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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0/05 23:34:37
Name   별비
Subject   국내 축구 이야기들 (2)
이번 글은 언제 쓸 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클래식 33라운드 직전에 써볼까도 했지만 원래 생각한 대로 33라운드 마무리 된 이 시점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국가대표 경기도 있고, 스플릿 라운드도 확정되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2개의 소식부터 짚어보려고 합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리우 올림픽 대표팀의 초반을 지휘했던 이광종 감독이 지난 9월 26일 별세했습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무실점 전승우승으로 마무리 하고 리우 올림픽을 위한 23세 이하 대표팀의 감독자리를 맡았는데, 태국에서 개최된 킹스컵에 참여하던 중에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아서 A대표팀의 신태용 코치에게 감독직을 넘겨주었습니다.
이후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선수에 전술을 맞추는 스타일로 특출난 재능을 가진 선수 하나 없이 꾸린 팀으로 경기는 지루한데 성적이 좋아서 '성과왕 갓광종'이라는 반쯤은 놀림섞인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국가대표 감독자리에 가장 어울리는 감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더욱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지난달 30일 연맹 상벌위가 전북의 심판 매수사건에 대한 징계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에서 무리하게 승부조작과 연관시키려고 했다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서 법원에서도 집행유예까지밖에 선고를 하지 못했고, 연맹은 이 선고를 바탕으로 이번 시즌의 승점 9점 삭감과 제제금 1억의 징계를 확정했습니다.
솜방망이를 넘어선 구름방망이(...)징계인데, 연맹은 지난 경남FC와 동일한 징계기준이고 죄질이 경남과 비교하면 약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징계 시기도 매우 늦었고 수위도 낮기 때문에 축구팬들의 반발과 비난이 상당한데, 큰 책임은 지기 싫고 싱겁게 끝날 이번 시즌의 우승경쟁 열기를 끌어올려보겠다는 연맹의 얄팍한 생각이 눈에 보이는 건 뭘까요.
장난합니까 지금? 연맹은 이번에 강등을 시키거나, 사건이 벌어진 시점인 2013년의 기록을 삭제하고 그로 인해 얻은 상금 등의 이득을 회수하거나, 하다못해 경남처럼 다음 시즌의 승점 삭감이라도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달랑 9점? 그것도 이번 시즌에? 시즌 순위에 크게 영향도 주지 않을 승점만 깎고, 겉으론 앞으로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디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속으론 이번 시즌 우승경쟁을 주목시키게 만들어 놨다고 히히덕 거리고 있겠죠. 매수팀 응원하고 매수 조작리그 본다고 평생을 조리돌림 당할 팬들 생각은 하기는 한 건가요?
한웅수부터 시작해서 허정무까지 연맹이 축구판 다 망치고 있습니다.

# 국가대표



먼저 9월 A매치부터 간단히 돌아보고 넘어가죠. 지금부터 쓰는 글들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중국전(서울월드컵경기장/3 : 2승)
Best : 지동원 오재석 정성룡 Worst : 기성용 장현수 손흥민

3 : 0까지 화끈하게 몰아치다가 60분 즈음부터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중국의 맹추격을 받다가 경기가 끝나는 롤러코스터 경기였습니다.
라인업 발표 후에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냈던 두 명이 있었는데, 지동원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많은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정성룡은... 없었으면 이 게임 졌을겁니다. 아마

시리아전(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스타디움/0 : 0 무)
Best : 이용 김승규 Worst : 기성용

경기 시작하자마자 침대를 시전하는 시리아 골키퍼의 위대한 활약으로 졸전 끝에 무승부.
90분 내내 몰아쳤으면서 유효슈팅이 시리아보다 적다는 걸로 설명이 끝날 것 같네요. 시리아의 역습 땐 김승규의 선방이 있었고, 후반전 중반 이후부탄 이용 혼자 축구하더군요(...).

3월엔 불안불안하고 6월에 거품이 슬슬 걷히는 분위기였는데, 9월 A매치로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9월 A매치에서 없었던 게 4가지였습니다. 전문 풀백이 없었고, 중거리슛이 없었고, 제대로 된 세트피스 전술이 없었고, 팀에 리더가 없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쓸데없이 명장놀이하고, 교체타이밍과 선수 잘못 파악하고, 군사훈련의 위력을 간과하는 등의 실수가 있었는데, 10월 A매치에서 보완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겠지요.

