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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02 18:36:30
Name   Ben사랑
Subject   멀리 보는 현실주의자

나는 현실주의자이다.

이 세상이 먼저 크게 있고, 나의 의식과 생각이 이 세상의 일부분으로부터 생겨서 그 다음에 조그맣게 있지,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또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내 생각 이전에 먼저 존재하는 현실이 허용해주는 범위 이내에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될 수 없을 법한 선택지는 인간의 착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애초에 없는' 선택지로, 합리적인 인간은(혹은 합리적이 되기를 원하는 인간은) 이것의 달콤함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상상력보다 이 세계의 자연적인 조화가 더 복잡하고 풍부하다. 이 세상의 많은 진실들은 인간을 때로는 비웃는 듯하게 보일 정도로 잔인하게 가치중립적이다. 인간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항상 이를 명심해야 한다.

사람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정말 허무맹랑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가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라서 그렇다.

사람들은 개돼지가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정말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각자 기본적으로(그리고 당연히 그 기본 이상으로) 누려야 하는 어떠한 물질적인, 그리고 또 정신적인 가치가 있음을 알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적어도 대한민국의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다른 이의 정당한 몫을 함부로 빼앗으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필요한 양질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는 없고, 또 서로 의사소통하는 소통채널이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어서, 그리고 각자가 처한 시공간적 맥락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 이런 등등의 이유들로 인해 각자 많은 오해가 생기고 또 그래서 서로에게 해를 입히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점들(정보의 획득, 소통채널의 건전성, 처한 상황의 암울함)은, 지금까지 역사가 거시적으로 쭈욱 진보해온 것을 보았을 때, 즉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이 역사가 진보하기를 갈망해왔고 또 그렇게 되도록 온 힘을 다해 실제로 현실속에 이루어내 왔던 것을 보았을 때, 그 구조적 요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필연적으로 점차 긍정적인 쪽을 향하여 고쳐지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따라서 앞으로 머나먼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앞으로 '다른 이의 정당한 몫을 함부로 빼앗지 않게 규정하는' 사회적 rule이 더 제대로 확립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말 미친 싸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다른 이가 자신에게 내리는 평가를 완전히 신경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더군다나 정말 자신이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그 잘못을 다른 이가 정당하게 비판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세상에 어느 정상적인 사람이 이 비판하는 것을 듣고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불법을 저지르는 녀석들은 다른 이를 신경 안 쓰고 패악질을 일삼다가도, 막상 자신들을 비판하는 녀석들이 나타나면 이를 입막으려고 별 수작들을 다 부리기 마련이다. 물론, 그 비판 자체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금전적인 이득을, 혹은 자신이 앉은 자리로부터 나오는 명예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으나, 그들도 실제로 자신이 잘못한 것을 비판하는 것을 들으면 분명히 '부끄러움'을 조금이라도 느낄 것이다. (물론 그 부끄러움을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사람마다 상당히 차이가 날 테지만..)


사실 다른 이가 나를 정당하게 비판할 때, 그 통렬한 비판을 듣는 나 자신의 내면도 나를 비판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내가 내 잘못한 것을 조금이라도 느끼지 않는다면, 타인의 비판은 그저 아무 의미가 없는 그저 물리학적인 음파가 지껄임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 내가, 내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예전에 했었다는 것을 아는 상태라면, 나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음을 아는 상태라면, 내가 이 사회 구성원들이 구성한 정당한 rule을 어겼다고 느꼈을 때라면, 그 어떤 이가 비판하지 않더라도 그보다 먼저 나 자신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끼는 것이다.


머나먼 미래의 대한민국에는 더 진보적이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사회 구성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를 생각하면, 나 그리고 내가 속한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먼 미래의 그들에게 또 지금의 나 자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멀리 보는 현실주의자는 이 사회가 더 진보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크게 혹은 작게 머리를 맞대고 소통을 나누고 여기 내 앞에 실재하는 바로 이 작은 공동체 구석구석의 문제점들을 몸을 움직여 겪어내고 이겨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별 대단치도 않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재인씨가 연설하는 동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감정이 격앙되어서 글을 썼네요. 글을 극적으로 쓰기 위해서 '현실주의자'라든지 '이상'이라든지 등등의 용어를 제 멋대로 정의해서 사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글은 그다지 많이 신경써서 읽을 필요가 없는 글이므로, 굵게 표시한 글의 부분만 쭉쭉 읽어도 글의 큰 논지를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쓰고 보니 무슨 고등학생 백일장 수준의 글이긴 한데.. 제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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