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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5/07/06 18:28:39
Name   한아
Subject   카메라 렌탈 이야기


이번주 썰전 2부를 보는데 장기렌탈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저는 차량쪽에는 정보도 별로 없고 경험도 부족해서 딱히 덧붙일 말이 없는데,
제가 소규모 단편영화 제작에 자주 참여하다보니 촬영장비 렌탈을 많이 하게 되어 그쪽 렌탈업과 일맥상통하는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실제로 썰전 출연자 최진기 쌤도 인터넷 강의 제작을 위해 촬영/편집 장비 렌탈 언급을 하셨구요.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이미 좀 오래되었는데,
전문 영화사나 영상제작회사들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카메라 장비 대여 업체들이 꽤 있습니다.

카메라라는게 예전에는 일반인이 소유하게 되면 사치품 목록안에 들어갈 정도로 고가의 물건이었지만,
이제는 휴대폰 카메라부터 보급형 DSLR까지, 컴퓨터와 함께 거의 생필품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어느 가정이나 꼭 구비하고 있는 기계가 되었죠.
덕분에 최하위 라인의 보급기들은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성능 또한 괜찮습니다.

전문가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졌죠.
이전에는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영화 촬영용 기준)으로 초고가를 자랑했었습니다.
흔히 극장에서 상영하게 되는 장편 영화들의 촬영 장비들은,
주로 전문 렌탈샵에서 영화 촬영 기간동안 빌린 장비들이거나, 대형 영화사에서 직접 구비하여 특정 영화 제작시마다 임대나가는 장비들이었습니다.
개인이 이런 장비를 소유하고 본인 작품이나 작업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너무 비쌌으니까요.
방송국 같은 경우에는 워낙 사용빈도가 높으니 고가의 장비이긴 해도
직접 구매하여 몇 년동안 뽕을 뽑을때까지 계속 사용하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최근들어 필름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고
(2013년 이후 한국에서 더이상 필름으로 찍는 영화는 없다고 알고 있네요. 방송은 오래전부터 테이프 방식이었고.)
디지털 장비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최상위 스펙의 촬영장비들의 가격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대신 신제품의 출시 주기가 매우 짧아졌죠.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필름 카메라의 명가들이 신생 카메라 회사들보다 노하우나 기술축적 수준에서 그렇게 많이 앞설 수 없게 되었고,
이게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용 카메라의 끝판 회사로 대표되던 ARRI 사가 RED 사에서 출시한 저렴한데 최고급 성능을 갖춘 디지털 카메라에게 밀려
한동안 헐리우드 메인 카메라 자리를 넘겨줘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원래 자리를 회복한 듯 보이지만요.)

하지만, 모든 촬영 전문가가 ARRI나 RED의 카메라를 쓰진 않습니다.
방송 쪽으로는 오히려 Sony나 Canon이 꽉 잡고 있었죠.
우리가 카메라하면 쉽게 떠올리는 Canon이나 Nikon은 영상 촬영이 주가 아닌 사진카메라 회사들이구요.

이렇게 최고급 라인이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프로씬에서 일하는 촬영 기사들 중에는 RED카메라를 개인 소유하시는 분도 생겼고,
전체적으로 고급 장비로 알려진 카메라들의 가격이 출렁이게 됩니다.
그리고 DSLR 역시도 일반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카메라에 대한 진입장벽이 굉장히 많이 낮아지게 됩니다.

이러면서 본인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최하위 보급기 말고, 그보다 괜찮은 스펙을 가진 카메라를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실제 카메라 회사들의 제품 라인에도 이런 애매모호한 급의 제품들이 있습니다.
최상위급 전문가용이라기엔 애매한데, 가격은 꽤나 비싸고 뭐 이런 제품들이요...

그와중에 캐논에서 5D mark II라는 희대의 히트작이 출시되었고,
태생이 DSLR이라 전문가들이 사진작업으로 많이 사용하였지만,
당시 출시된 영상촬영 카메라들과 비교했을때에도, 동영상 촬영 결과물이 매우 뛰어나,
단편영화계에서도 DSLR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장본인이 됩니다.
(프로페셔널한 영상 촬영에는 딱히 적합하지 않았는데, 언제나 예산에 쪼들리는 단편독립영화계에서는
300만원대의 예산으로 이런 결과물을 뽑아주는 카메라는 전무했으니까요.)

방송 동아리쪽에 한대씩은 있었을 PD-150은 독립영화계의 국민카메라의 위상을 갖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기억하기에 중고 거래 가격이 150~200만원대였었습니다.
하지만 PD-150은 DV방식의 오래된 스펙을 갖고 있는 카메라였고, 오두막의 영상촬영 기능은 그것을 뛰어넘었죠.

지금 돌아보면 이제 오두막은 물론 mark III 조차도 영상촬영용으로 쓰기엔 조금 애매한 카메라가 되어버렸지만,
한창 mark II가 전성기인 시절에 개인 카메라로 200만원을 쓰기 애매한 소비자들을 위해 DSLR 렌탈샵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카메라를 매 주말마다 쓰는 가정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두리, 싸이월드, 이후에 페이스북 등, 일반인들의 디지털 사진 수요는 분명히 있었고,
2000년대 초반 10~20만원대의 컴팩트 디카 붐을 생각해보면, 보급형 DSLR의 유행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게다가 사진이 과거의 출사라고 불리는 고상한 사람들(?)만이 갖는 특정 계층의 취미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나, 아이돌 콘서트 관람시 고성능의 영상을 촬영하는 직캠 문화의 발달로, 저변이 엄청나게 넓어졌죠.
사진 뿐만이 아니라 영상을 촬영하는 일반인들도 매우 늘어났구요.
(이거야 과거부터 홈비디오라는 형식으로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일반인들은 항상 있었습니다. 사진보다 수요가 적어서 그렇지.)

