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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8/31 20:59:47
Name   별비
Subject   국내 축구 이야기들 : 2017-3 (1)
지난 글을 쓰고 나서 시간이 꽤 지났죠. K리그의 화끈한 여름 이적시장도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느긋하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오늘 A매치 경기가 있네요...?
...그래서 이번엔 글을 둘로 나눕니다.



#. 국가대표



먼저 6월의 A매치 두 경기를 돌아보죠. 슈틸리케 감독이 새로운 전술을 보여준 듯 했지만, 사실은 전에 나왔던 전술을 적당히 가져다 쓴 정도였습니다.
UAE전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전에 신태용 감독이 대행으로 치른 우루과이전의 전술입니다. 이 전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리베로 기성용으로, 기성용을 아예 센터백으로 내려버려서 수비범위를 줄여버리고 공격할 땐 평소대로 전진하면서 패스의 기점이 되는 2002년 월드컵의 홍명보의 모습을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당시엔 중앙이 엄청나게 강력하지만 측면공격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우루과이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했죠. 공격할 땐 중앙에선 정우영과 이명주가 말 그대로 미친듯이 뛰어다니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공을 전해줬고, 측면에선 김창수와 차두리가 위력적인 공격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본 눈이 정화되는 경기였죠.
그런데 UAE는 한국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나올 팀이 전혀 아닌데다, 중앙 미드필더가 둘 다 패스와는 거리가 먼 한국영과 남태희라 팀 전체적으로 공 전달 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왼쪽 측면은 아예 죽어버렸죠. 3백에선 윙백이 공격전개에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치명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벤치에 이명주가 있었지만 교체투입된 후반전에선 4백으로 돌아와버려서, 전반 45분을 그대로 날려버린 의미 없는 전술 실험이 되었습니다.

카타르전의 전술은 작년 아시아를 정복한 전북의 4141 닥공이었습니다. 차출 명단에 있는 전북 선수인 최철순, 이재성, 김진수가 모두 선발로 출장했고, 지난해까지 전북의 골대를 지켰던 권순태도 선발, 반시즌이었지만 전북에서 활약했던 이근호도 교체였지만 출장했습니다. 적극적인 풀백의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에 부담을 지우면서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렸습니다. 원정경기 무득점인데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고, 마침 전북 선수들도 꽤나 선발한 걸 선수 선발부터 염두해 둔 전술인듯도 했죠.
...그리고 중앙이 무너지면서 그대로 멸망했습니다. 전북이 닥공으로 유명한 팀이지만 매년 리그 최소실점 순위권에 들 정도로 수비가 탄탄한 팀입니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경기 내내 매우 강한 압박을 하고, 수비할 땐 양쪽 윙어들까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합니다. 3/2정도 진행한 이번 시즌도 최소실점 공동 1위이고, 2실점 이상 한 경기도 이번 시즌엔 4경기밖에 없죠.
중앙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세 명에게 요구되는 능력치가 매우 높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1의 자리에 위치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두 풀백이 모두 공격에 참여하기 때문에 평소엔 수비를 셋으로만 하는게 일반적이라 위치선정과 활동량이 매우 높아야 하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데다 공수간격 조율까지 혼자 다 해야하는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전북이 지난해 아시아 탑급의 미드필더진과 공격수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AFC 챔피언스리그를 우승을 외줄타기처럼 조마조마하게 했던 이유는 중앙수비가 불안했던 점도 있었지만 믿음직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던 점이 컸습니다. 이호는 부상에 시달렸고, 장윤호는 원래 포지션이 아닌데다가 신형민은 경찰청에 있었죠. 중요한 경기마다 오른쪽 풀백이 원래 포지션인 최철순을 수미 자리에 놓을 정도였으니까요.
카타르전에선 장현수는 이번 시즌 시작 이후로는 경기 경험이 전혀 없었고 곽태휘는 날이 갈수록 기량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이 둘을 보호해야 하는 수미는 좋지 않은 위치 선정을 활동량으로 커버하는 타입인 한국영이었습니다. 그리고 곽태휘는 2실점에 매우 직접적인 관여를 했죠. 중앙이 불안하니 양쪽 풀백인 최철순과 김진수는 공격과 수비 모두 신경쓰다가 전반전부터 과부하가 걸렸고, 중앙 미드필더도 따라서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이재성은 그래도 뭐라도 해 보려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주긴 했는데, 기성용은 카타르의 압박에 그대로 지워지면서 골 넣기 전까진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결론은 어설프게 전북 전술을 따라하다 망한겁니다. 전북 경기는 꽤 많이 보러왔던데 거기서 대체 뭘 본지가 의문이었죠.

카타르 전을 끝으로 울리 슈틸리케는 경질, 다음 감독으로 당연하듯이 신태용 감독이 선임되었습니다. 사실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연령별 대표팀에선 조금씩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반쯤 만신창이가 된 성남을 이끌고 아챔 우승까지 이루어낸 모습을 보면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가능한 최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큰 이견이 없을겁니다.

