의파스꾼 24/12/19 382 4
    15138 스포츠[MLB] 코디 벨린저 양키스행 김치찌개 24/12/19 135 0
    15137 정치천공선생님 꿀팁 강좌 - AI로 자막 따옴 28 매뉴물있뉴 24/12/18 747 1
    15135 일상/생각생존신고입니다. 9 The xian 24/12/18 613 31
    15134 일상/생각산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5 Picard 24/12/18 440 7
    15133 도서/문학소설 읽기의 체험 -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1 yanaros 24/12/18 299 4
    15132 정치역사는 반복되나 봅니다. 22 제그리드 24/12/18 758 2
    15131 여행[2024 나의 이탈리아 여행기] 0. 준비 7 Omnic 24/12/17 368 7
    15130 정치비논리적 일침 문화 7 명동의밤 24/12/16 878 7
    15129 일상/생각마사지의 힘은 대단하네요 8 큐리스 24/12/16 791 7
    15128 오프모임내란 수괴가 만든 오프모임(2) 50 삼유인생 24/12/14 1883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