그리고 10월의 경기인 카타르전과 이란전을 대비한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GK: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순태(전북 현대)
DF: 김기희(상하이 선화), 홍정호(장쑤 쑤닝), 장현수(광저우 부리), 이용(울산) → 고광민(서울), 곽태휘(서울), 정동호(울산), 오재석(감바 오사카), 홍철(수원 삼성)
MF: 정우영(충칭 리판), 김보경(전북), 한국영(알 가라파), 손흥민(토트넘), 이재성(전북),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남태희(레퀴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FW: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김신욱(전북)

K리거가 대규모로 합류했고, 정성룡과 이용이 부상으로 각각 권순태와 고광민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김영권은 리그경기중에 헐크와의 충돌로 시즌아웃이 되었기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되었구요.
K리그 클래식 1위 팀인 전북에서 4명이나 선발된 것이 특징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지금까지 한 팀에서 이렇게 믾은 선수를 뽑았던 적이 없었거든요. 대표팀에선 측면만 맡아왔던 이재성이 중앙으로 이동해서 경기를 풀어갈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카타르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집니다. 지난 중국전과 같이 잔디가 말썽인데,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빅뱅 콘서트 이후 망가질대로 망가진 잔디가 회복될 틈도 없이 연속으로 경기가 치러진 상태였다면, 빅버드는 9월에 잔디를 전부 교체했지만 더위와 우천으로 관리를 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빅버드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따로 운영하는데 이쯤되면 관리재단의 존재 의의가 의심될 정도.
카타르 대표팀이 감독을 교체했는데, 그 감독이 2011년에 알 사드를 AFC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으로 이낀 [호르헤 포사티]입니다. 감독 선임하자마자 리그를 중단시키고 대표팀 합숙을 시작했을 정도로 칼을 갈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이 하필이면 빅버드...

이란 대표팀은 그동안 한국 대표팀이 이를 갈던 이란의 에이스 자바드 네쿠남의 은퇴 이후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르다르 아즈문같이 젊고 실력있는 선수도 있지만, 생각보다는 세대교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라 어떻게 보면 쉽게 풀어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경기장소가 [해발 1000m, 남자만 10만명이 모이는], 원정팀의 무덤인 아자디 스타디움이기 때문에 무승부만 거둬도 이득이라고 보네요.

카타르전은 6일 저녁 8시, 이란전은 11일 밤 12시에 시작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 K리그


Before


After

클래식은 일요일 낮에 일제히 진행된 33라운드로 정규라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이번 시즌엔 상위스플릿 막차 티켓을 잡기 위해서 4팀이나 경쟁했는데요, 전남과 상주가 짜릿하게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이제 클래식은 5경기만 남았습니다.

- 전북이 리그에서 무패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리그에서 승리보다 무승부가 더 많은 점이 흠이긴 한데, 이번 시즌 전북은 리그 우승보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팀과 팬들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비판보다는 아쉽다는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경기 전후로 골키퍼까지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매 경기마다 출전하는 선수들의 변동폭이 너무나도 커서 매 경기 안정적인 경기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 상위스플릿은 전북이 승점 삭감의 징계를 당해서 승점 60점이 되었기 때문에, 2위 서울과의 승점 차이가 단 3점이 되어서 우승경쟁이 갑자기 치열해졌습니다. 이번 시즌에 승점을 삭감한 연맹의 얄팍한 노림수가 적중한 걸까요. 심지어 리그 마지막 경기를 전북대 서울전으로 배정했습니다. 상위스플릿은 전북과 서울의 우승경쟁, 울산과 제주의 3위경쟁이 관전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전남이 상승세이긴 하지만 3위와의 승점차이가 너무 벌어졌고, 상주는 가을 이적시장의 대 방출(...) 이후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서죠.

- 반면에 하위스플릿은 매 경기 전쟁터가 될 전망입니다. 스플릿 경계에서 미끄러진 성남과 광주는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은데 오히려 강등 위기인 수원FC와 인천이 상승세입니다. 심지어 하위스플릿 팀들의 상대전적만 따지면 [수원FC의 전적이 가장 좋습니다]. 수원FC와 인천이 뒤쳐져 있긴 하지만 모든 팀이 강등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위스플릿의 팀들은 매 라운드마다 승점 6점짜리 단두대 매치를 준비해야 합니다.




전북 징계 발표와 함께 이번 시즌 챌린지의 승격안이 발표되었습니다. 안산이 순위와 관계없이 승격에서 제외되고, 2위가 자동승격, 3위부터 5위까지 승격 플레이오프를 치릅니다. 안산이 전역시즌 이후 잠깐 흔들렸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린 상황이긴 한데... 안산이 1위를 하던 말던 상관없이 우승과 같은 2위싸움에 불이 붙어버렸고 5위가 승격 플레이오프에 포함되면서 5위를 노리는 서울E랜드의 희망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전은 오늘 서울E랜드와의 맞대결에서 패배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가 확정되었습니다.