그런데 50만원대 이하의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렌탈샵의 오두막이 손짓하기 시작합니다.
'하루 5~6만원이면 너도 5D mark II를 사용해볼 수 있어~'
게다가 렌탈샵은 개인이 소유하기 어려운 고가의 렌즈들까지 함께 구비하여 저렴한 가격에 렌탈해주고 있죠.
샤이니 콘서트 때마다 나타나는 대포부대의 대구경 대포들이 모두 개인소유 장비는 아닐겁니다.

카메라를 쓰긴 쓰지만, 사진 찍는 일수가 1년에 20~30일에 그치는 경우라면 300만원대의 오두막 + 렌즈가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의 보급기종들을 카메라회사들이 내놓았고,
(애초에 오두막은 가정용이 아닌 프로씬/준프로씬을 겨냥한 카메라니까요)
실제로 이런 보급기들이 많이 팔리기도 했습니다만,

한번에 5만원정도의 렌탈비용으로, 오두막을 일년에 20일정도 쓴다고 생각하면,
100만원짜리 보급기를 사서 20일 쓰는 것보다 나을 수 있거든요.

결국 이런 첨예한 수요집단이 생겨나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렌탈샵들이 생겼고,
실제로 유명 아이돌 콘서트때가 되거나, 날씨가 좋은 주말이 다가오면 렌탈샵들의 모든 망원렌즈들과 DSLR은 거덜이 납니다.
하지만 여기서 의외로 단편영화팀이나 소규모 영상 프로덕션이 굉장히 많이 혜택을 받습니다.
대형 영화사처럼 ARRI나 RED, Sony의 최고급 라인의 비싼 카메라는 운용할 여력이 안되는 팀들이,
꽤나 좋은 중고급형 전문가용 카메라들을 나쁘지 않은 가격에 쓸수 있게 된 것이죠.

최근에 출시되어 큰 화제를 모았던 Sony의 미러리스 a7s는 Canon의 5D mark III 보다도 저렴한 가격에 렌탈할 수 있습니다.
또 Sony의 fs7이라는 작년에 출시되어 괜찮은 평을 듣고있는 중고급형 캠코더는
직접 구매하려 할 시 가격이 840만원(다나와기준) 정도 되는데, 렌탈할 시 24시간에 10만원 정도 됩니다.
일년에 80일 이상 촬영하는 전문 촬영팀이 아닌 소규모 프로덕션이나 일회성 단편영화 팀이라면, 카메라를 직접 구입하는것보다 렌탈하는게 더 효율적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런저런 프로모션 등으로 실제로는 더 저렴하게 빌릴 수 있구요.

또 이런 렌탈샵을 이용할시의 장점이 있습니다.
썰전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인데, 이후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기존의 카메라를 팔고 새 장비를 들여놓을때,
감가상각에 대한 우려나 번거로운 중고 판매 과정을 거치치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기존의 필름시절 카메라 회사들은 각 제품의 출시 주기를 굉장히 길게 잡았었지만,
카메라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어감에 따라, 제품 라인을 더욱 세밀화하고, 사소한 개선으로도 새 제품을 출시하여 지속적으로 카메라를 팔기 위해,
출시 주기를 짧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영상 촬영은 SD에서 HD로, 이젠 4K를 바라보고 있고, 호빗같은 경우 48fps로 영화 전체를 찍는 등,
카메라에 요구되는 스펙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상황이죠.  

더이상 이번에 1000만원 주고 산 카메라로 10년, 15년 촬영하고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1000만원 주고 산 카메라를 30번도 못쓰고 중고로 팔고 새 카메라를 사야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덕분에 렌탈샵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 같구요.
이런 부분들이 자동차 장기렌탈의 가격이 사실상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고 있다는
썰전의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글로 올려봅니다.



이런 렌탈샵의 존재를 몰랐던 분들에게는 정보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카메라 구입을 고민하시나요? 카메라를 사놓고 정작 장롱에 처박아 두셔서 큰 돈을 쓰시기 싫으신가요?
고가의 카메라 구입하시기 전에 실제로 한번 써보고 싶으신가요?
렌탈샵가서 한번 빌려서 써보시면 됩니다. 물론 싼 가격은 아닙니다만, 보급기로 100만원 쓰고, 일년에 50번도 안쓸 바에야, 이 편이 더 경제적일 수도 있어요.
당장 다음달이 애기 첫 돌인데, 돌사진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긴 좀 아쉬우신가요?
그런데 200만원짜리 카메라 사긴 좀 그러시죠? 그러면 4~5만원 주고 꽤 좋은 카메라 하루만 빌려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러니깐 광고글 같네요.
신사 합정 일대에 렌탈샵이 몰려 있으니, 필요하신분은 찾아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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