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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4/25 17:19:13
Name   No.42
Subject   [핵스포] 보신 분들의 의견이 궁금한 엔드게임
안녕하세요, 42번입니다.
아직 1회차 감상만 한 터라, 일단은 표면적인 감상뿐이기에 2회차 전에 좀 더 정보나 의견을 듣고 싶어 적어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 개인적으로는 실망입니다. 단순한 페이즈의 종막이 아닌, 이 프랜차이즈, 엔터프라이즈의 초석을 쌓은 1세대 히어로들의 대단원의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보다는 더 나은 작품을 기대했습니다.

뭘 더 어떻게? 라고 묻는다면 저는 좀 더 뻔하게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하늘을 날고 너구리가 말하는 영화니 현실성은 차치하고라도, 그간 많은 작품들을 정성껏 만들며 지켜온 개연성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크네요.

당당히 넘어오는 타노스 함대… 대체 걔들 다 데려올 핌 입자는 어디서 난 것인지, 뇌피셜 돌려가며 실드쳐 주기도 애매한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네뷸라가 가지고 있던 입자는 네뷸라 마크투가 귀환할 때 썼을 텐데 말이죠. 타노스에게 바치는 장면 이후로 뭔가 성분분석 – 복제라도 이루어진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영 뒷맛은 개운치 않아요. 영화의 종반을 완전히 뒤엎는 장면인데 그렇게 무성의하게…

타임머신 영화가 모두 그렇지만, 시간을 넘나든다는 데우스엑스마키나를 제어하려고 힘쓴 티는 납니다. 과거를 바꿔도 그건 다른 미래이기 때문에 다른 미래가 생길 뿐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에인션트 원이 친절히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주기도 하고. 그런데, 그걸 생각해도 어벤저스가 그닥 깊은 준비 없이 그 큰일을 마구 저질렀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습니다. 핌 입자 없다고 강조하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애초에 적당한 시점으로 가서 스톤을 잠깐 가져온다는 설정이라면, 적당한 시점, 예를 들어서 스티브와 토니가 방문한 70년도에서 핌 입자를 가져오면 되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굳이 팀을 나누어 리스크를 크게 할 필요 없이 한 번에 하나씩 죄다 몰려가서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스톤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 같고요. 스톤이나 묘르닐은 쓰고 가져다 놓으면 된다고 해도 핌 입자는 써서 없애버리니까 안되! 라고 한다면 70년도에서 그 핌 입자도 쓰면 안되는 거죠. 양이 문제야! 까지 가면 그건 좀 치사하고요.

그리고 에인션트 원의 그림 수업이 나왔음에도 나이든 캡틴이 그 장소에 등장한 것은 이게 뭥미스러웠습니다. 캡틴이 과거에 가서 눌러앉아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면, 그 미래는 다른 평행세계입니다. 캡틴 스스로가 떠난 그 세계에 등장해서는 안되요. 길이 갈렸으니까요. 이건 실은 그게 캡틴의 운명이고 그 세계의 진실이었어…로 퉁치면 안되는 문제 같아요.

히어로물에서 중요한 것은 캐릭터성이겠지요. MCU는 그것을 정말 훌륭히 가꾸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원작의 팬과 그렇지 않은 많은 이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힘일 것이구요. 헌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체 왜 이 사람이? 싶은 것들이 몇 개 있어요.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요소긴 하지만, 그간 팬덤을 형성할 정도로 개성있고 주체적인 캐릭터들을 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운전하는 느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1사망 1리타이어라는 예상이 많기도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캡틴 희생, 아이언맨 은퇴 후 후학양성 + 지원 정도가 어벤저스라는 조직의 미래나 추후 페이즈 진행이 더 스무스한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스티브 로저스 훈련병 시절부터 수류탄을 끌어안고 캡틴이 된 이후 전우를 찾아 사지로 뛰어들고, 위험한 전장을 누비다가 폭탄과 함께 극지로 추락하는 등 희생하면 캡틴입니다. 토니도 핵을 지고 포털로 뛰어들고, 소코비아 이후의 비극을 겪으며 제도권 편입을 고려하는 등, 타인 특히 대중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어디가 더 부드러운 전개냐고 하면, 페퍼와 모건까지 등장한 마당에 캡틴을 위대한 -아메리카의 엉덩이로- 영웅으로 기리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합니다. 토니 대신이라는 구도였다면, 토니에게 진 마음의 빚도 다 청산되고 둘의 아름다운 우정이 빛나며 막을 내릴 수도 있었겠죠.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캡틴빠이기 때문입니다.

캡틴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걸리는 것은 또 있습니다. 5년 후의 암담한 현실에서 나타샤는 그래도 창고처럼 되어버린 본부에서 남아있는 어벤저의 활동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캡틴은 치유 모임에서 조 루소랑 담소나 나누고 있지요.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겠습니다만, 실드가 날아가고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던 캡틴이라면 나타샤의 자리에 가서 앉아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나타샤는 그런 캡틴을 돕든, 클린트를 쫓아 설득하든 하는게 캐릭터에 맞아요.

제 개인적으로 이상했던 캐릭터는 또 있습니다. 토르. 라그나로크와 인피니티 워를 거치며 토르는 성장, 각성했습니다. 백성을 이끄는 진정한 군주로서의 책임감과 그에 걸맞는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토르가 이역만리도 아니고 생판 다른 세계에 와서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을 위해 뭐라도 하는 게 아니라 술과 게임으로 소일하며 비만인이 되어 세월 보내고 있었다… 아 뭐 타노스 사태가 워낙 커서 그렇다고 하지요. (싫지만.) 그럼 다 해결한 다음에는? 역시 왕좌는 쿨하게 넘기고 백성들 알아서 잘 챙겨주셈 하고 본인은 장돌뱅이의 길로 들어서네요. 저럴 거면 왜 오딘의 아들, 천둥의 신, 아스가르드의 군주로 우뚝 세웠나 싶습니다.

2대 캡틴. 원작에 따르면 버키와 샘 둘 모두 스티브의 뒤를 이은 경력직이죠. 누가 되어도 되는 상황에서 샘이 선택됩니다. 샘 – 팔콘 정말 좋은 캐릭터입니다. 근데 약해요. 캡틴 하기에는 혈청맞은 버키가 낫지 않을까요? 새로운 페이즈에서 캡틴이 큰 비중이 없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아니면 캡틴 된 기념으로 와칸다에서 하트산삼이라도 먹여줘야… ㅠㅠ

기대가 너무 어마어마해서 실망이 있지만, 그래도 디즈니의 사악한 품안에서 이만큼 했으면 진짜 선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스트 제다이라는 울트라생인페르노불지옥의 화끈한 불맛이 생생한데, 그 쓰레기에 비하면 전설의 명작이라 절하며 보고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당초 계획대로 별다른 거부감 없이 3회차까지 극장갈 예정입니다. 다만, 조금 더 뻔해도 되니까 더 잘해주지 그랬어라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네요. 너무 팬들의 예상을 벗어나고 싶어 한 티가 나는 듯한 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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