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3/02 03:13:58
Name   눈시
Subject   전국시대 세자매 이야기 (3)


시간이 지나면서 대세는 도쿠가와가로 넘어갑니다. 히데요리편이거나 도요토미의 부활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양쪽의 평화를 바라던 이들은 이에야스가 죽이거나, 나이가 들어 죽어갔죠.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가토 기요마사가 있습니다. 양측의 긴장이 커지자 만남을 주선했고, 그 자리에서 칼을 차고 히데요리를 지켰죠. 이후 얼마 안 가 죽습니다. 독살설이 강하게 돌았고, 조선에도 그렇게 알려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도요토미가를 천천히 압박해 갑니다.

히데요리가 커 가면서 관직을 뿌리는 등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이건 오히려 이에야스를 자극할 뿐이었죠. 이에야스는 쇼군직을 히데타다에게 물려줘 귀찮은 일들을 다 맡깁니다. 자기는 오고쇼가 되어 큰 일들을 맡았죠. 가장 큰 일은? 도요토미를 무너뜨리는 거였습니다. 그는 자기대에서 이 일을 끝내려고 했죠.

+) 이렇게 배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건 일본사에서 정말정말 흔한 일입니다. 애초에 쇼군부터가 덴노를 놔두고 권력을 휘두르는 쪽이죠. -_-; 참 특이해요
+) 막부가 생긴 후로 조정의 관직과 막부의 역직은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전자는 거의 명예직이 됐지만 다이묘의 힘을 말해주는 거니 나름 인기가 있었고, 히데요시 이후로는 실권도 돌아왔죠. 이에야스는 이 둘을 아예 나눠 다시 막부 허락 없이 관직을 못 받게 했습니다. 반면 도요토미측은 (명분상으론) 쇼군도 데노에게 받은 것일 뿐이니 도요토미의 신하일 뿐이라고 했죠. 이에야스가 겉으로만 신하인 척 하는 걸 계속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세게 나간 겁니다.

그렇게 1614년, 때가 왔습니다. 그는 히데요리에게 히데요시가 세운 절들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합니다. 히데요리는 기뻐하면서 받아들이죠. 이걸로 엄청난 돈이 깨집니다. 여기서 명분 하나도 만들어버리죠. 억지였습니다. 호코지라는 절에 종을 만들었는데, 거기 새겨진 글에 딴지를 건 거였죠.

國家安康, 君臣豊樂(국가는 안전하고 건강하며 군신은 풍족하고 즐겁다)

이에야스(家康)를 둘로 쪼갰고, 도요토미(豊臣)가 왕(君)이 되려고 한다는 거였습니다.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이게 통할 리가요. 저 문구는 안 지워지고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트집이었죠.

그렇게 전일본에서 대규모 병력이 모여서 오사카로 갑니다. 차차와 히데요리가 있는 오사카성으로요. 그리고 고우는 에도(도쿄)에서 언니를 치러 가는 남편을 보냅니다.

---------------------------------------------------------------------------------


이에야스의 페이크는 있었습니다. 히데타다와 고우의 딸인 센히메를 히데요리와 혼인시킨 거죠. 세 자매는 이걸로 두 가문의 대립이 끝나겠다고 좋아했을 겁니다. 하지만 페이크일 뿐이었죠.

이에야스의 조건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건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거였죠. 오사카성을 포기하고 도요토미의 영광을 다 포기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를 잇고 싶어했던 히데요리는 물론, 자식을 일본의 지배자로 만들려 했던 차차는 절대 반대였죠. (그 조건 중 하나에 차차가 인질로 에도에 간다도 있었구요) 이러니... 전쟁을 할수밖에요.

하지만 모든 다이묘가 이에야스편이었습니다. 후쿠시마 마사노리가 (병력은 이에야스에게 보내면서) 남은 충심으로 군량미를 지원해줬는데(정확히는 오사카성 안에 있던 자기 거를 그냥 쓰게 한 겁니다), 그걸로도 이에야스의 분노를 샀죠. 이러니 오사카에서 할 수 있는 건 돈을 풀어 병사를 사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엄청난 재산이 있었기에 10만이나 되는 병력이 모입니다. 도쿠가와쪽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었지만요. 그래도... 일본 최강의 성 오사카성이 있었죠.


그 중 가장 유명한 무장이 바로 사나다 유키무라입니다. 그의 아버지 마사유키는 이에야스를 두번이나 물먹였었죠. 두번째는 히데타다의 3만 병력을 붙잡아 둔 건데, 잘못했으면 이것 때문에 질수도 있었죠. 이것 때문에 이에야스는 그를 시골에 죽을때까지 유배 보냅니다. 유키무라도 같이 갔는데, 오사카성에서 많은 금을 주자 탈출합니다.

