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2/14 22:39:09
Name   눈시
Subject   전국시대 세 자매 이야기 (1)

일본의 전국시대는 백년에 이르는 혼란을 낳았습니다. 그걸 정리하고 일본을 통일하려던 이가 있었으니, 오다 노부나가죠.


그에겐 이치라는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절세미녀라고 소문이 자자했죠. 능력도 좋아서 남자로 태어났으면 훌륭한 무장이 됐을 거라고 하죠. 아래에서 쓸 노부나가의 위기가 오자, 직접 말로 하진 못하고 위문품을 보내면서 [콩]자루를 위아래로 묶어서 오빠가 포위된 것을 알려줬다고 합니다.

+) 흔히 오이치라고 부릅니다. [오]는 당시 여성에 대한 존칭이었습니다.

노부나가의 영토는 현재 일본의 나고야 일대였습니다. 그는 천하통일을 노리면서 교토로 가서 덴노와 쇼군을 자기 손에 넣으려고 했죠. 삼국지의 조조가 하려던 것과 같습니다. 실권이야 없어졌지만, 그들이 가진 명분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는 길에 적대세력이 너무 많았죠.


아래가 오다, 위가 아사쿠라, 사이에 낀 게 아사이입니다

그는 가는 길목에 있는 아사이가와 동맹을 맺습니다. 결혼동맹이었죠. 그걸 위해 소중한 동생 이치를 보내죠.

+) 아사이나 아자이로 불리는데 전 그냥 저한테 익숙한 아사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사이 나가마사, 아사이가의 젊은 당주였죠.


정략결혼이었지만 둘의 금슬은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 그들 사이에서 딸이 세 명 태어나죠. 첫째는 차차, 둘째는 하츠, 셋째는 고우였습니다. 아들도 있었지만 그 얘기는 아래에서...

오다 노부나가는 쇼군의 권위를 이용해 북쪽의 아사쿠라 가문을 공격합니다. 아사이 가문은 분노했죠. 아사쿠라는 노부나가 이전부터 그들의 동맹이었거든요. 공격한다면 말을 해주기로 해놓고 그냥 쳐들어갔다고 합니다.

아사쿠라가는 뼈대 있는 가문이었고 노부나가의 오다가는 하극상을 통해 올라온, 근본도 없는 가문이었습니다. 아사쿠라가에 대한 의리도 있었고, 동맹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다가에 대한 불신 등이 섞여서 아사쿠라가를 돕자는 여론이 대세가 됩니다. 나가마사의 은거한 아버지 히사마사도 그랬구요.

+) 공식적인 자리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뒤에서 실권을 휘두르는 게 일본에선 너무도 흔했습니다. 말이 은거고 말이 출가일 뿐이었죠

결국 나가마사는 노부나가의 뒤를 칩니다. 아사쿠라가를 치기 위해선 아사이가의 도움이 필수였죠. 그런데 배신을 당하게 됐으니... 노부나가의 목숨조차도 위험해졌습니다. 이 때 뒤를 맡아서 노부나가를 비롯한 주력부대의 후퇴를 지킨 원숭이가 있었으니 기노시타 토키치로였습니다. 이 때 동맹으로 같이 온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힘들게 돌아갔다고 하고, 후에 노부나가를 죽이는 아케치 미쓰히데도 후위를 맡았다고도 합니다. 역사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라 제법 유명하죠.

이 때 나가마사에 대한 묘사도 참 다양하게 나옵니다. 온갖 상상력을 자극하니까요. 실권이 없어서 그냥 끌려다녔다는 식으로도 나오고, 노부나가가 강한 건 알지만 잘못한 건 노부나가니 아사쿠라에 대한 의리를 지킨, 의리의 남자로도 나옵니다. (이 쪽이 대세인가 봅니다) 어느 쪽이든 노부나가 형님을 사랑하지만... 같은 BL쪽 냄새도 많이 나구요.

겨우 살아 돌아가긴 했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그들의 배후엔 노부나가 자신이 옹립했던 쇼군이 있었거든요. 나는 꼭두각시가 되지 않겠다 이런 거였죠. 노부나가의 위협을 다 함께 깨자면서 사방에서 적들이 일어났고, 노부나가는 무려 10년이나 이들에게 시달립니다. 이를 노부나가 포위망이라고 부릅니다. 이 과정에서 적들을 숨겨준, 일본 불교의 성지인 히에이산을 불태워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노부나가가 마왕의 이미지를 가지게 된 사건이었죠.

그 절정은 동쪽의 다케다 신겐의 남진이었죠. 다케다군 한명은 도쿠가와 군 세명분이고, 도쿠가와군 한명은 오다군 세명분이라고 했습니다. 다케다군이 그 정도로 강력하다는 얘기였죠. 노부나가는 서쪽을 정복하는 동안 배후의 다케다를 어떻게든 동맹으로 묶어놓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도 참전하게 되었죠. 이에야스가 어떻게 맞서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도망가다가 말 위에서 똥을 쌌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렇게 도쿠가와의 영지를 짓밟고 오다가에게로 가는가 싶었는데... 죽어버렸죠. 병 때문이라고도 하고 이에야스의 닌자가 암살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도 있죠. 노부나가는 이렇게 생애 최대의 위기를 넘깁니다. 이것 때문에 운빨이 참 좋았다고 평가받고 (마왕 이미지와 합쳐서) 악마와 계약한 게 아니냐는 식의 설정들도 나오게 되죠.

