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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6/12/24 21:12:54
Name   솔구름
Subject   초등교사에게 학기말 통지표란?
안녕하세요. 솔구름입니다.
직업은 초등교사입니다.

현재 4학년 담임을 맡고 있구요!

어제 교통사고가 나서 오늘내일 모든 약속이 캔슬되었네요 하하핳하하하하하하핳하하하핳
차량 수리비도 300만원 가까이나오고 멘붕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습니다.

할 것도 없고 하니까!


학기말 통지표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교과랑 스포츠클럽은 그냥 다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상중하로 나눠서 적어주면 끝이에요. 편해요!

근데!!! 행동발달!!! 이놈을 적는 칸이 가장 어렵습니다.
네. 맞습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작가가 된 것 같아요 진짜로.
통지표를 쓰다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좋은 표현글귀는 전부 다 끌어쓰는 기분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참을성이 부족하여 금방 싫증을 내고 일의 마무리를 짓지 못함. ->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시작 시 열정적인 모습을 보임.

성격이 더러워서 친구와 다툼이 잦음. -> 적극적인 성격이며 승부욕이 강함.

몸시 게으르고 모든 일에 관심이 없어 친구들이 싫어함. -> 매사 여유있고 느긋하며 긍정적임.

매일 아침 지각을 하며 자기 멋대로 생활하려는 경향이 있음. -> 행동에 일관성이 있으며 자기주관이 뚜렷함.




버르장머리 없이 구는 능력이 탁월하며 덩치만 산만한게 아니라 주의도 산만하고
앞으로 발전될 것이라고는 눈꼽만치도 기대되지 않음.

이렇게 대놓고 적어주고 싶은데 또 이러면 안되니까요ㅠㅠㅠㅠ...






초등교사들은 좋은 점은 진짜 대놓고 좋게 적어줍니다.

학업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많아 항상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함. 특히 수학적 사고력이 우수하여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앎. 실험 방법과 실험 기구의 사용법에 유의하여 안전하게 실험 할 줄 알며 가설이나 실험 결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정리하여 발표함. 친구에게 항상 바르고 고운 말과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여 인기가 있고 학습 약속과 학급 생활 규칙도 책임감 있게 잘 지킴. 책을 읽고 독서록에 책의 감동을 꾸준히 정리하며 간결하고 진실한 표현의 시도 잘씀.

이렇게요! 우리반 회장입니다!!


위에서 서술한 애매한 행동발달들은 다 부정적인 면이 다소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흐흫...

어제 마감하긴 했는데 욱했다가 지운 행동발달에 대한 글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크흑 ㅠㅠㅠ

전 아직 멀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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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드
    ㅠㅠ 고생하십니다.. 작가가 된 기분을 매해 마무리마다 느끼시겠군요.. ㅠㅠ 교사란 참 어려운 직업이에요 사람을 상대해야하니.. 그것도 어린 아이들을요.
    솔구름
    진짜 작가가 됩니다 ㅠ.... 감정노동자라고 저희들 끼리는 부릅니다 흐흫..
    전기장판
    학원에서 중학생들만 봐도 머릿속에 참을 인자를 하루에 30번은 쓰는 거 같은데, 실제로 초등학생 한 학급을 경영하고 좋은 말을 써 줘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하네요. 4학년이 말을 제일 안 듣고 5학년이 제일 잘 듣는다는 카더라가 있는데 신빙성이 있나요?
    솔구름
    정확히는 3학년 2학기 ~ 4학년 1학기 이 라인이 가장 힘들죠. 쪼그만게 말은 죽어라 안듣고... 성악설이 진짜인가?! 이런 생각도 가끔 듭니다.
    5, 6은 확실히 아직 젊다보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네요. 그래서 애들을 컨트롤 하기도 더 쉽구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40대가 되면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Ben사랑
    ㅋㅋ 행동발달을 적는 데에서만은 작가가 되시는군요.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특히 애들을 다루는 건..
    솔구름
    진짜 사람대하는 감정노동자가 가장 어렵습니다ㅠ...
    님니리님님
    Q. 국민학생에게 통지표란?
    A. 사형집행 명령서
    세계구조
    아니, 내 담임은 나를 얼마나 싫어했던거야! 혹은 내가 그렇게 못 되게 굴었나?
    눈부심
    긍정의 신!
    몇년전인가? 회사 제출용으로 초등학교 기록부를 떼서 제출하기전에 봤는데..
    제 6학년 담임을 찾아가서 줘 패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돈 밝히던 여자선생이 돈 안준다고 10 몇명 있는 데서 저만 그렇게 패면서 욕하던 여자가
    기록부에도 아주 대단하게 욕을 적었더군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중 훌륭하신 분들도 많고 그렇지만 이 여자 하나 때문에 아주 초등학교는 저한테 불지옥이고...
    선생님은 거기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존재가 되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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