- 강원이 9월 한달동안 평창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접근성이 최악인 것만 빼면 고지대라 선선하기도 하고, 주변 경관도 좋아서 팬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평창에서 치러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강원은 홈 어드벤티지를 제대로 누렸습니다. 넥센 히어로즈의 단장이었던 조태륭 단장이 이번 시즌에 취임했는데, 강원해서도 열심히 일 하는 것 같네요.

- 고양이 25경기 연속 무승행진을 끝냈습니다. 충주와의 경기에서 남하늘이 결승골을 넣으면서 시즌 2승째를 챙겼는데요. 사실 고양과 충주는 팀이 제대로 운영되는지가 의문이 상황이라(...)


- 지난 글 이후에도 감독 교체의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성남의 김학범 감독이 자진사퇴를 핑계로 한 경질, 포항의 최진철 감독이 자진사퇴했습니다.

성남은 29라운드 수원삼성전 패배 이후로 서포터즈가 김학범 감독과 즉석 면담을 가졌지만 금세 훈훈한 분위기로 끝났는데, 전부터 기회만 보고 있던 프런트가 발빠르게 김학범 감독과 코치진을 경질했습니다. 남은 시즌은 유스팀을 지휘하던 구상범 감독과 코치진이 지휘하는데, 감독 교체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추락중입니다.
포항은 발빠르게 다음 감독을 선임했는데, 문제는 새로 선임한 감독이 포항 팬들의 금지어 수준의 감독인 최순호 감독이라는 것. 시즌중에 감독 퇴진운동꺼지 벌였을 정도로 팬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 감독이었는데, 이번에 선임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팬들의 목소리가 곱지 않았습니다. 선임 후 첫 경기인 성남전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어느정도는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은 상황. 신뢰를 얻으려면 꾸준한 성적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 전남의 현영민 선수가 33라운드로 K리그 통산 400경기 출장을 달성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마지막 선수죠. 98년 월드컵 참가선수 중 유일한 현역인 이동국 선수와 더불어서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할 만 합니다.

- 26일에 FA컵 4강전이 치러집니다. 서울에서 서울과 부천의 경기가, 울산에서 울산과 수원삼성의 경기가 각각 치러집니다. 우승에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려있어서 서울과 울산은 몰라도 수원삼성은 정말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고, 부천은 최근 성적과 팀 분위기가 좋은 만큼 언더독의 반란을 꿈꿔볼 수 있습니다.


#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과 4강 1차전이 진행되었습니다. 8강 2차전부터 보죠.

산둥 루넝 : 서울(하이라이트 / AFC 공식)
서울은 원정에서 산둥과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홈에서 안정적인 점수차로 승리를 했기 때문에 무득점 대패만 아니면 4강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었는데, 겨기력은 좋지 않을지언정 1 : 1 무승부로 8강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마가트의 준비는 좋았지만 선수들이 따라가질 못했다'라는 평가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북 : 상하이 상강(하이라이트 / AFC 공식)
전북은 원정에서 무득점 무승부였기 때문에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는데요, 홈에서의 2차전은 그냥 하던대로(...) 경기를 펼친 결과 5 : 0으로 대파하면서 4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대표팀 경기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우 레이와 유 하이는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지워졌고, 바로 전 리그 경기에서 혼자서 두 골을 터뜨려 복귀를 알린 헐크는 변신하지 못한 브루스 베너가 되면서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습니다.

전북과 서울이 4강에 진출하면서 9월 깜짝 이벤트인 한중전 5연전은 3승 2무로 한국의 압도적인 우세로 끝났습니다.

전북 : 서울(하이라이트 / AFC 공식)
전주에서 1차전이 치러졌습니다. 최철순이 아드리아노를 전담마크하면서 '경기장에서 서로 한 명씩 빼고 하면 우리가 이득'이라는 전북의 노림수가 통한 느낌입니다. 서울은 공격쪽에선 아드리아노가 지워졌고 수비쪽에선 속도로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에게, 높이로 김신욱에게 밀리며 4 : 1이라는, 2차전에서 좀차럼 만회하기 쉽지 않은 점수차이가 났습니다.

서아시아쪽에선 알 아인이 원정에서 엘 자이시에게 승리하면서 결승 진출이 유력해졌습니다. 알 아인에는 2014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명주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밀어낼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있습니다. 어느 팀이 되었든 결승은 쉬워 보이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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