+) 거기 모인 무장들은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세키가하라를 중심으로 이에야스에게 원한을 진 자, 혹은 여기서 한바탕 공을 세워 출세하고 싶던 자였죠. 도요토미가의 옛 충신들은 주인을 버린 반면, 마지막까지 그들을 위해 싸운 게 이런 이들이었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전쟁이 시작됩니다. 시작부터 삐꺽거렸죠. 히데요리는 갓 스무살이었고, 당연히 실전경험은 없었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거친, 처세의 달인 히데요시의 아들이 일본에서 가장 세상물정 모르는 2세가 돼 버린 거죠. 실제로 권력을 휘두른 건 그가 아닌 그의 어머니 차차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유모의 아들들이었죠. 이들은 베테랑인 무장들과 대립합니다.

애초에 이길 전쟁이 아니니 우리가 치고 나가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기를 위해선 히데요리가 직접 나가야 되고요. 하지만 차차는 히데요리에게 위험한 일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고, 그냥 성에서 막는 걸로 결론이 납니다. 그나마 겨울에 벌어진 전투에서는 사나다 유키무라가 쌓은 외성(사나다마루)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죠. 안 되겠다 싶은 이에야스가 심리전을 걸면서 대포를 쐈는데, 차차는 여기에 겁을 먹고 화친을 허락합니다. 화친은 절대 안 된다는 무장들을 무시하면서요.

이 때 도요토미측의 사자로 간 게 둘째 하츠입니다. 일본에서 둘의 화친을 가장 원한 사람이었겠죠. 이에야스는 선심을 쓰는 척 하면서 큰 조건을 걸어버립니다. 외성을 다 무너뜨리고, 해자(성 앞에 물을 채운 방어물)를 다 메워버리라는 거였죠. 이게 나름 관습이기도 했고, 도요토미측에서는 하는 척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야스는 전군을 동원해 다 무너뜨리고 메운 다음에 돌아갔죠. 그 강력한 오사카성은 이렇게 벌거숭이가 됩니다. 남은 건? 다시 트집을 잡아서 공격하는 거였죠.

사나다 유키무라를 비롯한 무장들은 이번에도 나가서 싸우자고 주장하지만, 역시 먹히지 않습니다. 히데요리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거였죠. 어차피 망한 판, 유키무라는 전설로 남은 돌격을 시도합니다. 이에야스의 본진까지 쳐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이에야스는 할복까지 생각했죠. 하지만 도망치는 데 성공합니다. 유키무라를 비롯한 무장들은 거의 전사했고, 오사카성 역시 떨어집니다.


이에야스는 히데요리를 살려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히데요리 역시 딱히 살 생각은 없었을 거구요. 불타는 오사카성에서, 히데요리는 할복합니다. 이렇게 도요토미가는 단 2대만에 끝이 났죠. 차차 역시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습니다.

+) 생존설이 있긴 합니다. 유키무라가 살아서 히데요리를 데리고 도망쳤다는 것이죠. 큐슈 남부 가고시마에는 그에 대한 전설까지 있다고 합니다.


드라마 아오이 도쿠가와 삼대에서의 모습. 2000년에 나온건데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모자가 죽는 건 한 35분부터네요

도요토미라는 상징성은 큰 편이었습니다. 이에야스가 절대 그냥 놔둘 수 없는 이유였죠. 그걸 알아서인지, 도요토미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히데요리도 굴복하지 않고, 젊은 나이에 죽음을 택합니다.

요도도노, 차차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천하인의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자리, 자존심 강한 그녀가 포기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부모의 원수의 품에 안기면서 올 수 있었던 자리였구요. 차라리 죽는 게 나았겠죠. 그녀 혼자라면 어쩌면 살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러자니 그녀는 어머니였죠. 아들에게 모든 걸 쏟아부은.

오사카 전투에서 히데요리와 차차는 참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히데요리는 실권 없고 경험 없는 어린아이, 차차는 전쟁을 모르면서 권력만 들고 훼방만 놓는 치맛바람으로요. 사나다 유키무라 등 무장들의 인기가 워낙에 많은 것도 있을 거고,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꿈틀거리기는 해 봐야지 왜 애만 싸고 돌았냐 하는 게 클 겁니다. 물론 치고 나간다고 이길 가능성은 극히 적었을 겁니다. 무장들도 그걸 알았구요. 오사카성의 강력한 방어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다가올 파국을 기다리는 것보단 치고 나가는 쪽에 마음이 가는 게 더 당연하죠.


이런 마지막 모습에, 오직 그녀만 히데요시의 자식을 낳았다는 것, 에도 막부의 프로파간다로 차차는 불쌍한 악녀 이미지가 됩니다. 글쎄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요? 정말 히데요리는 히데요시의 자식이 아닐까요? 히데요시 사후 온갖 남자를 끌어들였다는 말이 사실일까요? 권력을 휘두른 여인들이 그렇듯 지나치게 악녀의 이미지를 쓰는 게 아닐까 싶기는 합니다.

