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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0/19 23:50:37
Name   tannenbaum
Subject   광주출신 40대 아재 고향 광주에서 블로거지에 낚여 멘붕한 날.
제목 그대로 입니다.

광주에서 중,고,대학교 총 10년을 살았고 친구들도 광주에 제일 많은 평범한 40대 아재입니다. 광주 쪽 맛집들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자부하던 제가 블로거지들에게 아주 제대로 거~~ 하게 낚였습니다.

몇일전 집안 행사가 있어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모인 친척 어른들 모시고 좀 이른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담양 쪽에 알고 있는 괜찮은 한정식집을 가려고 했다가 어른들 연세도 있으시고 움직이기엔 차가 두대 밖에 없어서 그냥 택시로 이동할만한 거리의 한정식 집을 찾게 되었죠. 구글에 검색하니 블로거지는 아닌듯해 보이는 블로거를 발견하고 포스트를 살피니 나름 괜찮아 보이더라구요. 가격도 1인 8만원으로 서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구요. 물론 광주치고는 상당히 고가입니다. 그럼에도 메뉴구성이나 평이 괜찮아 그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제 손가락을 뽑아버리고 싶네요. 그때 광주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서 그 집에 대한 평을 들었어야 했는데....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고 설마 광주에 있는 식당인데 맛집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은 하겠지 싶어서 그냥 예약을 하고 이동을 했습니다. 어른들을 모시고 택시로 이동해 도착을 해보니 입구에 연못도 있고 관상수도 멋진게 분위기 있어 보였습니다. 역시 나 쫌 눈썰미 쩌는 듯 자뻑을 하고 예약된 테이블에서 서빙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전체로 샐러드와 밑찬 두어가지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기분이 쎄~~했습니다. 아래는 서빙된 순서 무관하게 기억나는대로 써보겠습니다.

샐러드 - 언제 썰어 놨는지 갈변된 양배추에 정체모를 야채 좀 얹어 시판용 소스 뿌린 맛.

모듬회 - 역시나 미리 썰어논 냉동 연어에 말라버린 광어, 도미, 우럭.......

육전 - 고기누린내 때문에 어른들조차 집어 먹기 힘든 맛.

전복죽과 동치미 소면 - 오뚜기 즉석죽이 백배 나음, 요리 관심 있는 초딩이 만들어도 그보다는 잘 만들것임.

대하 튀김 - 어디 국민학교 앞 아줌마가 대충 만든듯한 눅눅한 튀김옷과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지도 않고 통으로 튀김옷 입힌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쓰레기,

게 튀김 - 소프트셀 크랩도 아닌 그냥 중국산 속이 텅빈 커다란 꽃게를 대충 튀겨서 도대체 어찌 먹으라는건지 감이 안 옴.

서대구이 - 비린내 진동해서 접시가 룸에 들어 올때부터 코부터 잡음.  푹 삭힌 홍어인줄....

농어탕수 - 살다 살다 그렇게 뻑뻑한 농어 튀김과 CJ 즉석탕수만도 못한 소스를 끼얹은 한정식 집은 처음 봄.

낙지 호롱구이 - 낙지 한마리를 통으로 감은게 아닌 절반으로 잘라 한마리로 두개로 만듬. 물론 오버쿡되서 고무줄 씹는 줄....

게장, 전복장 - 하아........ 진짜 39900원10킬로짜리 김수미 꽃게장이 백배 맛남. 소태보다 짜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음.

떡갈비 - 대형마트 1+1으로 파는 산적만도 못한 맛. 애인이 다시다 한 숟갈 입에 물고 딥키스 하는 줄....

훈제오리 - 우리 가게 옆 정육점에서 한봉지 8천원에 팔던 딱 그 저렴한 맛. 그나마 데우다 말았는지 미지근하고 성의 없이 뿌려논 양파와 시판용 머스타드 소스.

보리굴비 - 어른들이 한결 같이 외치심. '이건 굴비가 아닌디 부시리구마잉' 물론 백프로 부시리였음.



하아.... 정말... 진짜....
생각나는 게 이정도네요....

물론 좋았던 음식도 있었습니다. 홍어, 묵은지, 랍스터버터구이는 좋았습니다. 나물이나 어리굴젓 등 밑찬도 괜찮았습니다.

