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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8/27 02:08:44
Name   Danial Plainview
Subject   플로이드 머니 메이웨더-코너 맥그리거 경기에 대해
플로이드 메이웨더-코너 맥그리거 경기를 앞두고 경기에 대해 쓸 생각이 없었는데 -MMA를 모르니까- 복싱만 해본 수련자 입장에서 간단하게 코멘트해 본다. 전혀 고민 안 하고 썼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기를.

a. 원래 빅매치 전에는 각 진영의 트레이닝 캠프를 취재하는 사이드 프로그램들이 있기 마련인데 보통 4주를 취재하고 HBO의 경우에는 24/7이 SHOWTIME의 경우에는 All Acces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로 올 엑세스가 있었는데 평소와는 달리 트레이닝보다는 놀고 돈뿌리는 것만 진창 보여줬다. 그건 아마 양 진영, 특히 맥그리거 진영의 복싱 트레이닝 수준이 엄청나게 낮아서 기대감을 낮추지 않기 위해 안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 이렇게 미트워크조차 안보여주는 올 엑세스는 처음인데... 일단 공개 워크아웃에서 공개된 맥그리거의 복싱 수준은 처참했다는 것만 말해 둔다.

b. 파퀴아오의 트레이너 프레디 로치는 맥그리거를 복싱 선수처럼 보이게 하는 데만 5개월은 걸릴 거라고 했고 나 역시 동의한다. 다만 그의 야매복싱을 쭉 보면 몇 가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헐렁한 잽
  -힘을 싣지 못하는 스트레이트
  -지나치게 MMA 스타일에 익숙한 스텝
  -스위치(사우스포-오소독스) 스텝을 주로 밟음
정도가 있다. 이 중 네번째를 제외하고서는 메이웨더에게 어려움을 가져다 줄 특징은 없을 것이며 특히 빠르게 백스텝을 밟지 못하는 세 번째 특징과 앵글을 고려하지 못하는 네 번째 특징은 공격 이후에 메이웨더의 공격을 코너가 말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코너가 선제공격을 했을 때 메이웨더가 슬쩍 피하고 맞받아치면 코너는 다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c. 메이웨더가 선수 생활 내내 암묵적으로 피한 유형의 선수는 신장이 크고 리치가 길며 잽이 쓸만해 메이웨더에게 안정적인 짤짤이를 강요할 수 있는 유형의 선수였다. 대표적으로 폴 윌리엄스가 있겠고 몇몇 크리틱들은 안토니오 마가리토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메이웨더가 치뤘던 경기에서 그런 특징을 가졌던 건 디에고 코랄레스와 오스카 델 라 호야였고 눈부신 전성기의 메이웨더는 분주하게 움직여서 승리를 가져갔다. 코너가 그 특징 중 어떤 게 해당되는지 보면 신장하고 리치는 있는데 잽이 없다. 이대로는 2014년도 5월에 벌어졌던 로버트 게레로의 마이너 열화카피 버전이다.

d. 또 어디서 메이웨더의 손깨짐을 언급하는 자들이 있는데 막상 메이웨더가 그날, 즉 카를로스 헤르난데스 전에서 중간에 오른손이 부러져 왼손만으로 나머지 6라운드를 이겼던 걸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 이후 메이웨더는 글러브를 바꿨고 복싱계에서 가장 뛰어난 두 명의 컷맨 중 하나인 로버트 가르시아 할배 아래 손깨짐을 기대하는 건 글쎄...난 회의적이다.

e. 그다음 또 뭐더라, 맥그리거의 럭키 펀치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가 아니라 후안 마뉴엘 마르케스의 스승 나초 베리스타인이 여기에 대해 좋은 말을 남겼다. Boxing is not about chances, it's about smart and thinking of future. 내가 복싱 경기를 십 년째 보면서 월드 챔피언십 경기에서 완전히 럭키 펀치로 경기가 통째로 뒤집힌 걸 본 건 오직 한 번뿐이다. wbc 헤비웨이트 타이틀, 레녹스 루이스 대 하심 라흐만 경기. 누군가는 마이크 타이슨과 더글라스 경기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건 일어날 게 일어난 거라고 생각한다. 중량급에서 럭키 펀치? 어림없는 소리
메이웨더가 선수 생활 위기에 빠질 정도로 강한 샷을 얻어맞은 적은 정확히 세 번. 슈거 쉐인 모슬리에게 2라운드에 두 번, 아르헨티나산 황소 마르코스 마이다나 2차전 4라운드에 한 번 그 때 메이웨더의 움직임을 본 사람이라면 럭키 펀치로 메이웨더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땠냐고?
https://m.youtube.com/watch?v=dUh2ua1H58s
내가 메이웨더가 피했던 모든 펀치 중에서 가장 놀랐던 펀치는 빅터 오르티스 전에서 메이웨더가 박치기 전 피했던 마지막 펀치이다. 메이웨더 눈에는 레이더가 달려 있다.
https://m.youtube.com/watch?v=kYPqspuG4m0

f. 많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이고 마틴 스콜세이지가 그의 영화 레이징 불에서 묘사했던 슈거 레이 로빈슨과 제이크 라모타 5차전. 성 발렌타인 축일 대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일방적인 경기가 되리라 예상한다. 오로지 불안요소란 메이웨더의 노쇠화 뿐인데 late round에 플로이드가 지치는 게 빠를까 코너가 지치는 게 빠를까?

g. 복싱을 부르는 다른 별칭은 스위트 사이언스이고 이는 복서들이 다른 스포츠에서 달성할 수 없는 무언가를 달성했다는 걸 의미한다. 복싱이 더 이상 실전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과 복싱 카테고리 내에서 탑급 복서를 잡아내는 건 별개의 이야기이다.
피지컬과 상관없이 복싱은 새비지 사이언스가 아닌 스위트 사이언스다. 기존의 옥타곤과 다른 사각형의 링. 로우킥이 아니라 잽에서 형성되는 전선의 거리. 태클을 대비한 낮은 자연체 자세가 아닌 두 발의 체중을 밀고 당기며 링 위에서 춤을 추는 복서를 만났을 때 상대방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버리고 이건 그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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