그리고 14일에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GK :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일본), 김승규(빗셀 고베, 일본), 조현우(대구)
DF : 김기희(상하이 선화, 중국), 김주영(허베이 화샤싱푸, 중국), 김영권(광저우 헝다, 중국), 김민재 최철순 김진수(전북), 김민우(수원 삼성), 고요한(FC 서울)
MF : 정우영(충칭 리판, 중국), 장현수(FC 도쿄, 일본), 기성용(스완지, 잉글랜드), 권경원(텐진 취안젠, 중국), 손흥민(토트넘, 잉글랜드), 염기훈(수원 삼성), 이재성(전북), 김보경(가시와 레이솔, 일본), 남태희(알두하일 SC, 카타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독일), 이근호(강원), 권창훈(디종 FCO, 프랑스)
FW : 이동국 김신욱(전북) 황희찬(잘츠부르크, 오스트리아)

일단 이동국과 염기훈이 돌아왔다는게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는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베테랑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이 강했거든요. 30세만 넘어가면 대표팀에 뽑히는 확률이 바닥으로 곤두박칠 쳤습니다. 뒤늦게 베테랑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뽑은 선수가 곽태휘였고, 명단에 선발하되 출전을 시키지 말라는 기술위원회의 말을 무시하고 출전시켰다가 카타르전에서...(...).
그리고 권경원과 김민재는 이번에 처음으로 뽑혔습니다.

권경원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자원입니다.
전북의 유스인 영생고 출신으로 전북의 우선지명을 받고 대학 무대에 진출했다가 중퇴, 2013년에 프로로 데뷔했습니다. 2013년엔 신인으로서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 다음해에는 팀 내 경쟁자가 김남일과 신형민이라(...) 출전을 하지는 못했죠. 김남일이 이적하고 신형민이 입대한 2015년에 최강희 감독이 주전 수미로 기용하기로 정했는데, UAE로 간 전지훈련에서 연습상대인 알 아흘리의 감독에 눈에 띄어 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이적료로 방문판매(...)를 당했는데, 이적하자마자 알 아흘리의 최소실점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면서 2015년 ACL 베스트 11에 들어갔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이적설까지 돌다가 올 겨울엔 톈진 취안젠의 칸나바로 감독의 강력한 의지로 1100만 달러에 이적(손흥민에 이은 한국선수 이적료 2위입니다)했고, 초반 몇경기에선 중국의 외국인 선수 쿼터 제한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가 톈진의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아서 5월즈음부터 출전했는데 그 이후로 귀신같이 팀이 연승을 거두면서 팬들로부터 승리요정 취급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칸나바로 감독의 신뢰가 아주 두텁죠.

김민재는 신인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전북에서 입단 1년차에 당당히 주전을 차지하고 있는 말 그대로 괴물신인입니다.
연세대에 재학중이다가 중퇴하고 지난해에 입단할 예정이었지만 감독과의 마찰이 있어서 여름에서야 합류했습니다. K리그는 여름에 신인선수 등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반기엔 경주한수원에 임대되서 경험을 쌓고 이번 시즌에 드디어 데뷔했습니다. 장신에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어서 몸싸움도 능한데, 발도 빠른데다 패스를 통한 빌드업까지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선수죠. U20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선 이승우와 조영욱을 비롯한 대표팀 공격수 모두를 지워버리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리그에서도 공중경합, 몸싸움, 컷팅 등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면서 전북의 리그 최소실점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로부터 역대 한국 명 수비수들의 장점이 모두 모였다는 평을 듣는, 이번 시즌 영플레이어상의 유력한 후보죠.

남은 경기는 두 경기, 우리의 친구(...)인 경우의 수를 보면 다른 거 다 필요없이 우즈벡만 이기면 됩니다. 다만 그 경기가 타슈켄트 원정이라 난이도가 꽤 높은게 탈이죠.
이란전에선 주포인 아즈문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고, 마수드 쇼자에이가 대표팀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쇼자에이가 제외된 건 정치적인 입장이 얽혀 있는데, 이란(을 비롯한 여러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은 서로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이란의 경우는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이스라엘인과 접촉하면 그 사실 자체로 무거운 죄가 되는데, 이번 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의 플레이오프 에서 그리스의 팀인 파니오니오스 이스라엘 팀인  마카비 텔 아비브와 붙은 겁니다. 그리고 파니오니오스엔 이란 선수인 쇼자에이와 에흐산 하즈사피가 있었죠(...). 이스라엘 원정에선 이스라엘이 두 선수에게 비자 자체를 내주지 않아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홈 경기인 2차전에선 당연하게도 출전에 다른 제약이 없기도 하고 파니오니오스가 원정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전했는데, 이게 이란 정부에 걸려벼린 거죠. FIFA는 축구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에 대해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 대해 출전 정지 조치를 내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최종 명단 발표에서 하즈사피가 무사히 합류했지만, 쇼자에이는 제외되었습니다.
문제점은 쇼자에이가 네쿠남의 은퇴 이후로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인데다 이란의 감독인 케이로스가 매우 신뢰하는 선수라는 점입니다. 그래고 케이로스는 이란 정부가 대표팀에 간섭하는 것을 매우 싫어해서 (돌아오긴 했지만)감독직까지 두어 번 던져버린 적이 있죠. 하지만 이란 국대가 케이로스 감독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면서 이란 혼혈 선수들을 더블 스쿼드 급으로 모은 팀이란 것을 생각해보면, 경고누적과 징계(?)로 나오지 못한 두 선수를 대체할 선수진은 충분합니다.

이란전은 지금, 우즈벡전은 9월 5일에 열립니다. 이번 대표팀이 외나무다리를 무사히 건너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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