이렇게 차차가 살던 세번째 성이 불탑니다. 전국시대 비극의 세자매 중 맏이는 태양을 향해 누구보다 높이 날려 했지만, 그 때문에 땅으로 떨어져 버렸죠. 하츠는 언니를 두고 성을 나옵니다. 센히메 역시 아버지에게로 돌아갔구요. 고우의 시아버지와 남편은 그렇게 그녀의 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1615년, 오사카 전투가 끝난 후 막부는 겐나 엔부를 선포합니다. 전국시대가 끝났다는 걸 공식적으로 알린 거였죠. 그리고 이에야스는 모든 일을 끝냈다는 듯 다음 해에 죽습니다. 향년 73세,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 최후의 승자의 죽음이었죠. 도미 덴뿌라(튀김)을 먹은 후 탈나서 그랬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젠 확실히 히데타다의 시대였죠. 그에겐 이제 막 시작된 막부의 통치를 안정시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집니다.


고우는 국모나 다름없는 위치가 되었구요. 하지만 그 자리라고 그리 편한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

전국시대의 엔딩인 오사카 전투, 사실 우리에게 제일 큰 건 정의구현이죠  ( '-') 조선 침략에 대한 인과응보라구요~~!!

이에야스와 히데타다가 닮은 것 같은데 착시는 아닙니다. 니시다 토시유키라는 배우인데 도쿠가와 쇼군 전문 배우입니다. 각기 다른 드라마에서 한 거죠. 히데타다로 나온 드라마(도쿠가와 삼대, 이 때 이에야스로 나온 배우도 쇼군 전문배우입니다)에서 온갖 구박을 듣는데, 이에야스로 나온 드라마(공명의 갈림길)에서 히데타다를 구박합니다. 좋은 배우개그입니다. (...) 이 배우가 우주전함 야마토 영화판에도 나오는데 여기서도 성이 도쿠가와죠



6
  • ㅊㅊ
  • 3탄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왔네요.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티타임 게시판 이용 규정 2 Toby 15/06/19 31702 7
15059 음악[팝송] 션 멘데스 새 앨범 "Shawn" 김치찌개 24/11/22 42 0
15058 방송/연예예능적으로 2025년 한국프로야구 순위 및 상황 예언해보기 10 문샤넬남편(허윤진남편) 24/11/21 366 0
15057 일상/생각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3 SKT Faker 24/11/21 494 1
15056 오프모임23일 토요일 14시 잠실 보드게임, 한잔 모임 오실 분? 4 트린 24/11/20 313 0
15055 방송/연예페미니스트 vs 변호사 유튜브 토론 - 동덕여대 시위 관련 24 알료사 24/11/20 2794 31
15054 생활체육[홍.스.골] 10,11월 대회 상품공지 켈로그김 24/11/19 242 1
15053 여행여자친구와 부산여행 계획중인데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29 포도송이 24/11/19 671 0
15052 일상/생각오늘도 새벽 운동 다녀왔습니다. 5 큐리스 24/11/19 448 9
15051 일상/생각의식의 고백: 인류를 통한 확장의 기록 11 알료사 24/11/19 488 6
15050 게임[1부 : 황제를 도발하다] 님 임요환 긁어봄?? ㅋㅋ 6 Groot 24/11/18 442 0
15049 꿀팁/강좌한달 1만원으로 시작하는 전화영어, 다영이 영어회화&커뮤니티 19 김비버 24/11/18 910 10
15048 의료/건강고혈압 치료제가 발기부전을 치료제가 된 계기 19 허락해주세요 24/11/18 704 1
15047 일상/생각탐라에 쓰려니 길다고 쫓겨난 이야기 4 밀크티 24/11/16 893 0
15046 정치이재명 1심 판결 - 법원에서 배포한 설명자료 (11page) 33 매뉴물있뉴 24/11/15 1777 1
15045 일상/생각'우크라' 표기에 대한 생각. 32 arch 24/11/15 999 5
15044 일상/생각부여성 사람들은 만나면 인사를 합니다. 6 nothing 24/11/14 892 20
15043 일상/생각수다를 떨자 2 골든햄스 24/11/13 454 10
15042 역사역사적으로 사용됐던 금화 11종의 현재 가치 추산 2 허락해주세요 24/11/13 554 7
15041 영화미국이 말아먹지만 멋있는 영화 vs 말아먹으면서 멋도 없는 영화 8 열한시육분 24/11/13 682 3
15040 오프모임11/27(수) 성북 벙개 33 dolmusa 24/11/13 745 3
15039 요리/음식칵테일 덕후 사이트 홍보합니다~ 2탄 8 Iowa 24/11/12 404 7
15022 기타[긴급이벤트] 티타임 따봉 대작전 (종료) 19 dolmusa 24/11/05 1073 31
15038 정치머스크가 트럼프로 돌아서게 된 계기로 불리는 사건 4 Leeka 24/11/11 1087 0
15037 일상/생각와이프와 함께 수락산 다녀왔습니다. 10 큐리스 24/11/11 557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