이제 노부나가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쇼군을 내쫓고 교토를 불태웠고, 아사쿠라가를 멸망시킵니다. 이제 남은 건 아사이가였죠. 나름대로 강군이라는 아사이군이지만, 아사쿠라가 없이는 약소 다이묘일 뿐이었습니다.


이 때 대활약한 자가 바로 기노시타 도키치로, 그 공을 인정받아 아사이가의 영지를 받게 되죠. 이후 이름을 하시바 히데요시라고 바꿉니다. 네, 훗날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죠. 전설적인 그의 출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 거죠.

불타는 성에서 아사이 나가마사는 자결합니다. 같이 죽겠다는 이치를 억지로 내보내면서요. 노부나가는 동생과 그 딸들을 데려왔구요. 하지만 아들은 예외였죠. 아사이가의 씨를 말리려 했으니까요. 속마음은 몰라도 노부나가를 딱히 원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히데요시는 원래부터 싫어했고, 이후 증오하게 되었다고 하죠. 차마 직접 죽인 오빠를 증오할 수 없으니 죽게 만든 히데요시에게로 화살을 돌린 걸지도요. 반면 히데요시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합니다. 진짜 이 바람둥이를 -_-; 히데요시는 네네라는 아내를 두고 있었죠. 그것도 그 시대에 흔치 않은 연애결혼을 해서요. 출신도 천하고 가진 것도 없고 얼굴도 못생긴 그를 받아줬는데 다른 데를 보다니 -_-

그 후 노부나가는 계속 승승장구 하다가 천하(일본-_-)통일을 눈 앞에 두고 부하인 아케치 미쓰히데에게 배신당해 죽습니다. 이 때 히데요시는 먼 곳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서 미쓰히데를 쳤고, 주군의 복수를 합니다.

http://pgr21.com/?b=8&n=53887

자세한 건 여길 참고해 주세요

노부나가의 옛 본거지인 기요스 성에서 중신들간의 회의가 열립니다. 첫째가 아버지와 함께 죽어서 후보는 둘째와 셋째, 그런데 둘째는 영 아니었습니다. 다른 중신들은 셋째를 꼽았던 상황, 히데요시는 둘째를 밀다가 갑자기 말을 바꿉니다. 죽은 첫째의 아들, 아직 애기를 후계자로 민 것이죠. 물론 그 후원자가 필요했고 자기가 되겠다는 거였죠. 주군의 복수를 한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히데요시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죠.


이 때 이치는 뜻밖의 선택을 합니다. 노부나가의 첫째가는 부하라 할 수 있는 시바타 가츠이에와 결혼한 것이죠. 히데요시를 천하다고 무시했던 이였고 (이치도 그랬다 합니다) 위의 회의에서 히데요시와 가장 대립했죠. 뭐 따지고보면 노부나가 밑에서 히데요시는 신세력이고 그는 구세력이라 할만 합니다. 별명이 오니 시바타, 돌격 시바타였습니다. 순수한 맹장으로, 노부나가 초창기 때 한 번 배신한 적은 있지만 -_-; 그 후로 쭉 충성해왔죠.

히데요시가 오다가를 집어삼킬지 모르니 시바타에게 붙어서 히데요시를 약화시키려고 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뭐 히데요시에게 복수하려고 했다거나 히데요시 자체가 싫어서 그랬다는 게 더 재밌죠 (...)

둘은 일본의 주인을 걸고 붙었고, 여기서도 히데요시가 이깁니다. 불타는 성... 이치는 나가라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히데요시가 그녀를 살리려고 제발 나오라고 했지만, 역시 듣지 않았죠. 시바타와 함께 자결합니다. 그녀의 복수도 실패했고, 오다가를 지키는 것도 실패했습니다. 살 의미가 없었을 겁니다. 이렇게 히데요시는 그녀의 남편을 두 번 죽였고, 두번째에는 그녀도 죽이게 되었죠.

세 자매는 어머니를 놔두고 성을 나옵니다.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전국시대 여인들의 삶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략결혼으로 원치 않은 결혼을 한 후, 이기면 잘 살겠지만 지면 같이 죽거나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야 했죠. 남편이 죽어도 절에 들어가야 했구요. 하지만 아직 죽기에도, 절에 들어가기에도 어렸고 이용가치가 남이 있었습니다. 그 오다 노부나가의 핏줄이었으니까요. 자기들의 성이 두 번이나 불타고 부모님을 잃었지만, 전국시대라는 지옥에서 계속 살아가야 했죠.

히데요시는 자매를 거둔 후 둘째, 셋째를 여기저기 시집 보냅니다. 하지만 첫째 차차는 어디에도 보내지 않았죠. 지가 욕심내고 있었거든요.

-----------------------------------------------------------------------

길어지는군요. 일단 여기까지 ( '-')



9
  • 외로움이 역덕을 단련시킨다! 훌륭한 글엔 추천!
  • 커플이 무너지는 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좋은 글은 추천!
  • 역덕은 츛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05 7
15061 스포츠[MLB] 2024 AL,NL MVP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27 0
15060 스포츠[MLB] 2024 AL,NL 사이영 수상자.jpg 김치찌개 24/11/22 32 0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56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0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395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540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16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4 알료사 24/11/20 2977 31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49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82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53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493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48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18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10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896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787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1004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900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58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58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88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48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07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74 31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