메뉴구성을 보면 8만원에 이런 한정식코스는 분명히 저렴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요리가 많고 푸짐하면 뭐합니까? 구성이 적더라도 하나 하나 좋은 식재료로 맛을 살리는 게 백번 낫지요. 정말이지 식사하는 동안 어른들 뵐 면목이 없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가 사드리는거니 한결같이 맛있다 덕분에 이런것도 먹는다 말씀들은 하셨지만 제가 모지리도 아니고 그게 진심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를리가 없지요.

총 8명에 반주 약간 곁들이고 80만원 썼습니다.

물론 아깝기는 하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1년에 한번 모일까 말까한 자리였고 오랜만에 외식에서 그런 똥을 밟았다는 게 화가 나는거지요. 생각 같아서야 주방에 쳐들어가 '야 이 사기꾼들아!! 이따구로 음식 만든 자식 나와!!'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어른들 앞에서 큰소리도 못내고 여기서 화를 풀고 있는 모지리찐따 입니다.

사실 광주는 폭탄 걸릴 확률이 낮은 게 맞습니다. 어지간한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도 기본은 하는 집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음식값 싸기로 유명한 광주에서 그것도 무려 1인 8만원 식당에 이런 폭탄이 있을 줄 정말 몰랐습니다. 인생 헛 산 느낌도 들고 패배감까지 들더군요.... 물론, 제 개인적인 입맛과 취향이 다를수도 있으니 다른분들은 어찌 달리 느끼실지도 모르겠네요............



는 개뿔!!!

혹시라도 광주에 가실 일 있으면 절대로 절대로 가지마세요. 구글에서 '용봉동 한정식' 검색하면 나오는 집입니다.



고소할려면 고소해라 아오!!!









  



5


    블로거지에 낚여서 팀 회식을 망친 예전 팀원 한 분이 떠오르네요. 그야말로 분위기가 살벌..... (이 돈이면 삽겹살이 몇근인데 등등)

    /애도 .....
    tannenbaum
    감사합니다.
    Darwin4078
    제곱근이군요... 거기 별로... 별로 안좋아요.
    처가집이 용봉동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용봉지구가 유흥가가 많고 젊은층이 좋아하는 식당이 많아서 어르신들 모시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긴 합니다.
    낚이셨다니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몇군데 추천해드렸을 텐데요.
    어르신들 모시고 가기 괜찮은 집이 다 아실만한 곳이지만 그래도 정리를 해보면...
    상무지구 운천저수지 근처의 홍아네, 한국은행 사거리의 명송생복집, 전남여고 후문의 은강 한정식, 광주일고 근처의 일송정, 농성동의 가매일식... 정도가... 더 보기
    제곱근이군요... 거기 별로... 별로 안좋아요.
    처가집이 용봉동이라 잘 알고 있습니다. 용봉지구가 유흥가가 많고 젊은층이 좋아하는 식당이 많아서 어르신들 모시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긴 합니다.
    낚이셨다니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몇군데 추천해드렸을 텐데요.
    어르신들 모시고 가기 괜찮은 집이 다 아실만한 곳이지만 그래도 정리를 해보면...
    상무지구 운천저수지 근처의 홍아네, 한국은행 사거리의 명송생복집, 전남여고 후문의 은강 한정식, 광주일고 근처의 일송정, 농성동의 가매일식... 정도가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홍아네는 그냥 평범하게 나오는 밑반찬이 맛있구요, 민어회, 조기탕, 세발낙지 등등이 괜찮습니다.
    명송생복집은 복사시미, 지리 다 좋습니다. 갠적으론 해운대 금수복국보다 더 나았습니다.
    은강 한정식은 한정식 스타일이 좀 옛날 스타일인데 오히려 요새 유행인 퓨전 스타일보다 더 낫다는 느낌입니다.
    일송정이야 뭐 유명하죠.
    가매일식은 광주에서 그래도 일식집 중에서는 손꼽을만한 곳이라고 봅니다.

    친구분들끼리 저녁에 술한잔 하실거면, 상무지구 원두막이 분위기도 좋고 안주거리도 맛있습니다. 큰길로 나오시면 상추튀김집 현완단겸이 있는데 생맥주에 상추튀김도 지금은 없어진 양영학원 뒷골목 생각하면서 한번은 먹을만 하죠.
    tannenbaum
    그러게요..... ㅜㅜ
    왜 연락해서 추천받알 생각을 못했을까요.
    말씀대로 용봉동에서 좀만 더가면 일송정 있는데 차라리 거기로 갈걸 땅을치고 후회했습니다.
    가격도 1/4밖에 안하는데 말이죠.
    근데 억울합니다. 엉엉....

