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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6/28 02:51:08
Name   No.42
File #1   deathnote.JPG (38.7 KB), Download : 36
Subject   [스포가득]뮤지컬 데스노트 관람후기


[류크가 라이토를 죽입니다!!!!]

시작부터 임팩트 있게 핵심 스포 하나 날립니다. -_-;

홍광호, 정선아. 뮤지컬에 관심있는 이로서 거부할 수 없는 이름이지요. 거기에 박혜나와 강홍석까지... 갈락티코?! 그래서 데스노트의 관람을 열망하였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홍광호와 정선아의 넘버는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버틸 수가 없어, 이건 봐야해...!!! 친구와 둘이서 한 달을 넘게 전전긍긍했습니다.
문제는 티켓이지요; 이 놈의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게 한 두 사람이 아니다보니 표가 발매와 동시에 증발합니다. 사실 여기에는 L의 역할을 맡은 김준수(시아준수)의
지분이 크겠지요. 아이돌 팬덤을 상대하려면 군단의 심장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합니다. (사실 브루드도 케리건 팬덤이라 볼 수 있을까요.)

지인을 통해서 어렵게 티켓 두 장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뮤지컬 빠돌이 친구와 둘이서 성남 아트센터까지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 서울 삽니다. 참 멀더군요, 생각보다.)
모여드는 관객들을 보고서 왜 이리 티켓 구하기가 어려웠는 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 관람객이 90% 정도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상당수,
체감하기에 10% 이상은 일본인 관람객이었습니다. 대체 이 양반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대한민국 인터넷으로도 따기 힘든 티켓을 어떻게 구한 건지 궁금했습니다.
(관광 패키지로 선발매가 되었거나, 일본에 먼저 공개되지 않았나 예상해 보았습니다.) 3천석 규모의 성남 아트센터는 당연히 매일 만석이랍니다. 배우할인같은 것도
없답니다. 배우들도 지인 줄 표를 구하는 게 큰 일이랍니다.

그렇게 사뭇 신선하고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관람을 마쳤습니다. 다 보고 난 기분은... 요약하자면 떨떠름합니다. 기대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아쉽고 부족했던 부분이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1. 출연진 기량의 양극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까지 진출한 국보급 뮤지컬 배우 라이토 역의 홍광호와 한국 뮤지컬 계의 보석인 미사 역의 정선아, 역시 훌륭한 디바인 렘 역의 박혜나,
미친 존재감의 시선스틸러 류크 역의 강홍석까지, 핵심인물을 연기한 배우들(하나 빼고... 나중에 적겠습니다.)의 기량은 역시 훌륭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반해서
조단역들의 공연은 퍽 아쉬웠습니다. 야가미 소이치로 역의 이종문 배우는 달랑 하나 있는 넘버에서 반주와 화끈하게 결별하고 불협화음을 내질러 주셨고, 그 와중에
호흡이나 발성도 매우 불안해서 듣는 입장에서 퍽 난감했지요. 그 밖에 앙상블도 누군가가 크게 튀어서 조화를 헤치거나 임팩트 있는 음이탈이 울려퍼져서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감싸쥐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2. 스토리 진행에 대한 아쉬움
길고 긴 장편 만화가 원작이니만큼, 짧은 뮤지컬 무대로 옮길 때는 스토리의 각색이 필수이고, 그만큼 중요하지요. 뮤지컬 데스노트는 원작에서 보여준 치밀한
논리전개와 두뇌싸움 등의 요소는 사실 대부분 생략해버렸습니다. 때문에 원작의 스토리를 즐긴 이일 수록 큰 괴리감을 느낄만한 요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작을 전혀 모르고 본다고 해도 과연 이 전개가 제대로 이해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벤트 사이의 거리가 멉니다. 정의라는 것에 대한 시각차이 등의 주제의식을
던지고 인상을 남기는 것에서는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극으로서의 완성도는 상당부분 포기한 듯 하여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하 울트라 스포일러입니다.]