    아...... 양영학원 상추튀김...
    많이 바뀌었겠네요. 지금은..
    Darwin4078
    도청 뒤쪽으로 문화전당 만든다고 싹 다 갈아엎었습니다.
    덕분에 아기자기한 양영학원, 대성학원 뒷길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죠. 줄지어 늘어선 복사집, 분식집, 오락실 등이 나름 추억어린 곳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볼 수가 없습니다. 양영학원 옆의 모나코 게임월드나 도청쪽에 있었던 외국서적은 학생때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었는데... 거기다 쏟아부은 돈만 해도 차 한대는 뽑을 돈이었을 겁니다.
    90년대 초중반엔 인터넷은 커녕 PC통신도 변변치 않은 때라 외국서적에서 일본애니메이션 LD를 비디오테이프로 복사해서 팔았었는데, 120분짜리 테이프 한개당 18,000~20,000원에 팔았습니다. 그 테이프가 최소한 2~300개는 있었죠.랄까, 그때 전 미쳐있었죠.
    tannenbaum
    중학교때 그니까 80년대 후반이겠네요.
    방학때 학원 다니던 친구랑 약속 잡고 양영학원에서 없는 돈 모아 상추튀김 먹었더랬죠.
    저는 여건이 안돼 학원은 못 다니고 기독병원 앞도서관에서 시간 보내다 양영학원까지 한참을 걸어갔던 기억이 나네요.
    헐 양영/대성 뒷길 다 갈렸어요??!?
    windsor

    따로 메모했습니다.
    우주최강킹왕짱
    ㅠㅠ 힘내세요. 진짜 큰맘먹고 근사한데 데려갔는데 음식 저질이면 너무너무 부끄럽고 화날 것 같아요.
    tannenbaum
    닉넴 좀 잠시 빌리겠습니다..
    우주최강킹왕짱 맛없어요.
    ㅜㅜ
    아이고 ㅡㅡ... 고생하셨네요
    전라도 음식 좋다 좋다 해도 역시 거기도 그런 곳 + 그런 사람들이 있군요.
    힘내세요ㅠ 다음엔 제대로 된 맛집에 뙇 모셔가는겁니다!
    tannenbaum
    뙇!!!
    곧내려갈게요
    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tannenbaum
    혹시 광주 가시더라도 용봉동은 쳐다 보지도 마세요.ㅜㅜ
    피아니시모
    사람 사는 곳 어디든 다 똑같이 좋은 사람이 있으면 이상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좋은 곳이 있으면 이상한 곳도 있는 법이죠 고생했습니다ㅠㅠ
    tannenbaum
    감사합니다. 역시 블로그를 보고 고르는 무모한 짓은 말아야겠습니다.
    기아트윈스
    기운내세요 ㅠㅠ 다른 분들도 이게 탄넨바움님 탓이 아니란 걸 알아줄 거예요.
    tannenbaum
    그래주시면 진짜 감사하겠습니다. 우에에엥.
    구밀복검
    꼭 블로거지라서가 아니라 분위기에 취해서 음식 판별 못하는 블로거들이 많죠. 특히 젊은 층일수록. 그래서 어지간하면 블루리본/블로그 평/맛집 어플 등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선택합니다.
    그래서 전 20대 30대 초중반 블로거 와 주부 블로거들은 아예 거릅니다만.. 자기랑 비슷한 연배/환경의 블로거가 실패할 가능성이 가장 적긴 하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실패하는 경우가 생기긴 해요. 옐프 같은 맛집 어플도 사실 폭탄 수준만 걸르는 거지.. 평타 이상을 찾기엔 어렵더군요.
    tannenbaum
    애기 엄마 같은 분 블로그여서 철썩 믿었더만.... ㅜㅜ
    지나가던선비
    제일 위험한 계층 아닌가요? 거기에 라인이나 카톡 이모티콘이 가득하면 크크크
    Beer Inside
    블로그를 보니 뿌리채 망할것 같은 비주얼인데,

    이래서 아재들은 옛날 음식 해 주는 곳에 가야합니다.
    tannenbaum
    맞습니다.
    아재는 아재스런 식당으로 가야됩니다.
    블로그에서 리뷰/광고 구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것 같아요
    tannenbaum
    맞습니다.
    블로거지 특유의 단어나 문체 이모티콘이 없고 잔잔한 애 엄마의 느낌이 나서 선택했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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