가장 큰 부분은 결말입니다. 원작과도, 영화판과도 달리 뮤지컬은 독창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미사가 구속되어 봉인(?)당했을 때,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노트의
소유권을 포기합니다. (그리고 미사-정선아의 출연분량이 끝납니다.) 그런 미사를 아끼는 렘에게 라이토는 '대놓고 사신의 힘으로 L을 죽일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렘은 그 요구를 마치 불가항력처럼 받아들이죠. 심지어 라이토가 불러주는 죽음의 진행과정을 충실하게 노트에 적습니다. (적는 장면은 생략되고 나중에
언급됩니다.) 이렇게 L은 라이토가 의도한대로 죽음의 장소로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사신 렘은 미사를 위해서 사람을 죽여 율법을 어기고, 모래가 되어 사라집니다.
(렘이 죽는 장면은 생략되고 나중에 언급됩니다.) L과 라이토는 창고에서 만나고, L은 라이토의 다리에 권총을 발사하여 명분을 만들어 준 뒤에 그 권총으로 자살합니다.
여기까지가 라이토가 렘에게 적으라고 요구한 내용입니다. 라이토의 일방적인 KO승이겠지요. 그리고... 신세계의 신이 될 생각에 흥분한 라이토를 보며 류크가
이야기합니다. 이제 또 사람 이름 적고 죽이고 그럴텐데, 어차피 똑같은 짓이라 지겹다고. 그리고는 노트를 꺼내 라이토의 이름을 사뿐하게 적고는 쿨하게 퇴장.
막이 내립니다. (......)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퍽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마무리였습니다. 원작의 흡입력있는 스토리는 죄다 내버린
듯한 진행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3. 김준수, 과연 뮤지컬에 걸맞는 배우인가.
먼저 면피하자면, 저는 5인조 동방신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명작 중 하나로 미로틱을 꼭 꼽습니다. 그 이상의 퍼포먼스가 앞으로 나올 지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메인 보컬인 시아준수의 역량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허나, 그가 과연 뮤지컬 무대에서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에
대해서는 오늘 공연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약하자면 too much입니다. 발성, 감정선, 모션, 모두가 지나칩니다. 과유불급이라고 등에 써붙인
듯한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넘버들을 소화할 때는 과도한 바이브레이션과 특유의 쇳소리가 섞인 음색이 곁들여져서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최악의
전달력을 보여줬습니다. 딕션이 좋은 배우는 결단코 아닌 듯 합니다. 일본인 관객들이 이걸 자막 없이 알아들으려나 하는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한국인인 저도 자막이
없으니 가사는 60%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원작의 L이 동작이나 표정 등에서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김준수의 L은 개성을 넘어서 괴기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대놓고 괴기 컨셉인 류크와도 좋은 경쟁이 될 법 했습니다. 확실히 가수-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딕션이나 발성 부분에서 어느 정도 수련이 더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입니다. 선입견이 굳어지고 있습니다.

4. 낚시냐?! 얼굴마담 넘버에 속다.
유튜브를 통해서 먼저 접했던 홍광호의 넘버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네. 그게 답니다. 다른 넘버들이나 앙상블은 전반적으로 그냥 그저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홍광호의 솔로, 정선아의 솔로, 사신 둘의 듀엣 정도를 빼면 인상깊은 곡이 없었습니다. 다만, 장면 중간중간마다 코러스들이 '키라!! 키라!!'라고 울부짖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다지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인상으로...

5. 나의 미사짱은 이렇지 않다는.
정선아 배우 저 정말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 배우가 미사 역에는 영 아닌 듯 합니다. 원작에서의 미사는 복장이나 성격이 딱 어리고 당돌한 아이돌 이미지의 캐릭터죠.
당연히 그런 것을 기대했기에, 사실 공개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도 갸우뚱하는 심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역시 우려대로 성숙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정선아가 공주나
여신이 부를 법한 달달한 사랑노래를 부를 때에 엄청 큰 괴리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에이핑크를 기대했는데, 박정현이 나온 느낌이랄까요.

이상으로 인해 저의 개인적인 뮤지컬 데스노트에 대한 평가는 '아쉽...'입니다. 뮤지컬을 떠나서, 홍광호, 정선아, 박혜나의 목소리에 흠뻑 취하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다만 원작과의 링크를 기대하시고 보시면 당황할 여지가 많습니다. 배우들의 다음 작품 선택에 기대를 걸고, 아울러서 김준수의 성장도 기원합니다.


P.S. 리뷰게시판 1번으로 올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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